2012. 9. 22. 19:42

‘머지않아 식량 부족 사태가 오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 게 10여 년 전이다. 계기는 좀 허접하다. ‘중국 경제 대장정’ 기획 취재를 위해 20여 일간 중국 남부 연안도시들을 돌고 있을 때였다. 당시 식당에서 보니 중국인들의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문득 ‘지금은 잘사는 이들 지역 음식 소비가 늘지만 중국 경제가 점점 발달해 엄청난 인구가 먹기 시작하면 식량이 남아나질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국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곡물시장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당시는 농산물 잉여의 시대였는데 불과 얼마 후부터 중국은 식량 순수입국으로 돌아섰고, 미국은 남아도는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겠다고 나섰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생산 경고 사인이 속속 올라왔다. 한데 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우리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건 중국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기형적 식량정책이라는 것이었다.

 우린 쌀에 올인한 터라 쌀 자급률은 넘쳐서 남는 쌀을 내다버려야 할 정도인데, 나머지 곡물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한 예로 식습관이 바뀌어 쌀 소비는 줄고, 육류 소비는 가파르게 늘어나는데 사료는 국내 조달이 안 된다. 우리 식량은 카길 등 4대 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종합상사들이 전체 수입량의 70%를 대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26%)이면서도 변변한 곡물유통기업도 없고, 해외 산지 곡물저장소나 곡물터미널 하나 없었다.

 이에 2006년 원자재 대란 위험을 경고한 신년기획 ‘세계는 자원전쟁 중’ 시리즈에서 에너지·광물자원과 함께 식량을 다루었다. 이 기획을 할 때만 해도 ‘넘치는 게 식량인데 오버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때까지 표면상 식량은 흔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안 돼 세계 곡물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고, 2008년 밀 산지의 기상이변에 가격이 폭등하는 ‘밀가루 파동’이 일어났다.

 자! 이번엔 미국 중서부의 심각한 가뭄이다. 이미 옥수수와 콩 값은 치솟고, 지구촌 곳곳에선 폭동조짐마저 나타난다. G20(주요 20개국)이 식량 때문에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우리도 연일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걱정에 여념이 없다. 애그플레이션이란 용어는 등장한 지 불과 5~6년 만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이렇게 ‘식량위기’는 일상화됐다.

 우리에게 기회는 있었다. 나 같은 비전문가조차 오래 전에 식량 위기 조짐을 읽었으니 전문가들은 당연히 알았을 거다. 그런데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밀가루 파동’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밀국수 대신 쌀국수를 먹자며 ‘정치쇼’로 대신했다. 시대에 맞는 농정의 틀을 다시 짜야 할 때, 이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세월을 보냈다.

 일본만 벤치마킹해도 그림은 보인다. 일본은 식량 자급률에선 우리보다 크게 나을 게 없지만 1980년대부터 종합상사들이 세계 각지에 곡물 저장소와 터미널,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곡물 유통에 나서 지금은 메이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또 농민만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대신 기업도 농지 소유를 가능케 해 농업기업이 탄생했고, 농업 R&D 분야에도 투자를 쏟아붓는다.

 물론 최근 국내 종합상사들이 곡물 유통에 관심을 보이고, STX가 워싱턴주에 곡물터미널을 막 확보하는 등 변화 조짐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정은 여전히 쌀 중심이고, 농민 보호가 우선이다. 세계 식량산업은 ‘전략산업’으로 달려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농업에 대한 전략적·기술적 투자는 미흡하고, 1차 산업에 머무른다.

 이제 위기의 문턱이다. 식량산업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식량 생산성 향상 기술 확보, 메이저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종자 개발, 효율적인 농산물 생산구조 확립, 농업의 산업화, 글로벌 농산물 유통기업 육성 등 ‘식량산업 고도화’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필요하면 ‘경자유전’ 원칙도 허물 수 있어야 한다. 왜 직업이 농업인 농민 회사원은 안 되나?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양선희 논설위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071085&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2. 19:39


“아빠, 생신 축하! 여기 선물이에요.”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가 얇은 노트를 내민다. 수년 전 미국에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아이가 건네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쓴 ‘이야기’였다. 미국에 간 지 몇달밖에 안 된 때였는데, 영어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아빠에게 선물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귀엽고 대견했다. 매일 저녁에 글쓰기 숙제와 씨름하더니 아빠에게 생애 최고의 생일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이럴 때 아빠는 지갑을 열게 되어 있다.


그러던 아이가 한국에 와서는 많이 달라졌다. 마치 학교는 쓰기, 읽기, 말하기 능력은 집에서 알아서 배우라는 식인 것 같다. 집에서 글쓰기 숙제를 하는 경우조차 거의 본 적이 없다. 내심 후속 이야기를 선물받고 싶었지만, 그 이후로 아이는 이야기 선물을 내밀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보며 나는 구자철과 기성용 선수에게 푹 빠졌다. 물론 그들의 축구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지만, 그 발놀림만큼이나 그들의 언어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한 직후 구자철은 인터뷰에서 1년 전 삿포로에서 일본에 3 대 0으로 졌던 일을 차분히 회고했다. 그 당시 썼던 자신의 일기를 들먹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너무도 간절히 승리를 원했다는 느낌이 확실히 전달되는 인터뷰였다.


꽤 길었다. 마이크 앞에서 이렇게 길게 승리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선수를 나는 여태 보지 못했다. 고생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승리 소감을 말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는 “승리해서 기쁘고 우리 모두 잘해줬다” 정도여서 안 들어도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인터뷰 시간도 몇초면 된다. 하지만 그날 구자철은 달랐다. 뻔한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요한 경기를 에워싼 개인과 팀의 사연을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 구성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트위터에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올리는 기성용도 소통 능력이 뛰어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올림픽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지난 8월10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월드컵 4강에 올려놓기만 한 감독이라면 우리는 히딩크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난 아직도 배고프다”와 같은 그의 명언이 회자되기에 그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농구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기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넘지 못한다”는 명언을 남긴 마이클 조던이 공자의 <논어>를 읽었을 리는 없다. 농구 천재로서 자신이 경험한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다 보니 진실의 수렴이 일어난 경우일 것이다. 우리의 뇌리에 오래 남는 선수는 운동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운동을 잘할 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도 뛰어난 선수다.


사람들에게 역사상 누가 가장 뛰어난 과학자냐고 한번 물어보라. 아인슈타인, 뉴턴, 다윈 등을 지목할 것이다. 그들은 논문만 달랑 몇편 쓴 과학자가 아니었다. 혁명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길게 책으로 펴낸 이들이다. 일반인이 가장 좋아하는 물리학자 파인먼, 천문학자 세이건, 생물학자 도킨스의 공통점은 뛰어난 연구자라는 사실만이 아니다. 각각 <물리학 강의>,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현대의 과학 고전을 쓴 탁월한 글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공계 인재들에게도 글쓰기 능력을 필수로 가르치자. 운동선수들에게도 말하기 능력을 가르치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독서 과제와 작문 숙제만큼은 꼬박꼬박 챙겨주자. 소통 능력은 기본기다. 다른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본기가 없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47291.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2. 19:29

금년 8ㆍ15 광복절은 올림픽 이야기로 풀어가는 것이 당연할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1948년 7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곳이 바로 영국 런던이고, 이번에 바로 그 런던에서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인 종합 5위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안겨준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방울을 '병역혜택' 같은 이슈로 몰고 가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도리어 그들의 시샘 정도로 너그럽게 넘기도록 하자. 

