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중국 신화통신의 영문 뉴스가 부쩍 늘었다는 걸 실감한다. 미국발 뉴스를 신화통신 영문 뉴스를 통해 먼저 알게 될 때도 있다. 신화통신은 2010년 24시간 영어 뉴스 채널도 시작했다. 신화통신 사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관점에서 국제적인 비전을 보여주려는 정부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국영방송인 CCTV도 24시간 영어 뉴스 채널을 운영한다. CCTV는 2010년 수십명 수준이던 해외 인력을 올해 말까지 280명, 2016년까지는 80개 지국 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CCTV는 미국 워싱턴에 기자 80명을 두고 있다. 이는 워싱턴에 있는 한국 특파원단 전부를 합한 숫자의 2~3배에 달한다.
CCTV의 해외 진출은 미국을 비롯,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의 6개 지국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명분은 ‘중국 시각으로 국제 뉴스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서구 미디어들이 중국에 대한 편파적인 시각으로 중국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그리는 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위성TV 방송 ‘알자지라’의 성공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알자지라는 중동과 아랍인 시각에서 국제 뉴스를 보도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의 꿈은 알자지라보다 더 커서 ‘세계적인 미디어 제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중국의 ‘국가적 사업’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 신화통신은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근처에 사무실을 열었고,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을 임차, 광고도 시작했다. 주요 언론사가 모여 있는 지역에 진출함으로써 국제적인 면모를 한층 강화한 듯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영어로 보도한다 해도 신화통신이 결국 중국 공산당의 선전기구라는 점 때문에 경계의 눈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중국 보도기관들이 권력 감시와 공익 수호라는 언론의 기본 사명을 공유하는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도기관들이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스캔들이나 티베트 독립운동 등을 속 시원하게 보도하지 않는다고 본다. 리비아 사태 때도 장기 집권 독재자 카다피 처지에서 보도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중국 보도기관들의 세계 진출 확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 보도기관들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에 약 8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광고 시장 사정이 악화돼 세계 유수 언론사들마저 적자에 시달리다 규모를 축소하고 문을 닫는 마당에 이들은 국가 지원을 받으며 거침없이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사정이 어려운 개도국 언론사에 신화통신 영문 뉴스를 공짜로 제공하고, 언론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에 통신위성을 지원한다. 중국산 뉴스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기존 언론사들의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통제를 받는 보도기관이 만들어낸 중국산 영문 뉴스가 미디어 시장에서 판치는 날이 곧 올 수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최근 “정보 전쟁에서 미국이 밀리고 있다”고 한 것도 중국의 이 같은 공세를 의식한 것이다.
중국 보도기관들의 해외 진출 확대 계획은 규모가 너무 커서 중국이 ‘미디어 항공모함’을 띄울 기세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서 사들인 ‘바랴그’호를 개조해 만든 항공모함이 아니라 바로 이 미디어 항공모함이란 것이다. 세계가 가격 때문에 값싼 중국산 상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국가 지원 덕에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중국산 영문 뉴스를 볼 수밖에 없는 날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중국산 뉴스엔 중국 당국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강인선 국제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9/20120819012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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