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6. 10:30

답답한 추석 민심이다. 연말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기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누가 될 것 같아’라고 먼저 묻는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저 호기심이다.

다음으로 많이 묻는 것은 ‘누구 찍으면 좋을까’이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나 지역의 이해관계를 묻는 질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역 민심은 단순하다. 대구·경북에선 ‘박근혜’가 정답이다. 반대로 호남에선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정답이다. PK는 ‘해양수산부 부활하고, 신공항 지어줄 사람’이 정답이다.

이런 것들이 바람직한 질문과 대답이 아니기에 답답하다. 문제는 ‘누가 대통령 자격이 있나’다. 자격도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자격으로 외교·안보 역량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추석 연휴 내내 머리를 짓누른 것은 세계적 석학 폴 케네디와의 만남 후유증이었다. 『강대국의 흥망』이란 명저로 유명한 케네디는 추석 직전 중앙일보를 찾아 국제정세를 논했다.


헨리 키신저를 인용한 두 대목은 충격적이었다. 키신저는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이자 친중파(親中派)다. 그가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총정리한 책 『중국이야기(On China)』의 에필로그에서 중국에 대해 경고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는 설명이었다.

키신저는 ‘역사는 반복되는가’라는 제목의 에필로그에서 영국 외교관 에어 크로(Eyre Crowe)의 1907년 보고서를 인용했다. 크로는 제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은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라는 국왕의 하문에 답했다. 결론은 전쟁. 급성장한 독일은 국력에 걸맞은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중이고, 충분한 무력을 확보했을 때 헤게모니를 추구할 것이며, 현재의 패권국가인 영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국 간의 쟁패는 ‘구조적으로 결정된’ 숙명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시대를 꿰뚫은 혜안이었다. 당시 영국과 독일은 매우 우호적인 관계였다. 영국 왕실은 독일 출신이었으며,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광범한 협력관계를 다져 왔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이 ‘독일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선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키신저가 크로의 예언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과연 100년 전 독일처럼 오늘날 중국의 부상은 미국과의 전쟁을 초래할 것인가’에 답하기 위해서다. 크로의 구조론에 따르면 전쟁을 불가피하다. 지금의 중국은 100년 전 독일과 너무나 비슷하다. 100년 전 독일의 명장 몰트케는 “평화는 환상이다. 무력 없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외쳤다. 지금 중국의 장군들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가쿠 열도) 분쟁과 관련해 “군사적 역량이 쌓이면 최종적으로 섬을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키신저는 ‘평화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양국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양국 지도자들의 탁월한 식견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케네디는 키신저와 관련해 또 다른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를 말해줬다. 키신저는 예일대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국 젊은 세대의 오만”이라고 대답했다. 키신저는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외교 협상을 할 당시 상대했던 중국 지도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겸손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전혀 다르다. 내전이나 대약진 운동과 같은 가난과 광기(狂氣)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발전과 무력증강에 자만하고 있다. 점점 더 그럴 것이다. 그들과의 협상은 여러분 몫이다.” 객석의 외교학도들은 순간 모두 얼어붙었다고 한다.

키신저의 책과 강연 내용을 조합해 보면 미·중 관계의 미래는 매우 불안하다. 미·중 관계를 복원한 외교관 키신저는 끝까지 희망을 얘기했지만, 외교사학자로서의 키신저는 끝내 묵시록적 메시지를 외면하지 못한 셈이다. 비관론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문제는 강대국의 흥망에 따른 패권전쟁에서 전쟁터는 엉뚱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놓인 플랜더스 지역처럼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전쟁터가 되곤 했다.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의 출발점도 조선 땅에서 벌어졌던 청일전쟁이다.

케네디는 ‘신중하고 치밀한 외교적 대응과 준비’를 당부하고 한국을 떠났다. 대한민국 정치지도자 중 누가 과연 탁월한 식견과 지혜를 갖추었을까. 판단은 유권자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이런 외교·안보 역량이 중요한 대통령의 자격요건이란 점은 모든 유권자가 잊어선 안 될 필수 고려사항이다.

 

 

오병상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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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26

대통령 선거가 과거의 이슈와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실종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선거는 현실이고 치열한 공격과 방어가 관심을 끌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맞이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다.

우리나라는 후발 선진국가로서 국가 비전을 설정하고 그것을 추진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 시작은 1962년부터 1986년까지 5차례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을 통해서였다. 이 계획들을 통해 중화학공업 중심의 압축적인 성장의 길을 걸었고, 그 결과 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개발계획은 중단되고 그 자리를 정보화 계획이 대신하였다. 1996년의 사이버 코리아 21을 시작으로 2000년 e-Korea를 거쳐, 2004년 u-Korea 등으로 이어진 결과, 한국은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역시 좋아서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인터넷·모바일 환경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이러한 미래 비전 설정이 2008년 이후 중단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 나오고, 민간 영역의 창발성이 주도하면서 더 이상 국가 비전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 탓일까? 물론 민간 영역이 확대되어 부(富)와 가치 창출이 민간 영역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가의 역할은 다른 데 있다. 어떠한 조직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 비전이 필수적이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원의 배분과 특화(特化)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같은 규모의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 우리는 다시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설정해야 할 때가 됐다. 1단계의 산업화, 2단계의 정보화를 거쳐 우리나라의 3단계 도약의 길은 ICT(디지털 정보통신)에 기반을 둔 소프트·콘텐츠 파워가 중심이 된 지식창조사회의 비전에서 찾아야 한다. 지식창조사회의 미래를 담고 이끌어갈 'C-코리아'와 같은 국가 비전이 필요하다. 여기서 C는 하나의 의미만 갖고 있지 않다. Creative(창조적)이고 Content(콘텐츠)이며 Communication(소통)이기도 하다. 기존에 이룩한 전통산업과 하드웨어에 창조성·감성·소프트를 입히는 새로운 비전이다.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소통이 원활하게 흐르게 하는 진정한 디지털 사회로 만드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인프라와 기기(器機)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각종 경제·문화·사회 활동이 디지털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지식창조적인 특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 세계는 한국의 이러한 경쟁력의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지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C-코리아를 통해서 ICT에 기반을 둔 콘텐츠와 창조적 감성 산업 등 고용과 성장 창출 효과가 높은 분야를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창조성과 감성에 기반을 둔 디지털 기반의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해답이다. 청년들을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디자이너로 육성하고 이들의 콘텐츠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파되어 문화적·경제적 보상으로 돌아오는 선(善)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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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25

올 상반기 스웨덴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이 된 중국 화웨이(華爲)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지난해 미국 '포천'지(誌)가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1위'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화웨이의 주된 성공 요인은 128만㎡ 규모의 '화웨이 유니버시티'라는 사내(社內) 교육훈련센터를 운영하는 강도 높은 직원 교육과 전체 직원의 약 46%를 R&D 인력으로 두고 매년 순이익의 10%를 연구개발(R&D)비로 쓰는 '기술중심 경영'이다. 하지만 정작 런 회장이 꼽는 비결은 경쟁자의 의표를 찌르는 '전략'이다.

"1988년 2만위안(약 330만원)을 갖고 창업한 제가 지금도 가장 애독하는 책은 '마오쩌둥 선집(毛澤東選集)'입니다." 실제로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독점하던 통신장비 시장을 빼앗기 위해 농촌 장악 후 도시로 공격하는 마오쩌둥 전법을 그대로 구사했다. 홍콩을 시작으로 러시아·남미 등 신흥시장(2단계),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 시장(3단계)을 거쳐 유럽·미국으로 진격한 것이다. 그 결과 총매출의 75%를 해외에서 올리는 화웨이는 지금 세계 50대 통신기업 중 45개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에서 '자아비판' '와신상담' 같은 용어가 일상화된 것은 런 회장의 마오쩌둥식 사고방식의 영향이 크다.

중국 1위 음료회사인 와하하(娃哈哈)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은 1998년 '페이창콜라(非常可樂)'를 내놓으며 '측익진공(側翼進攻)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코카콜라·펩시콜라 같은 다국적 기업과 정면승부를 피하고 중소도시와 농촌 시장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으로 페이창콜라의 점유율을 3년 만에 12%로 높이며 중국 대륙에 '콜라 삼국지 시대'를 연 것이다.

냉장고·세탁기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하이얼(海爾)의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은 자나깨나 '손자(孫子)병법'을 곁에 두고 응용방략을 숙고한다. 신입사원 면접장에서도 '손자병법' 구절로 질문할 정도이다. 하이얼이 소형 냉장고로 미국 시장에서 대히트를 친 것은 '출기불의(出其不意·적이 생각하지 않는 곳을 친다)'라는 손자병법 원리를 마케팅 현장에 적용한 산물이다.

내로라하는 중국 CEO들은 이처럼 하나같이 '전략 고수(高手)'들인데, 우리는 어떤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공략하겠다고 선언하는 대기업 오너와 CEO들은 많지만, 차별화된 '전략'조차 없이 "선진국에서도 통했으니 중국에선 더 잘 될 것"이라는 오만한 발상으로 접근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진출 10년이 넘어도 반짝 성공 후 실적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기업들이 훨씬 많다.

공산당 주도의 국가자본주의 체제인 중국은 광대한 시장과 �r시(關係), 독특한 유통망·상거래 관행 등으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비즈니스 정글' 같은 곳이다. 이런 땅에서 한국 기업인들은 너무 순진하게 대응하는 게 아닐까. 중국 CEO들과 당당하게 겨루며 때로는 그들을 뛰어넘는 고단수의 치밀한 전략과 지모(智謀)가 없는 상태에서 벌이는 차이나 비즈니스는 자칫 백전백패(百戰百敗)라는 참화를 낳게 될 것이다.

 

 

송의달 산업부 부장대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2/20121002019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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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24

며느리 휘어잡는 비책? 道 닦듯이, 政治 하듯이
하나 주고 둘 얻으려면 속을 다 보여줘선 안 돼
욕심과 집착 버리면 돈·학식 없어도 백전백승

 

그리 순순히 손목을 내어주는 게 아니었다. 핏빛 단풍에 홀려 정읍 가는 기차에 냉큼 올라탈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앞길 창창한 스무 살에 덜컥 새 생명을 잉태하였으니, 정숙씨 고생은 그때가 시작이었다. 공룡이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바라지 3수(修) 끝에 외아들을 백수 탈출시켜 놓고 이제 좀 팔자가 펴나 했더니, 나이 오십둘에 며느리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느냐 말이지. '지 애비 아들 아니랄까 봐' 하고 혀를 찬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어서, 기왕 이리된 거 세상 제일의 시어미가 되어보자 하고, 팔순 연치(年齒)에 새삼 한문공부에 재미를 붙인 호호백발 시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한 수 가르쳐주시지요.