필자는 런던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스포츠와 함께 '한류'를 생각했다. '한류'를 넓게 보아 '세계적인 경쟁력과 매력을 지닌 한국의 그 무엇'이라고 한다면, 이번 런던 올림픽 결과로 나타난 우리의 스포츠가 바로 '한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한국의 수영, 펜싱, 축구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64년 만에 다시 찾아간 런던에서 한국 스포츠는 '멈춰 버린 1초' 같은 지독한 편파 판정에도 굴하지 않고 스포츠 5대 강국이라는 당당한 모습을 세계에 과시했다. 

'한류'의 중심에 있는 K팝 아이돌 스타들 뒤에는 세계무대를 꿈꿨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그래서 그 회한과 열정을 후진 양성으로 만족해야 했던 세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48년 7월, 기차타고, 배타고, 무려 20여일 만에 겨우 런던에 도착한 대한민국 첫 올림픽 대표 팀이 있다.

그렇다. 한류와 올림픽 메달 모두 결코 갑자기 얻게 된 결과가 아니다. 지난 수 십 년간 우리 국민들의 악착같은 노력, 그것 없이는 불가능했다. 우리는 악착같이 노력해서 '압축성장'을 달성했고, 피나는 투쟁으로 '압축민주화'를 이룩했다. 또 우리의 엄청난 교육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연설의 단골 주제가 될 정도가 됐다. 그 결과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이 그들 DNA 속에 5,000년 동안 간직하고 있던 문화예술, 스포츠 재능을 세계무대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리가 지금까지는 타고난 근면함으로 선진국들을 따라잡았지만, 앞으로 그것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의 급격한 감소, 소외감과 상대적 빈곤층 증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낮은 행복지수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더 이상 선진국을 그대로 모방하는 벤치마킹은 우리나라에서 먹히지 않는 해법이 됐다. 이미 우리의 여러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우리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그 해답을 잡기 위한 키워드가 바로 '창의'와 '융합'이다. 우리의 경쟁 상대와 차별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상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과 마케팅에서 창의력이 발휘되면 모든 것이 변화된다. 교육에 있어서도 가장 주안점은 '창의력'에 두어야 한다. 최근 가수 싸이가 발표한 노래와 춤에 세계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오직 '창의력'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또 이러한 창의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연계될 수 있도록 '융합'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 이미 '한류' 효과를 통해 검증된 것처럼, 드라마 K팝 등 대중문화로 시작된 한류를 국내 관광 상품과 융합한 '한류관광'은 외래관광객 유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데 있어 창의적 '융합'의 중요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한마디로 '문화 올림픽'이다. 문화와 스포츠의 환상적 '융합'을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영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그에 대한 세계의 인정, 그 자체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문화, 체육, 관광을 창의와 융합으로 연계시켜 런던 올림픽을 뛰어넘는 '문화 올림픽', 세계 스포츠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길 기원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8/h20120814210402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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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9:27

요즘 대학가의 가을학기 특강이나 자치단체들의 시민강좌 프로그램들을 보면 거의 공통적으로 어떤 화두 하나가 떠올라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다. 이것은 '큰 물음'이다. 모든 작은 물음들의 밑바닥에 깔린, 그래서 우리가 방향과 가치, 의미와 목적의 문제를 놓고 어둠 속을 헤맬 때 최종적으로 되돌아가서 반문해봐야 하는 기본적 질문이 큰 물음이다. 기본적 질문에는 정답이랄 것이 없다. 인간은 족히 3,000년 전부터 그 질문을 던져왔고 지금도 묻고 있다. 정답 없는 질문이 수천 년 되풀이 되어 왔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인간이 멍청해서? 정답 없는 것의 마법에 홀렸기 때문에? 인간이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런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만 인간은 인간이라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정답이 없으니까 내가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둘째 이유이며, 어떻게든 그 질문에 응답하지 않고선 내가 이 세상에서 내 존재의 문법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 세 번째 이유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인문학 분야들에 대한 학문적 관심 때문이기보다는 인간이 사는 이유와 목적,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물음들에 우리가 오랫동안 등 돌리고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보니 "어, 그게 아니네"라는 회의가 들고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같은 질문이 고개를 들 때 사람들은 '생각의 전환'을, 또는 그런 전환의 필요성을 경험한다. 그 전환을 명명할 마땅한 용어가 없을 때 가장 쉽게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인문학적 전환'이라는 표현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생각의 인문학적 전환이 일고 있다. 

이 전환과 관련해서 나는 진화생물학에 심리학을 융합한 이른바 진화심리학계의 최근 동향 한 가지를 이 칼럼에서 보고하고 싶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에드워드 윌슨과 스티븐 핑커의 최근 저서에 관한 이야기다. 둘 다 하버드대 교수들이다. 윌슨의 책은 <지구의 사회적 정복>이라는 제목을, 핑커의 책은 <인간본성 속의 더 나은 천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윌슨이 책에서 추적하고 응답을 모색하는 질문은 흥미롭게도 화가 폴 고갱이 던졌던 세 가지 질문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첫 번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개의 질문들은 생물학의 전형적 질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윌슨은 고갱의 두 번 째 질문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으로 바꿔 놓고 있는데, 이건 정확히 질문의 인문학적 전환이다. 세 번째 질문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것은 인간 사회의, 또는 문명의 '방향과 목적'에 관계되는 질문이며 방향과 목적의 문제는 엄밀히 말해 진화론의 화두가 아니다. 그것 역시 인문학적 화두이다. 

핑커의 책은 지난 수천 년의 문명사를 거시적으로 훑어보고 미시적으로 뒤져보면 인간 세계에서의 '폭력'의 빈도와 강도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놀라운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세한 논의들을 여기 다 거론할 수 없지만, 폭력이 감소한 것은 '인간 본성 속의 더 나은 천사'가 인간성의 나쁜 부분들을 누르고 인간의 행동방식을,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인간'을 바꿔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핑커의 결론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초래했는가. 역시 흥미롭게도 핑커는 진화론의 통상적 논의 방식을 떠나 폭력 감소의 이유를 인간 감성의 변화, 제도와 법률, 이성의 확장 같은 '문화' 차원에서 구하고 있다. 

이 분석에는 반박과 비판의 여지가 없지 않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두 사람이 진화론에 대한 이론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미래에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윌슨에 따르면 인간은 협동하고 협력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위대'하고 이 위대한 동물은 부단히 더 큰 사회적 협동과 협력을 '지향'한다. 이건 핑커의 '더 나은 천사'론이나 사실상 진배 없다. 인문학은 '더 나은 천사'론을 좀체 꺼내지 않는다. 부끄러워서다. 그러나 '더 나은 인간'을 지향하는 것은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진화심리학과 인문학이 오작교에서 만나는 건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8/h2012081421102912173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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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9:11

한국인이 부른 우리말 가요가 이렇게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일은 유사 이래 처음이다. 두달 만에 1억5000만번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강남스타일’은 대체 무엇 때문에 글로벌 스타일로 진화해가는 것일까?

일단 웃긴다. 그런데 우리만 웃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가수의 이미지와는 살짝 어긋난 외모의 소유자가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희한한 춤을 추는 것이 노르웨이인들에게도 웃기는가 보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웃음 코드만큼이나 만국 공통이다. 게다가 이 매력덩어리를 소비하고 전파하는 사회연결망서비스가 늘 우리 손안에 있으니, 삼박자가 딱 맞은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는 뭔가가 빠져 있다. 웃기고 흥겹다는 이유로 마우스를 수억번씩이나 누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이 있어야 한다. 우선, 강남스타일의 특이한 춤동작부터 보자. 사실, 이 춤을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다. 참신하긴 하지만 말을 타고 가는 동작이기에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말춤’인 것이다. 이 춤이 아이돌 그룹의 현란하고 세련된 춤과는 달리 너무 쉬워서 문화의 국경을 잘 넘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많다.

