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03:05

몇 해 전 우리나라 민간 단체에서 중국의 한 관리를 초청했다. 전도 유망한 정치인이라기에 친분을 쌓자는 취지였다. 이 단체는 그를 한식집으로 초대했다. 문제는 의자가 아닌 방바닥에 앉아야 하는 집을 고른 점이었다. 식사는 두 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그와 함께 온 중국인들은 쩔쩔맸다. 바닥에 앉는 게 익숙지 않아, 앉은 자세를 계속 이리저리 바꿔가며 진땀을 흘렸다. 한데 그만은 꼿꼿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태연한 모습이었다. 우리 측 초청자가 미안하면서도 또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불편하지 않으냐고. 그러자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이것도 훈련입니다.” 힘들지라도 참고 견디며 남의 풍속에 따라 예를 갖추고 있는 것 또한 자기 수양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현재 후난(湖南)성 1인자인 저우창(周强) 당서기다. 1960년생으로 60년대 태어난 중국 지도자 그룹인 ‘60후(60後)’의 선두 주자 중 하나다. “앞으로 중국을 이끌 인물이 다르긴 다르구나.” 우리 측 참석자들의 소회였다.

정치의 계절이다. 우리도 연말에 대선이 있지만 중국은 다음 달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다.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집단 지도부가 물갈이된다. 현재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누가 오를지 설만 무성하다. 중국의 지도부 선출은 흔히 밀실 협상의 결과란 지적을 받는다. 지도자 선발이 공개적이지 않고, 경쟁하는 세력 간의 타협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중국 지도부 인사들의 능력이 한결같이 출중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누구에게 1인자인 총서기 자리를 맡겨도 모두 잘해낼 것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중국의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당성(黨性)과 능력, 태도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게 조영남 서울대 교수의 설명이다. 당성은 기본이다. 당 이념에 충실하고, 당 중앙과 입장을 일치시켜야 한다.

문제는 능력과 태도다. 이 가운데 중국 관리들이 가장 목을 매는 게 능력 입증이다. 능력을 보이려면 업적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에 입성하기 위해선 지방의 성(省)정부 수장을 포함해 장관급 자리를 최소 두 번 이상은 맡아야 한다. 바로 이때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고 또 인정받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다음 달 13억의 1인자가 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시진핑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 있던 2005년 거액을 들여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정연구조사팀을 초청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저장의 경험’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프로젝트에 중국사회과학원 원장 등 무려 6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1년 반 뒤 나온 140여만 자에 달하는 보고서는 저장의 발전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진핑 이름 석 자가 전국적으로 홍보된 건 당연지사다.

그다음은 태도다. 업무 태도, 청렴도, 이미지 등 한마디로 사람 됨됨이에 대한 평가다. 야심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는 여기서 발목이 잡혔다. 그는 혁명가요 부르기인 창홍(唱紅)으로 당성을, 조폭 퇴치인 타흑(打黑)으로 능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됨됨이가 문제였다. 가족의 부패와 살벌한 공안 정치로 원성을 사며 낙마했다.

이런 3박자 갖추기에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검증’이다. 초급 간부 때부터 공장과 지방, 중앙 부처 등 이런저런 자리를 돌게 하며 지속적인 검증을 실시한다. 이때 세 가지 사항을 눈여겨본다.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자기 일을 얼마나 꿰고 있느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좋은 예다. 지질 기술자로서 11년 동안 간쑤(甘肅)성 오지를 누비고 다니던 그가 중앙으로 발탁된 계기는 업무 브리핑이었다. 해박한 그의 설명에 쑨다광(孫大光) 지질광산부 부장은 원을 ‘간쑤의 살아있는 지도(甘肅活地圖)’라 극찬했다.

두 번째는 창조성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동이 중요하다. 현재 공산주의청년단의 1인자인 루하오(陸昊)는 대학 졸업 후 매년 적자를 내는 직원 5000명의 면방직 공장에 배치돼 이 공장을 회생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3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으며 검증을 통과했다.

세 번째는 국제성이다. 부상하는 중국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국제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 외국인과의 교류, 언론과의 소통 능력을 본다. 이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당성과 능력, 태도에 대한 검증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중국이 민주적이지는 않지만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배경이다. 우리도 참고할 게 있다. 제대로 된 검증이 그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의 꿈을 가진 이에겐 그의 모든 것을 발가벗기는 것과 같은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확고한 국가관을 가졌는지, 능력이 거품은 아닌지, 콩고물을 좋아하는지, 부하를 머슴 다루듯 하지는 않는지, 국제적 감각은 있는지, 지자체 수장 출신이라면 재임 시 지자체 살림을 말아먹지는 않았는지 등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뽑고 나서 ‘또 속았다’는 후회를 하지 않을 게 아닌가.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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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