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0. 15:26

예전에 야구를 참 많이 봤는데 언젠가부터 뚝 흥미가 떨어져서 2년 정도 안본거 같다.

강민호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 

김현수가 부진해서?

암만해도 롯데가 우승 못해서?


요즘 2012년 준플레이오프를 보기 시작했는데(역시 야구는 시험기간에 봐야 제 맛ㅋ)  

전준우가 나왔다. 그리고 캐스터들은 전준우를 롯데의 '중심타선'이라고 말했다. 



!!!!!!!



분명 2년 전,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전준우가 홈런을 쳤을때 캐스터들은 롯데의 하위타선에서 생각지도 않던 홈런이 나왔다고 호들갑이었고 나는 그때 처음 전준우라는 이름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2년 동안 전준우는 팀의 하위타선->중심타선으로 올라갔는데!


나는 도대체 2년동안 뭘 했나!!!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학 교수  (0) 2012.10.30
행복하게 살기  (0) 2012.10.22
올드보이  (0) 2012.10.11
시인의 센스  (0) 2012.09.22
토론반  (0) 2012.09.13
Posted by 겟업
2012. 10. 11. 16:24

5년 만에 처음 티비가 생겼고
5년 만에 채널 cgv에서 영화를 챙겨봤다.


시험전 날이라도 올드보이를 놓칠 수 없어서 봤는데

이 영화는 정말 볼 때마다 감동한다.

와...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저렇게 잡아내지? 



시험기간이다 보니 영화를 보면서 또 반성한다.

박 감독이랑 같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나는 뭐지?

나는 같은 투입을 해도 산출을 왜 이모양인거임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하게 살기  (0) 2012.10.22
전준우는 중심타선이 될 동안 나는 뭘했나...?  (0) 2012.10.20
시인의 센스  (0) 2012.09.22
토론반  (0) 2012.09.13
프로의 자세 - 한국 여자 골프가 잘나가는 이유  (0) 2012.08.21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21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아침엔 맑았는데 오후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병환 중이던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우산을 들고 학교로 찾아오셨다. 정문 앞에 삐뚜름하게 서 계신 아버지를 발견하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앞을 가려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날 아버지와 아들은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겨드랑이에 서로 체온을 느끼며 집에 왔다. 아버지는 그해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검정 우산이 생각난다. 

중국 관리들은 자리가 높고 낮음을 떠나 다른 사람이 받쳐주는 우산을 쓴다. 시찰할 때, 연설할 때 곁에는 으레 우산 든 사람이 있다. 심지어 어린이 행사 때 어린이에게 우산을 들게 해 지청구를 듣는다. 중국인에겐 미국·러시아 대통령이 부인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모습, 영국 여왕이 스스로 우산 든 모습이 신기하고 부럽다. 몇 해 전 원자바오 총리가 수해 현장 진흙탕에서 손수 우산을 든 사진이 그들을 감동시켰다. 

▶10년 전 서울에서 근무한 험프리 영국 대사는 초저녁 정동길을 산책하다 소나기를 만났을 때 말없이 우산을 건네준 젊은 남녀를 잊지 못한다. 관저에서 불과 10분 거리였지만 우산도 없고 비 피할 데도 없었다. 젊은 커플은 각기 우산을 갖고 있었고 그중 하나를 선뜻 내주고 사라졌다. 올여름까지 재직한 충북 음성경찰서 서장은 생일을 맞은 경찰관들에게 우산을 선물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처럼 시민과 가정과 사회를 지켜 달라는 의미였다. 

▶태풍이 몰아친 그제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40대 경찰관이 휠체어 탄 30대 남자 장애인에게 한 시간 동안 우산을 받쳐줬다. 이 장애인은 오전부터 비를 맞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중증 장애인에게도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는 피켓을 든 채였다. 경찰관은 "오늘은 태풍 때문에 위험하니 이만 들어가고 다음에 나오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 장애인은 "오늘은 내가 (시위) 담당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몸이 불편해 우산도 들 수 없었다. 경찰관은 아무 말 없이 제 우산을 펴 들었다. 

▶카메라 렌즈에도 빗방울이 맺혀 어제 신문에 흐릿한 사진이 실렸지만 우산 아래 묵묵히 앉고 선 두 사람 모습이 도드라져 보였다. 지난 7월 비 오는 날에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 40대 경찰관이 위안부 소녀상(像)에 우산을 씌워주는 사진이 사람들 마음을 적셨다. 여의도엔 국민이 비 맞을 때 우산을 내미는 지도자가 있고 거꾸로 우산을 뺏는 지도자도 있다. 그걸 가려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우산은 저 혼자 쓰면 겨우 비를 가리지만 남에게 건네면 아름다운 감동이 된다.



김광일 논설위원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20

형량 강화만으론 범죄 줄어드는 효과 크지 않아…
가용 자원 모아 단기·중장기 대책 동시에 실행하고 시민단체·학교 등 범죄 예방 협력을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범죄는 사회가 생긴 이래 사람들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두려운 존재다. 그래서 범죄 문제는 빈곤 해결이나 남북통일보다도 어렵다. 범죄는 인류가 있는 한 사라질 리 없다.

범죄 문제 해결이 어려운 건 복잡하기 때문이다. 범죄는 수많은 요인이 결합해서 발생한다.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하니까 정확한 진단 또한 어렵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는 본능적이다. 강한 욕망의 굴레에서 범죄는 발생한다. 사람들은 지금껏 뭔가 기막힌 해결 방안을 기대해왔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범죄를 한 방에 보낼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역사는 증명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채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범죄 억제를 위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사람 생각을 바꾸거나, 아니면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교육을 통하거나 겁을 줘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람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이 범죄는 나쁜 것이고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때리거나, 가두거나, 심하면 처형하는 것과 같이 겁을 주는 방법도 사실 또 다른 코딩(coding)이다.

그러면 형량(刑量) 강화와 같이 겁을 세게 주면 범죄가 줄어들까. 요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지만 형량 강화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 17세기 영국 런던은 극심한 범죄로 몸살을 앓았다. 궁여지책으로 사과 한 개를 훔쳐도 사형에 처했다. 열 살짜리 소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에서 1975~1989년 사이 평균 선고 형량을 3배 늘렸더니, 결과는 범죄율 증가로 나타났다. 요즘 문제가 되는 아동 음란물도 미국에서는 제작이나 광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소 15년형을 받지만 그래도 아동 음란물은 범람한다.

범죄자들에게 미래 가치는 높지 않다. 범죄를 저질러 생기는 가치는 당장 지금이고 처벌은 훗날 얘기다. 그것도 잡힌다는 가정에서 말이다. 사람을 죽이면 극형(極刑)을 받는다는 걸 모르고 살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살인이나 성폭행 모두 잡히면 크게 혼난다는 것을 알고도 저지른다.

물론 형벌은 법과 질서의 기본 조건이다. 형량 강화와 같은 처벌 위주 대책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범죄는 사회문제의 부산물이다.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요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범죄는 크게 줄어들 수 없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자식을 굶겨 죽이는 부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처벌 일변도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만약 경찰이나 검찰 같은 법 집행기관의 노력만으로 범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범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단속 경찰관을 매달고 차량을 질주하는 세상인데 공권력만으로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고 어림없는 얘기다. 사회의 가용(可用) 자원을 모아서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강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범죄로 이어지는 경로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몇 곳이라도 막다 보면 그만큼 범죄는 줄어들게 된다.

또 시민단체, 학교, 보안업체 등이 경찰·검찰과 함께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한다. 이른바 '협력치안' '융합치안'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시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범죄 예방과 억제는 어렵다. 시민 참여가 필요한 부분은 정부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비용이 필요하면 예산 지원을 해야 하고, 봉사 실적을 원한다면 인정해줘야 한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범죄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의지고, 실행이다.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20

지난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제6차 하계 세계경제포럼(WEF·일명 서머 다보스) 회의에 참석했다. 포럼의 한 관계자가 필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국 정부가 WEF와 공동으로 추진해 온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이제 국제기구로 자리 잡게 되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냐는 이야기였다.

‘녹색성장’ 하면 4대 강 사업이나 원전 확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다 보니 그의 칭찬이 바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GGGI도 같은 이유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얼마 전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 기구를 “방만한 예산 운용과 사업집행 부진, 회계보고자료 조작, 각종 예산낭비 등 총체적 부실덩어리”라고 규정하고 “국제기구로의 전환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의혹을 털고 가자”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의혹이 있으면 털고 가야 하지만 GGGI 국제기구화 지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그동안 MB 정부가 외교 목표로 설정했던 ‘글로벌 코리아’의 성과는 미미했다. G20 정상회의나 핵안보정상회의 같은 이벤트는 모두 미국 주도의 행사였고, 우리가 순번제로 주최국을 맡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GGGI 구상은 다르다. 우리 정부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의제화한 데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나라들의 재정지원을 받아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대단한 외교적 업적이다.

2008년 8월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어젠다를 처음 꺼내들었을 때만 해도 국내외 분위기는 다분히 냉소적이었다. 70년대 초 로마 클럽이 ‘성장 한계론’을 공론화한 이래 성장을 위해서는 자원과 에너지 투입이 필수적이고, 따라서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통한 자원한계의 극복’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허만 칸이나 줄리앙 사이먼 같은 소수의 풍요론자(Cornucopian school)들로 제한돼 왔다. 서구에서도 외면해 왔던 이슈를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도권을 잡은 셈이다.


그 결과가 6월 12일 리우 세계환경회의에서 채택한 GGGI의 국제기구화를 위한 합의의정서였다. 노파심에서 말해두자면 이 의정서에는 4대 강도 원자력 발전소도 없다. 첨단기술의 개발과 공유를 통해 성장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빈곤퇴치, 고용창출,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환경보전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국과 후진국,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에 가교 역할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국제적 의제로 만들어 나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부터 시작해 유엔, G20, APEC 같은 다자회의는 물론 많은 양자회의에서도 녹색성장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꾸준히 설득했고, 세계경제포럼 같은 민간기구와 협력해 유수한 글로벌 기업인들의 동참을 유도해 낸 것도 의미가 깊다. 덴마크와 가이아나 등이 이미 이 의정서에 대한 비준을 끝냈고, UAE·노르웨이·카타르·필리핀·코스타리카·에티오피아 등의 비준 동의서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는 중견 국가들에 공을 들인 정부의 노력이 한몫했음은 불문가지다.

