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23:20

최근 한일 관계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이 연기되는 등 급랭한 데 대해 일부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친중(親中)적으로 변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는 주기적으로 냉·온탕을 거듭해왔지만 이번 GSOMIA 연기는 과거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GSOMIA 반대론에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 중국 포위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GSOMIA 반대의 명분은 '반일(反日)'이지만, 본질은 '친중(親中)·탈미(脫美)'라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가 중국과 GSOMIA와 유사한 군사협정 추진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 한 전문가는 "한국 정부까지 중국 눈치를 노골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국의 중국관은 실용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 경제적으로 최대 교역국이며 북한에 영향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중국을 자극해서 경제적으로도, 남북한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게 없다는 논리이다. 일부에서는 몰락하는 명(明)나라에 편중된 외교를 펴다가 청(淸)나라의 침략을 자초했던 조선시대의 '삼전도의 굴욕'까지 들먹이며 친중외교를 강조한다. 제주해군기지 반대론자들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동참,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떠오르는 태양' 중국과 '지는 태양' 미국 사이에서 무엇이 국익(國益)인가 하는 질문도 던진다. '연미화중(聯美和中)'이니 '연미연중(聯美聯中)'이니 하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이 결코 떠오르는 태양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중국이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공산당 독재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심지어 방위백서에서 중국이 빈부격차·소수민족·인권문제 등으로 사회불안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외부에서 해소하기 위해 극단적 민족주의와 군사적 모험주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군사대국화, 동·남중국해 진출 강화가 그 전조(前兆)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등이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 중국을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는 국가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기도 하다. 물론 "10년째 중국 붕괴론이 나오지만, 이제는 중국 붕괴론이 붕괴할 때가 됐다"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도 있다.

한국은 중국의 장래에 대해 일본과 달리 낙관적이다. 단기간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달성한 우리의 성공 체험처럼 중국도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낙관론의 배경에는 중국이 극단적인 경제 침체나 사회 혼란에 빠질 경우 초래될 한국 경제의 타격이나 한반도 정세 격변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좋은 것만 상상하고 싶어하는 심리도 작용한다.

하지만 한국도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 이어도 분쟁, 탈북자 강제송환, 대북활동가 고문(拷問) 등 중국과의 갈등 요소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선택의 순간이 임박하고 있다. 적당한 눈치 보기와 현실 외면은 올바른 생존전략도, 국익(國益)도 아니다.



차학방 도쿄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0/2012081002640.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