하지만 단지 쉽기 때문일까? 쉬운 것으로 따지자면 ‘막춤’만한 것이 없다. 규칙 없이 그냥 추면 된다. 하지만 규칙이 없다는 바로 그 이유로 막춤은 남들이 따라 하기에 가장 힘든 춤이다. 싸이의 춤이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는 막춤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아는 규칙을 가진 말춤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맨 처음 사람에게 아무렇게나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그다음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따라 그리게 하는 게임을 해보자. 틀림없이 열번째 정도의 사람은 처음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맨 처음 사람이 별모양 그림으로 시작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간에 어떤 사람이 조금 다르게 복제를 해 놓아도 다른 참여자들이 그것이 별모양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제대로 따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말춤은 별모양 그림이다. 이 춤이 전세계로 빠르게 복제되며 진화하는 이유는 춤의 지침(의미)이 보편적이어서다.

춤동작만도 아니다. 강남 ‘스타일’이라는 제목도 한몫을 했다. 누리집에 올라온 전세계의 패러디에는 한결같이 ‘무슨’ 스타일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그저 뒤에 ‘스타일’만 붙이고 자신의 처지대로 따라 하면 그만이다. ‘나는 가수다’ 열풍에 편승해 ‘나는 무엇이다’라는 변이들이 넘쳐났던 현상과 유사하지만, 강남스타일은 국제적인 변이까지도 만들어내고 있다.

생물의 역사에서도 체절동물의 등장처럼 진화의 분수령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있다. 실제로 체절의 수와 특징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하는 과정에서 생명체는 엄청나게 다양해질 수 있었다. 다양성의 극치인 곤충의 세계만 생각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진화학자들은 체절의 등장을 ‘진화 가능성’의 진화라고 말한다. 이와 유사하게 강남스타일은 문화적 변이들을 양산하는, 진화 가능한 기작을 작동시킨다. 싸이가 이 모든 원리를 알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분명한 점은 그의 촉과 감은 정말 탁월하다는 사실이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권의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자신이 내건 가치가 국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전파되고 풍성한 변이를 만들어내길 갈망할 것이다. 이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싸이에게서 배워야 할 때다. 말춤은 막춤이 아니며, 강남스타일은 강남스타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1361.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2. 18:32


도지은 부산 사상구 감전동

제2차 세계대전 때 타이와 미얀마를 잇는 콰이강의 다리 공사에 끌려온 연합군 포로는 5만5000명. 당시 일본의 강제명령에 의해 3000명의 조선 젊은이들이 반강제로 포로감시원으로 동원됐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포로들은 일제히 가혹한 학대행위의 주도자로 조선인들을 지목했다. 조국은 해방을 맞았으나 그들은 전범재판에 기소되어 23명이 사형을 당했다. 가혹한 학대행위를 하고 아픈 포로에게도 일을 시켜 죽음에 이르게 했던 조선인 포로감시원들의 사형 언도에 우리 국민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사형제에 대한 판단은 그 시대가 갖는 정신과 국민의 법감정·법의식에 의해 판단될 수밖에 없다. 국제 재판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사형제 때문에 타국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면, 우리는 그 사형제에 대해 지금처럼 80% 이상의 찬성 여론을 모을 수 있을까. 또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사형을 선고한 그 나라를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시대에 따라 판단기준이 다르고 정권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이 왔다 갔다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어찌 ‘법’에 사람의 ‘목숨’을 맡길 수 있겠는가. 사형은 속죄, 교화 또는 재사회화라는 목적 모두를 상실해 버리는 제도다. 또 단순히 응보라는 이념만으로 형벌을 부과한다면 범죄자 또는 수형자는 그 응보라는 목적에 온전히 내몰린 수단 또는 도구로 취급된다. 이는 인간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살인자 한명이 나머지 국민 모두를 살인자로 만드는 사형제는 인간을 도구화하고 존엄성을 해친다. 그 소수의 사람들이 우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불가침을 침해하려는 것을 내버려 둬선 안 된다. 또 범죄자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평생을 갇힌 공간에서 자신을 후회하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의회는 2010년 3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한 것에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은 지난 1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간주되지만, 사형제 자체를 존치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EU) 의회에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국익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 요구를 경제논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계산적인 입장일 뿐이다. 유럽국가들이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앞에서 든 예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세계적 시각에서 봤을 때 자국의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도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고 보호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헌재가 5(합헌) 대 4(위헌)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할 때 4명이 제시한 위헌 의견도 새겨봐야 한다. 위헌 의견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수단화하지 않고는 형벌목적론의 관점에서 사형제를 정당화하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이진성 헌재재판관 후보자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서울중앙지검 검사직무 대리를 할 때 6명의 사형집행을 참관한 적이 있다”며 “인간의 생명권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이런 경험을 직접 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형 집행이 재개된다면 어느 누군가는 생명이 소멸될 것이고, 이를 방조하는 우리 모두는 살인자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 세계시민으로서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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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7:53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1979∼1992년생 954만 명을 지칭하는 에코세대는 베이비부머와 연령에서 오는 세대 차 이상의 간극을 갖는다. 에코세대는 세계관부터 판이하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경제적 이익에 눈먼 부끄러운 일이라는 유시민 전 의원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로 세상을 보고,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읽으면서 기존의 잘못된 사회구조에 분노한다. 그렇지만 에코세대는 일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하고 산 이전 세대와 달리 즐겁게 소비하기 위하여 일한다. 김정운 교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휴테크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에코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으면서 위안받는다.

에코세대를 취업 신용 주거의 3중고(苦)로 연애 결혼 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하는 ‘삼포세대’라고 칭한다. 이들이 은퇴해 노후생활에 들어갈 2060년경에 국민연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노후가 막막하고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감소해 다음 세대로부터 도움도 못 받는 슬픈 세대다. 과연 에코세대는 미래가 막막한 불행한 세대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벌레보다 일 통한 만족 추구로 

에코세대는 월세로 사는 사람이 많고 자기 집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 걱정하지만 20대 나이에 혼자 살면서 자기 소유의 집에 사는 것이 더 이상하다. 보통 형제자매가 둘 이하이니 부모가 살던 집은 이들의 집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이대로 두면 재정불안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도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고령화를 앞당길 것인가, 아니면 늦출 것인가는 이제 결혼 및 출산연령에 진입하고 있는 에코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에코세대는 이전 세대가 가지고 있지 못한 희망이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기술(IT) 시대에 성장한 에코세대는 21세기 지식공유 시대의 절대 강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단숨에 지구 반대편에 가는가 하면 수십 년 전 과거도 한순간에 접속한다. 케이팝은 에코세대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30년 전 베이비부머가 직업전선에 들어설 때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에 불과했지만 에코세대는 2만 달러의 경제적 기반 위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취업과 편중된 분배구조의 고착화는 큰 문제다. 청년실업률은 7% 내외로, 10%대의 유럽국가에 비해서는 양호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 중에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지 못한 사람을 실업이라고 분류하는 현재의 통계로는 졸업하지 않고 취업준비 중인 휴학생도, ‘알바’로 연연하는 사실상의 실업자도 실업으로 잡지 못한다. 어림잡아 다섯 명 중 한 명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

