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03:20

형량 강화만으론 범죄 줄어드는 효과 크지 않아…
가용 자원 모아 단기·중장기 대책 동시에 실행하고 시민단체·학교 등 범죄 예방 협력을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범죄는 사회가 생긴 이래 사람들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두려운 존재다. 그래서 범죄 문제는 빈곤 해결이나 남북통일보다도 어렵다. 범죄는 인류가 있는 한 사라질 리 없다.

범죄 문제 해결이 어려운 건 복잡하기 때문이다. 범죄는 수많은 요인이 결합해서 발생한다.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하니까 정확한 진단 또한 어렵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는 본능적이다. 강한 욕망의 굴레에서 범죄는 발생한다. 사람들은 지금껏 뭔가 기막힌 해결 방안을 기대해왔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범죄를 한 방에 보낼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역사는 증명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채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범죄 억제를 위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사람 생각을 바꾸거나, 아니면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교육을 통하거나 겁을 줘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람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이 범죄는 나쁜 것이고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때리거나, 가두거나, 심하면 처형하는 것과 같이 겁을 주는 방법도 사실 또 다른 코딩(coding)이다.

그러면 형량(刑量) 강화와 같이 겁을 세게 주면 범죄가 줄어들까. 요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지만 형량 강화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 17세기 영국 런던은 극심한 범죄로 몸살을 앓았다. 궁여지책으로 사과 한 개를 훔쳐도 사형에 처했다. 열 살짜리 소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에서 1975~1989년 사이 평균 선고 형량을 3배 늘렸더니, 결과는 범죄율 증가로 나타났다. 요즘 문제가 되는 아동 음란물도 미국에서는 제작이나 광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소 15년형을 받지만 그래도 아동 음란물은 범람한다.

범죄자들에게 미래 가치는 높지 않다. 범죄를 저질러 생기는 가치는 당장 지금이고 처벌은 훗날 얘기다. 그것도 잡힌다는 가정에서 말이다. 사람을 죽이면 극형(極刑)을 받는다는 걸 모르고 살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살인이나 성폭행 모두 잡히면 크게 혼난다는 것을 알고도 저지른다.

물론 형벌은 법과 질서의 기본 조건이다. 형량 강화와 같은 처벌 위주 대책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범죄는 사회문제의 부산물이다.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요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범죄는 크게 줄어들 수 없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자식을 굶겨 죽이는 부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처벌 일변도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만약 경찰이나 검찰 같은 법 집행기관의 노력만으로 범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범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단속 경찰관을 매달고 차량을 질주하는 세상인데 공권력만으로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고 어림없는 얘기다. 사회의 가용(可用) 자원을 모아서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강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범죄로 이어지는 경로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몇 곳이라도 막다 보면 그만큼 범죄는 줄어들게 된다.

또 시민단체, 학교, 보안업체 등이 경찰·검찰과 함께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한다. 이른바 '협력치안' '융합치안'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시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범죄 예방과 억제는 어렵다. 시민 참여가 필요한 부분은 정부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비용이 필요하면 예산 지원을 해야 하고, 봉사 실적을 원한다면 인정해줘야 한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범죄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의지고, 실행이다.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