"이빨 빠진 호랑이한테 한 수는 무슨."

―퉁기지 말고 한 말씀 주시지요.

"화이부동(和而不同).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진 말아야지."

―기왕이면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무당 송편 뜯어 먹는 소리. 병법(兵法)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며느리와 싸우란 말입니까.

"자네와 내가 전쟁한 지 어언 40년이네."

―어찌 싸워야 합니까.

"맨입으로 어찌…."

―백화점에 찜해두셨다는 닭스 투피스 한 벌 뽑아드리지요.

"싸우지 않고 이겨야지. 백전백승(百戰百勝)보다 부전이승(不戰而勝)이 아름답다 하였으니."

―학벌이 달려도 너무 달리니 전장에 나서기도 전에 주눅이….

"중졸이라고 국졸인 시어미를 우습게 여기더니 쌤통이로고."

―무식하다고 구박한 쪽은 어머니였지요.

"속성(速成)으로 유식해지는 법이 있긴 하네만."

―바바리코트는 어림없습니다.

"낼모레 저승 갈 내가 뒷방에 앉아서도 천리 밖을 내다보는 비법, 신문에 있나니."

―문자 몇자로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매귀추마(買鬼推磨·귀신을 사서 맷돌을 갈게 하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리나니."

―재산이라곤 달랑 이 집 한 채뿐이외다.

"돈 없고 학식 없으면 며느리보다 월등히 잘하는 한 가지가 있어야지."

―쩜당 백 고스톱은 자신 있습니다만.

"자네가 동치미 하난 맛깔 나게 담그지. 그것이 박사학위보다 위력적임을 알게 되리니."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라 하더이다.

"속을 다 보여줘선 안 되지. 아무리 기뻐도 박장대소 말고, 슬퍼도 대성통곡 말며, 화가 나도 불을 뿜어선 안 되느니."

―도(道)를 닦으라!

"아들 생일은 잊어도 며느리 생일은 잊지 마시게. 둘이 다투면 고까워도 며느리 편들고, 며느리 티끌만 한 장점도 대들보인 양 칭찬하시게."

―정치를 하라십니까.

"자네의 패도 꺼내야지. 아침밥은 거르지 말 것, 삼일에 한 번 문안전화 드릴 것, 부모의 생신과 기일을 엄수할 것."

―그거야 기본이지요.

"기본이 전부이고, 그래서 어려운 법. 또 하나, 집안 대사(大事)는 반드시 며느리와 상의하시게."

―아예 곳간 열쇠를 내어주라 하시지요.

"여기가 내 집이란 주인의식을 며느리가 느끼는 순간 자네의 승리!"

―손자를 봐달라 하면 어찌합니까.

"월급통장을 내놓으라 하시게."

―며느리 하는 짓이 눈꼴 사나우면 어찌합니까.

"모기를 보고 칼을 빼어들 수야 없지."

―그래도 아들이 아까워 죽겠습니다.

"나는 얼마나 아까웠겠는가."

―며늘아기 관상에 후덕한 데라고는 없으니.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나면 꼿꼿이 자라는 법. 어진 이와 함께 있으면 어질어지고 악한 이와 있으면 악해지나니."

―차라리 성인군자가 되라 하소서.

"결혼과 동시에 아들은 며느리의 것. 아들에 대한 눈곱만 한 연민까지도 칼같이 거둬들이면 이 땅에 더 이상 고부갈등이 없으리니."

―모자지간의 숭고한 사랑을 끊으라니요.

"사랑이 아니라 집착. 자네 아들한테 쏟아부은 정성의 10분의 1만 내 아들에게 나눠줬으면 우리 아들 몰골이 저리되었겠나."

―그래도 싫습니다. 꼴리는 대로 살랍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기는 법. 천 번을 흔들리면 뭐하노. 바로잡는 결단이 있어야지."

―근데 말입니다. 저는 이토록 위대한 시어머니를 모신 기억이 없으니 어찌 된 일입니까.

"1루·2루·3루를 밟아야 홈에 들어가는 법. 이생과 작별할 날 닥치니 깨달음이 폭죽처럼 터지는 것을. 근데 말이야. 미운 정 옴팡지게 들어야 진짜 정이라더니, 그토록 밉상이던 자네가 요즘 예뻐 보이는 것은 나의 망령인가, 도통(道通)인가."

 

 

김윤덕 기획취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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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22

중국 인민해방군에는 ‘아버지’ 칭호를 받는 두 명의 영웅이 있다. ‘로켓의 아버지(火箭之父)’로 불리는 첸쉐썬(錢學森·1912~2009)과 ‘항공모함의 아버지(航母之父)’로 회자되는 류화칭(劉華淸·1916~2011)이다. 당대 최고의 로켓 전문가였던 첸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연구하다 귀국해 오늘날 중국 로켓과 우주과학 기초를 다졌다. 반면 류는 평생 전장을 누비며 대양해군의 꿈을 놓지 않았던 야전 제독이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엊그제 취역한 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遼寧)함 갑판 위에서 눈물과 함께 춤을 췄을 것이다.

지난해 1월, 류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중국 해군 지휘관 몇 명이 그의 집을 찾았다. 유언은 그들의 가슴을 후볐다. “항모를 보지 못하면 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다.” 지휘관들이 “내년에 꼭 항모를 취역시키겠다”고 약속하자 그는 눈을 감았다고 한다.

1970년 일이다. 해군 부참모장이었던 그는 어느 날 지휘관 회의에서 “항모 보유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참모들은 “미친 거 아냐”는 표정이었다. 문화혁명의 광풍과 사회 혼란, 변변한 구축함 한 척 없었던 해군, 그리고 하루 연명하기도 힘들던 인민들 앞에서 항모라니. 그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중국의 영해가 국토의 3분의 1인 300만㎢다. 이걸 어떻게 지킬 건가. 청 말 서구열강에 국토가 어떻게 찢겨나갔는지 잊었나.” 중국 해군 전략의 기초가 된 ‘해양 국토론’은 이렇게 시작됐다.

회의를 마치고 그는 해군 내에 ‘항모 논증팀’을 만들어 항모 전사와 작전개요, 관련기술, 인력양성 계획 등을 집중 연구토록 했다. 75년, 중국의 항모를 가져야 하는 논리를 완성한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을 찾아 일주일 넘게 설득했다. 80년, 류는 해군 사령관으로 미국을 방문해 항모 ‘키티호크함’ 갑판에 올랐다. 중국 군 장성으로는 처음이었다. 당시 각오를 그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썼다. “눈물이 났다. 그리고 조국과 약속을 했다. 죽기 전 반드시 항모를 갖겠다”고.

 

이후 그는 국방대학 내 항모 함장교육 과정 개설(87년)과 우크라이나 항모 바랴크함(랴오닝함) 매입(98년) 등을 주도했다. 그래서 랴오닝함은 류에게 평생의 한(恨)과 꿈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항모가 미국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갖추려면 앞으로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대양 해군’ 전략은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그리고 한국 안보에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아쉽고 답답한 것은 중국의 류화칭을 넘을 ‘한국의 류화칭’이 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거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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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20
1966년 9월 초 불교 미술 연구의 권위인 황수영·정영호 박사는 서둘러 경주로 달려갔다. 국보 21호 불국사 석가탑이 훼손됐다고 하니 조사해달라는 문화재관리국 요청을 받고서였다. 가서 보니 석가탑 주변에는 화강암 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1층과 3층 덮개(옥개석·屋蓋石)도 어긋나 있었다. 사찰 측과 경찰은 며칠 전 있었던 지진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지진 여파라면 석가탑보다 훨씬 섬세한 다보탑은 무너져 내렸어야 했다. 각층 탑신(塔身)이 다 움직였는데 2층만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황·정 박사는 인위적인 힘이 가해진 게 틀림없다고 보고했다.

▶며칠 후 도굴범들이 잡혔다. 범인 중에는 국립 경주박물관의 경비원도 끼어있었다. 그들은 사다리와 지렛대를 이용해 야밤에 석가탑을 들쑤시다 불국사 새벽 종소리에 놀라 달아났다고 했다. 석가탑을 원상회복하기 위해 탑을 해체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범인들이 미처 손을 대지 못한 2층 탑신 내부에서 무구정광다라니경, 은으로 만든 사리함같은 국보급 문화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무구정광다라니경은 일본이 세계 최고(最古) 목판 인쇄본이라고 주장하던 백만탑다라니경보다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함산의 새벽을 여는 불국사 종소리가 조금만 늦게 울렸더라면, 다른 탑처럼 석가탑도 사리함을 맨 아래 1층 탑신에 모셨더라면…. 돈에 눈이 어두운 도굴범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벌인 석가탑 해체 작업이 하루아침에 석가탑의 가치를 더 높여주었다.

▶석가탑은 무영탑(無影塔)이라고 불린다. '그림자 없는 탑'이란 뜻이다. 백제의 아사녀는 석가탑 다보탑을 세우기 위해 신라에 불려간 남편 아사달이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자 직접 경주를 찾아온다. 날마다 불국사 주변을 서성거리지만 탑이 완성되기 전에는 여자는 들어갈 수가 없단다. 가까운 연못에서 탑이 빨리 다 올라가 모습을 비치기를 지극 정성 빌지만 탑은 끝내 비치지 않는다. 아사녀는 상심 끝에 연못에 몸을 던진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아사달은 연못 옆 바위에 아내의 얼굴을 새기고 자신도 몸을 던진다. 석가탑이 무수한 전란과 일제의 문화재 약탈, 도굴에도 그 안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품에 안고 있어서일까.