모든 정치인이 일자리가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지만 시원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30년 전에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때는 좋든 나쁘든 현실을 수용했다. 지금은 누구나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단카이 세대라고 불리는 베이비부머가 집중 은퇴할 시기에 청년취업률이 크게 높아졌듯이 우리나라 역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좋은 일자리가 연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과거 개념의 좋은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어떤 일자리도 좋게 생각될 수 있도록 경제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먼저 좋은 일자리 개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베이비부머가 직업을 선택할 때는 생존을 위한 선택을 했지만 에코세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권력 재산 명예가 따르는 직업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베이비부머 부모의 고정관념이 자유로운 선택을 막는다.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참다운 의미의 눈높이에 맞춘 일자리 찾기다. 일 자체보다는 일을 통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천의 미꾸라지도 행복한 사회

좋은 일자리를 한정하는 경제사회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대학을 다니든 안 다니든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국가비전과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 선진국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통하는 근본 이유는 학력 간 임금 차별이 거의 없고 복지시스템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별을 축소하고 비정규직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함과 아울러,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가르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국가가 더 많이 책임짐으로써 출발선상에서 기회 균등을 제고해 가난의 대물림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천에 사는 미꾸라지도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국가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김용하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교수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19/3/70040100000019/20120831/49004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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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7:40

‘박정희 시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이슈에서 별로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여야가 역사인식에서 전선(戰線)을 만들었다는 느낌까지 든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5·16에 대해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가 “역사적 평가에 맡기겠다”고 물러섰지만 인혁당 발언으로 다시 논란을 빚었다.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유신은 박 전 대통령이 권력 유지가 아니라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김병호 캠프 공보단장은 이달 16일 인혁당 사태와 관련해 “피해 당사자가 아닌 가족 후손까지 (사과 대상을) 확대하면 사과 안 받을 국민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 경제를 “개발독재와 정경유착으로 파행적인 압축성장을 이뤘다”고 단정한 문재인 후보는 경선 다음 날 현충원을 방문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찾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찾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가해자 측의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통합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언제든 묘역을 찾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대학시절 유신반대 시위를 하다 제적당했다. 그의 측근인 김경수 전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은 “역사의 화해란 가해자가 반성과 함께 피해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의 이런 인식차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로 갈린 우리 안의 분열을 보여준다. 

우선 민주화 세대는 산업화 세대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희생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가 넘치도록 향유하는 민주주의가 앞선 세대의 배고픔과 절망의 산물이었음을 간과한다. 빈곤 경험이 없는 2030세대는 삶의 질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목적이었던 그 시절, 인권 자유 평등 같은 민주적 가치들이 포기되고 유보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로만 받아들인다. 

또 연령적으로 50대 이상인 산업화 세대는 최빈국으로부터 탈출해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공을 앞세우며 박정희 시대 때 침해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한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트위터에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는 진영을 ‘세작(간첩)’에 비유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진영에 따라 민주주의를 주장하면 종북(從北)이고, 산업화를 주장하면 독재라는 극단적 이분법까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두 진영의 역사인식에서 아쉬운 것은 ‘시간’이라는 요소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민주화가 옳았느냐 산업화가 옳았느냐’ 하는 가치나 개념이 앞선 질문이 아니라 1960년대 70년대 80년대마다 달랐던, 당시 국민들이 최우선적으로 추구했던 과제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이 먼저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간대에서 병행 발전시킨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은 두 세대의 화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민주화 세대는 산업화 세대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민주화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 세대는 민주화 세대의 희생과 고초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대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논하기에도 부족한데 과거사 논쟁은 퇴행적 주제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치러야 할 성장통이라는 생각도 든다.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해주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성숙한 역사의식을 보고 싶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34/3/70040100000034/20120920/4953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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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7:33

요즘은 일본이 과연 내가 알던 일본이 맞나 싶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사회가 원색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류(韓流) 메카로 유명한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 거리에는 한동안 주말마다 극우 시위대가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요즘도 주중에는 확성기를 부착한 차량이 소음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 때문에 한류 팬이 발길을 돌리면서 이곳 한국 식당들의 매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교민은 “시위대가 종업원들에게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는 누구 땅’이냐며 시비를 걸어 올 때는 사고라도 날까 봐 가슴을 졸인다”고 전했다.

일본 잡지는 ‘한국을 망하게 하는 법’ 시리즈와 특집을 쏟아 내고 있다. 선정적인 3류 잡지라면 거론도 안 하겠지만 일본 사회에서 평판이 높은 시사 잡지들 얘기다. 필진도 대학교수부터 경제전문가, 저널리스트까지 다양하다. 이 중 일본인으로 귀화한 한국인 교수와 한국을 사랑했다고 주장하는 일본인 교수의 이름도 보인다. 

내용은 유치하기까지 하다. 이번 기회에 한일 통화스와프를 전면 철회하고 전자 자동차 등 부품 수출을 중단해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다. 일부 잡지는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돼 한국이 망해도 큰 타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잡지는 한국 경제나 기업이 알고 보면 별게 아니며 모두 일본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대한 배려는 끝났다”느니,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무례하다”는 막말을 쏟아 내더니 이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까지 부정하고 나섰다. 헌법을 개정해 재무장하겠다는 극우 정치인들은 ‘영토 문제 적임자’라는 이유로 차기 총리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일본이 영토 문제로 중국에 당하고 러시아에 치인 화풀이를 한국에 하고 있다는 일회성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된다. 한일 관계의 토대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본 내에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먼저 일본 정치권의 세대교체다.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40, 50대 전후세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일본의 과거사 족쇄를 벗어던지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 제국주의 일본을 주도했던 세력의 후손은 일본은 단지 미국과의 전쟁에서 졌을 뿐 한국에 부채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기류는 안팎으로 피해의식이 커지는 국민의 불안감과 결합해 한일 관계를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약진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바꾸는 요인 중 하나다. 일본 기업들이 전자 등 일부 산업에서 죽을 쑤면서 한국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반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인은 “한국의 키가 부쩍 자라 세계 시장이라는 만원 지하철에서 일본과 자꾸 어깨가 부딪치면서 감정이 상하는 일이 늘고 있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한 일본인 교수는 “한국이 과거사로 압박하면 일본이 물러서는 시늉이라도 하던 시대는 끝나 가고 있다. 냉담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일 전략 오류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달라진 일본과 앞으로 어떤 관계 맺기를 해야 할 것인가. 한국의 대일 정책이 도전받고 있다.

배극인 도쿄 특파원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86/3/70040100000086/20120909/492605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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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7:31

“침대에 누워있는 내 딸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던 그를 잊을 수 없습니다. 남들에게 그는 성공한 정치인, 기업가로 보이겠지만 저에게는 따뜻한 이웃으로 기억됩니다.”

지난달 27∼30일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연설자는 유명한 정치인이나 영화배우가 아닌 팸 핀레이슨이라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는 연단에 올라 30여 년 전 보스턴에서 같은 교회에 다니던 ‘평범한 밋 롬니’를 이야기했다. 그가 기억하는 롬니는 인간적인 면모가 부족한 대선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아픈 딸을 위해 매일 병원을 찾아 기도해주고 직접 음식까지 만들어 위로 파티를 열어준 정 많은 이웃이었다.

