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7. 20:35

"이효리씨 아시죠?"

"이름이 이상하네요..."

 

라고 대답해 국민요정 이효리에게 굴욕을 안긴 안철수 교수님 같은 극소수를 빼곤 아마 대한민국에서 이효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우상만 13498172 명이라 미어터지는 나의 우상 신전에서 누구를 가장 처음으로 선택해야할지 고민 끝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보다 내 관점을 가장 크게 많이 바꾼 인물 '이효리'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TV를 안보고 살아서 흔한 유행어도 모르는 내가

2000년도 이후 발매된 음악이면 다 최신곡이지 이런 소리하는 내가

연예인의 무식함이 싫어 퀴즈와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내가


이효리가 나의 첫번째 스승(?)이라고 말한다면 안 어울릴만도 하다....


사실 나는 '본성 불변의 불칙'을 믿는 사람이었다.

인간은 어느 정도의 경험과 연륜을 통해 약간은 유해질수 있지만 나도, 남도 본성은 바뀌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 나에게 이효리는 인간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인물이다.


 



                      

    언니 예뻐요




 

 

10년 전 대한민국은 이효리에 열광했다. 이효리가 입고 나온 옷은 어김없이 다음날 인터넷쇼핑몰과 동대문시장에 효리st. 로 출시되었고, 스포츠신문사엔 이효리 전담반까지 생겼고, 당시 인기있던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님을 감히(?) 강효리라고 부를만큼 대한민국은 효리왕국으로 변했다  (서태지, H.O.T. 이효리 이렇게 대한민국 3대 신드롬이라던가? )


효리 신드롬 속에서 내가 이효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된 계기는 'off the record:이효리'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말그대로 톱스타 이효리의 일상을 밀착취재한 프로그램이었고 프로그램은 이효리의 화려함과 고충을 여과없이 보여주고자 노력했고 인기도 상당히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그 당시 이효리 말 한마디는 곧 다음 날 스포츠 기사 1면이었지...). 프로그램을 본지는 꽤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내가 기억하던 이효리는 와 어쩜 저렇게 자신만만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이 잘난 것을 알고 당시 조용한 아이돌들과 달리 자신의 성격을 방송에 과감하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였다. (이 언니는 젖소 천마리 내 것이 되는 시간이 just 10 minutes 이라잖아. 이건 알프스 목동의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해.)

자칫 거만하다고 비춰질 수 있었지만 요정출신 걸그룹에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솔직함과 톱스타답지 않은 털털함에 오히려 사람들은 반했다. 혹시 조금이라도 겸손했다면 오히려 그 당시 이효리의 이미지를 갉아먹을 정도로 느껴졌달까? 

그 당당함 + 털털함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톱스타 이효리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인기라는건 역시나 화무십일홍, 그 후로 몇 년간  나도  TV없는 생활이 지속되고, 이효리도 점점 잊혀져갔다. 

간간히 앨범 발표때마다 노래는 없고 섹시함만 있다고 질타를 받았고, 대담하게 연기에 도전했다가 발연기 혹평을 받았고

표절, 고소 등등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서 톱스타 타이틀을 빼앗기진 않았지만 상당히 큰 타격을 받았다.

 

 

 

 


내가 다시 이효리를 만난 것은 힐링캠프였다.


이번에 이효리는 10년 전과 다르게 너무나도 달라져있었다.

당당함은 간직하면서 겸손함을 더했고 자신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쓰기위해 사회 참여를 하는 소셜테이너로 변해있었다.


자신도 인정하듯 여전히 부족하지만 성장 중이다. 

수많은 걸그룹 여자들이 덤프트럭의 시멘트처럼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아직도 살아남은 것도 대단하지만 

더 대단한건 더 성장할 그녀의 10 년 후 모습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친딸처럼, 언니처럼, 조카처럼 쭉 지켜봐주세요"라는 

끝인사를 남긴 그녀를 보고 있으니 앞으로 10년은 더 건재할 것 같다.



"지금 내가 기부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제가 쓰고 넘치는 것만 기부하고 있다. 나는 내가 쓸 것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효리 멋져요가 아니라 지금부터다)



그 후로 나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교때 싸가지 없던 그 친구는 여전히 싸가지 없을 것' 이라고 단정짓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왜냐고? 사람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깐. 

그래서 나 역시도 내 성격에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눈에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걸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냐고? 사람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깐.

게다가 이 바쁜 현대사회에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보이는 내 장점만 극대화하기도 바쁜데 

단점까지 개선하면 얼마나 비효율적냐는 자기합리화를 고수하면서 살아왔다.


이효리를 보고 저렇게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이효리도 변하는데 나라고 못 변하랴. 

다짐했고 매번 저지르고 넘기던 실수도 기록하고 곱씹으면서 내 단점을 고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한가지 더 있다. 

이효리 덕분에 인간이 참 재밌어졌다. 인간을 더 알고 싶어졌고, 인간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지더라.


이모든게 다 이효리 덕분이다.



이정도면 내 인생에서 이효리는 참 괜찮은 사람이지 않은가?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