▶석가탑이 대대적인 해체·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1000년 만의 본격적 해체인 만큼 이번에는 탑의 밑바닥도 파보게 된다. 다른 신라 석탑처럼 불상이나 귀걸이 팔찌같은 보물이 나올 수 있을까? 팔순의 정영호 박사는 "가능성은 반반"이라면서도 뭔가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김태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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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12. 26. 10:19

지난 9월 27일은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침묵의 봄'은 환경주의 이념을 고취하며 세계 곳곳에 환경보호 운동을 불러일으켜 이른바 생태학의 시대(Age of Ecology)를 열어젖힌 책이다. 역사학자들은 이 책의 사회적 영향을 1852년에 출간되어 남북전쟁과 노예제도 폐지를 불러온 해리엇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 비견한다. 1970년 미국 정부에 환경보호국(EPA)이 만들어진 것과 1992년에 도출된 '리우 선언'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이 책 덕택이다.

활활 타는 불에는 어김없이 날파리들이 꾀는 법. 50년이 지난 오늘도 이 책에 대한 구시렁거림은 끊이지 않는다. 비판자들은 이 책이 DDT 사용을 금지시키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나는 끝없이 반복되는 이 주장을 들을 때마다 그들이 과연 카슨의 책을 읽은 것인지 의심스럽다.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화학 살충제의 사용을 무조건 중지하라고 쓰지 않았다. 다만 화학 살충제의 남용이 훨씬 더 큰 생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태학적 원리를 설명했을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관광도시 클리어 레이크(Clear Lake)의 주민은 1949년 실제로 물지는 않지만 매우 성가시게 구는 날파리를 없애달라는 관광객들의 요구에 못 이겨 DDT보다 독성이 약한 DDD를 소량(0.02ppm) 호수에 살포한다. 그러나 잠시 반짝 효과가 있었을 뿐 2년 뒤 날파리가 더 극성을 부리자 주민은 매년 농도를 조금씩 올려가며 DDD를 뿌려댔다. 그러자 1954년 수많은 논병아리가 죽어나갔고 그들의 조직에 DDD가 무려 1600ppm이나 농축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런 현상을 생태학에서는 먹이사슬을 따라 독성이 축적되어 인간을 비롯한 최종소비자들이 가장 심한 타격을 입게 되는 '생물농축'이라고 부른다.

지구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그 사라지는 생명 속에 인간이 있다. 카슨의 가르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절하다. 이제 막 대학의 문을 나서려는 젊음에게 묻는다. 지구의 생명을 되살리는 일보다 더 값진 삶이 어디 있겠는가? 생태학과 에코과학이 꿈 많고 능력 있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행동생태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1/20121001008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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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11

엔니오 모리코네의 주제음악이 환상적이었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국내 출시명 '석양의 무법자')'은 세 총잡이의 맞대결로 끝이 난다. 무려 3분간이나 이어진 피 말리는 신경전 끝에 '좋은 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쁜 놈'에게 총을 쏜다. '추한 놈'도 '나쁜 놈'에게 총을 겨누지만 전날 밤 이스트우드가 그의 총에서 미리 총알을 제거해둔 바람에 불발로 그친다.

흔히 '멕시컨 대결(Mexican standoff)'이라고 불리는 삼자(truel) 게임은 양자(duel) 게임에 비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띤다. 양자 게임의 경우에는 대체로 먼저 공격 기회를 잡는 게 유리하지만, 셋이서 대결하는 상황에서 선제공격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만일 갑이 먼저 을을 쏜다면 병이 곧바로 갑을 쏘아 손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댜오위다오 혹은 센카쿠 열도를 놓고 중국일본의 무력시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일본은 또한 우리나라와 독도를 두고 분쟁을 일으키려 한다. 중국 역시 우리 이어도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해양영유권을 둘러싼 세 나라의 갈등은 각각 다른 섬을 두고 벌어지고 있지만 자칫 까다로운 삼자 게임으로 번질지 모른다.

삼자 게임에서는 공격력의 확실한 우위가 없는 한 일부러 상대를 맞히지 않는 게 일단 최선의 전략이다. 그러면 다음 공격자는 여전히 실탄을 장전하고 있는 나머지 상대를 쏘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센카쿠 열도를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홀연 국유화를 선언한 일본은 쓸데없이 선제공격을 하는 우를 범했다. 국내 정치용 전략이 국제정치를 망친 전형적인 예이다. 독도에 대한 우리의 전략도 이런 관점에서 신중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이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놈' 클린트 이스트우드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추한 놈'을 일찌감치 무장해제시키고 게임을 단순하게 만드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두 나라 중 누가 '나쁜 놈'이고 '추한 놈'인지는 차차 드러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대선도 지난 세 번의 대선과 마찬가지로 삼자 게임이 되고 말았다. 늘 양자 게임을 벌이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은근히 삼자 대결을 즐기는 건 아닌가 싶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행동생태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4/2012092402423.html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0:09

중국 취재를 다니면서 좌절할 때가 많다. 지난해 12월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시위가 벌어진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에 갔을 때는 사전에 현지 취재원을 구하지 못해 '맨땅에 헤딩'을 했다. 길거리 주민과 공원의 노인 10여명을 붙들고 이틀 전 시위 상황을 물었더니 "모른다"거나 침묵 일색이었다. 시위가 벌어진 여러 곳 중 하나를 골라 갔다. 큰 도로가 교차하는 고속도로 진입로인 데다 높은 건물이 없어 인근 주민이라면 6000여명이 벌인 과격 시위를 모를 수 없는 곳이었다.

도로 옆 해산물식당에 들어가 요리와 담배를 주문하며 주인의 환심을 샀다. 식사를 마친 뒤 주인에게 담배를 권하며 말을 붙였으나 그는 시위에 대해서는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담배 한 대를 다 피울 때까지 얻어낸 대답은 "시위는 벌어졌지만 진압됐다"는 하나마나 한 소리였다.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고개만 가로젓고 입을 닫았다.

지난 5월 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 당국에 구금돼 있다는 얘길 듣고 출장을 갔으나 거기서도 아무런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공안 관계자를 어렵사리 만났지만 극비(極秘) 사안인 데다 안전부에서 관장하는 일이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달 초에는 동북지방의 한 도시에 취재를 갔다가 밤늦게 호텔 방으로 찾아온 보안요원들한테서 "초청받지 않고 취재온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경고를 받고 서둘러 도시를 떠났다.

중국 전역엔 거대한 정보 차단막이 있다. 중국인들은 생래적으로 낯선 사람에게 자기네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외국 기자가 소위 '관시(關係)'를 통해 취재원을 소개받지 않으면 낯선 곳의 취재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공직사회는 이런 보이지 않는 차단막 외에 법규정이라는 유형의 차단막까지 결합돼 있어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압권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잠적 사태다. 그가 자취를 감춘 14일 동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쏟아지는 외국기자들의 질문에 "그 방면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며 완벽한 답변 거부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시 부주석의 신상(身上)과 관련해 운동 중 부상, 심장병, 암, 자동차 테러, 총칼 피격,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의 갈등 등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설(說)이 나돌았다. 시 부주석의 측근이나 주변에서도 거의 얘기가 흘러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떠도는 얘기도 진위를 알 수가 없었다. 이 거대한 땅에서 이 많은 사람이 만나고 떠들고 부대끼며 사는데, 차기 국가 최고지도자라는 사람이 도대체 왜 사라졌는지 확인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의 호각소리를 시작으로 개혁개방의 길을 달려온 지가 30년이 지났는데도 정보 차단막은 개방되지 않았다. 시 부주석이 잠적을 끝내고 미 국방장관 등 외국 귀빈들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지만, 중국 매체들은 그의 잠적 사연에 대해 여전히 일언반구 보도하지 않는다.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대국은 덩치만 크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대국의 요체는 당당함이고, 정직함 없는 당당함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여시동 상하이 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8/20120928019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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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06

크리틱

대략 천년 전 그해 한 소녀가 종소리가 되어 죽었다. 오래도록 소녀가 녹아들어가 종소리가 더 거룩하고 멀리 들린다고들 믿었다. 어떤 고고학자들은 그 종소리를 해부하고자 했다. 긴 고민 끝에 그들은 쇠에 인 성분이 없는 것으로 봐 에밀레종 이야기는 사실은 아닐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굳이 소리의 성분을 알아야만 했던 것일까. 새의 노래가 궁금하다고 가슴을 열어볼 필요는 없다. 새가 죽을 따름이다. 설화와 예술을 화학적으로 이해하고 확인코자 한 합리적 무지다. 달에 가서 계수나무를 찾는 건 과학이 아니라 작가의 몫이다. 암스트롱 등 간 사람은 볼 수 없고 가지 않은 자는 한가위 달밤에 마당에 선 채로 옥토끼를 얻을 수 있다.

 

이 설화의 핵심 구조는 종을 만드는 과정의 지난함과 당대 지배종교의 민중갈취에 대해 입을 통해 형상화된 기록이 재불교화한 전승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소녀의 집안은 바칠 게 없었다. 가난한 자는 종교적 압박과 그에 부가되는 죄의식에 상응하는 어떤 것을 내놓아야 할까. 인신공희, 윤회관, 여성차별, 어린아이가 제물로 순결하다고 여기는 태도 등 일반적 이해가 이를 뒷받침한다. 청동으로 빚은 시칠리아황소 뱃속에서 한 사람이 불에 타면서 소리를 질렀다면 에밀레종에는 그 시대 민중이 겪어야 했던 집단고통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도 좋다. 설화에서 소녀는 종 속으로 사라졌다. 따라서 에밀레종 소리는 민중의 울음이자 비명이다.

 

에밀레야. 소리 내어 읽어보라. 가슴이 여전히 울린다면 그대는 감성적 공범이다. 공범의식이 높을수록 소리는 애잔하고 멀리 울려 퍼지리라. 이는 귀신이 집단죄의식의 산물인 것과 일치한다. 귀신이 죽어버린 사회는 죄의식조차 사망해버린 사회다. 자본주의는 귀신을 살해하고 스스로 괴물이 되었다. 죽음에 울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다. 그런 점에서 에밀레종 소리는 그치지 않고 오늘 일어나는 죽음을 고발한다. 과연 큰 종이다.