핀레이슨 씨 외에도 과거 롬니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이 이번 전당대회 연단에 올랐다. 미국 전당대회에서 이렇게 일반인들이 대거 연사로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들이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날 롬니 후보 수락 연설이 있기 전에 등장한 것은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가 전해주는 ‘감동의 내러티브’를 좋아한다. 베트남전쟁에서 5년 동안 전쟁포로로 잡혀 있었어도 적에게 굴복하지 않다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석방된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전쟁 영웅’ 내러티브는 2008년 대선을 장식했다. 당시 민주당 쪽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남편의 바람기를 참아내며 도전하는 곳마다 ‘유리천장’을 깨면서 진취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 롤 모델’의 전형이었다.

버락 오바마 후보는 ‘미국의 꿈’을 보여줬다.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젊은이로 시카고 슬럼가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 정치권에 입문해 초선 상원의원으로 대권에 도전한 그의 스토리는 유권자들에게 강한 감동을 전해줬다.

그동안 대선 후보 롬니의 최대 약점은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유권자들의 공감을 사기는커녕 질투와 시샘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받은 소수’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백만장자 기업가에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사립 초중고교를 다닌 후 1960년대 말 다른 젊은이들이 베트남전 참전을 고민할 때 프랑스로 선교활동을 다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투자회사를 세워 큰 재산을 모았다.’

스토리가 부족한 롬니가 평범한 동료와 이웃의 입을 통해 보여주려는 내러티브는 그가 누리는 부와 성공 명예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었다(I built it)’는 것이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롬니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기업가 정신’을 자신의 대선 브랜드로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이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 유권자 호감도에서 롬니는 오바마에게 뒤지고 있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감동지수가 낮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롬니뿐만 아니라 재선에 나선 오바마도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오바마가 보여줬던 화합과 변화의 메시지는 미국 정치가 최악의 갈등관계로 치닫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미국 정치 분석가 데이비드 애스먼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냉소적이 될수록 더욱 감동적인 스토리를 찾는다고 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과 한국 대선에서 감동을 전해주는 후보는 누구일까.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86/3/70040100000086/20120902/49064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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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4:28

싸이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면서 3년 전 만난 국제기구의 교육 담당 박사가 문득 떠올랐다. 북유럽 출신으로 유아 교육을 20년 가까이 연구한 전문가였다.

그는 수십 개 국가를 찾았지만 한국 방문을 앞두고는 유독 마음이 설렜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다른 선진국보다 눈에 띄게 높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비결을 찾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동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몇 곳을 돌아본 결과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학습 능력에 대한 기대와 요구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진단이었다. 다른 나라보다 아이들이 읽기와 셈하기를 배우는 진도가 빠르다고 평했다. 그는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열정이 높더라. 교사도 학생에게 가르친 내용을 일일이 테스트하고 엄격하게 순위를 매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인터뷰였다. 외국의 교육 전문가를 만날 때마다 드는, 뭔가 개운치 않은 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정작 한국에서는 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차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였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더니 좀 이상한 점이 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며 넌지시 물었다. “왜 한국에서는 공부가 탤런트가 아니냐?”

처음엔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뜻인지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난 뒤 머리가 멍해졌다. 공부를 잘하는 능력은 타고난 재능이나 소질(talent) 중 하나인데, 한국인은 공부를 기본 능력처럼 여긴다는 말이었다. 모든 사람이 노래를 잘하고 축구를 잘하지 않는데, 왜 유독 공부는 누구나 잘해야 하느냐는 지적. 교육 기자를 5년째 하면서 받은 질문 중 가장 뜻밖의 물음표였다.

그는 다른 나라의 학교를 방문하면 △이 아이는 만들기를 잘한다 △저 아이는 수영을 잘한다 △저 학생은 유머러스하다고 소개한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학교는 △수학 교과 우수 학교다 △우리는 서울 시내에서 학력이 몇 번째로 높다고 소개를 하더란다. 다른 나라 유치원에서는 골고루 먹는 습관, 친구와 잘 어울리는 능력을 가르치지만 한국 유치원에서는 복잡한 지능개발 교구, 원어민 교사의 수업 시간을 자랑하더라고 했다.

기자도 학창 시절 공부가 타고난 재능 중 하나라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교사, 학부모 중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이는 없다. 학생이라면 공부는 응당 잘해야 마땅했다. 설령 머리가 좋지 않더라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들 믿었다.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그를 만난 뒤로 내 생각은 꽤 달라졌지만 안타깝게도 교육 현실은 그대로다. 공부 이외의 재능으로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낮은 ‘학교 이후의 세상’ 탓이 가장 클 게다. 그런 마당에 공부는 으레 잘해야 한다고 여기는 우리의 단선적인 인식을 바꾸긴 쉽지 않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아이에게는 싸이의 길을, 운동에 자질이 있는 아이에게는 김연아의 길을,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는 학업의 길을 터주자.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키워주는 게 국가 수준의 높은 학업 성취도보다 의미 있지 않을까.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109/3/70040100000109/20120917/49457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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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3:11

후지 코닥 아그파 코니카. 한때 세계 카메라필름 시장을 과점하던 4개사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수요가 없어지자 미국의 코닥과 벨기에의 아그파는 거의 파산했다. 반면 일본의 후지와 코니카는 생존에 성공했다. 트리아세틸셀룰로스(TAC)필름 쪽으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TAC필름은 TV PC 휴대전화의 모니터에 쓰이는 액정표시장치(LCD)편광판을 보호하는 첨단소재. 국내에서는 효성이 2009년부터 생산하고 있지만 자급률 1∼2%이며, 나머지는 세계시장의 99%를 장악한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日 부품소재산업 여전히 세계 최강


폴리이미드(PI)필름은 섭씨 400도의 고온과 영하 269도의 극저온을 견딘다. 내화학성 내마모성도 뛰어나다. 인공위성,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e북 등은 이게 있어야 만들 수 있다. SK가 2000년대 후반 독자개발한 덕에 국산화율 15%이며 나머지 85%는 일본 가네카사로부터 수입한다. 대규모집적회로(LSI) 등 미세하고 복잡한 회로 패턴의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포토레지스트는 93%를 일본에 의존한다.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굳힌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작년 286억 달러 적자다. 대일(對日) 적자의 70%가 이 같은 첨단 부품소재산업에서 나온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활력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올려 일본(A+)을 앞질렀다. 일본으로서는 처음 겪는 굴욕이다. 동아일보가 경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는 7명이 “한국의 1인당 소득이 20년 안에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우쭐한 기분이 들지만 그렇다고 한국 경제가 곧 일본을 추월할 것처럼 착각해선 안 된다. 국가신용등급이나 구매력기준(PPP) 소득 같은 걸로 ‘일본 추월’을 거론한다면 코미디다. 두 나라 경제를 비교하려면 경제의 ‘규모’(국내총생산·GDP)와 ‘질’(핵심산업지배력)을 봐야 한다. 중국이 ‘G2’라 불리는 것도 GDP에서 일본과 독일을 멀찍이 제쳤고, 기초과학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GDP는 한국의 5배, 인구는 2.4배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며 외환보유액도 1조2700억 달러로 세계 2위다. 제조업 경쟁력, 특히 핵심기술부품 및 소재에서는 세계 최강이다. 일본은 ‘몸살 앓는 거인’이다.

일본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에는 이유가 많지만 핵심은 정부 부채, 즉 국채다. 하지만 일본 국채 문제는 매우 독특하다. 국채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엔화로 발행돼 ‘일본인이 일본인에게 진’ 빚이다. 국가 부도 위험이 전혀 없다는 뜻. 빚과 함께 원리금 청구권도 다음 세대로 승계된다. 따라서 미래의 어떤 시점에 납세자(대부분 중산층이다)가 국채 투자자(같은 계층이다)에게 갚으면 그만인 구조다. 

