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2. 20:46

요절시인 이상의 글 가운데 누가복음이 등장한다는 건 정말 의외의 발견이다. 그의 수필 <산촌여정>에 나오는 한 토막의 글은 이렇다. 

"…. 그러나 공기는 수정처럼 맑아서 별 빛 만으로라도 넉넉히 좋아하는 누가복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참 별이 도회에서보다 갑절이나 더 많이 나옵니다. 하도 조용한 것이, 처음으로 별들이 운행하는 기척이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이 대목을 내게 메일링 한 미국 워싱턴의 시인 김명희의 주석도 놀랍다. "이상은 '별들이 운행하는 기척'을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사물에 대한 센스는 너무나 날카롭고 섬세하여 없는 소리도 듣는 것입니다. 없는 소리를 듣는다 함은 상상의 세계이겠지요." 


김명희는 이상에 관한한 도사다.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를 영역 출간, 미국 출판계에 파문을 일으킨 이상의 권위자로, 이상의 센스를 '없는 소리도 감별해 낼 정도'의 수준으로까지 확대해 읽을 줄 아는 시인이다.




이상도 김명희 교수도 어떻게 별들이 운행하는 기척을 들을 수 있는거지? 


나 소름 끼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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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