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출서 중국 비중 24%… 中 성장세 꺾인다면 큰 위협
인도·브라질 등 수출 늘리고 중국 내수시장 전략이 필요
자본재의 국산화 비율 높여 무역 흑자 對中 의존 낮춰야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졌다. 금융 위기와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시기에 중국의 분기 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3년 이래 9년 만의 일이다. 중국도 이제 10%를 넘나드는 고성장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이는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 고성장을 지속해 왔고 그에 힘입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역시 급팽창해 왔다. 1990년대 말 100억달러 수준이던 대중국 수출은 1300억달러를 넘어섰고,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4%까지 높아졌다. 홍콩·대만 등 범(汎)중국권을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중국 수출을 발판으로 한국은 세계 7위의 수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중국과의 교역은 규모뿐 아니라 수지 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과의 교역에서 얻은 무역수지 누적 흑자액은 2800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 흑자는 3000억달러 수준이다. 중국과의 교역이 한국 경제의 성장에 기여했음은 물론이고 1990년대 말 외환 위기와 이번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꺾인다면 한국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중국경제가 성장이 둔화되는 과정에서 위기라도 겪게 된다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지금의 유럽발(發) 위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다. 중국경제가 고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3%대에 머물고 있는데 중국이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을 들라면 그것은 중국 경제의 안위(安危) 여부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한국 경제에 과실을 안겨주고 있지만 중국경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 이제 그 달콤함에 취해 있기만 할 때는 지났다. 그동안 얻은 과실이 컸던 만큼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고통 역시 상당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그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근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교역 상대국이니 중국과의 교역 확대는 지속되어야 하는 일이고, 결국 중국 이외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답이다. 특히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에 대한 수출 확대 여지가 많다. 인도와 브라질의 경제 규모를 합치면 중국경제의 60%에 달하지만 이 나라들에 대한 수출은 대중국 수출의 20%도 되지 않는다. 또 이 외에도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성장성 높은 신흥시장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집중공략이 필요하다.
대중국 수출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대중국 수출의 70% 이상이 중간재 수출이고 이 중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가공되어 전 세계로 수출된다. 따라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수출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문제는 중국의 한 해 수출규모가 2조달러에 달할 정도로 커져 공룡화된 반면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어 앞으로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도 수출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을 예상하고 지난해 이미 '12차 5개년 규획'을 통해 내수 확대 성장 전략을 선언한 바 있다. 중국은 앞으로 소비수요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밖에 안 될 정도로 중국의 소비시장은 발달이 지체되어 있다. 이는 그만큼 소비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공무역의 전진기지로서만이 아니라 유망한 소비시장으로서 중국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의존도도 낮춰가야 한다. 한국의 무역구조를 단순화해 보면 자원생산국에서 원유 등 원자재를 들여와 일본 등에서 구입한 자본재를 활용해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는 구조다. 따라서 무역수지는 산유국과 일본에 대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중국 등 상품 수출국에서 흑자를 내는 구조다. 결국 무역수지 흑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효율 제고 등을 통해 원자재 활용 효율을 높이고 자본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유로 체제도 처음 출범했을 때 역내(域內) 교역이 활성화되고 금융 접근성이 높아지는 등 회원국들에 과실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달콤한 과실 안에는 재정위기라는 치명적인 독(毒)이 숨어 있었고 결국 과실의 향유는 10년을 가지 못했다. 중국경제가 우리에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8/20120718017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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