내친김에 돈 문제도 살펴보자. 그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의 봉이었다. 부담금만 내고 권리는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GGGI의 경우 덴마크와 아랍에미리트, 호주, 영국 등 총 일곱 나라가 이미 연간 500만 달러의 사업비를 각각 다년간 약정했고, 일본과 독일 등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사업비로 공여한 바 있다. 민간기업들도 기금 공여에 참여하고 있다. 그간의 ‘봉 노릇’에 비하자면 신선한 충격이라 할 만하다.

특히 가장 큰 소득은 한국이 장기적으로 녹색성장의 국제거점국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계기후변화기금(Green Climate Fund) 유치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IMF’로 불리는 기후변화기금까지 우리가 유치하게 되면 근무인원만 1500명에 달하는 국제기구가 송도에 자리 잡게 된다. 그쯤 되면 한국을 녹색성장의 메카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GGGI는 분명 매뉴얼로 만들어 두고두고 활용해도 좋을 만한 가치가 있는 외교적 성과다. 이제 국회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조속히 비준에 나서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기구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국가적 자산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정치쟁점화돼 국내 승인이 지체된다면 손해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문 정 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17/8961722.html?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8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 새 대통령 선거일이 90여일 밖에 남지않았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매일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특별한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정치권은 종합적으로 정리된 정강정책 마련보다 인기영합적 정치흥행에만 급급하여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항상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 다루어야할 주요국정과제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발전사적 관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성장과 복지의 균형 있는 경제·사회체제 구축으로 사회통합을 이루어야하는 어려운 국정과제가 있다. 소득분배의 악화와 양극화는 한마디로 세계화의 가속화와 지식사회의 심화에 수반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체제적 문제이다.

따라서 저소득층과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그리고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지원 등 당장 필요한 대책과 함께 좀 더 중장기적 안목의 일자리 친화적 성장정책과 교육개혁 등 원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교육개혁은 그 자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할 국정과제임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 지금 세계는 지식사회의 심화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는 와중에 있다. 자연자원과 자본보다 사람과 지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은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혁신(innovation)과 생산성(productivity)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기존 교육제도와 교육방법의 근본적 개혁과 함께 탄력적인 평생교육과 훈련·재훈련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필자가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 온 바와 같이 이번에는 반드시 교육개혁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둘 “교육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남북통일 준비는 또 하나의 주요국정과제이다. 앞으로 5년은 한반도 통일의 구체적 기틀을 마련해야할 중요한 시기로 봐야한다. 어떤 시나리오에 의한 통일이든 통일의 기회는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의 경우에서처럼 남북한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없이 한반도 통일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평소 성숙된 외교를 통해 주변국들과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통일된 한국이 이 지역과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해야한다. 통일된 강한 독일을 두려워했던 이웃의 지도자들을 직접, 그리고 미국과 구소련을 통한 간접 외교로 설득해냈던 구서독 헬무트 콜 수상의 리더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그리고 평소에 국제사회 전반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호의(good will)를 꾸준히 쌓아야 한다.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는 등 이들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등 범지구촌적 문제해결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아직도 개도국 지위 유지를 고집하는 등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외교는 하루 속히 끝을 내야 한다.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이래 많은 개도국과 선진국들이 한국의 적극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는 고무적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계속 하락하고 있는 우리경제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것도 시급하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제도개선으로 유·무형 생산요소 투자촉진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미흡한 사회적 자본 축적 노력으로 우리경제 체제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시급하다. 물론 이러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강화된 정부 부처간 정책조정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IMF 등 국제기구의 계량적 기준에 의한 분류상 “선진국”에 속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일인당소득뿐 아니라 국민생활의 질적 측면에서 오늘날의 일류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사회제도의 선진화와 함께 성장잠재력의 극대화로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제부터라도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이렇게 중차대한 국정과제를 효율적으로 다루어나갈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전문가들의 검증과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국민 모두는 대한민국이 통일된 일류선진국으로 거듭나게할 국가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역사적 의의를 깊이 인식하고 이번 선거에 임해야한다.


사공일 본사고문·전 재무부 장관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17/8961734.html?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7

싱가포르 리콴유, 대만 장징궈(장제스 아들) 그리고 박정희는 대표적인 아시아 독재자였다. 세 사람은 가난한 신생 독립국이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개발독재가 필수적이라고 확신했다. 리콴유는 1994년 유명한 ‘아시아적 가치’를 발표할 정도였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아시아에서는 권위주의 통치가 경제개발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3인은 독재를 통해 조국을 부국(富國)으로 만들어놓았다. 리콴유와 장징궈는 후손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사후(死後) 33년이 됐지만 박정희는 여전히 반대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세 나라 중에서 한국이 가장 어려웠다. 가난의 역사가 길고, 참혹한 전쟁을 겪었으며, 안보위협은 여전했다. 60~70년대 북한 도발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비들이 양민을 학살하고, 게릴라들이 청와대까지 왔으며, 경비병들이 미군 장교들을 도끼로 죽였다. 항상 전쟁의 위험이 있었다. 71년엔 미 7사단이 철수했고 75년 4월엔 베트남이 공산세력에게 함락됐다.

박정희는 이중(二重)의 난제를 안고 있었다. 김일성의 적화야욕을 막아내면서 경제발전을 이뤄야 했다. 그런 그에게 개발독재는 종교였다. 사실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가 그렇게 처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71년 대선을 치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김대중과 신민당은 향토예비군 폐지를 주장했다. 북한 위협을 잘 아는 박정희에게 이것은 충격이었다. 박정희는 안보 혼란을 심히 우려했다. 그는 김정렴 비서실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유세에 수십만이 몰립니다. 북한간첩이 몰래 야당 후보를 테러하고 정권이 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나라는 어찌 될까요. 내란이 일어나지는 않을까요.”

인생에는 욕구를 통제해야 하는 특정한 기간이 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그러하다. 이성교제도, 영화도, 여행도, 달콤한 잠도 참아야 한다. 자신에게 독재 계엄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를 잘하면 성공하고 못하면 실패한다. 가난한 집 학생은 계엄령이 더 가혹해야 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적잖은 나라가 개발독재를 택했다. 대입 수험생처럼 자유와 인권을 잠시 유보했다. 박정희·리콴유 그리고 장징궈가 그런 지도자였다. 가난한 집 학생, 박정희에게 개발독재는 더욱 필수적인 것이었다. 3인의 개발독재는 김일성이나 마오쩌둥, 마르코스, 남미 군부정권 그리고 중동의 후진국 독재 하고는 크게 달랐다. 개인적 탐욕이 없는 애국독재였다. 독재는 성공했고 국가는 부강해졌다.


흔히들 박정희가 경제발전은 이뤘지만 인권은 탄압했다고 비판한다. 이것은 대표적인 모순(矛盾) 논리다.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달콤한 독재는 없다. 독재는 모두 추하고 가혹하다. 그런 독재 없이는 경제발전과 안보·국방이 어려웠는데 “왜 독재를 했느냐”고 비난한다.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 가난한 학생에게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좀 보질 그랬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상대적으로 박정희 독재는 무혈(無血) 독재였다. 대만 국민당 정권은 1949년 2·28 사건 때 본토인 2만여 명을 죽였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77~80)에서는 2만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독재에서는 수백만 명이 죽었다. 박정희는 집권(5·16) 때도, 퇴진(부마사태) 때도, 18년 통치 때도 반대세력을 거의 죽이지 않았다. 자신과 부인이 죽었다.

유일한 살인이 75년 인혁당재건위 8명을 사형한 것이다. 당시는 월남 패망 20여 일 전이었다. 정권이 비정상적 심리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쨌든 이는 정권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다. 정보부는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검찰은 협박했으며,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권은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집행만 미루었다면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박정희는 천상(天上)에서 인혁당 8인에게 사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조국을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유족을 껴안는 일은 이승의 딸에게 남겨져 있다.



김진 논설위원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17/8961725.html?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5

얼마간 생각나는 것만 해도 수원 우웬춘 사건, 통영 아름이 사건, 서울 중곡동 주부 성폭행미수살해 사건, 나주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 성남 발바리 사건, 그리고 엊그제 청주 20대 여성 성폭행살해 사건까지. 잇따르는 성범죄가 입에 담기조차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신문이 이걸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게 지금 한국사회, 한국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진상을 드러내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리 됐을까. 전자발찌 채워놓고 DNA 뽑아놔 봐야 성범죄는 계속된다. 외국 경우처럼 99년, 120년씩 징역형을 선고해도 새로운 성범죄자들은 나타날 것이다. 성범죄자 특히 아동과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한 정확하고 가혹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처벌 강화를 소리 높여 외치지만 그것은 손쉬운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말세다 싶을 정도로 지금 우리사회에서 성범죄가 횡행하게 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자 비교적 솔직한 의견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것은 그래서 다행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사회의 성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 성범죄를 사회계급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논의는 핵심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주위를 보자. 길거리에서부터 인터넷, 케이블TV, 지상파 방송까지 우리는 온통 성을 부추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누구는 그것을 가리켜 한국을 선진국 아닌 '성진국'이라 했다. 인터넷 사업 중에 성공한 것은 포르노와 도박밖에 없다고 하지 않는가. 케이블TV에서는 하루종일 포르노가 방송된다. 아직도 한국 방송이나 영화에서는 성에 대한 위선이 남아 있어 중요 부위는 뿌옇게 처리하는데, 오히려 그것이 그릇된 성 의식을 더 부추긴다. 차라리 그것도 '개방'하는 것이 허위의식의 가면을 벗기고 성의식의 왜곡을 바로잡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동 음란물 제작과 유포는 또다른 문제다. 지상파? 아이돌 운운하는 스타들의 성스러운 복장과 몸짓은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선정적이라고 외국인들이 평가한다는 한국의 하의실종 길거리 패션으로 전파된다. 이런 것들과 성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나 검증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성을 상품화하는 데는 선진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의 상품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사회계급적 원인의 성범죄 발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범죄사회학자인 김준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범죄는 결국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또 힘없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계급 문제"라며 성범죄를 비롯한 범죄는 '괴물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국 최대 규모의 룸살롱이라는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술집을 수사한 검찰은 룸 180개 종업원 500명인 이 룸살롱의 업주가 하루 평균 200여건, 1년10개월여 동안 8만8,000여건의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런 곳에서 한 번에 몇십만원씩 주고 성을 매매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계급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성욕구를 해소할 길도 성을 매수할 수도 없는 계급이 성폭력에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바로 성범죄의 계급 문제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의 상품화는 양쪽 모두의 범죄를 부추긴다.