신용등급 올랐지만 곳곳에 지뢰밭


일본을 가벼이 볼 게 아니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국가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세수 증대가 필요하고 소비세 인상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여야가 권력 다툼에만 매몰돼 유권자들이 싫어할 세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일본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치의 마비, 국가 리더십의 실종에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구조 선진화가 지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등급은 올라갔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도전이 만만찮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는 최대의 복병이다. 일자리, 양극화, 고령화, 노사, 기초기술 부족 등 난제가 산적하다. 국가부채는 GDP 대비 34%로 아직 건전하지만 빚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은 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 경제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105/3/70040100000105/20120920/49537897/1

Posted by 겟업
2012. 9. 22. 12:40

게임에 빠져 학교에 안 가 유급을 하게 생겼다고, 어머니가 10대 아들을 입원시켰다. 컴퓨터를 못하게 하면 금단증상으로 괴로워하면서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웬걸, 그냥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며칠이 지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기에 학교도 가기 싫었느냐 물었다. 재미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단다. 할 게 없어서 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이 재미없고, 학원에 가도 무슨 말을 하는지 쫓아가기 어려웠다. 공부를 해봤지만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학원도 그만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 오늘 학교 안 가”라고 큰 소리로 선언하고, 집에서 머물게 됐다.

자포자기 청소년들 게임에 몰두


게임의 중독성이 너무 강해 헤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현실이 재미없고 짜증나는 일만 있기에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게임중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속내를 보면 ‘현실 도피’ ‘현실 탈락’이었다. 사실 성실한 생활을 하는 10대들은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많지 않다. 친구들과 어울려 한두 시간을 하면 고작이고, 어쩌다가 주말에 서너 시간을 할 뿐이다. 이에 반해 많은 시간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여러 이유로 생활이 잘 관리되지 않는 상황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제인 맥고니걸은 ‘누구나 게임을 한다’라는 책에서 게임세계는 현실세계와 달리 노력한 만큼 보상이 있는 공평함이 특징이며, 실패를 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주기 때문에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한 규칙 안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적당히 어려운 수준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결국 해결해내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갖고 몰입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나름 꽤 오래 노력을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취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일등만 아는 더러운 세상이고, 나머지는 열등이다. 내신 관리가 안되면 아무리 수능을 잘 봐도 소용이 없고, 한 번만 시험을 잘못 봐도 상위권 대학은 포기해야 한다. 무언가에 몰입할 때 사람은 살아 있다는 것을 최고로 느끼고 삶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몰입할 기회를 얻기보다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낄 일이 더 많았다.

아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정작 필요한 것은 게임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하고 끊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것,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하고 현실세계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새 그동안 몰매를 맞아온 게임에 미안해졌다. 조금 세게 말하면 길거리를 배회하며 술과 담배를 하고, 몰려다니면서 거리의 어두운 세계를 너무 빨리 접하느니 집에서 조용히 게임을 하고 있는 게 낫지 않나, 생각도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나온 청소년 셧다운 제도는 득보다 실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세계 복귀 위해 사회가 도와야


현실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만들고, 현실에서 튕겨나가게 만든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게임이란 부풀어 오른 풍선의 튀어나온 한 부분일 뿐이다. 무작정 게임을 못하게 위에서 누르면 풍선의 다른 곳이 튀어나올 뿐이다. 부푼 풍선의 바람을 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렇게 10대를 보낸 이들이 20, 30대가 되었다. 청년실업과 사회적 좌절에 몰린 일부 청년에게는 현실과 게임 사이의 간극이 훨씬 커진 상태다. 그러니 작은 고시원과 PC방에서 현실과 담을 쌓은 채 게임 안에 머물러 있다. 조용히 침잠해 있는 이들이 언제 돌변해 ‘묻지마 폭력’으로 방향 전환을 할지 모른다. ‘잠시 정지’에 머물러 있는 삶이라는 게임을 현실세계에서 조속히 재개하도록 할 사회적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18/3/70040100000018/20120904/49092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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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15

꿀처럼 맛이 달고 삼복(三伏) 무더위에 먹는다고 삼복꿀수박이 아니다. 이 품종을 만든 흥농종묘는 수박 재배 농민과 판매상, 소비자에게 모두 복이 온다는 뜻으로 ‘삼복(三福)’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삼복꿀수박의 운명은 복스럽지 못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흥농종묘 서울종묘 중앙종묘 청원종묘 등 국내 1∼4위 종자업체가 모두 해외 다국적기업에 매각됐다.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청양고추 관동무 같은 우리 종자를 우리 땅에 심으면서 로열티를 내야 했다. ‘종자 식민지’ 시대가 됐다.

▷세계 종자시장에서 몬산토를 비롯한 10대 다국적기업의 점유율은 70%를 차지한다. 곡물 종자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앞세운 미국, 시설원예 종자는 선택과 집중이 뛰어난 네덜란드가 선두주자다. 갖가지 토질과 혹독한 자연조건을 견뎌 낼 수 있는 신품종 개발과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연간 90조 원대의 종자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워 간다. 올해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의 의무를 수행하는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8000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산 정약용이 펴낸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당장 배를 곯더라도 수확한 열매 가운데 가장 잘 여문 것을 종자로 남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수량이 많고 화강암 토질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식물이 분포한다. 종자 자원의 보고(寶庫)가 될 잠재력을 지녔으나 국가 차원의 보호 노력이 소홀했다. 근대 이후 외국인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밀 벼 콩 수목 화훼 할 것 없이 수많은 종자가 유출됐다. 콩의 원산지라는 한국의 콩 자급률이 5%에 불과한 것은 아이러니다. 

▷동부그룹이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사들였던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했다. 배추 무 양파 수박 등의 종자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고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은 못 가져왔다. 맵싸한 청양고추를 적진(敵陣)에 두고 온 건 속 쓰리지만 14년 만에 부분적이나마 ‘종자 주권’을 회복했다. 정부가 종자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이름이 ‘골든 시드(Golden Seed)’다. 정확한 표현이다. 우량 토마토나 파프리카 종자의 국제 가격은 같은 무게 금값의 2배 수준이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씨앗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5/49427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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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12

19세기 자동차가 등장하자 영국의 마차 제조업자들은 정부에 자동차 규제를 요구했다. “도로를 망친다” “말이 놀라 마차 운행이 위험하다”는 주장이 먹혀들어 1865년 적기(赤旗)조례(Red Flag Act)가 탄생했다. 적기조례란 빨간 깃발을 든 사람이 적어도 자동차 55m 전방에서 말을 타거나 걸으면서 통행인에게 경고해야 한다는 법령. 자동차 1대에 3명의 승무원이 있을 것, 마차보다 빠르지 않도록 최고속도를 시속 6.4km로, 시가지에서는 3.2km로 할 것 같은 규제도 덧붙였다. 이런 식의 대응으로 마차는 수명을 좀 연장했지만 결국 다 망했다.

