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2. 18:32


도지은 부산 사상구 감전동

제2차 세계대전 때 타이와 미얀마를 잇는 콰이강의 다리 공사에 끌려온 연합군 포로는 5만5000명. 당시 일본의 강제명령에 의해 3000명의 조선 젊은이들이 반강제로 포로감시원으로 동원됐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포로들은 일제히 가혹한 학대행위의 주도자로 조선인들을 지목했다. 조국은 해방을 맞았으나 그들은 전범재판에 기소되어 23명이 사형을 당했다. 가혹한 학대행위를 하고 아픈 포로에게도 일을 시켜 죽음에 이르게 했던 조선인 포로감시원들의 사형 언도에 우리 국민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사형제에 대한 판단은 그 시대가 갖는 정신과 국민의 법감정·법의식에 의해 판단될 수밖에 없다. 국제 재판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사형제 때문에 타국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면, 우리는 그 사형제에 대해 지금처럼 80% 이상의 찬성 여론을 모을 수 있을까. 또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사형을 선고한 그 나라를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시대에 따라 판단기준이 다르고 정권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이 왔다 갔다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어찌 ‘법’에 사람의 ‘목숨’을 맡길 수 있겠는가. 사형은 속죄, 교화 또는 재사회화라는 목적 모두를 상실해 버리는 제도다. 또 단순히 응보라는 이념만으로 형벌을 부과한다면 범죄자 또는 수형자는 그 응보라는 목적에 온전히 내몰린 수단 또는 도구로 취급된다. 이는 인간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살인자 한명이 나머지 국민 모두를 살인자로 만드는 사형제는 인간을 도구화하고 존엄성을 해친다. 그 소수의 사람들이 우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불가침을 침해하려는 것을 내버려 둬선 안 된다. 또 범죄자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평생을 갇힌 공간에서 자신을 후회하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의회는 2010년 3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한 것에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은 지난 1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간주되지만, 사형제 자체를 존치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EU) 의회에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국익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 요구를 경제논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계산적인 입장일 뿐이다. 유럽국가들이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앞에서 든 예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세계적 시각에서 봤을 때 자국의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도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고 보호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헌재가 5(합헌) 대 4(위헌)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할 때 4명이 제시한 위헌 의견도 새겨봐야 한다. 위헌 의견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수단화하지 않고는 형벌목적론의 관점에서 사형제를 정당화하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이진성 헌재재판관 후보자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서울중앙지검 검사직무 대리를 할 때 6명의 사형집행을 참관한 적이 있다”며 “인간의 생명권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이런 경험을 직접 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형 집행이 재개된다면 어느 누군가는 생명이 소멸될 것이고, 이를 방조하는 우리 모두는 살인자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 세계시민으로서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