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03:02

베이징서 만난 중국 전문가들 '미국과 거리 두는 한국' 원해
美선 '對中 연합 한국 제외'論, 몸값 높이거나 왕따 될 상황…
거대 중국 옆에서 살 전략 없인 중국인 발마사지 하게 될 수도

 강인선 국제부장

최근 한중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 다녀왔다. 도착 첫날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순박한 얼굴의 종업원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마사지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가격이 훨씬 싸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진행된 회의에선 참석자들이 양국 현안과 지역 정세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중국 측 참석자들이 툭툭 내던지는 발언에 때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용이야 익히 알던 것이지만 중국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니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다들 정부 연구소나 군(軍)과 관련 있는 전문가들이었다.

중국인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정책에 엄청난 위협을 느끼는 듯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일 등 기존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미얀마·베트남 등 새로운 우방과 연대해 중국을 압박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들은 "미국이 중국의 위협을 과장,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으론 "중국의 이웃 국가들은 중국과 그렇게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도 왜 심리적·정치적으로 중국에 반감을 갖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토론은 돌고 돌아 늘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미동맹과 북한 때문이었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인 한국을 믿지 못하고, 한국은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을 신뢰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과 거리를 두는 한국'을 원했다. 한반도 통일이 미국의 개입 없이 이뤄진다면 기꺼이 지지할 수 있다고 했고, 미국은 파트너십을 중시한다지만 실제로는 한국을 파트너로 대하지 않는다며 은근히 이간질도 했다.

중국이야 그렇다 치고, 요즘 미국에선 아시아에서 대(對)중국 연합 세력을 규합할 때 한국은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어차피 한국은 중국과 더 친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한국은 빼놓고 호주·일본·필리핀·베트남·미얀마·인도 등과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미·중의 대립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지정학적 몸값이 높은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양쪽에서 다 불신당해 왕따 되기 딱 좋은 미묘한 상황에 처한 것 같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하고 나니 멕시코 사람들이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멕시코는 신(神)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미국과는 너무 가깝다. 이게 문제다." 거대한 마약 소비 시장이 있고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 바로 옆에 있는 까닭에 마약 범죄의 소굴이 되는 등 멕시코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미국과 이웃이라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원래는 19세기 미국·멕시코 전쟁과 관련해 쓰이던 표현이라는 데 요즘은 덩치 큰 나라와 가까이 사는 작은 나라의 처지를 빗대 쓰이기도 한다.

그뿐인가. 독일 통일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속마음도 들어보자. 원래 프랑스인들은 "독일을 너무나 사랑해서 독일이 두 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통일독일 말고 동독 하나, 서독 하나 이렇게 말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마음도 사실은 이럴 것이다. "한국이 두 개인 게 더 좋다"고.

한 정치인이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중국에 가서 싸다며 발마사지 받고 쇼핑하며 좋아하는데,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리가 싼값에 중국인들 발마사지 해주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거대 중국과 이웃해 살아갈 스마트한 전략이 없다면 "한국은 중국과 너무 가깝다. 그게 문제다"라고 한탄할 날이 곧 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1/2012091101014.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