▷2001년 7월 정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등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했다. 이 조치 후에도 고객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에 가지 않았다. 대신 승용차를 끌고 대형마트에 갔다. 이제 한꺼번에 많은 상품을 운반할 수 있게 되자 손님당 구입액(객단가·客單價)이 23∼29% 늘어났다. 고객 차량도 1.8∼2배로 늘어나 마트 주변 교통이 크게 혼잡해졌다. 반면 마트 소속 셔틀버스 운전사 3000여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지식경제부의 용역조사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를 상대로 월 2회 휴일을 강제했지만 휴일에 전통시장 매출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일부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휴일에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면 전통시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지자체의 예상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한편 AC닐슨의 이번 조사와 달리 최근 서울시 조사에선 대형마트 규제 이후 전통시장 상인 36.5%가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혼란스럽다. 용역업체들이 돈을 주는 기관의 의도에 맞추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위협적인 것은 소비자에게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다양한 구색으로 제공하는 까닭이다. 유통혁신을 막으면 손해는 소비자가 본다. 대형마트 휴일 강제를 월 2회에서 4회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14건이나 발의돼 있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형마트 규제만으론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진입을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 어떤 업종이든 상황 변화에 적응해 자기 변신을 해야 생존 가능하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3/49364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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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09

혹한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유빙이 떠다니는 북극은 1909년 미국의 로버트 피어리가 걸어서 북극점을 밟기 전까지만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였다. 쉰셋의 피어리는 북극점을 정복한 감격에 겨워 “정복됨을 슬퍼하지 말라. 북극점이여,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려다오”라고 외쳤다. 한국 원정대도 1991년 세계에서 11번째로 북극점을 밟았다. 

▷북극은 북극해를 포함한 북위 66.56도 이북 지역을 말한다. 면적은 지구 표면의 약 6%에 해당하는 2100만 km²에 이른다. 북위 90도의 북극점을 중심으로 약 1400만 km²의 얼음바다인 북극해가 펼쳐져 있다. 동토(凍土)와 얼음바다뿐인 북극은 접근이 어려워 과학연구나 탐험 목적 외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북극의 운명을 바꿨다. 얼음이 녹으면서 개발비용이 뚝 떨어졌다. 북극은 탐험 시대에서 개발 시대로 접어들었다. 광대한 시베리아를 거느린 러시아, 알래스카의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가 북극 해빙(解氷)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북극지역에 전 세계 미(未)발견 석유와 가스의 22%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009년 덴마크에서 분리돼 자치정부를 수립한 그린란드는 국토의 80% 이상이 빙하로 덮여 있지만 최근 남서부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정도로 따뜻해졌다. 이곳에는 석유 외에도 세계 수요의 25%를 충당할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바닷길도 열린다. 북극 항로는 기존 인도양 항로보다 40%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극해 인접 5개국은 2008년 그린란드 일룰리사트에서 북극해의 권리를 자신들이 보유한다고 선언했다. 일본 영국 중국도 북극 자원개발에 나섰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그린란드를 공식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그린란드의 ‘그린(녹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개발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자원개발의 물꼬를 텄다.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협력대사를 지낸 신재현 변호사는 “지난해 그린란드를 방문했는데 선진국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까지 진출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한국 기업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북극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1/492948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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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04

‘아이돌걸스’ ‘오케이뱅’ ‘캔디마피아’.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아이돌 그룹을 벤치마킹한 다른 나라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다. 아이돌걸스는 ‘소녀시대’와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여성 9명으로 이뤄진 중국의 걸그룹이다. 오케이뱅은 이름부터 ‘빅뱅’을 어설프게 흉내 낸 티를 내는 중국의 보이그룹이다. 캔디마피아는 태국의 걸그룹으로, ‘2NE1’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그대로 무대에 선다. 아시아 각국에서 최근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을 본뜬 ‘짝퉁 아이돌’이 등장해 한류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아이돌걸스나 오케이뱅의 처지였다. 주로 일본 것을 모방했다. 1987년 데뷔한 남성 3인조 댄스그룹 소방차는 역시 남성 3명으로 구성된 일본 댄스그룹 ‘쇼넨타이(少年隊)’를 따라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 록그룹 ‘X-저팬’의 노래를 우리 가수나 그룹 서너 명(팀)이 동시에 베껴 불렀다. 자신의 노래가 일본 그룹 ‘튜브’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걸 알게 된 배우 김민종이 가수생활 중단을 선언한 게 불과 16년 전이다.

▷198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 엑셀이 미국에서 잘 팔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 CNN의 뉴스 앵커는 ‘Hyundai’를 ‘현다이’라고 발음했다. ‘현대’보다는 ‘혼다’에 가깝게 들렸다. 일본차의 아류 정도로 인식됐다.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인 워크맨과 삼성전자가 만든 마이마이를 비교하면서 ‘어휴, 언제 워크맨 같은 걸 우리가 만드나’ 하고 한숨지었던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물론 이제 미국인들은 현대를 ‘현대’라고 발음하고 삼성전자는 애플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다. 

▷지금이야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과거에는 미래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발생할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벌어지고 나면 엄청난 놀라움과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사건을 ‘X-이벤트’라고 한다. 9·11테러나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이 대표적인 예지만 우리 가요를 전 세계인이 부르고,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서며 현대자동차가 혼다를 제친 일은 우리에게 X-이벤트다.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게 매긴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X-이벤트가 한국 정치에서도 벌어진다면 나쁘지 않겠다.



민동용 주말섹션 O₂팀 기자 mindy@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0/4926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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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02

국내에서 진행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재판에서 삼성의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광장, 애플의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김앤장은 규모 전문성 등 여러 면에서 국내 변호사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 꼽힌다. 특허 업무를 담당하는 변리사만 150명 안팎을 거느리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세계적 법률전문지 ‘글로벌 아비트레이션 리뷰’가 선정한 아시아 지역 1위 로펌으로 뽑혔다.
▷국내 재판에서 애플이 한국인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외국의 법률회사는 한국 법정에서 소송 대리를 하는 일이 금지돼 있다. 2017년 송무(訟務) 시장이 개방된 후에도 국내법 체계를 잘 모르고 한국어도 서툰 외국인 변호사는 한국인 변호사의 보조 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삼성-애플의 미국 재판에서 삼성은 미국의 최고 법률회사인 퀸 이매뉴얼 어쿼트 앤드 설리번에 소송을 맡겼다.

▷김앤장이 애플의 소송대리인이 된 것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도 곱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법률회사가 외국 기업에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이 대외적 신뢰를 얻는 길이다. 국내 로펌들은 이런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여론 눈치를 보느라 한국 변호사들이 소송 대리를 기피한다면 외국 기업은 ‘한국에서 소송으로 가면 필패(必敗)’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외국 기업들을 내쫓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가재는 게 편’ 식의 판결이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한국 법원이 객관적으로 판결하는 쪽이 국익에 보탬이 된다. 삼성-애플 소송에서 미국에선 실리콘밸리 주민들이 배심원이었지만 한국 법원의 재판장은 지식재산권 국제 소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딴 판사였다. 판결 내용도 훨씬 전문적 객관적이었다. 

▷이 같은 논의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논리와 아주 닮았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클로드 바스티아는 “상대가 보호무역을 하기 때문에 우리도 보호주의로 보복하겠다는 것은 상대국이 암벽 해안이기 때문에 우리도 멀쩡한 항구를 파괴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경제학도들이 이 말의 이론적 타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홍콩 싱가포르는 ‘상대의 태도와 무관하게’ 자유무역을 견지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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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1:52

사흘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을 들으면서도 내 마음은 줄곧 달 위에 인류의 첫걸음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에 머물렀다. 그의 죽음은 특히 이번 선거와 겹치면서 큰 여운을 남겼다. 암스트롱을 달에 보낸 당시의 미국은 위대하고 감동적인 여정을 시작한 국가였다. 과학 컴퓨터공학 물리학의 돌파구를 마련해 미국을, 나아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어떤 여정에 있나. 예산 균형을 맞추는 일?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길? 이들도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어디로 가기 위한 건강이고 무엇을 위한 균형이라는 것인가.