비슷한 시각에서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제한적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못가진 자들의 성욕구를 풀어줄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서울종암경찰서장 재직 당시 속칭 미아리텍사스로 불린 집창촌을 단속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는 계기를 만들었던 인물이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현실을 인정한 발언이라 할 수 있겠다.

성범죄 이슈는 따라서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성 문제에 대한 거대한 위선과 가식에서 벗어나 좀더 솔직해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범죄자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곪았다고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범죄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하종오 부국장 겸 사회부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50235582438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4

대한민국 미술계는 지금 한창 호황이다. 9월 내내 그럴 것이다. 여기서 호황은 작품을 팔고 사는 미술시장 경기가 좋다는 뜻은 아니니 그것을 기대했던 이에게는 미안하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굵직한 국제미술행사가 거의 전국에 걸쳐 연이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인 '올해의 작가상' 같은 주요 프로젝트와 김수자, 이불 등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중요 개인전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는 의미에서 대한민국 미술계가 호황이라는 말이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비엔날레 붐이 일면서 이제 격년으로 한국의 9월은 축제처럼, 잔치처럼 좋은 의미의 예술 사건이 폭발하는 시기가 됐다. 해외 미술계의 관심과 국제 미술전문가들의 방문 또한 1년 중 이 시기에 가장 집중된다. 물론 그 효과와 의미도 크다. 재미있는 점은 이처럼 주요 미술행사들이 폭죽 터지듯 한 달 내내 연이어 이어지다보니 거기에 참석하는 소위 미술계 인사들의 만남이 대부분 겹친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에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개막식에서, 그 다음 날은 서울 한 상업 화랑의 한국 중견작가 개인전에서, 또 다음 날은 광주비엔날레 장에서, 곧 이어서는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같은 얼굴들을 계속 마주하는 식이다. 국내외 미술전문가 그룹이 확대, 다원화됐다고는 해도 한줌의 사람들이 좁게 네트워킹하면서 주요 일을 꾸려나가고 있는 현장이 국제 현대미술계임을 이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 당사자들은 이렇게 만남이 겹치고 대화가 깊어지는 와중에 상대방의 국가, 소속, 직위, 유명세를 떠나 각자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된다. 어떤 교수는 전문적인 대화가 시작되면 그럴듯한 얼굴로 침묵하거나 자신이 예전에 쓴 책 내용만 반복하고, 어떤 큐레이터는 국제 비엔날레 예술 감독까지 맡았음에도 자신이 기획한 전시를 두고 정보적인 차원의 말밖에 못한다. 

자기 얘기를 하기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학부는 물론 석ㆍ박사까지 국내에서만 공부한 나는 미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미술평론가로 살면서 꽤 오래된 질문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왜 나는 여기서 수준 미달인 어느 영미권 비평가의 난삽한 주장이 담긴 책을 골머리를 앓아가며 읽고 인용해야 하는가?', '한국의 문화예술기관과 학회에 초청받아 강연하는 저 영국 사립대의 교수이자 미술사학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몇 년 동안 똑같은 내용을 이곳에서 발표하는가? 누가 그에게 그런 중요한 기회를 주고, 이처럼 안하무인으로 낭비하도록 돕는가?' 같은 질문이다. 짧게 말해, 외국의 전문가라고 해서 모두가 동의할 실력이 있지도 않고, 최소한 학자 또는 비평가로서 지적으로 신뢰할만한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에게 발언권을 넘겨주고, 결과야 어떻든 무조건적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국내 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들의 책이 대단한 이론이라도 담은 양 반복해서 번역되고, 그렇게 지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태만한 이들의 발표가 회전문처럼 국내에서 돌고 도는 데는 국내 전문가들의 능력 탓도 있다. 하지만 가령 우리 학계와 미술계가 국내 전문가들의 각종 성과를 그 값에 걸맞게 인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국내외 공론장에 노출시키기만 했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게 진행돼 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그에 합당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있다. 

짧은 만남을 통해서도 상대의 진면모를 파악하는 것이 전문가 세계다. 그러니 어떤 외국 전문가가 여기서 하나마나한 일들을 반복하지 않게 하려면, 우선 국내 전문가를 이유 없이 저평가하거나 역할을 축소시키는 비틀린 내부 역학부터 바꿔야 한다. 나아가 국내든 국외든 각자의 역량 및 성과를 생산적으로 교차 비교하고, 상호 수평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동료가, 기관이, 관련 공동체가 지지해주어야 한다.




강수미 미술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32101038192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3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선거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이 그의 지지도와는 별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선거 슬로건들은 주로 선진, 성장, 풍요 등 지겹도록 들어온 단어들을 포함해 왔다. 그것들은 국가나 민족이라는 전체 집단이 나아갈 바를 구호처럼 제시했다. 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에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 둘이 들어 있다. 바로 '저녁'과 '삶'이다.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익숙한 풍경과 환경이 저녁과 삶이다. 그 두 단어를 조합하니 시적인 말이 탄생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가, 그것을 우리가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가를 손 후보의 슬로건은 애틋하게 표현한다.

'저녁이 있는 삶'의 주요 내용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를테면 '정시 퇴근제 도입', '장시간 노동의 개선', '휴가 확대' 등이 손 후보의 첫 번째 정책 목표다. 확실히 그의 슬로건은 직업을 가진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다. 과로에 시달리는 중산층, 개인만의 고즈넉한 시간, 가족과 친구들과 보내는 화목한 시간을 과로에 빼앗긴 중산층에게 그의 슬로건은 어필한다. 그는 노동시간의 단축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경제적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누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본다. 그렇게 그는 한국사회에서 중산층의 두께를 두텁게 하고, 그들에게 안정과 행복을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다소 문학적인 표현법에 중산층, 혹은 중산층에 소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어필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을 곱씹어 보다가 그것을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삶이 있는 저녁'이다. '삶이 있는 저녁'과 '저녁이 있는 삶'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차이는 이런 질문들로 나타난다. 만약에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져 저녁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충분히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할까.

나는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라고 묻는다. 대부분은 아무 것도 안 한다고 답한다. 어떤 분은 낮에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저녁 이후에는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게 최고라고 했다. 그나마 여가 활동이 있다면 TV 시청과 외식, 음주가 가장 많았다. 그 외에 학원, 운동, 영화관람 등이 있었다. 간혹 몇몇 사람들은 흥미로운 대답을 했다. 친구와 '독립잡지'를 만든다거나, '축구심판'이 될 준비를 한다거나. 하지만 그런 식으로 뭔가에 미친 듯이 몰입하고,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삶을 가꾸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는 저녁이라는 시간이 주어져도 정작 그 시간에 채워 넣을 삶이 없거나 부족한 것이 아닐까?

'저녁이 있는 삶'은 '과로'라는 노동의 양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과도한 노동양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노동의 질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노동 조건, 실업의 불안에 덧붙여 주체성 자체를 잃는 존재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는 더 하다. 이들은 임금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의사결정, 구성원 간의 소통, 인간적인 대우에서 불평등과 배제를 겪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삶이 있는 저녁'이 절실하다. '삶이 없는 낮' 동안에 빼앗긴 인간성과 자존감을 저녁에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 

'삶이 있는 저녁'은 '저녁이 있는 삶'처럼 정책 슬로건이 될 수 없다. 그 시간은 기업이나 정부가 우리에게 '배려'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이 있는 저녁'은 차라리 '인간 선언'에 가깝다. 그 선언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노동하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저녁에 다음 날의 노동을 준비하며 내용 없는 휴식의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 우리는 저녁에 우리가 인간임을 입증하는 활동적 삶을 주체적으로 발명하겠다. 그 삶은 저녁에서 새벽으로 아침에서 낮으로 조금씩 확장될 것이다. 가까스로 인간적인 삶이 너무나 인간적인 삶이 될 때까지.




심보선 시인·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22108118192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1

근대 세계를 변화시킨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분명 과학기술이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자연환경과 공동체를 파괴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사회와 자연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대신 가난한 이웃을 돕고 환경을 보호하는 선한 목적에 봉사하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런 사례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들 수 있다.

적정기술은 '한 공동체의 문화적·정치적·환경적인 면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이는 개발도상국이든지 혹은 이미 산업화한 국가들 내에서도 소외된 빈한한 지역에 알맞은 기술로, 무엇보다 적은 자원을 사용하며, 유지하기 쉽고, 환경에 적은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수준의 기술이다.

현재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는 식수가 부족하여 저소득층이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고, 많은 아동이 종일 먼 길을 오가며 물을 구해오느라 고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준 적정기술 중 하나가 라이프스트로(Lifestraw)이다. 이것은 25㎝ 길이의 플라스틱 튜브 속에 설치된 필터와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물을 정화하는 휴대용 정수기로, 웬만큼 오염된 물이라도 바로 마실 수 있게 해 준다. 플레이 펌프(Play Pump) 역시 물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이것은 쇠바퀴를 돌리는 어린이 놀이기구와 수동식 펌프를 결합하여, 아이들이 쇠바퀴를 돌리며 노는 동안 지하의 물을 끌어올려 지상에 설치된 물탱크에 저장하도록 설계되었다. 바이실라바도라(Bicilavadora)는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세탁기이다. 드럼통에 자전거를 결합시켜 페달로 작동시키는 방식이고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여성들의 노동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저개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를 이용해 제작하였다.

미국의 MIT 대학에서는 저개발국과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디랩(D-Lab)'이라는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이론과 실습의 통합이다. 교실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한 후 방학에 현장 활동을 통해 현지에 적합한 설계를 완성하여 실제로 보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이실라바도라가 이 수업에서 개발된 사례이다. 과학기술 교육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연결되어야 한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근대사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2/2012091202955.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0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 후임으로 선임된 벳쇼 고로(別所浩郞)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의 이력서는 그가 ‘엘리트 외교관’으로 성장해왔음을 보여준다.