 

신라 때는 소녀를 섞어야 종이 울렸다. 에밀레야. 21세기 한국에서는 소녀를 섞어야 반도체가 작동한다. 그날 이후 모든 반도체는 죽음을 반사시킨다. 소녀들의 죽음을 첨가하지 않으면 전도율이 배가되지 않는 죽음의 집적회로, 순정성분 목숨들이 녹아들어야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무균공장의 창백한 자본주의 설화가 이 순간 에밀레 설화를 대체하고 있다. 목숨을 바치는 가난한 윤회는 고대와 문명사회 간극을 일시에 메우고 있다. 에밀레종처럼 반도체에도 인 성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비극을 더 투명하게 조립시켜내고 있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한국 사회는 지금 죽음을 외면하는 죽음으로 죽어가고 있다. 자본의 대리로 권력이 청부 집행한 용산은 중산층이 철저히 얼굴을 돌린 죽음이다. 한국인 생존지문이었던 사글세와 사당동을 지우고자 뿌리친 자리에 노트르담 드 용산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노동과 자본이 나란히 가는 듯한 쌍차는 이름이 좋았달 뿐 스물둘 죽음에 눈감은 일상에는 대중자살이 똬리를 틀고 있다. 10대~30대 사망 원인 첫째는 모조리 자살이다. 성장기의 집단자살을 포함한 이 거대한 대중자살은 탐욕과 침묵의 공모에 의한 타살이다.

 

이 가을 서대문 옥마당 사형장 가는 길 미루나무가 높은 건 하루아침에 여덟 청춘이 목 매달린 터다. 선거철이 되자 이 죽음을 놓고 사과라는 말이 유통되고 있다. 인혁당의 목숨은 여덟으로써 하나다. 두번째 판결도 재심도 법률적 신원회복일 따름 무엇도 되돌리지는 못한다. 억지로 토해내는 사과는 모욕을 두껍게 할 뿐 이미 거짓이다. 에밀레야, 추석날을 울리고 가는 종소리에 귀가 아프구나. 이 사회가 숱한 죽음을 버리고 능멸한 죄 깊은 까닭이다. 오늘밤 그 미루나무는 더 높겠다.

 

 

서해성 소설가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3856.html

 

 

Posted by 겟업
2012. 12. 25. 21:08

어렸을 적, 어른들은 우리가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낭비한다고 나무랐던 것 같다. 이제 과거의 우리는 어른이 됐고, 어른이 된 우리는 지금 젊은 세대가 휴대전화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야단을 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뿐 아니라 도처에 널려 있는 스크린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혹자는 끔찍한 일이라고까지 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운이 좋은 세대이고, 게다가 매우 현명하다. 어린 시절의 텔레비전은 서로를 소외시켰다. 온 국민이 동시에 한 프로그램에 열광하던 시절을 상기하면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텔레비전을 시청한다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경험이었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은 마치 터널을 바라보는 것과 같아서 같은 방에 있는 사람조차도 철저하게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늘날의 스크린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과 연결성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개념이지만 오늘날에는 새로운 ‘네트워크 시대(Networked Age)’를 정의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물론 손 안의 휴대전화로 방대한 양의 지식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하게 됐다. 비록 나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은 어떤 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지만 인터넷은 훌륭한 선생님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 

구글 직원이기도 한 피터 노르빅 박사와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는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들의 학교 수업을 온라인에서 공유한 것이다. 그러자 세계에서 10만 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 신청을 했다. 학기가 끝났을 때 이 가운데 248명이 만점을 받았다. 이들 중 스탠퍼드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즉 이 248명의 학생은 엘리트 교육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이런 기회가 없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사례는 단지 한 대학교의 한 강의에 불과하다. 여기에 모든 학교와 선생님들의 수가 곱해진다면 파급력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학습에 방해가 된다고 하는 스마트폰은 사실 학생들이 있어야 할 장소에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일례로 한국의 한동대에는 책상마다 반영구 근거리무선통신(NFC) 스티커를 붙여 놓아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출석 체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환경이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는 예다.

인터넷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다. 서구 사회와 한국은 모두 고령화 및 핵가족화에 직면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을 극적으로 개선해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인터넷은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터넷은 전례 없는 규모로 연구 활동을 조율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DNA와 건강, 영혼과 같은 내용에 관한 지식이 글로벌하게 확대되고 공유된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지구상의 수많은 과학자가 협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는 핵심 과학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세계 차원에서 보편적인 이슈를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됐다.

건강에 주는 영향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미 엄청난 양의 건강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어떤 약은 특정 약물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그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해준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기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의 의사를 찾아주고,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의사는 해당 환자의 건강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의 발전은 더 새롭고 튼튼한 정부 체제 구축을 뜻한다. 정부는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정부를 더욱 정확하게 판단하고 다른 나라 정부와도 비교할 수 있다. 이는 국가 단위뿐 아니라 지방 단위로도 일어날 수 있으며 그 결과 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지역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우연치 않게 그런 활동이 글로벌한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발견하게 된다. 일례로 휴대전화와 문자를 통해 개도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작은 프로젝트는 국경을 초월해 전파됐으며 이제는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런 성과는 세계 곳곳에서 기대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모든 차원에서 사회를 변화시킨다. 정부는 프로그램의 성과를 바로 측정할 수 있고, 언론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시장은 더 나은 방식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이 다양한 정보나 대안적 사회 비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도 확대된다. 우리 시스템을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있고 여기에서 요구사항이 발생한다. 현존하는 체제는 이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고, 결국 전통과 특정 이해관계가 복합된 기존 시스템은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기술 용어로는 이를 ‘강제된 업그레이드(forced upgrade)’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의 성장은 혁신도 배가(倍加)하고 있다. 한국은 이 원칙을 확인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다.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국가와 기업은 폐쇄적이고 일국 차원에 머무르는 국가와 기업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스마트폰 열풍을 통해 한국인 엔지니어들은 글로벌 기술 스탠더드를 겸비하게 됐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구글은 한국 스타트업 회사들이 글로벌한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도움을 주고자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0개 팀 가운데 13개 팀은 이미 회사를 차렸다. 그중 6개 팀은 상용화된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나머지 6개 팀은 150만 달러(약 16억8000만 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아이클리닉(iClinic)’이라는 유료앱(499달러)은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사용자 200여 명이 구매했다. 이 앱은 올해 5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10만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내고 있다. 학생 대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클래스팅(Classting)’은 약 2개월 만에 5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런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 한국은 자국의 혁신을 글로벌한 단계로 이끌 준비가 돼 있다. 스크린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미래의 아이들이 지식, 경이로움 그리고 문화가 공존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세대이길 바란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미래는 그렇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은 더욱 효율적으로 진보할 것이다. 알람시계가 사라지고 시끄러운 소리 대신 목소리로 된 힌트나 음악소리가 우리를 깨운다. 집은 수면 사이클에 맞춰 최적의 시간에 자동으로 커튼을 걷고 잠을 깨운다. 무인자동차는 사고를 줄여 주고 우리에겐 통근 및 통학 때 더 많은 개인 시간이 생긴다. 직장에 가면서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상상을 해보라. 오늘날 네트워크와 데이터의 능력을 보면 이런 미래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기술 분야에서 앞서가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은 젊은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것 같다.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듯 답은 간단하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 열심히 하면 된다. 더 많이 공유하고, 더 많이 배우고, 세상을 향해 자신을 더 활짝 여는 것이다. 어떤 연세대 학생은 버스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앱을 만들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이것이 바로 삶의 모든 측면을 연결하고 향상시키는 인터넷을 활용한 다음 세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출발점이다.

내 세대는 이러한 미래 세대를 위해 플랫폼을 최대한 넓고 개방적으로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교육, 과학, 기술의 전 영역에서 큰 파급 효과를 낳는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저주가 아닌 축복이며 이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얻은 혜택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 에릭 슈밋 회장은 누구 ::


2001년 막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신생 벤처기업 구글은 최고경영자(CEO)를 물색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30대의 젊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대신 회사를 맡아줄 경험 있는 전문경영인을 원했기 때문이다.

페이지와 브린은 처음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만이 구글 CEO를 맡을 수 있다고 우겼지만 잡스가 애플을 떠날 리가 없었다. 그때 에릭 슈밋과 만났다. 소프트웨어 업체 노벨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을 거친 슈밋은 창업자들보다 나이가 열여덟 살 많았지만 페이지와 브린 못지않게 컴퓨터에 정통해 환영을 받았다.

이후 슈밋이 이끄는 구글은 작은 벤처기업에서 직원 5만 명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슈밋은 ‘삼두정치’, 즉 운영은 자신이 맡고 페이지와 브린은 제품 개발과 미래 전략에 몰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창업자 브린은 이때를 회상하며 “‘어른’의 감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슈밋은 2011년 1월 10년 만에 CEO 자리를 페이지에게 내주고 대외활동을 전담하는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퇴임사에서 “구글은 더이상 어른의 감독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



http://news.donga.com/3/all/20120928/49736740/1



Posted by 겟업
2012. 12. 25. 21:06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자살률 1위, 합계출산율 34위와 같이 부끄러운 지표들도 있다. 살기도 싫고 아이 낳기도 싫다는 것은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불안하고,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불안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대선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들고나오는 것이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지만 이 문제들에 대한 처방을 들어봐도 국민의 근심 걱정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불안요소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 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경제 문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세계경제가 순항해야 안심할 수 있는데 글로벌 리스크가 심상치 않다. 2008년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인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해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올해는 경제침체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달러화 양적완화 방침으로 주식시장이 잠시 반등 기미가 있었지만 약효가 오래갈 것 같지 않다. 1929년의 대공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경제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세계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침체 

국내 사정은 더 심각하다. 버블 세븐 지역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계부채 문제를 촉발하고 있고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해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락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가 20여 년 전 일본의 버블 붕괴에 이은 장기 경제침체 현상을 닮았다. 