공화당의 답을 듣기 위해 공화당 전당대회를 찾았다. 무엇보다 밋 롬니 대선후보의 새로운 구상을 기대했지만 내가 얻은 것은 허름한 티셔츠 한 장이 전부였다. 롬니 후보와 공화당의 정치적 기반에는 별다른 유기적 연관성이 없다. 롬니 후보는 당의 힘을 빌려 대통령 당선의 꿈을 이루려 하고, 당은 롬니 후보를 활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의 부인 앤은 남편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연설했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실수가 아니었다.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사람이다. 라이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고용과 적자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런 큰 구멍을 만든 부시 행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혹평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외교정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연설자 대부분은 이민자라는 가족 배경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공화당이야말로 이민법 개혁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정당이다. 부끄러움 없는 위선의 경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짓을 바탕으로 연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진실도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새로운 여정을 얘기하지도 않는다. 이번 선거는 두 후보 모두 “나는 그저 밋 롬니가 아닐 뿐이에요”라는 구호로 경쟁하는 선거인 셈이다.

기업 철학자 겸 LRN의 최고경영자인 도브 사이드먼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달 탐사 구상을 발표할 때 10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 강력하고 거대한 비전은 대통령이 죽은 뒤에도 계속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뒤로 자신의 임기 이후를 내다보는 감동적인 비전을 내놓은 정치인은 없었다. 사이드먼은 이번 선거를 두고 “경합주 유권자를 빼내려는 데 열성적이지만 그 누구도 우리 모두를 하나의 국민으로 고취해 도전적인 여정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여정은 단순한 연설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모을 전략을 세우고 이를 수행할 법규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목표가 그런 여정에 부합할까. 달에는 이미 인간을 보냈다. 10년 안에 모든 미국인이 고등교육, 즉 직업학교 전문대학 4년제 대학 등의 교육을 받도록 하면 어떨까.

또는 세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사대’로 미국을 바꾸면 어떨까. 10년 안에 미국에서 창업하는 기업을 현재의 50만 개에서 100만 개로 늘리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이를 위해 이민법을 개정하고 과학연구에 새로 투자하고 인프라를 다시 구축해보면 어떨까.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예외론’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위대한 국가를 보통 수준의 국가로 만들 뿐이다. 위대한 여정은 포기하고 예외론만 제창하는 꼴이다. 만약 이번 선거가 두 정당이나 두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닌, 예외적인 비전의 여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51/3/70040100000051/20120904/49092862/1

Posted by 겟업
2012. 9. 13. 20:59


새로운 집단에 발을 담그면 눈치껏 빨리 내 자리를 찾아야 한다.

어떤 수준의 발언을 할지, 얼마만큼 발언을 할지,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지 빨리 결정하고 포지셔닝 잘해야 앞으로가 편하다. 



오늘 토론반 이후 느낀 점은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승자는 

아는게 많은 유식한 사람도 아니고

말을 청산유수로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건전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healthy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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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9. 5. 22:04
인물사진

 

http://blog.daum.net/parismadame/8792252

http://blog.daum.net/parismadame/8792273

 

 

 

 

취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계속 공부하고 싶다.

졸업을 앞두고 하루에 수십번도 마음에 왔다갔다한다.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공부 시작하면 박병선 박사님 반 만큼이라도 할 수 있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yes 라는 대답이 나온 적이 없다.

 

 

혹시 내가 대학원을 진학하고, 학자가 된다면 그 출발점은 박사님 절반 만이라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일거다.

약속 지켜라.


 

Posted by 겟업
2012. 8. 25. 16:50

대학교 2학년 여름 밤,

친구와 운동장을 산책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눈 이야기다.

나는 아직도 그 날 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날 결론은 이거 였다. 

"똑똑하게 사랑하라"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친구가 그랬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말 참 무섭지 않냐고?



그땐 그저그런 명언이라 생각하고 진부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왜냐면 그 당시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고 착각했으니깐.

열심히 학교도 다녔고, 책도 많이 읽었고, 하고 싶은 일도 실행 중이었으니깐. 

대충 이정도 살면 됐다라는 자만심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말의 진가를 알것 같다.


나 열심히 사는 중이라 괜찮아.

같은 얄팍한 생각말고


정말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이 걸 저 나이때 고민했었으면 

나는 3~4학년씩이나 돼서 그렇게 방황하지 않았을거다.



"what" 이 아니라 "how"다. 


내가 누군지, 나를 형성하는 내 인생의 목표가 뭔지 먼저 생각해라.

진짜 이거 생각 안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저거 진짜 명언이야. 

나처럼 흘려 듣지 말고 진짜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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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8. 21. 22:15

한국여자골프가 잘하는 이유


기량이 좋다? 젓가락을 써서 유리하다? 연습량이 엄청나다


아니다. 

프로 데뷔 순간부터 자신이 집안의 가장이라는 마음가짐.

온 가족이 달라붙어 스케쥴관리하고, 온갖 뒷치닥거리해주는 아빠가 따라붙으니깐 

오늘 내가 우승 못하면 우리 가족 굶겠구나 라는 마인드가 생기는거다.


이렇게 덤비니 취미로 하는 골프랑 비교가 안되는거고, 한국 여자 골퍼들이 세계 무대에서 우승할 수 밖에 없는거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마인드가 다르다.


프로란 진짜 자기가 가진 모든걸 걸고 죽자살자 달려드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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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8. 21. 13:43

예전에 한양대 자게에서 누가 적었던 글을 우리 학교 게시판에 퍼온 글이 하나 있는데 

(글 내용을 봐선 글쓴이는 아마 외무고시 합격 or 합격 근접 정도되는 A급 인재인듯)



대학교 1,2학년들에게 충고 내용이었고 그 중에 고상하게 노는 습관 만들고 수준 높은 지식을 챙겨서 삶의 스탠다드를 높여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대략 실천 사항을 요약하면 


1. 책 한 권을 사더라도 학교 서점이 아니라 교보문고에 가서 거대한 지식에 압도되어보고 최신 트랜드도 읽어보자.

2. 술을 마시더라도 맥주에 대해 주저리주저리하고 몇마디라도 할 말이 잇는 수준 있는 상식을 갖춘 사람이 되자.

3. 심심풀이 영화만 보는 문화생활이 아니라 유명한 전시회나 문화행사는 챙겨보자.

4. 놀더라도 도서관에서 놀고, 머리를 식히더라도 광화문, 강남같은 한국을 이끌어가는 최고의 기관과 기업들이 밀집된 곳을 가자.

5. 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 , 예컨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기업,기관,브랜드 정도는 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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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8. 21. 13:14

1. 5개 신문 사설 읽고 좋은 사설 스크랩 하기

2. 영어공부

3. 운동하기

4. 2시 이전엔 꼭 잠들어서 맑은 정신 유지하기





1. 한달에 고전 1권 영어 원서로 읽기

2.  한달에 한 번 친구와 전시회, 음악회 가기


장기목표 

독서를 통한 인문학 분야 단단하게 만들기 (고전 읽기)

경험을 통한 예술로 안 쓰던 뇌 영역 자극하기(언어 예술, 조형 예술, 음향 예술 분야 골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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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