그의 경력에서 일본 외무성의 핵심 부서인 총합외교정책국에 두 차례 근무한 것이 눈에 띈다. 2000년에 총무과장을, 2008년에 국장을 지냈다. 주미대사관 근무에 이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비서관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외무성 차관 물망에도 올랐었다. 외무성 부국장을 역임한 후 한국에 부임한 무토 대사보다 훨씬 더 격(格)이 올라간 것이다.

주한 일본대사관의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尙史) 공보문화원장의 직전 근무지는 베이징이었다. 일본의 고위급 외교관이 중국 근무를 마친 후 한국에 부임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도쿄의 주일(駐日) 한국대사관엔 세 명의 외교관이 부임했다. 이 중에서 일본어 연수를 하고, 일본에 근무했던 '일본통(通)' 외교관은 K참사관뿐이다. 다른 한 명은 외교부에 들어온 지 약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참 외교관이다. 또 다른 한 명은 일본어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지난 2월 정기 인사 때도 주일 대사관은 적임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당시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에 세 명을 새로 보내야 하는데 지원자가 없어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올해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에 가려는 지원자가 몰려서 인사위원회에서 표결까지 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물론 외교관들의 일본 지원율이 떨어진 데는 지난해 발생한 3·11 대지진이 적잖게 작용했다. 일부 외교관들은 방사능 공포 때문에 일본 근무를 꺼린다. 하지만 한 고위급 외교관은 이렇게 평가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에 가지 않으려는 현상이 전면에 드러났을 뿐이다. 해가 갈수록 외교관들이 일본 관련 업무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을 경시(輕視)하고, 중국으로 쏠리는 현상은 외교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역회사나 은행 등 민간 분야에서도 이미 뚜렷해지고 있다. 독도 문제로 한일 갈등이 커지자 대통령부터 일반 시민까지 "일본은 경쟁력이 없다" "일본이 추락하고 있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가 중국에 '올인'하면서 무시할 나라는 아니다. 한국·일본·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간략한 수치로 비교하면 100:500:550이다. 일본의 경제력이 한국의 5배이고, 일본과 중국의 격차는 아직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의미다.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는 한국과 중국이 각각 10개, 46개 포함돼 있는데 일본은 도요타·히타치 등 71개가 들어 있다.
 
대한민국이 다른 대륙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일본과 영원히 마주 보며 살아야 한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경쟁력을 가진 일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줄어든다면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하원 정치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2/2012091203075.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09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외면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예술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고 고달픈 일이 되어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김 감독은 어떻게 그 허다한 어려움들을 뚫고 나가 '베니스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는가. 초등학교 졸업이 공식 학력의 전부라는 그를 독창적 예술가로 키운 것은 무엇인가.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역경 속에서도 묵묵히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김기덕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제2, 제3의 김기덕, 다른 수많은 영화예술인들이 김기덕 못지않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자면 사회가 신경 써야 할 일은 무엇이고 정책, 시장, 제도, 문화가 해결해주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사회만이 아니다. 영화를 키우는 것은 결국은 관객이다. '관객 1,000만 시대'의 영화관을 드나드는 당신과 나, 우리들 관객 모두에게 김기덕의 '황금사자상'은 무슨 질문을 던지고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 

이런 질문들 앞에서 우리가 냉소적이고 문제회피적인 답변을 듣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이런 식의 답변들이 가능하다. 예술가를 키우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고난과 굶주림, 광기와 집념 아니던가? 예술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에 예술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집념 자체가 광기다. 그 광기의 예술가는 카프카의 <굶는 광대>처럼 쫄쫄 굶는 것이 옳다. 햇살과 바람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나는 바람을 먹는다/ 돌을 먹는다/ 흙을 먹는다'고 읊었던 시인 랭보의 노래를 기억하라. 남들이 먹지 않고 먹지 못하는 것으로 배를 채우고 그 먹을 수 없는 것들로 축제를 벌이는 것이 예술가 아니던가. 사회가 할 일이 있다고? 꿈 깨라, 궁핍한 예술가여. 사회는 독창적 예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예술은 불온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시장? 시장이 예술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일이 이 땅의 시장바닥에서 가능할 것 같은가. 시장은 돈에만 반응하고 돈 되는 것에만 투자한다. 예술은 오늘날 '돈 안 되는 것'의 대명사 아닌가. 관객? 지금의 관객은 유행 좇아 다니고 트렌디한 것에 쏠리고 재미와 오락에 중독된 지 오래다. 그런데 예술은 유행을 거부하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 그런 예술을 좋아할 관객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이 칼럼의 독자들은 그러나 이런 씨니시즘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반론은 대체로 이런 노선을 따를 것이 분명하다. 문명의 아침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자랑할만한 가장 창조적인 성취들을 내놓은 것은 과학과 예술 두 분야 아닌가. 문자를 발명하고 제도를 만들고 국가를 구성하기 훨씬 전에, 지금부터 3만 5,000년 전부터 동굴벽에 그림을 그리고 장신구를 만들고 상징적 조형물들로 무덤을 가꾼 동물이 인간이다. '예술'은 진화과정의 우연한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진화를 가능하게 하고 진화를 추동하고 진화의 방향을 안내한 힘이다. 그 예술이 정지되거나 예술창조의 능력이 쇠퇴한다는 것은 진화의 정지나 다름없다. 사회가 예술을 높이 평가하고 교육이 예술에 투자하는 것은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의 핵심부에 예술이 있다. 예술행위를 빼고 나면 인간에게 뭐가 남을 것인가. 

예술은 과학과 반대의 충동을 따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방법적으로 예술과 과학의 실천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의 뿌리지점을 보라. 그 발견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상상력'이라는 창조의 동력이며, 이 차원에서 예술의 상상력과 과학의 상상력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발견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상상력은 시적 은유적 상상력이고 예술적 상상력이다. 

지금은 과학의 시대다. 그런데 그 과학의 시대가 예술적 상상력을 우습게 알아도 된다고? 

시장이 예술을 홀대하고 예술을 말라죽게 한다면, 그 시장은 제 무덤을 파는 것이다. 창조성의 뿌리가 말라버린 곳에서는 어떤 대중예술도 가능하지 않다. 교육은? 한국에서처럼 예술교육을 변두리로 내몰고 아이들을 오로지 시험준비에만 매달리게 하는 교육은 창조력을 죽이는 교육, 그러므로 가장 반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교육이 된다. 김기덕의 수상 소식은 참 중요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121082712173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06

요즘 한국에서는 복지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고 한다. 나라 밖에서 보니 내심 반가운 일이면서도 늦은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사회에서 일고 있는 복지 논쟁의 이념적 전제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서구의 선진 복지국가들을 모방해 뒤따르려는 꿈이 있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국이 본받을 만한 복지 선진국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것이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복지제도는 애당초 자신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자신들의 문화에 맞게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개발되고 발전됐다. 복지는 지극히 지역적이며, 문화적인 면이 강한 사회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서 배울 만한 복지제도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선진 국가들의 사회적 문제들을 먼저 살펴보고, 그 문제에 대응하는 제도들을 배운다면 그야말로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뉴질랜드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겪어 왔던 사회적 문제들을 현재의 한국 실정에 맞춰 전망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향후 수년 이내 아동학대 문제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에서 아동학대는 가족과 교육을 중요시하는 문화적 배경에 가려져 등한시돼 왔다. 하지만 이혼과 재혼가정의 증가 등은 가족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아동학대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서양에서 아동학대 문제는 이혼의 증가로 인한 가족 형태의 변화에 따라 급속히 증가했다. 뉴질랜드에서 동양적 전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족공동체회의와 같은 제도는 아동학대와 청소년 문제에서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둘째, 이민·난민 또는 외국인 노동자 등과 관련된 문제들은 한국의 사회복지 분야에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의 국가 간 이주는 상품이나 문화의 국가 간 교류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지닌다.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거주민들은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으로 전락하기 쉽고 그들에 대한 인권 및 정의는 사회 통합의 실현에 중요한 도전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사회복지는 남북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곧 북한 이주민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뉴질랜드나 호주 등 이민으로 국가를 이루는 나라들로부터 그들이 겪고 있는 소수민족의 문제와 해결책 등을 잘 살펴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노인문제와 자살 등 정신건강 문제 등 사회복지 이슈는 끝이 없다. 복지 이슈는 인류의 끝없는 도전과 응전의 대상이 돼왔다. 이는 곧 복지가 수당이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퍼주기식’ 기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지구상에 복지 선진국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고, 사회정의가 실현되며, 소외된 계층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복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온전히 뒤따를 만한 복지 선진국은 단연코 없다. 단지 앞선 나라들이 겪고 있는 문제로부터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에 맞는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복지 선진국을 이루어 가는 길이다.

에치오니(Etzioni)라는 학자의 말에 몇 자를 더해 본다. “동양은 끝없이 서양을 배우려 하고, 서양은 늘 동양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 한다.” 동·서양이 어우러진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복지제도를 발전시켜 가는 것은 우리 세대의 엄연한 책임이다. 하지만 우리가 동·서양을 넘나드는 것은 색다른 복지제도를 찾으려 함이 아니다. 그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으려 함이다. 그것은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이다.


박홍재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 사회복지학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30169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05

몇 해 전 우리나라 민간 단체에서 중국의 한 관리를 초청했다. 전도 유망한 정치인이라기에 친분을 쌓자는 취지였다. 이 단체는 그를 한식집으로 초대했다. 문제는 의자가 아닌 방바닥에 앉아야 하는 집을 고른 점이었다. 식사는 두 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그와 함께 온 중국인들은 쩔쩔맸다. 바닥에 앉는 게 익숙지 않아, 앉은 자세를 계속 이리저리 바꿔가며 진땀을 흘렸다. 한데 그만은 꼿꼿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태연한 모습이었다. 우리 측 초청자가 미안하면서도 또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불편하지 않으냐고. 그러자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이것도 훈련입니다.” 힘들지라도 참고 견디며 남의 풍속에 따라 예를 갖추고 있는 것 또한 자기 수양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현재 후난(湖南)성 1인자인 저우창(周强) 당서기다. 1960년생으로 60년대 태어난 중국 지도자 그룹인 ‘60후(60後)’의 선두 주자 중 하나다. “앞으로 중국을 이끌 인물이 다르긴 다르구나.” 우리 측 참석자들의 소회였다.