한반도의 주변 사정도 긴박하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물대포 싸움을 벌인다. 일본은 엄연히 우리 영토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의 이어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자원전쟁’이라는 책을 집필한 일본의 시바타 아키오 소장은 최근의 자원 가격 상승은 석유와 석탄 등 지하자원에 의존한 20세기형 성장모델에 한계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춘하추동 날씨 변화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볼라벤 덴빈 산바에 이어 제17호 태풍 즐라왓이 예상과 달리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 한다. 지난겨울엔 이상한파, 올여름엔 가뭄을 동반한 이상고온 등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날씨 변화는 지구온난화가 가져오고 있는 또 하나의 리스크다.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물 부족이나 식량안보와 관련된 우려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와중에 1980년대 말 분출했던 노사갈등 이상의 계층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서 불평등한 배분 상태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 현상으로 요약되는 인구변화 리스크는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민족분단 리스크가 있다. 핵실험, 미사일 시위는 60년간의 경제적 번영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초대형 리스크다. 남북 분단이 종식돼 통일이 온다 해도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침체, 버블 붕괴, 자원전쟁, 기후변화, 계층 갈등, 인구변화, 분단 대치 등과 같이 국가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7대 리스크로 미래를 호언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극복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적어도 7대 리스크와 같이 국가 안위와 관련된 리스크에 대해서 지도자는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200년 동안 서구 사회는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고 한국은 이를 단 60년 만에 따라잡았다. 7000년 인류 역사를 반추해 보면 200년은 짧고 유한하다. 찬란했던 로마제국이 망하리라고는 그 당시에 아무도 예견하지 못하였듯이 영원한 문명도 영원한 국가도 없었다. 미래 리스크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국가와 민족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는 예외 없이 무너졌다. 

미래 대비 못하면 무너진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유럽 각국은 단기적 현안에 대해서는 때때로 미흡하게 대처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국가 미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했다. 그러나 과거 수치스러운 역사적 순간에 우리 지도자들은 근시안적 시각으로 눈앞의 이익과 권력을 유지하기에 급급했음을 본다. 2050년, 그리고 2100년, 3000년이 되는 미래의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되기 위해서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통찰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하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 교수


http://news.donga.com/3/all/20120928/49737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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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1:05

해오던 대로 하는 것, 쉽고 편하다. 관성의 안일함은 사과 꼭지에도 있다. 한국에서 파는 사과, 참 별나다. 꼭지가 없다. 1960년대에만 해도 꼭지 달린 사과는 흔했다. 꼭지가 사라진 건 골판지 박스가 등장한 70년대다. 당시는 사과를 세 개 층으로 쌓고, 그 사이에 종이를 깔았다. 꼭지가 종이를 뚫고 다른 사과에 흠집을 냈다. 그러자 과수원에선 수확 때 꼭지를 완전히 제거했다.

시대가 바뀌자 포장 방식이 변했다. 한 단짜리 소형 박스가 대세가 되면서 흠집 걱정은 줄었다. 꼭지 따는 노동을 줄이면 전국 사과 농가의 생산비는 연간 190억원이나 줄어든다. 꼭지를 보고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으니 소비자의 사과 고르기도 편해진다. 꼭지는 수분 증발을 억제해 저장성도 높인다. 답은 분명하다. 사과 꼭지를 없애지 않는 게 두루 이익이다. 이 답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제시됐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빼곤 한국 사과에는 여전히 꼭지가 없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간 이 간단한 변화조차 해내지 못한 것이다. 사과 산업의 리더는 둔감했고, 생산자는 안주했다.

비단 사과뿐이겠는가. ‘내수가 미래다’ 기획 시리즈가 최근 본지에 연재됐다. 새로 찾아낸 답이 아니다. 답이 나온 건 족히 10년은 됐다. 그런데 다시 내수가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가 열린다는 걸 강조할 수밖에 없다.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관성이 있다. 하나는 기득권이다. 내수의 근간인 서비스업에는 이미 터잡고 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자영업자는 600만 명이다. 표로 하면 600만 표다. 자영업자는 서민, 번듯한 서비스업은 반(反)서민이란 프레임까지 얹혀졌다. 변호사·의사·약사마저 경쟁력 얘기만 나오면 생존권을 내건다. 27일 출범한 서비스산업총연합회의 박병원 회장은 묻는다. “내 아들딸의 일자리가 중요한가, 아니면 계속 국민 정서만 탓할 것인가.” 대선 후보에게 묻고, 분명한 답을 들어야 할 물음이다.


둘째 관성은 규제다. 규제는 탄생과 동시에 강력한 관성이 생긴다. 공무원의 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규제를 바꾸려면 관가의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다. 최근 만난 한 관료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는 “대안 찾는 게 내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퍼지길 바란다. 시리즈에 소개됐듯 여수산업단지에서 규제 하나를 해결하면 일자리 5000개가 늘어난다.


며칠 전 한 대형마트에 꼭지 사과 기획세트가 나왔다. 꼭지 없는 것보다 10% 싸다. 10여 년 만의 변화라 반갑다. 하지만 씁쓸하다. 끝에 몰려서 나온 변화여서 그렇다. 1인당 연간 사과 소비량은 85년 13㎏에서 2011년 7.6㎏으로 급감했다. 그사이 전체 과일 소비는 36㎏에서 62.4㎏으로 늘었다. 뒷걸음질도 이런 뒷걸음질이 없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사과 꼭지만으로 충분하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55607&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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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1:02

얼마 전 조선일보에 2010년 3월 비행훈련을 하다 순직한 고(故) 오충현 공군 대령이 생전에 쓴 일기가 실렸다. "내가 죽으면 우리 가족은 담담하고 절제된 행동을 보였으면 좋겠다. 조국이 나를 위해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나를 조국의 아들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는 내용이었다. 유언 아닌 유언이 되어 버린 오 대령의 일기장 내용을 미리 본 것처럼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육군 이기자부대 수색대대에서 군복무 중 순직한 고(故) 표종빈 병장의 부모님이 그들이다. 표 병장은 지난달 23일 1박 2일간 야외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차량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순직했다.

그는 훈련이 강하기로 유명한 이기자 수색대대에 자원했고 늘 수색대원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순직하는 그날까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부대원들에게 웃음을 주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한 군인이었다. 입대 전에는 막노동 아르바이트로 부모님의 결혼 20주년 여행 경비를 대 드릴 만큼 효자였다. 부대는 표 병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으로 그의 고향 부산에서 부대장(葬)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날 이후 부대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힘든 천리행군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리고 유난히 축구를 좋아했던 표 병장. 그와 함께 시간만 나면 축구를 했던 생활관 전우들도 그에게 미안한듯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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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표 병장을 떠나보낸 지 사흘째 되는 날, 아직도 큰 슬픔 중에 계실 어머니께서 부대 인터넷 카페에 글<사진>을 남겼다. "우리 아들이 이기자부대 수색대대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대단했기에 영원히 말뚝을 박았나 봅니다. 다친 동료, 후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종빈이 혼자만이라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더 많은 아들을 얻었습니다. 같이 했던 장병들이 빨리 용기를 되찾고, 힘을 내는 것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길입니다." 어머니는 오히려 부대와 전우들을 격려해 주셨다.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 속에서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도 부대장에게 당부의 말(이메일)을 전했다. "정말로 아까운 사람을 하늘이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마냥 비통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 … 이번 사고로 가라앉은 부대의 분위기가 하루빨리 예전처럼 되돌아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라며 조의금 일부를 부대의 사기 진작을 위해 보내겠다고 했다.

가장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보여준 절제된 슬픔의 표현. 이는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귀함 그 자체이며, 성숙한 국민의식의 표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표종빈 병장의 숭고한 희생에 삼가 애도를 표하며, 아들을 명예롭게 조국의 아들로 승화시킨 두 분 부모님께 깊은 존경을 바친다.


임상석 육군 원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7/20120927026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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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1:01

"당신들의 춤과 음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지난 3~4월 미국 지상파 채널 폭스(Fox) TV에서는 중남미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가수·연주자·무용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재능을 겨뤘다. 콜롬비아·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숨어 지내는 재능 있는 연예인을 찾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큐 비바(Q'Viva)'를 통해서였다. 라틴 계열로 미국에서 벼락스타가 된 가수 제니퍼 로페즈(Lopez)와 마크 앤소니(Anthony)가 직접 중남미를 돌며 현장 오디션을 펼쳤고, 숱한 '능력자'들이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화려한 안무·연주·노래를 펼쳐 보이며 미국 대중을 경탄시켰다.

이 프로에 대한 관심은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용광로처럼 흡수해 한 단계씩 성장해가는 미국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각자의 언어로 무대에 서는 이국(異國) 연예인들만으로 미(美) 전역에 송출되는 지상파 시리즈를 만드는 방송사도, 낯선 얼굴과 언어를 앞세워 공연을 펼치는 연예인에게 뜨거운 호응을 보내는 미국의 시청자도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은 하나였던 것이다.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미국인들의 열광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요즘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어 가사로 노래하는 싸이를 보겠다며 지상파 방송사 스튜디오까지 몰려들어 온몸으로 흥분한다. 마음을 뒤흔드는 음악과 춤 앞에서 국적·피부색·언어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만세!" "죽이지?" 같은 '어록(語錄)'을 남기며 미국인을 매료시키는 싸이의 재능과 패기에만 환호를 보냈던 우리로서는 이제 외국어 노래에도 뜨겁게 감응(感應)하는 미국 대중의 문화적 개방성과 포용력에도 관심을 둘 때가 됐다.

문화는 교류를 거름 삼아 성장한다. 수출(輸出)도 중요하지만 수입(輸入)을 통해 다른 세계에 눈뜨는 과정은 더욱 소중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 공산품의 무역과는 다른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5~6년 전만 해도 한국 대중은 미국은 물론 아시아·유럽 각지의 다양한 대중문화에 열띤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열정이 많이 식었다. 해외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는 음반·음원 유통사들의 고민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음반·음원 판매량이 10% 이상 감소했다"며 "새로운 해외 음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싸늘했던 적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전체 음반 판매량 대비 외국 음반 판매량 비율은 2007년 53%에서 2012년 34%로 급감했다.

미국 대중음악이 세계를 제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침공(인베이젼·Invasion)'이라고까지 불렸던 비틀스(영국), 아바(스웨덴), 비지스(호주) 등 세계 각국 뮤지션의 끊임없는 도전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그들의 음악을 끌어안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K팝 열풍과 함께 세계의 신흥 대중문화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이 이제 조금씩 배워나가야 할 것은 이런 미국 대중과 문화산업계의 개방적 마음가짐이다.



