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靑島)의 한국 도금업체들이 최근 촌민 정부로부터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요즘 중국 정부의 관심사인 환경 문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다. 이 지역의 한국 보석·장신구 기업 14개도 최근 한국으로 U턴을 결정했다. 더 이상 값싼 인건비와 세제 혜택을 중국에서 기대할 수 없게 된 탓이다.
한·중 수교 20년의 산증인인 이들이 중국에서 느끼는 격세지감은 크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에 상륙한 한국 기업들은 50년 저가 부지 임대, 무담보 대출, 세제 특혜를 받았다. 그 대신 이들은 현지 경제를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혜택들은 세월이 지나며 하나씩 사라졌다. 2007년 현지 기업과 외자 기업의 법인세율 동일화(25%)로 차별적 우대는 사실상 끝났다. 이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중국이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은 나가라고 한다.
이 때문에 ‘언제는 칙사 대접을 해주더니 먹고살 만하니까 쫓아낸다’는 볼멘소리가 한국 기업들에서 터져나온다. 저가에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물건을 ‘찍어내기만 하면 팔리던’ 현지 기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공장을 옮겨야 하는 기로에 섰다.
중국 산업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에 들어섰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12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규획(계획)에 따르면 신에너지와 환경, 신소재, 문화산업 등을 중점 육성하고 평균 임금은 5년간 2배 오른다. 태양전지 원료로 새롭게 부각된 폴리실리콘 등 신소재나 상당수 첨단장비 제조는 한국을 저만치 따돌리고 있다. 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확대 정책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바뀐 중국 시장은 새로운 도전이다. 해답은 이미 현지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들에서 찾을 수 있다. ‘대장금’ 탤런트를 TV 광고에 출연시켜 ‘남은 음식은 싸서 보관한다’는 개념을 중국인에게 주입시킨 락앤락,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초코파이 상자 색을 바꾼 오리온, 현지 자동차 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자동차 부품의 안정적 판로를 개척한 만도기계, 한국에서 발달한 스튜디오 촬영을 중국 복식에 접목시킨 웨딩 촬영 업체들, 이들은 모두 중국 시장과 소비자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맞춤형 판매 방식을 개척한 기업들이다.
베이징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성용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워낙 넓어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안 된다. 물이 안 좋은 곳에선 광천수나 정수기, 건조 지역에선 가습기 관련 사업을 찾는 식으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억 명에게 연필 한 자루씩만 팔아도 얼마냐’라는 중국 시장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키운 말이 있었다. 하지만 13억을 다 같은 ‘중국인’으로만 본다면 100개도 팔기 힘들 것이다.
이충형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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