정치의 계절이다. 우리도 연말에 대선이 있지만 중국은 다음 달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다.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집단 지도부가 물갈이된다. 현재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누가 오를지 설만 무성하다. 중국의 지도부 선출은 흔히 밀실 협상의 결과란 지적을 받는다. 지도자 선발이 공개적이지 않고, 경쟁하는 세력 간의 타협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중국 지도부 인사들의 능력이 한결같이 출중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누구에게 1인자인 총서기 자리를 맡겨도 모두 잘해낼 것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중국의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당성(黨性)과 능력, 태도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게 조영남 서울대 교수의 설명이다. 당성은 기본이다. 당 이념에 충실하고, 당 중앙과 입장을 일치시켜야 한다.

문제는 능력과 태도다. 이 가운데 중국 관리들이 가장 목을 매는 게 능력 입증이다. 능력을 보이려면 업적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에 입성하기 위해선 지방의 성(省)정부 수장을 포함해 장관급 자리를 최소 두 번 이상은 맡아야 한다. 바로 이때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고 또 인정받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다음 달 13억의 1인자가 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시진핑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 있던 2005년 거액을 들여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정연구조사팀을 초청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저장의 경험’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프로젝트에 중국사회과학원 원장 등 무려 6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1년 반 뒤 나온 140여만 자에 달하는 보고서는 저장의 발전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진핑 이름 석 자가 전국적으로 홍보된 건 당연지사다.

그다음은 태도다. 업무 태도, 청렴도, 이미지 등 한마디로 사람 됨됨이에 대한 평가다. 야심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는 여기서 발목이 잡혔다. 그는 혁명가요 부르기인 창홍(唱紅)으로 당성을, 조폭 퇴치인 타흑(打黑)으로 능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됨됨이가 문제였다. 가족의 부패와 살벌한 공안 정치로 원성을 사며 낙마했다.

이런 3박자 갖추기에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검증’이다. 초급 간부 때부터 공장과 지방, 중앙 부처 등 이런저런 자리를 돌게 하며 지속적인 검증을 실시한다. 이때 세 가지 사항을 눈여겨본다.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자기 일을 얼마나 꿰고 있느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좋은 예다. 지질 기술자로서 11년 동안 간쑤(甘肅)성 오지를 누비고 다니던 그가 중앙으로 발탁된 계기는 업무 브리핑이었다. 해박한 그의 설명에 쑨다광(孫大光) 지질광산부 부장은 원을 ‘간쑤의 살아있는 지도(甘肅活地圖)’라 극찬했다.

두 번째는 창조성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동이 중요하다. 현재 공산주의청년단의 1인자인 루하오(陸昊)는 대학 졸업 후 매년 적자를 내는 직원 5000명의 면방직 공장에 배치돼 이 공장을 회생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3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으며 검증을 통과했다.

세 번째는 국제성이다. 부상하는 중국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국제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 외국인과의 교류, 언론과의 소통 능력을 본다. 이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당성과 능력, 태도에 대한 검증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중국이 민주적이지는 않지만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배경이다. 우리도 참고할 게 있다. 제대로 된 검증이 그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의 꿈을 가진 이에겐 그의 모든 것을 발가벗기는 것과 같은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확고한 국가관을 가졌는지, 능력이 거품은 아닌지, 콩고물을 좋아하는지, 부하를 머슴 다루듯 하지는 않는지, 국제적 감각은 있는지, 지자체 수장 출신이라면 재임 시 지자체 살림을 말아먹지는 않았는지 등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뽑고 나서 ‘또 속았다’는 후회를 하지 않을 게 아닌가.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301701&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02

베이징서 만난 중국 전문가들 '미국과 거리 두는 한국' 원해
美선 '對中 연합 한국 제외'論, 몸값 높이거나 왕따 될 상황…
거대 중국 옆에서 살 전략 없인 중국인 발마사지 하게 될 수도

 강인선 국제부장

최근 한중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 다녀왔다. 도착 첫날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순박한 얼굴의 종업원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마사지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가격이 훨씬 싸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진행된 회의에선 참석자들이 양국 현안과 지역 정세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중국 측 참석자들이 툭툭 내던지는 발언에 때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용이야 익히 알던 것이지만 중국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니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다들 정부 연구소나 군(軍)과 관련 있는 전문가들이었다.

중국인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정책에 엄청난 위협을 느끼는 듯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일 등 기존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미얀마·베트남 등 새로운 우방과 연대해 중국을 압박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들은 "미국이 중국의 위협을 과장,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으론 "중국의 이웃 국가들은 중국과 그렇게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도 왜 심리적·정치적으로 중국에 반감을 갖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토론은 돌고 돌아 늘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미동맹과 북한 때문이었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인 한국을 믿지 못하고, 한국은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을 신뢰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과 거리를 두는 한국'을 원했다. 한반도 통일이 미국의 개입 없이 이뤄진다면 기꺼이 지지할 수 있다고 했고, 미국은 파트너십을 중시한다지만 실제로는 한국을 파트너로 대하지 않는다며 은근히 이간질도 했다.

중국이야 그렇다 치고, 요즘 미국에선 아시아에서 대(對)중국 연합 세력을 규합할 때 한국은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어차피 한국은 중국과 더 친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한국은 빼놓고 호주·일본·필리핀·베트남·미얀마·인도 등과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미·중의 대립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지정학적 몸값이 높은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양쪽에서 다 불신당해 왕따 되기 딱 좋은 미묘한 상황에 처한 것 같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하고 나니 멕시코 사람들이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멕시코는 신(神)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미국과는 너무 가깝다. 이게 문제다." 거대한 마약 소비 시장이 있고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 바로 옆에 있는 까닭에 마약 범죄의 소굴이 되는 등 멕시코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미국과 이웃이라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원래는 19세기 미국·멕시코 전쟁과 관련해 쓰이던 표현이라는 데 요즘은 덩치 큰 나라와 가까이 사는 작은 나라의 처지를 빗대 쓰이기도 한다.

그뿐인가. 독일 통일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속마음도 들어보자. 원래 프랑스인들은 "독일을 너무나 사랑해서 독일이 두 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통일독일 말고 동독 하나, 서독 하나 이렇게 말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마음도 사실은 이럴 것이다. "한국이 두 개인 게 더 좋다"고.

한 정치인이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중국에 가서 싸다며 발마사지 받고 쇼핑하며 좋아하는데,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리가 싼값에 중국인들 발마사지 해주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거대 중국과 이웃해 살아갈 스마트한 전략이 없다면 "한국은 중국과 너무 가깝다. 그게 문제다"라고 한탄할 날이 곧 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1/2012091101014.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01

미국의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에 과자 봉지 사진 한 장(a picture of a goody bag)이 올라왔다. 생후 14주 된 쌍둥이 형제와 함께 비행기를 탄(take flight with their 14-week-old twin boys) 젊은 부부가 다른 승객들에게 일일이 나눠준(hand out one by one to other passengers) 것이라고 했다.

비닐봉지에는 쪽지 하나를 붙여 놓았다(stick a note on the plastic bag). 아기들이 비행 중 난리를 피울 것을 예상해(in anticipation of the infants wreaking havoc while in flight) 양해를 구하는(ask to be excused) 글이었다. 만약을 위해(for caution's sake) 선제 조치를 해놓은(launch a preemptive strike) 것이다.

과자 봉지 사진과 쪽지 내용을 올린 승객은 "재치있고 사려 깊은 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며 "아기들은 기대 이상이어서(be better than expected) 승객들에게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았고(do not cause the passengers any trouble), 부부는 분명히 초조하고 피곤했을 텐데도(be obviously nervous and tired) 주변 모든 사람에게 극히 다정하게 잘 대했다(be extremely nice to everyone around them)"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give unstinted praise). 쪽지 글은 부모가 아닌 쌍둥이 아기들의 시점으로 쓰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처음 비행기를 타 보는 쌍둥이 형제입니다(be twin baby boys on our first flight). 생후 14주밖에 안 됐어요. 얌전히 있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만(try to be on our best behavior), 혹시 저희가 귀가 아프고 겁에 질려(get our ears hurt and scared) 침착성을 잃을(lose our cool) 수도 있어 미리 사과 말씀을 드리려고(apologize in advance) 해요.

우리 엄마와 아빠(우리의 휴대용 우유 기계와 기저귀 교환기·our portable milk machine and our diaper changer)는 여러분이 필요할 경우 이용 가능한 귀마개들을 준비해 놓았습니다(have ear plugs available if you need them). 저희는 좌석 20E와 20F에 앉아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가지러 와주세요(come by to get a pair). 그럼 멋진 비행기 여행 되시길(have a great flight) 바랍니다!"

이 글과 사진에는 3000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garner over 3000 comments). "멋진 부모를 닮아 쌍둥이 아기들도 올바르게 잘 자랄 것" "나도 저런 부모가 돼야지" 등 칭찬 일색이었다(be full of praise).

글과 사진을 올린 승객은 "짐 찾는 곳에서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나는 쌍둥이 아기들을 보았다(see the twins meeting their grandparents at baggage)"면서 "갓난 손자들을 처음 보는 할아버지·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get teary) 기뻐 어쩔 줄 모르는(burst with joy)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197969/Parents-young-children-hand-candy-sweet-message-flight.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1/2012091102661.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8

삼성이 휴대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애플과의 미국 특허 전쟁에서 완패했음에도 글로벌 시장 판매는 물론 미국 시장 마케팅에서도 거의 타격을 입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억 5,000만 달러(1조2,000억원)에 달하는 특허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배상금, '베끼기 대장(Copycat)'이라는 미 배심원단 평결의 낙인이 언제 내려졌냐는 듯싶다. 지금 삼성은 1988년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제친 데 이어 올 들어 일반폰까지 합쳐 노키아를 밀어내고 사상 처음 글로벌 정상에 올라섰다. 