최승현 대중문화부 방송·음악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7/20120927010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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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0:59

어쩌다 보니 이야기를 팔아서 먹고사는 매설가가 직업이 되어 버렸다. 이 세상의 그 많은 직업 중에 나는 왜 이 직업을 갖게 되었나. 매설가로서 살아가려면 팔리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짚어내야 한다. 남들 다 하는 이야기, 진부한 이야기, 범속한 이야기는 장사가 안된다.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 그 영화감독도 내가 보기에는 매설가 계보에 속한다. 이야기에다 알록달록한 필름을 입힌 것이 영화 아니겠는가.


캐머런은 이야기의 소재를 인도의 고대 서사시집인 <마하바라타>에서 구했다고 한다. 수많은 신이 등장하고, 그 신들이 쏟아내는 신통력과 영험담의 스토리가 <마하바라타>이다. 왜 할리우드의 감독들이 자기들 것 놔두고 인도의 뜬구름 잡는 부황한 신화에서 영감을 얻는단 말인가. 할리우드는 21세기에 들어와서 이야기 밑천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서양의 과학과 종교에 눌려 천대받던 동양의 신화들이 이제 이야기산업의 기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꼽는 한국의 3대 고전은 <삼국유사>와 <정감록>, 사주명리학의 대가였던 이석영이 1960년대에 저술한 <사주첩경>(四柱捷徑, 6권)이다. 삼국유사는 나의 종교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정감록은 정치적 상상력을, 사주첩경은 운명적 상상력을 증폭시켜 준다. 이 가운데 대선정국이 올 때마다 매설가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고전은 단연 정감록이다. 다른 사람은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나는 그 쓰레기통에서 다시 주워 담아 쓰고 있다.


정감록에서는 ‘해도진인’(海島眞人)을 이야기한다. 바다의 섬에서 진인이 출현하여 도탄에 빠진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온다는 스토리이다. 왜 섬에서 진인이 출현하는가? 한국은 삼면이 바다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 쪽이 한반도를 괴롭히는 지배와 체제의 상징이었다면, 바다와 섬은 대륙의 지배와 체제에 맞서는 대항세력의 거점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해양세력인 해도진인은 조선 사람들이 생각하는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박정희 체제에 대항했던 디제이와 와이에스가 각각 하의도와 거제도라는 섬 출신이었고, 노무현도 따지고 보면 바닷가 사람이고, 노무현을 치고 나온 이명박도 어찌 되었든 고향이 포항이다.


최근 30년 역사를 보니까 그 해도진인의 육지 상륙 거점이 바로 부산인 것 같다. 해도진인이 일으키는 바람은 부산에서 불기 시작하였다. 유신체제에 금이 가게 만든 79년의 ‘부마항쟁’도 부산에서 시작되었고, 그 연속선상에 와이에스가 있고, 2002년의 노무현 바람, 그리고 2012년의 안철수·문재인 바람도 부산이 연고지 아닌가.


부산은 지명도 솥단지 ‘부’(釜) 자를 쓴다. 같은 솥이라도 다리가 셋 달린 정(鼎)은 권력층이 파티 할 때 쓰는 솥이고, 부는 민초들이 밥해 먹는 솥이라는 차이가 있다. 6·25 전쟁 때 전국의 피난민들이 부산에 몰려들었고, 부산은 3년간 그 난민들에게 밥을 해 먹인 공덕이 있다. 인물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다. 낚시터에서도 밑밥을 미리 뿌려 놓아야 고기가 모이는 것처럼, 적선을 해놓은 토양에서 인물이 나타난다. 인물이 나오려면 밥을 해준 공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부산은 6·25 때 전국의 피난민들에게 솥으로 불을 때서 밥을 해 먹인, 공덕을 쌓은 도시다. 이 솥단지에 해도진인이 상륙할 때 일어나는 해풍이 불어와 불을 때고 있는 형국이다.


서민 얼굴인 ‘문둥이 관상’의 노무현이 등장하였던 2002년도 임오(壬午)년이었고, 2012년은 임진(壬辰)년이다. 양쪽 다 천간에 ‘임’(壬)이 들어간다. 임은 양이 아니라 음이고, 바다와 같은 큰 물을 상징한다. 임이 위에 올라타고 있다는 것은 지배를 받고 있던 음이 위로 올라가고,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는 점괘로 해석하고 싶다. 맞을지 안 맞을지는 앞으로 지나봐야 알겠지만 임진년은 새로운 물결이 몰려오는 해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변화를 관찰하기 위하여 관란정(觀瀾亭)이라는 정자를 지어놓고 급히 꺾어지는 물살의 변화를 보았던 것이다. 



조용헌 칼럼니스트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535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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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0:56


개고기 합법화, 어떻게 봐야 하나

개고기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식용 개 사육 농가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가축 규정에는 ‘개’가 들어 있지 않다. 돼지·소·닭 등과 달리 도축이나 식용과 관련된 규정이 없는 상태다. 개고기는 ‘무법지대’에 놓여 있는 셈인데, 국민건강을 위해 도축·유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위생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 개고기 합법화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동물 학대를 부추기고 동물보호 정책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국민건강 지키려면 합법화 필요

개고기 식용 막을 수 없다면 
도축·유통 위생관리 위해 
관련법에 개고기 포함시켜야

안용근 충청대 식품영양학부 교수

개고기 문제는 여름철 단골 메뉴다. 여름만 되면 시끄러워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잠잠해진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식용 개를 기르는 농민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며 궐기대회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만큼 농민들의 맘이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축산물가공처리법(도축법)에서 개를 도축장에서만 잡도록 규제했다. 그러다 1978년 8월, 개를 삭제하고 농수산부 고시로 자가도축 대상으로 하여 누구나 아무 데서나 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애완견을 잡든 식용견을 잡든 상관없다. ‘개’로만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산법’, ‘가축전염병예방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개’가 가축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는 법에 없는 ‘식용 개’라는 용어를 만들어 농민들이 키우는 개는 식용 개이므로 사단법인도 허가할 수 없고 다른 가축과 같이 지원해줄 수 없다고 하였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이고 위헌이다.

농민들의 요구는 축산물위생관리법(도축법)에 개를 포함시켜 정식 도축장에서 잡게 함으로써 도축과 유통을 위생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것이다. 개를 보신탕집에 납품하는 것은 유통업자들이다. 이들이 개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병든 개, 실험에 쓰인 개, 물 먹인 개를 유통시키면서 문제가 되곤 하는데, 농민들이 이런 비양심적인 일을 하는 장본인으로 오해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농민들의 요구를 ‘합법화’라며 반대하고, 담당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이를 빌미로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고기 식용은 위생의 불모지에 놓여 있다.

동물보호란 멸종위기종만 해당된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통계를 보면 개는 연간 5만6000여마리나 버려지는데도 개를 보호하자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기견은 동물보호소에 10여만원씩 주고 10여일 정도 맡겨졌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분양되지 않으면 죽여서 폐기물로 버린다. 동물보호론자들은 이것을 ‘안락사’라고 하면서도, 식용으로 잡는 것은 ‘학살’이라고 한다.

동물보호법은 농림수산식품부 관할인데, 가축의 사육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부처가 가축을 보호동물로 규정하여 축산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동물보호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하여 멸종위기 동물만 다루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가축의 사육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개는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3분의 1을 먹이로 하여 연간 2100억원의 처리비용을 절약시켜 주고 있다. 반면 소, 돼지, 닭, 오리 등은 수입 사료로 키우느라 외화를 낭비하고 감염병을 발생시켜 연간 수조원을 소모시킨다. 개는 그런 일이 없으므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개고기 식용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고유 문화다. 프랑스도 식용으로 한 적이 있고, 개고기 요리법 책도 나와 있다. 중국, 베트남, 북한 등에서도 식용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나라는 없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식용을 금지하거나 막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어차피 식용은 계속될 것이므로, 정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켜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공장식 개 사육 불 보듯 뻔해

고기 부족하지 않은 시대에
대량 사육된 개한테 가한 폭력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올 것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본디 육식동물인 개는 이가 날카롭다. 서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운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심하게 입어 죽기도 한다. 그런 개를 집단 사육한다면 사육장은 난장판이 되고, 개 짖는 소리로 각종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피한 곳에서 개를 사육하는 이른바 ‘개 농장’은 지금도 민원 대상이다. 개는 한 마리가 짖으면 연쇄적으로 짖어대므로 많은 농장에서는 미리 개의 고막을 뚫지만 소용이 없다. 성대를 제거하지 않는 한, 예민한 코가 낯선 이와 사료 냄새들에 반응해 짖는 행동을 연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개 농장에서는 보통 철망으로 만든 좁은 공간에 개를 가둬 사육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두 마리 이상 넣으면 서로 물어뜯을 수 있으니, 이빨 몇 개를 미리 뽑기도 한다. 이런 폭력에 노출된 개는 심한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와 질병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개고기 도축 합법화로 위생적인 도축과 투명한 사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고기 합법화는 명실상부하게 개를 식용으로 사육해 어린 상태에서 죽이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고기’로서의 개가 목적이다 보니, 병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항생제를 대량 투입하고,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여 빨리 살을 찌우게 하려고 들 것이다.

