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2. 17:53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1979∼1992년생 954만 명을 지칭하는 에코세대는 베이비부머와 연령에서 오는 세대 차 이상의 간극을 갖는다. 에코세대는 세계관부터 판이하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경제적 이익에 눈먼 부끄러운 일이라는 유시민 전 의원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로 세상을 보고,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읽으면서 기존의 잘못된 사회구조에 분노한다. 그렇지만 에코세대는 일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하고 산 이전 세대와 달리 즐겁게 소비하기 위하여 일한다. 김정운 교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휴테크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에코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으면서 위안받는다.

에코세대를 취업 신용 주거의 3중고(苦)로 연애 결혼 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하는 ‘삼포세대’라고 칭한다. 이들이 은퇴해 노후생활에 들어갈 2060년경에 국민연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노후가 막막하고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감소해 다음 세대로부터 도움도 못 받는 슬픈 세대다. 과연 에코세대는 미래가 막막한 불행한 세대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벌레보다 일 통한 만족 추구로 

에코세대는 월세로 사는 사람이 많고 자기 집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 걱정하지만 20대 나이에 혼자 살면서 자기 소유의 집에 사는 것이 더 이상하다. 보통 형제자매가 둘 이하이니 부모가 살던 집은 이들의 집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이대로 두면 재정불안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도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고령화를 앞당길 것인가, 아니면 늦출 것인가는 이제 결혼 및 출산연령에 진입하고 있는 에코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에코세대는 이전 세대가 가지고 있지 못한 희망이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기술(IT) 시대에 성장한 에코세대는 21세기 지식공유 시대의 절대 강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단숨에 지구 반대편에 가는가 하면 수십 년 전 과거도 한순간에 접속한다. 케이팝은 에코세대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30년 전 베이비부머가 직업전선에 들어설 때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에 불과했지만 에코세대는 2만 달러의 경제적 기반 위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취업과 편중된 분배구조의 고착화는 큰 문제다. 청년실업률은 7% 내외로, 10%대의 유럽국가에 비해서는 양호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 중에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지 못한 사람을 실업이라고 분류하는 현재의 통계로는 졸업하지 않고 취업준비 중인 휴학생도, ‘알바’로 연연하는 사실상의 실업자도 실업으로 잡지 못한다. 어림잡아 다섯 명 중 한 명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

모든 정치인이 일자리가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지만 시원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30년 전에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때는 좋든 나쁘든 현실을 수용했다. 지금은 누구나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단카이 세대라고 불리는 베이비부머가 집중 은퇴할 시기에 청년취업률이 크게 높아졌듯이 우리나라 역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좋은 일자리가 연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과거 개념의 좋은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어떤 일자리도 좋게 생각될 수 있도록 경제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먼저 좋은 일자리 개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베이비부머가 직업을 선택할 때는 생존을 위한 선택을 했지만 에코세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권력 재산 명예가 따르는 직업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베이비부머 부모의 고정관념이 자유로운 선택을 막는다.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참다운 의미의 눈높이에 맞춘 일자리 찾기다. 일 자체보다는 일을 통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천의 미꾸라지도 행복한 사회

좋은 일자리를 한정하는 경제사회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대학을 다니든 안 다니든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국가비전과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 선진국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통하는 근본 이유는 학력 간 임금 차별이 거의 없고 복지시스템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별을 축소하고 비정규직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함과 아울러,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가르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국가가 더 많이 책임짐으로써 출발선상에서 기회 균등을 제고해 가난의 대물림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천에 사는 미꾸라지도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국가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김용하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교수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19/3/70040100000019/20120831/49004573/1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