3년 전 모습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2009년 아이폰쇼크가 몰아쳤을 때 '삼성 휴대폰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는 것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삼성은 허겁지겁 옴니아 시리즈를 내놓았지만 망신만 당했다. 제품 구동이 제대로 안돼 스마트폰이 아니라 '잡폰'이라는 비아냥이 잇따랐다. 하지만 갤럭시S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필사적인 노력 끝에 2010년 6월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S를 내놓아 시장의 평가를 일시에 바꿔놓았다. "외관으로나 기능에서나 이제 아이폰과 경쟁해볼 만한 제품을 갖게 됐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삼성 애니콜이 1990년대 중반 15만대의 불량 휴대폰을 운동장에 쌓아놓고 화형시키는 극적인 이벤트로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 갤럭시(시리즈)는 불과 2년도 안돼 기적처럼 애플을 제친, 더 드라마틱한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더구나 상대는 혁신의 대명사격인 아이폰이 아닌가. 

하지만 눈물겨운 '애니콜 신화'는 있어도 빛나는'갤럭시 신화'는 보이지 않는다. 성적만 보면 애니콜을 훨씬 능가하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의 일부는 어쩌면 지난달 평결이 내려질 때까지 삼성이 미국 법정에서 벌인 애플과의 공방에서 찾을 수 있을 것같다. 예상대로 애플 측의 스토리텔링은 강력했다. 잡스가 얼마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고, 이를 제품에 구현하기 위해 고심했는지, 그렇게 5년여 동안 공들여 내놓은 아이폰을 삼성이 3개월 만에 어떻게 베꼈는지를 자료를 제시하며 배심원들을 설득했다. 

반면 삼성은 방어적 태도로 일관했다. 애플의 디자인과 일부 기능들이 그 이전에도 있던 '선행 기술(prior art)'이라고 강조했지만 증거나 증인을 통한 효과적 대응은 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수석디자이너가 출석해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갤럭시S 개발에 몰두했다고 증언했지만 큰 울림은 없었다. 설령 그보다 더한 스토리가 있었다 해도 삼성의 캐치업(catch-upㆍ따라잡기) 과정이 새 시장을 열어 제친 애플의 이야기만큼 감동적일 리 없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삼성은 '애플 베끼기 대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물론 특허소송의 패배가 시장에서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낙인을 지우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아무리 멋지고 기능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특정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해도 위대한 혁신 기업, 존경 받는 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끊임 없이 진화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S2, 그리고 최근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의 갤럭시S3가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생태계를 바꾸는, 판을 뒤집는 파괴적 혁신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특허소송 역사에 쓰여진 주홍글씨보다 더 굵고 선명하게'혁신 삼성'의 이름을 새겨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갤럭시 신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첫 출발은 다소 어설펐지만,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채워지고 완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어쩌면 1년4개월 넘게 진행돼온 특허소송에서 1조원대의 수업료를 치르고 삼성이 얻은 값진 교훈이 아닐까 싶다.



박진용 산업부차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10241042442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7

2010년 한국에서 하루 평균 42.6명씩, 연간 1만5566명이 자살했다.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12.8명)의 2.4배나 된다. OECD 국가 가운데 2·3위인 헝가리(23.3명)·일본(21.2명)과 큰 격차를 두고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기막힌 기록을 갖고 있다.

우리의 세계 최고 수준 자살률은 경제 변수를 갖고는 설명이 안 된다. 1인당 GNI가 2000년 1만1292달러에서 2010년 2만562달러로 1.8배로 높아졌지만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00년 13.6명에서 2010년 31.2명으로 되레 2.3배가 됐다. 복지 혜택도 아직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가 도입되고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장기요양보험제가 시행되는 등 주요 제도가 정비됐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자살률(10만명당 11.7명)도 OECD 평균과 비슷한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 복지 제도가 시원찮아 자살률이 높다고 하기도 어렵다.

2010년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멕시코의 2242시간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길다. 그러나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더 긴 멕시코는 10만명당 자살 숫자가 우리의 6분의 1도 안 되는 4.8명인 걸 보면 근로시간도 자살률과는 직접 상관이 없다. 빈부 격차가 작고 사회 안정도가 높은 일본도 자살률은 OECD 3위 국가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등 세계의 주요 종교는 모두 자살을 가장 큰 죄(罪)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절대다수가 자살을 죄로 여기는 세계 주요 종교를 믿고 있다. 이런데도 자살률이 세계 1위다. 정말 무엇이 국민의 행복도와 자살률을 결정하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삶이 행복하다'고 대답한 국민 비율을 보면 GDP가 8402달러이던 1993년이나 2만2489달러가 된 2011년이나 똑같이 52%였다. OECD가 지난 2월 발표한 우리의 국민 행복지수(幸福指數)도 회원국 32개국 가운데 31위로 바닥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숨 가쁜 경제성장 끝에 우리 제품과 K팝이 세계를 휩쓸고, 국가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아지고, 올림픽 금메달 순위로 5위에 오르게 됐지만 국민 행복도와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국가 운영의 최고 목표는 국민의 삶을 인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기에 경제와 국력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민 행복도는 꼴찌에서 헤매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인지 범사회적 수준에서 토론해봐야 할 때가 됐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0/2012091000936.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꿀벌이 춤을 추며 동료에게 꿀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1973년 노벨상을 수상한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에게는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사사건건 문제 제기를 하던 에이드리언 웨너(Adrian Wenner)라는 젊은 학자가 있었다. 꿀벌이 추는 일명 꼬리춤(waggle dance)에 꿀을 따온 꽃밭까지의 거리와 방향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폰 프리슈의 주장에 웨너는 끈질기게 동료가 다녀온 꽃의 냄새를 맡고 그 방향으로 날아나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몇 차례 이 같은 논쟁을 거치면서 웨너는 단숨에 폰 프리슈와 마주앉을 수 있는 지위로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애플이 삼성전자 캘리포니아로 끌고가 유치할 정도로 편파적인 법정 모의를 연출해내곤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적지 않은 벌금을 내게 될지도 모르는 삼성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삼성에 더할 수 없이 훌륭한 호재였다고 생각한다. 애플이 삼성을 가장 껄끄러운 상대라고 만천하에 공표함으로써 이제 삼성은 노키아나 소니를 확실하게 따돌리고 오로지 애플만 상대하면 되는 국면을 맞았다. 게임이 훨씬 쉬워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애플의 집권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지킬 게 너무 많아진 애플은 그 옛날 그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준 '유저 프렌들리(user-friendly·사용자 친화적인)' 정신을 내팽개친 지 오래다. 아이폰은 애플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만 잘 놀 수 있다. 일등 자리에 오를수록 두루 품어야 하는데 고독해지기 시작하면 내려올 일만 남은 셈이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애플은 삼성을 애써 링 위에 올려준 걸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 안철수 교수에게 사뭇 어설프게 싸움을 건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영악하게 생각했더라면 안철수 교수는 슬쩍 모른 체하고 지금 여론조사에서 훨씬 뒤처져 있는 야권 후보 중의 다른 한 사람에게 싸움을 거는 척했어야 한다. 침팬지 사회의 으뜸 수컷은 아무리 버금 수컷들이 날뛰더라도 좀처럼 먼저 집적거리지 않는다. 권좌를 넘볼 만큼 막강한 버금 수컷을 건드리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게다가 안철수 교수는 웨너가 아니라 삼성전자 급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0/2012091002375.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5

문화부 차관 사퇴 후 학계로
사회에 받았던 것 돌려주자 생각… 대학 여가디자인학과서 강의… 문화 관련 사회적기업 키우는 꿈

한류대학원
한류를 비즈니스로 활용 연구… 美·日과 달리 멀티유즈 안돼… 문화업체·中企 이종결합 절실

다음 정부에 바라는 일
'한류' 표현 문화침략주의 오해… 긴 호흡으로 한국문화 알려야… 정부는 가치·비전 소통해야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탔다.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 오른 뮤직비디오가 전세계에서 1억회 이상 재생되었다. 전세계에 한국문화의 자리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문화에 쏟아지는 관심을 한국사회는 어떻게 소화해내야 할까. '한류'라는 이 바람은 제대로 흘러가는 것일까. 9월에 문을 연 가톨릭대 한류대학원 유진룡(56 전 문화관광부 차관)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06년 청와대쪽의 인사청탁을 거절한 후폭풍으로 차관직을 자진사퇴하다시피 한 유 원장은 1979년 행정고시를 통해 문화공보부에 첫발을 디딘 후 27년간 문화행정에만 전념한 문화전문가면서 퇴임 당시 후배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공무원의 전범이라는 칭찬을 들어왔다. 이번 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으로도 거론됐던 그에게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은가도 당연히 물었다. 

_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것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우선 북한을 돕는 사단법인 봄의 이사를 맡아서 지원활동을 살짝 도왔고요. 을지대에서 와달라길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는 해도 놀아야 한다 쉬어야 한다는 없어서 그런 전문가를 키우는 학과를 만들자고 했어요. 2007년부터 신입생을 뽑았는데 여가디자인을 하려면 스스로도 잘 놀아봐야 하는데 학교가 그런 걸 체험시키는 투자에 너무 인색해요. 실습비 타낼 때마다 매년 학교랑 실랑이를 하는 데 지쳐서 첫해 입학생이 졸업하는 걸 보고는 (부총장까지 되었지만) 그만뒀습니다. 그리고는 서울사이버대학 사회복지대학원 사회서비스과정에 입학을 했어요. 사회적 기업을 키우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딱 그런 걸 가르쳐요. 세스넷이라는 단체를 통해 사회적 기업 만들려는 이들을 돕는 멘토링도 하고 있어요." 

_왜 하필 사회적 기업이요? 

"흔히들 문화산업을 키우면 부가가치가 커지고 고용이 창출되고 그러는데 실지로 고용이라는 게 불량고용이에요.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인 자리가 대부분이에요. 관광이나 여가, 문화예술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본인에게 경제적 기여는 적다면 그게 사회적 기업이지요. 을지대에 있을 때도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벤처를 해서 큰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보람을 느끼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도 생각하라고 강조했어요. 영국에서는 공예가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콕핏아츠라는 사회적 기업이 아주 잘되고 있어요.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도 일종의 사회적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인데 우리나라는 몇 십억을 들여서 악기를 사주는 시도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엘시스테마를 만들기 위해 예술가들과 지역사회가 청소년들을 설득해서 예술활동을 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결과만 보고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서두르고 과잉투자를 하니까 걱정이 듭니다. 몇 년전부터 청년인턴지원사업이니 사회적 기업에 대해 여러 부처에서 돈을 쏟아 붓는데도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사회적 기업도 함께 망해버려요." 