더욱이 개를 집단으로 사육하려면 이를 뽑아내거나 고막을 뚫는 식의 폭력으로도 모자라 더욱 가혹한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리 부리 끝을 뭉툭하게 잘라내는 닭이나 꼬리와 고환을 뜯어내는 돼지처럼 말이다.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옥수수만 축내는 송아지처럼, 자본은 품종을 개량해 빠른 시간에 덩치 크고 순해터진 강아지만 꾸역꾸역 낳는 개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개고기 합법화는 결국 공장식 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 사육장은 자본에 의해 거대 집단화되고, 학대적 사육에서 동물복지는 무시될 것이다. 삼계탕 뚝배기 크기에 맞게 체계적으로 성장되고 도살되는 닭들처럼, 반려동물로 정을 나누던 개들의 생명도 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개 도축 합법화가 되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벼르는 이가 있다. 수육이나 전골 이외에 3분 개요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고, 개 통조림이 대형 슈퍼마켓에 버젓이 진열돼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인생을 반려하기 위해 개를 입양한 시민은 몰론, 대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외국의 부정적인 기사를 볼 때마다 참담한 심사를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비위생적으로 사육할 뿐 아니라 혐오스럽게 도살하는 농장이 이따금 보도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건 행정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현행법으로 충분히 단속·계도할 수 있다. 고기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이상, 목적에 맞는 시설을 갖추고 복지에 신경을 쓰며 사육한다면 민원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과거 고기가 귀했던 시절, 동네의 개는 무더위에 모내기하다 지친 농민들의 보양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쉽게 고기를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오히려 과도한 고기 소비량을 줄이고,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특정 부류의 상업주의가 ‘문화’로 둔갑해 개고기 합법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537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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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15:40

요즘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이끄는SM의 '무한 영토 확장'이다. 이 회사는 보아·소녀시대·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f(x) 같은 대표적인 한류 아이돌 가수들을 거느리고 있어 가요계에서는 이미 '수퍼 갑(甲)'이 된 지 오래다. 그런 SM이 최근 한 달 사이 톱 배우 장동건·김하늘·한지민, '예능 지존(至尊)' 강호동·신동엽, 인기 코미디언 김병만·이수근을 잇따라 영입했으니 업계가 화들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긍정적 평가보다 우려의 시선이 좀 더 많은 듯하다. 먼저 "SM이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면서 소속 연예인들만 챙겨 결국 다른 기획사 소속 또는 1인 기획사를 차린 연예인들에게 진입 장벽을 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가 적지않다. 이들은 SM이 최근 소속 아이돌 스타들을 주연으로 기용한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는 걸 '불길한 조짐'으로 보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소속 톱스타들을 출연시키면서 스타성이 없는 B급 또는 신인들을 함께 써달라고 요구해 방송사나 제작사들을 난감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톱스타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특정 기획사가 이들의 몸값을 일제히 올려 부르면 시청률을 생각해야 하는 방송사나 제작자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제작비 상승→광고 단가 인상→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연예기획업계에서 전례 없는 '공룡'이 탄생했으니 이처럼 관련 당사자들이 불안해하고 동요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SM이 이를 '기우(杞憂)'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SM의 오너가 다른 사람이 아닌 이수만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만은 지난 몇년간 한국 대중문화업계에서 독보적인 세(勢)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무리하게 휘둘러오지 않았다. 이수만이 요즘 광고 섭외 1순위로 떠오른 데에는 이런 그의 긍정적 이미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수만은 스스로 일컫는 '칭기즈칸 정신'으로 한국을 세계 팝 음악계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밀어올리는 추진력과 기획력을 발휘해 왔다. 한때 '노예 계약'으로까지 폄하됐던 그의 신인 발굴·양성 시스템은 제도적 개선이 뒤따르고 K팝 한류가 성공함에 따라 '한국형 연예 영재 개발 시스템'이라고 인정받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팝에 이어 드라마·코미디까지 한류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획사들이 '규모의 경제' 원칙에 맞게 몸집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있다.

결국 이수만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1등'의 오만함에 빠지지 않고 축적한 유·무형의 힘을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세계시장 개척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SM은 얼마든지 '품격 있는 공룡'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더해 SM이 약자에 대한 배려의 마음과 경쟁자들에 대한 열린 자세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이겠다. YG 양현석이 가수 싸이의 해외 음반 발매권과 매니지먼트권을 미국 메이저 레코드사와 매니저에게 넘긴 게 싸이의 미국 시장 안착에 결정적 도움이 된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SM도 '내줌으로써 오히려 얻는' 지혜를 발휘해 달라는 얘기다.

권력과 책임은 한 몸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대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SM도 앞으로 사회적 기여·공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신효섭 기사기획 에디터 겸 대중문화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6/2012092603379.html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5:38

한중일 3국의 영토 분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침략의 과거사를 둘러싼 국가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분쟁의 주범은 일본이다. 일본인 중에서도 우익 정치인들이 그 분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익이 아닌 정치인들도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우경화 일색의 발언을 한다. 주변국과의 영토문제에 대해 대다수 일본인들이 우익 정치인들의 입장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침략과 학살과 종군위안부 등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역사인식도 일본 국민 사이에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그와 함께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너희의 모든 문화는 우리 것'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봤다. 이 동영상에서 한국인은 유교, 한자, 가부키 등 주변국의 문화유산을 표절해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동영상을 올린 이용자는 "표절의 주된 희생자는 일본이지만, 최근에는 그 마수가 중국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세계인들에게 이를 경고하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썼다. 이런 동영상들 옆에 나타나는 '관련 동영상' 목록에도 터무니없이 한국인을 비하하거나,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동영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왜 일본에게 질 수밖에 없는가'라는 동영상은 "한국인들의 할머니는 일본군의 위안부였기 때문에 지금 한국인은 일본 혈통을 가진 것"이라며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알리는 단체 '반크'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이버 테러단체'로 묘사하거나, "낙후되고 가난했던 한국이 1910년 한일합방을 통해 겨우 발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들도 있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쯤 뒤인 지난해 4월 일본의 서점가에서는 <일본인의 긍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익 에세이작가인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쓴 이 책은 '난징대학살' 등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에 관한 내용이 자학사관에 의해 과장됐다거나, 동아시아 침략이 제국주의 시대인 당시 상황에선 침략이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의 일본사회에는 일본국기인 히노마루,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욱일승천기 등 일본 '군국주의 아이콘'이 요란하게 부활하고 있다. 얼마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욱일승천기 문양이 국가대표 체조팀의 유니폼에 버젓이 사용됐고,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에서 일부 관중들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 했다. 욱일승천기는 침략을 상징하는 나치 문양에 견줄 '군국주의 아이콘'이지만 지금은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일본', '강한 일본'을 그리워하고 찬양하는 위험한 애국주의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양심적인 일본인도 있다. 아사노 겐이치 도시샤대 교수는 "공영방송이 일본의 과거 침략·강제점령을 긍정하는 소설을 버젓이 드라마로 만들고 있을 정도로 일본의 최근 사회 분위기는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며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공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화 '러브레터'의 이와이 ??지 감독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일본은 일찍이 침략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했다는 사실을 너무 잊은 채 살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국 잘못만 따지고 있으니 상대국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한 일본 누리꾼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이뤄지는 반일 교육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일본은 이웃나라를 침략하다가 끝내 미국과 전쟁을 벌여 패했고 그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침략당한 나라가 아직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며 잊어버리고 있는 일본이 미친 것"이라는 소신 발언을 했다.

영토분쟁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는 시기에 나온 한 영화감독의 용기 있는 발언은 한국인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일본인 대다수에게는 깊은 분노를 안겨준 모양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발언이후 그를 매국노로 몰아부쳤다고 하니 말이다. 위험한 영토분쟁의 끝은 전쟁밖에는 없다. 일본은 과연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인가.



김명곤 동양대 석좌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521012212175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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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15:28

12월 19일 수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차기 우리나라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마감이 되고, 다음날 아침에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화려하게 등장할 것이다. 이어서 인수위원과 국무위원의 하마평도 각종 언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또 차기 정부조직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8월 15일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4년간 무려 50여 차례의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이렇게 정부조직의 평균수명이 2년이 채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압축성장'과 '압축민주화'를 함께 달성했기 때문이다. 즉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조직개편이 졸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결국, 인수위 출범 후 약 2개월 동안 차기 정부 정부조직 개편을 완수한다는 것은 또 다른 졸속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선 이전에도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우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중요한 시대적 요구란 무엇일까. 필자는 국민들이 희망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현재의 상황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러한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들은 여야의 대통령 경선 후보들의 슬로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집권당 대선 후보의 슬로건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이고, 현재 진행 중인 야당 경선 후보들의 슬로건을 보면, "사람이 먼저다. 저녁이 있는 삶, 맘(mom) 편한 세상.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빚 없는 사회, 편안한 사회, 든든한 경제 대통령. 탐욕과 분노를 넘어 훈훈한 공동체 대한민국, 농민 같은 대통령" 등이 그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고, 대체로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로 귀결된다.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를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로 이룩하겠다는 것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부의 개편방향은 최근 폭증하고 있는 사회 병리현상에 적극 대처하는 전담부처도 설치하고, 궁극적으로는 '고용창출형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고용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연계된 개념이다. 고용창출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적 기회균등을 보장한다. 반면 복지국가적 가치는 부모의 소득이나 직업 같은 '사회적 우연성'을 완화하고, 천부적 능력 같은 '자연적 우연성'의 효과도 완화해 경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고용창출형 복지정부'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하며, 분배적 가치를 추구하되 '정당한 근거에 기반을 둔 불평등'은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 취업지원, 후 생계지원' 방식을 적용해 근로의욕이 고취되게 하고, 결국 국민 모두에게 '일하는 복지가 최우선'이라는 시그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국민들의 요구가 차기 정부의 개편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암울한 현실 속에 꿈조차 잃은 이 시대의 청춘과 국민들이 희망을 갖게 되고, 또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가 이룩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0421061424370.htm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5:26

필자의 지난 번 칼럼 제목은 '국민이 원하는 차기 정부'였다. 이어서 이번에는 '국민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한다. 왜냐하면, 차기 정부의 리더는 당연히 차기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일 것이다. 1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만5,000여 명, 하루에 42명꼴이다. 암담한 현실 속에 꿈조차 잃은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인 '대체출산율' 2.10명에 멀리 떨어져 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자녀 교육비 엄두가 나지 않으니 아예 출산을 기피한다. 

대한민국 많은 사람의 삶에서 꿈을 사라지게 한 원인을 그냥 '경제난'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기계적이다. 도리어 국민을 정말 좌절시키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말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상위 1%나 5%의 사람들, 소위 '지도층'과 '가진 자'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과잉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지도층'의 '부'나 '권력'이 정당하게 축적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더욱이 '부'와 '권력'을 비정상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세습하고자 하는 일부 '가진 자'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역겨움까지 느낀다. 공교육이 붕괴된 현실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들에 대한 사교육으로 이어지고, 이것으로 자식의 학교가 결정되어, 결국 사회계층이 세습화되는 현실,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야기는 사라지고 "용은 강남 3구에서 나온다"는 우스개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분노한다.