_한류대학원은 뭘 가르치는 건가요? 

"한류를 어떻게 비즈니스로 접근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가르칩니다. 수강생도 무역회사 관광회사 제조회사 사람들이에요. 2년짜리 MBA과정과 한학기짜리 일반인을 위한 과정이 있습니다. 내년 3월에는 한국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영어로 한국문화를 일러주는 최고위과정을 만들 계획입니다. 한류컨텐츠 산업 자체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멀티유즈가 안되고 외부적으로는 이종결합이 안돼요. '겨울연가'도 드라마보다 관광산업의 부가가치가 더 컸는데 이런 게 계속 나오도록 중소기업에서 협업을 요청하면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를 만든 문화업체에서 거절을 해요. 타협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을 부르거나 '우리가 만들겠다'고 해요. 알고보니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를 힘들게 띄울 여타 업체들이 아주 시큰둥했다는 거에요. 피해의식이 남아있어서 이종간의 협업이 잘 안됐던 겁니다. 그게 안타까워서 이종결합을 돕는 플랫폼 구실을 저희 한류대학원이 해보려고 합니다. 코트라, 관광공사에 협력을 제안하니까 진작에 이런 것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_그런데 한류라는 표현은 올바른 거예요? 

"사실 한류라는 표현을 안 좋아해요. 영어로 하면 웨이브(wave 파도)인데 그건 잠깐 생겼다가 없어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개념이잖아요. 일본문화나 중국문화가 인기를 끌 때 재패니스웨이브나 차이니스웨이브라는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되려 혐한류가 반작용으로 생길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의 유명한 정치가가 외국인들 많이 모인 자리에서 '한류가 얼마나 인기인지 중동국가 가니까 여자들이 히잡을 벗어던지고 춤을 추더라' 그래서 이슬람 국가 사람들이 엄청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한류라는 것은 어찌 보면 세계 문화가 미국 일변도를 벗어나 다문화주의로 가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어떤 문화컨텐츠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았거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문화컨텐츠가 관심을 끄는 것인데요. 나라마다 그 관심사나 취향은 다 다른데 정부에서 한류를 이야기하면서 공급자 중심으로 소개한다는 식으로 가면 문화제국주의나 문화침략주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요. 긴호흡을 갖고 문화적 다양성 안에서 한국사회 한국문화를 알리자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_그런데 한류에도 싸이는 성공하고 원더걸스는 실패했어요. 왜 그런 차이가 생길까요? 

"사실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왜 성공하는지 몰라요. 결과를 되짚어보면서 어떤 게 그들의 정서에 받아들여졌다는 걸 파악할 뿐이지요. 문제는 우리가 싸이가 성공한 이야기는 많이 해도 원더걸스가 실패한 이야기는 없어요. 그걸 알아야 똑 같은 실패는 하지 않을텐데요." 

_실패로부터 배운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많이 하지요. 

"그런데 현장에서 실제로 원인을 찾지는 않아요. 작년 겨울에 재팬파운데이션 초청으로 보름간 일본을 가볼 기회가 생겼어요. 원하는 것은 다 보여준다길래 미안하지만 일본의 실패한 사례를 보고 싶다고 열 몇 군데를 적어냈어요. 그랬더니 그들 스스로 더 얹어서 스무군데를 보여줬어요. 그 중에는 나가사끼에 있는 하우스텐보스라고, 한국에는 '꿈의 테마파크'로만 알려져 있는 곳도 있었어요. 알고보니 여기가 만든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대요. 여기 뿐 아니라 테마파크 가운데 도쿄디즈니랜드하고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 말고는 다 적자를 보거든요. 오사카도 최근에야 흑자로 돌아섰고요. 문제의 핵심은 과잉투자였어요. 지금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같은 데서 나타나거든요. 일본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첫 마디가 그거에요. 자기네는 정치인하고 지역관리들하고 결탁을 해서 시설에 과잉투자를 해서 망했다. 불필요한 도로와 시설을 경기가 한참 좋을 때 마구마구 지었는데 경기가 나쁘니까 관리비만 들어가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걸 똑같이 따라가고 있어요. 여수엑스포 끝난 다음에 과잉투자된 시설을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인가. 일본에서 성공했다는 나오시마와 니카다의 산골마을인 에티고쯔마리인데 여기는 과잉투자를 하지 않고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을 해줬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대시설을 만들면서 지역민들을 쫓아내요. 일본내 스키리조트도 경기가 좋을 때 과잉투자되어서 운영하지 못하는 데가 대부분이었어요. 평창 올림픽 준비를 할 때도 참고해야 해요. 제가 공무원 그만 둔 해부터 방학 때면 도로를 따라 걸었어요. 강릉에서 동해안을 따라 걷는 7번 국도가 있어요. 옛날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놔두고 새로 고속도로를 냈어요. 옛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문닫은 가게가 3분의 1이 넘어요. 여수도 여수엑스포 한다면서 고속도로 냈잖아요. 그 도로는 누구를 위해서 뚫은 거지요?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보자, 캠페인 아무리 해도 천천히 살자, 천천히 살아도 좋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거에요. 관광도 계속 거대한 리조트 개발하는 식으로 하는 건 폭탄 돌리는 짓이에요. 우리 국민들이 그걸 막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해요." 

_그런데 사대강도 그렇고 사실은 가장 강력한 파괴자들이 정부잖아요. 

"맞습니다. 공무원들이 지역업자하고 결탁해서 과잉투자를 해요." 

_사람들은 의식이 높아졌는데도 공무원들이 계속하는 건 어떡해야 하지요? 

"그걸 막아야지요.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런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정부에 없어요. 그러니까 다음 정부는 그런 정부가 들어서게 만들어야지요. " 

_그래서 이번 정부의 홍보수석과 문화부 장관을 거절한 겁니까? 

"(희미한 웃음) 장관은 그 사람들이 인선에 올렸는지는 몰라도 제가 들은 말은 없고요. 홍보수석은 거절했어요. 제가 79년에 문화공보부를 들어갈 당시 행시 출신은 주로 공보파트로 보냈어요. 정권 홍보가 중요할 때니까. 그런데 저는 신념에 어긋난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문화행정만 하겠다고 했고 다행히 상사들이 받아줬어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일반직은 보내지 않던 국어연구원에 보내더라고요. 그건 보통 나가달라는 뜻이라는데 저는 거기 있다가 교육을 받으러 나갔다 왔어요. 왔더니 박지원 장관이 부임해서 저를 공보관으로 부르셨어요. 그 때 공보 일을 처음 했어요. 장관과 공보관은 서로 판단이 다를 수가 있어요. 그걸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판단이 다르게 발표를 하면 장관이 막 화를 내요. 나중에는 '일은 잘하는지 몰라도 충성심이 부족해.' 이래요. 제가 두번까지는 참았는데 자꾸 그러길래 '저한테 국민이나 국가,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이야기하는 거면 받아들이겠다. 그런데 정권에 대한 충성심, 정치적인 충성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못 받아들이겠다' 그랬어요. 이 양반이 화를 내고 나가라고 하더니 30분 뒤에 다시 불러요. '내가 생각해보니까 당신 말이 맞다. 내가 앞으로 정치적인 거는 충성 이야기 안 하겠다.' 그때부터 서로 진짜 신뢰하게 됐어요." 

_여러 장관 모셨는데 어떤 장관을 좋은 장관으로 기억합니까? 

"최병렬 김영수 박지원 정동채 장관을 존경해요. 그러고 보니 노태우정권 때부터 노무현 정권 때까지 정권마다 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장관들이 있었네요.(웃음) 이 분들을 꼽은 이유가 직원을 신뢰하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서 방패가 되어주고 직원들이 소신을 갖고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_다음 정부, 다음 문화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공무원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무원들한테 혁신을 강조했는데 성공하지 못했거든요. 내부에 신뢰를 통한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래서 자발적인 협조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방법만을 강요해요. 그 때 해양경찰청이 우수혁신부서로 꼽혔는데 바다에 많이 나간 게 아니라 책상에 앉아서 보고서를 열심히 썼어요.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은 동의해요. 그런데 (권력을 잡은) 그들 스스로는 의식이 올라가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고 보거든요. 대통령은 인사청탁을 거절하라고 말했지만 제가 인사청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뒷조사를 받았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노무현 정부는 기본 가치관을 외쳤지만 속으로는 지키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기본 가치관을 아예 겉으로도 패대기를 쳤어요. 심각한 문제에요. 다음 정부가 할 일은 다시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덕적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그건 기본이지요."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3

지식창조시대 도래했지만 우리는 제대로 대응 못해
중화학공업, 전자산업 등 산업화 비결이 이젠 장애로
산업사회적 구태 혁파 없이는 제로섬게임밖에 되지 않아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우리나라가 G20 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창 들떠있던 2010년 11월 8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특집에서 '기적은 끝났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0개국을 맞이하면서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고 전제하고 "그것은 경제 기적을 낳은 전략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고, 이것을 대체하는 새 전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썼다. 그리고 "한국은 농업경제를 산업력으로 전환함으로써 고속 성장을 했는데 그 성장을 지속하려면 어떤 근본적이고 힘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시에는 남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가 싶어 못마땅했지만, 한국의 산업 현실을 객관적으로 짚어주는 정확한 진단이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국가적 노력을 총집결하여 전통적인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그래서 철강·자동차·조선 등 중화학 산업이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되었고, 반도체·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자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앞서가게 되었다. 그리고 산업화의 성공을 밑거름으로 민주화가 급진전했는데 그 와중에 다음번 기적을 일구어낼 동력을 상실했고 방향감각마저 잃어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지식 창조 시대가 도래했다. 1970년대에 퍼스널컴퓨터(PC)가 출현한 이래 지식의 역할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고, 산업사회의 중심축이 지식 창조 산업으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5년 전 애플의 아이폰 출현과 함께 '스마트 빅뱅'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식 창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 주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시대 패러다임에 젖어있었고,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산업화 성공에 안주하면서 민주화 성공으로 다양하게 분출하는 국민과 유권자들의 욕구 충족에 전전긍긍했을 뿐이다. 산업자원부를 지식경제부로 개칭하는 정도의 변죽을 울렸을 뿐 정부 구조와 운영 개혁, 공무원의 의식 전환, 산업 구조 개편 등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근본적인 변혁이 없었다.

이제 지식 창조물은 글로벌 산업 경쟁의 최전선에 포진하고 있다. 지식 창조 사회로 전환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업이 되었다. 이를 성사시켜야만 중화학공업·전자산업의 두 엔진과 함께 지식 창조 산업이란 세 번째 엔진을 가동해 미래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

문제는 산업사회적 구조와 의식의 혁파 없이는 지식 창조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산업화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비결이 다음 단계의 진화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정부가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제조산업적 방식으로 지식 창조 산업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두뇌로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하는 지식 창조물을 기계로 만들고 물품 유통망을 통해 유통하는 제조 상품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했던 것이다.

지식 창조 사회를 향한 패러다임 전환이 바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던 '어떤 근본적이고 힘든 변화'이다. 이것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상응하는 국가적 결집 노력과 대통령의 강력한 추진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대변혁이다. 요즘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와 경제 민주화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제로섬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지식 창조 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여 산업사회적 구태(舊態)를 혁파하고 지식 창조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함께 이루어나갈 때 우리나라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지난 50년간 일구어낸 산업화·민주화 기반 위에 '지식·문화 산업 강국(强國)'의 새 세상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09/2012090901229.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3

1912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을 때,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선거본부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선거 팸플릿 300만 부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인물 사진이 실린 것이다. 시세대로 하자면 300만 달러 이상을 물어주어야 할 판이었다. 선거본부장은 숙고 끝에 저작권자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당신을 전국에 알릴 수 있도록 당신 사진을 우리가 팸플릿에 실어주면 얼마를 낼 용의가 있는가?"

그 편지에 이런 답장이 왔다. "기회를 줘서 고맙다. 250 달러 내겠다." 기막힌 반전이었다. 300만 달러짜리 손해를 250 달러의 이익으로 뒤집은 셈이다. 거기에 궁벽한 상황의 전후 문맥을 잘 파악하여 적절하고 순발력 있는 조치를 통해 전혀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인 지혜가 잠복해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데 그 창의력이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평범한 일상의 표층 아래에 숨어 있는데도, 다만 우리가 잘 찾아내지 못할 뿐이다.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로 접어들었는데, 내친 김에 선거 얘기를 하나 더 해 보기로 하자.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73세의 로널드 레이건과 그의 측근들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늙었다'는 대중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선거전의 가장 큰 과제라고 판단했다. 경쟁자인 월터 먼데일 후보가 줄곧 레이건의 고령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과제가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두 후보의 TV 토론에서였다.

먼데일이 먼저 이렇게 물었다. "대통령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레이건이 전혀 엉뚱한 답변으로 맞받았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먼데일이 어이가 없어 "그게 무슨 뜻입니까?"라고 다시 묻자, 레이건은 이렇게 응수했다.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모든 청중은 박장대소하며 웃었고 먼데일도 결국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는 두 번 다시 나이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이 예화의 교훈은 단순히 대통령 선거에서 수준 있는 유머를 보았다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유머가 얼마나 참신하고 감동적인 창의력을 바탕에 두고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프랑스 속언에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생각을 하지 말라'는 표현법이 있다. 창의력이 있는 유머는 그것을 발화하는 사람 자신만이 아니라 널리 주위와 세상을 이롭게 한다. 반면에 마른 장작 같이 딱딱한 언사로는, 아무리 논리 정연한 주장을 내놓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아 감응력을 일으키기 어렵다.

미국 대통령들의 일화를 살펴보던 중이니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태기로 하자. 한국 식탁의 김치처럼 서양 식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브로콜리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얘기이다. 부시 대통령이 어느 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서 자기 음식에 브로콜리를 넣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 일은 곧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졌다. '부시는 브로콜리를 싫어한다'는 풍문과 더불어 브로콜리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애꿎은 피해를 본 브로콜리 재배 농장주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미국 농민들은 거친 항의나 데모 대신에 한 통의 편지와 함께 대형 화물차에 가득 실은 브로콜리를 백악관에 선사했다. '대통령님! 미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영양분 많은 채소입니다.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셔서 즐겨 드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사건이 다시 언론에 크게 보도될 때, 부시는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나는 그때 브로콜리를 너무 많이 먹어 잠시 쉬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들은 화를 복으로 바꾸었다. 엄청난 홍보 효과와 더불어 급기야 브로콜리는 외국 수출의 효자 품목이 되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감동이 살아 있는 유머는 물리적 계산이나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는 기적을 창출한다. 꼭 100일이 남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예전처럼 이전투구의 늪으로 침몰하지 않도록, 예선이나 본선의 후보들이 이 대목을 조속히 깨우쳤으면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0721054312177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1

지난달 두 가지 낭보가 날아왔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런던 올림픽 종합순위 5위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Aa3) 상향 조정이 그것이다. 이는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자 신용등급 강국으로 도약했다는 의미다.

둘 중 무엇이 더 의미 있을까. 경중을 논하기엔 두 가지 모두 기쁘고 축하할 일이지만 필자의 입장에선 후자가 훨씬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디스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한국의 신용등급을 Baa3까지 떨어트렸다. Baa3는 투자하기엔 위험한 나라라는 의미다. 당시 필자는 옛 대우증권의 런던 법인에서 일했다.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던 거래처도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을 통보해 왔다. 네트워크는 모두 망가졌고 필자도 런던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4년이 지난 지금, 일본과 같은 등급이 됐다니…(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이 일본의 신용등급을 추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냥 이런 상황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세계 경제는 마치 초대형급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덮치기 직전과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중국 쪽이 심상치 않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8년 12월 이후 최저점에 머물고 있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모습이 많이 퇴색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그 덕을 톡톡히 봤다. 문제는 중국이 지금까지처럼 고성장을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으며, 한국 경제와 동반자적 관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3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경제성장 방식을 ‘수출’ 주도에서 ‘내수’ 확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나타났던 현상이다. 일본은 수출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부닥치자 73년을 전후해 내수시장 위주의 산업구조로 바꿨다. 한국도 97년을 전후로 소비재산업의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긴 했지만 경제성장률은 과거 8~9%대에서 3~4%대로 둔화됐다. 중국도 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이 과거 10%대에서 6%대 이하로 둔화할 것이다. 주변 수혜국의 앞날도 같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섣부른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을 지렛대 삼아 경제를 발전시킨 것처럼 중국의 변화에 한국이 잘만 대응한다면 미래의 10년도 밝아질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을 산업재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최종 소비재 수출과 문화·관광·의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개척할 수 있는 시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중국에 대한 소비재 수출이 강화돼야 한다. 과거 한국 수출의 대부분은 원재료와 자본재였으나, 향후 소비재 기업의 적극적 진출로 제2의 락앤락·이랜드와 같은 기업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둘째, 최근 한류나 K팝 열풍 등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2009~2011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연평균 증가율은 20%를 웃돈다.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2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전체 중국 해외 관광객의 5%에 불과하다.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호텔 등 관광 인프라를 중국인의 기호와 눈높이에 맞춰 확충하고 개선해야 한다. 또 ‘쇼핑 한류’를 발판 삼아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한류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보듯이 카지노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한국이 국제 경쟁력이 있는 의료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높인 이유로 수출을 동력으로 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꼽았다. 한국이 10여 년 동안 중국 경제 고도성장의 기회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잘 활용해 왔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의 미래는 변화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결국 최고 신용등급(Aaa)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260735&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2:50

중국 칭다오(靑島)의 한국 도금업체들이 최근 촌민 정부로부터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요즘 중국 정부의 관심사인 환경 문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다. 이 지역의 한국 보석·장신구 기업 14개도 최근 한국으로 U턴을 결정했다. 더 이상 값싼 인건비와 세제 혜택을 중국에서 기대할 수 없게 된 탓이다.

한·중 수교 20년의 산증인인 이들이 중국에서 느끼는 격세지감은 크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에 상륙한 한국 기업들은 50년 저가 부지 임대, 무담보 대출, 세제 특혜를 받았다. 그 대신 이들은 현지 경제를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혜택들은 세월이 지나며 하나씩 사라졌다. 2007년 현지 기업과 외자 기업의 법인세율 동일화(25%)로 차별적 우대는 사실상 끝났다. 이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중국이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은 나가라고 한다.

이 때문에 ‘언제는 칙사 대접을 해주더니 먹고살 만하니까 쫓아낸다’는 볼멘소리가 한국 기업들에서 터져나온다. 저가에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물건을 ‘찍어내기만 하면 팔리던’ 현지 기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공장을 옮겨야 하는 기로에 섰다.

중국 산업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에 들어섰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12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규획(계획)에 따르면 신에너지와 환경, 신소재, 문화산업 등을 중점 육성하고 평균 임금은 5년간 2배 오른다. 태양전지 원료로 새롭게 부각된 폴리실리콘 등 신소재나 상당수 첨단장비 제조는 한국을 저만치 따돌리고 있다. 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확대 정책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바뀐 중국 시장은 새로운 도전이다. 해답은 이미 현지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들에서 찾을 수 있다. ‘대장금’ 탤런트를 TV 광고에 출연시켜 ‘남은 음식은 싸서 보관한다’는 개념을 중국인에게 주입시킨 락앤락,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초코파이 상자 색을 바꾼 오리온, 현지 자동차 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자동차 부품의 안정적 판로를 개척한 만도기계, 한국에서 발달한 스튜디오 촬영을 중국 복식에 접목시킨 웨딩 촬영 업체들, 이들은 모두 중국 시장과 소비자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맞춤형 판매 방식을 개척한 기업들이다.


베이징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성용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워낙 넓어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안 된다. 물이 안 좋은 곳에선 광천수나 정수기, 건조 지역에선 가습기 관련 사업을 찾는 식으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억 명에게 연필 한 자루씩만 팔아도 얼마냐’라는 중국 시장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키운 말이 있었다. 하지만 13억을 다 같은 ‘중국인’으로만 본다면 100개도 팔기 힘들 것이다.


이충형 정치국제부문 기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237096&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