차기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러한 좌절과 분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의 '공정성'을 어떻게 하든 높여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농민과 도시근로자 소득 격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대통령은 굳이 헌법 제119조 2항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경제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대상 사회적 책임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공공의 복리를 위한 규제,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를 위한 규제,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한 규제, 환경 보존을 위한 규제 등은 효과적으로 세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학벌이 사회계층을 형성하는 망국병을 만들고, 이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중산층이 파괴되며, 대다수 국민을 빈곤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차기 대통령은 어떻게 하든 깨야 한다. 조변석개하는 입시정책으로 공교육은 날로 붕괴되고 있지만, 도리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사교육업체만 18개나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탈피하는 방법은 차기 대통령이 공교육이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공교육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에 귀를 기울여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의 '공정성'을 한껏 높이고, 공교육 활성화로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야기를 전국 방방곡곡 여기저기서 다시 들리게 하길 바란다.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갖고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는 진정성 있는 차기 대통령이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내각' 같은 불합리한 인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에 덧붙여 차기 대통령이 측근 및 친인척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는 방책을 취임 전에 몸소 준비하고, 외부의 어떠한 도발과 횡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정책을 수행한다면, 그러한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521013724370.htm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5:20

"네가 그때 그랬잖아.", "내가 언제?" 많은 다툼이 기억에 관한 이런 심상한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에도 같은 일을 다르게 기억한 탓에 다툼을 벌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아무리 명백한 사건이라도, 사람에 따라 기억하는 방식과 내용, 밀도가 같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중심에 두고 사건을 해석하며 그 해석이 개입된 사건의 내용을 기억한다. 

이른바 '인혁당' 관계자에 대한 사법살인 '사건'만 해도 사건은 하나이나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은 하나로 수렴될 수 없다. 처음 사건을 기획한 사람, 그 기획에 따라 사람들을 잡아 고문하고 조사한 사람,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기소한 사람, 증거자료의 숱한 허점들을 외면하고 사형을 선고한 사람, 선고 후 18시간 내 사형 집행이라는 유례없는 지시를 묵묵히 이행한 사람, 담당 군목(軍牧)으로 차출되어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사형당하는 모습을 지켜 본 사람, 시체를 유가족에게 인계하지 말고 화장하라는 명령을 성실히 수행한 사람,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울부짖는 사형수 가족을 밀쳐 낸 사람 등. 

이들의 기억 속에서 이 사건은 다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며, 그들 각각의 '과거사'에서 점하는 비중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는 꼭 필요했던 일로, 누구는 불가피했던 일로, 누구는 가슴 아픈 일로, 또 다른 누구는 의심스런 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이들에게 이 사건은 자기 '과거사'의 여러 에피소드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는 까맣게 잊고 살다가 특별한 계기에 불쑥 되살아나는 기억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사건의 직간접 관련자들 중에도, 이에 관한 기억을 자기 과거사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분류해 놓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애초 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사건'은, 자기 남편이, 또는 아버지가, 느닷없이 집에서, 직장에서 잡혀간 뒤 법정에서 초췌한 모습을 잠시 보여주고는 몇 달 뒤 뼛가루가 되어 돌아왔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관한 기억들은 그들의 삶과 의식을 수십 년 동안 지배해 왔고,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소위 '인혁당 관계자'에 대한 사형 선고와 집행은 당시에도 '사법살인'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고, 대법원의 재심 판결로 그 진상이 대부분 밝혀졌지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기초한 평가와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 제3자의 위치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여러 다른 기억 중 하나를 승인하거나 여러 그들을 조합해 자기만의 기억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과거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기억해야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나누고, 각 기억 요소들의 중요도를 평가하며, 그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역사관'이다. 그래서 역사관에는 각자의 경험, 이해관계, 지식, 가치관이 담긴다. 역사관은 기억에 관한 가치관이며, 인생관 자체다.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 인식에 대해 국민과 공감하겠다고 밝혔다. 인생관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공자는 나이 40이 되어 불혹(不惑)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술회했지만, 그 말이 아니더라도 살아온 세월이 길고 지나간 사건에 관한 기억들을 조합하는 나름의 방법을 체득한 사람이 갑자기 인생관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박 후보는 이미 '두개의 판결이 있다'는 발언 등을 통해 5ㆍ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을 보는 관점을 압축적으로 밝혔다. 그의 역사관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남다른 자리에서 남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 남다른 역사관을 갖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남다른 역사관을 가진 정치인이 자기 역사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여론의 눈치를 살펴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세상을 속이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그것은 잘못이다.



전우용 역사학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421053381920.htm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5:16

프랑스 파리에는 퇴근길 운전자를 괴롭히는 트럭이 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다. 뒤에 매달린 두세 명의 환경미화원이 내리고 타기를 반복하면서 집집마다 내놓은 커다란 쓰레기통을 끌고 와 내용물을 트럭에 쏟아 붓고 다시 제자리로 옮겨놓는다. 트럭은 끊임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길은 좁은데 이 차량은 커서 추월이 쉽지 않고, 이미 꼬리를 문 차량들 때문에 후진으로 피해가는 것도 대개 불가능하다. 100m 이동에 15분쯤 걸리는 이 골목길 정체에 걸리면 우회로를 만날 때까지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따라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애를 태워봐야 별 소용이 없다.

쓰레기 수거는 하필 분주한 저녁 7~9시 사이에 주로 이뤄진다. “차도, 사람도 없는 새벽에 하면 좋을 텐데….”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어 알아보니 의미 있는 사연이 있었다. 수거작업은 오랫동안 자정 이후에 진행됐다. 그런데 환경미화원들이 근무시간 변경을 요구했다. “낮과 밤이 뒤바뀌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고 가족까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도 밤엔 배우자와 함께 자고 싶다”는 구호가 낭만적인 파리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쓰레기 수거 시간이 앞당겨졌다.

“영국에선 무단횡단해도 되나.” 한국에서 출장 온 지인들에게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길을 건너는 바람에 ‘따라가기도 뭣하고, 서 있기도 뭣한’ 뻘쭘한 상황을 이미 겪었음을 뜻한다. “해도 된다. 신호 안 지켜도 되고, 횡단보도 아닌 곳에서 그냥 건너도 된다. 불법도 아니다. 경찰관 앞에서 해도 탈 안 난다. 다만 차량 주행 방향이 한국의 반대이니 양쪽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답을 해준다. 그러면 보통 “위험하지 않나”라는 후속 질문이 따른다. “선진국 맞나”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사실 영국 교통법에 무단횡단 금지 조항을 넣자는 목소리도 있다. 주로 보험업계 또는 관련 단체들이 “특히 야간에 횡단자 사고가 많아 전체적으로 보험료가 올라간다”며 이런 주장을 한다. 그런데 시민들은 “차가 오지도 않는데 횡단보도까지 길을 둘러가야 하고, 멍하니 신호등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콧방귀를 뀐다. “사람이 우선이고 차는 나중이다”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슬로건 ‘사람이 먼저인 세상’, 멋지다. 그런데 그 신세계엔 파리의 쓰레기 수거처럼 불편함과 비효율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영국의 도로 횡단처럼 사회적 비용이 클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과연 이런 불편·저효율·고비용을 감수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좀 의심스럽지만 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문 후보의 당락과 무관하게 이 정신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우리도 언젠간 환경미화원의 삶의 질을 진지하게 걱정하는 매력적인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나.



이상언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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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12. 25. 15:14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이 줄어 폐업하는 학원이 속출하고, 수천만원·수억원의 권리금을 주고도 얻기 힘들었던 학원 빌딩에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유입 인구가 줄어 원룸·월세·전세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반색한다. 외고 입시 단순화, 입학사정관제, 저렴한 EBS(교육방송) 강의 같은 정책이 먹혀들어 마침내 사교육 열풍이 한풀 꺾이는 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반세기 동안 사교육과 전쟁을 벌여왔다. 박정희 정부는 중·고교 평준화, 전두환 정부는 과외 금지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다음 정부들도 입시제도를 숱하게 뜯어고치고 갖은 행정수단을 총동원했다. 그렇지만 사교육 시장은 끄떡도 하지 않고 줄곧 덩치를 키워왔다. 이 정부가 휘두르는 잔펀치 몇 방에 기세가 꺾일 사교육이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생명이 다했을 것이다. 요사이 학원 숫자가 줄어들었다지만 그 이면에선 개인 과외업체가 2008년 6만1100개에서 작년 8만8400개로 급증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오르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사교육은 우리뿐 아니라 입시경쟁이 있는 나라에는 다 있다. 미국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학과성적은 물론 펜싱·체스·바이올린 같은 예체능까지 전 분야 'A'를 목표로 하는 고액 과외가 성행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상위권 사립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이 개인 과외를 받고 있고, 10년 새 사교육 시장이 2배로 커졌다. 신문에 소개된 한 학생은 SAT(수능) 대비 과외에 50분당 425달러, 선행학습 과목 과외에 100분당 750~1500달러씩 1년에 10만달러(1억1000만원) 이상을 과외비로 지출한다. 프랑스는 사교육 시장 규모가 연간 22억유로(3조2000억원)로 유럽에서 제일 크다. 정치·행정·상경계열 그랑제콜, 의과대학, 회계사 양성학교 등을 노리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짧게는 1~2주, 길게는 1년씩 집중적으로 시험을 준비한다. 저널리즘 스쿨 준비반 수강료는 주 1회 수업 16주 코스에 2500유로나 된다. 독일에서는 과외 선생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사설 교육기관이 호황이고, 학부모들이 갈수록 자녀 상담을 학교 교사보다 과외 선생에게 더 의지하는 추세다. 독일 사교육 시장은 연간 15억유로에 이른다.

사교육 열기만 놓고 보면 저들이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저들에게는 사교육이 극히 일부 계층, 일부 집단의 관심사일 뿐이다. 미국에 3500개의 대학이 있지만 입학 경쟁이 있는 대학은 상위 175개쯤이다. 일찍부터 성적 관리하고 스펙 쌓는 아이들은 이런 대학을 목표로 하는 극소수다. 프랑스나 독일도 마찬가지다. 공부에 흥미와 소질이 없는 아이들은 일찌감치 자기 적성을 찾아 다른 길을 간다.

반면 우리는 거의 모든 아이가 같은 출발선에 서서 일제히 대학 진학을 목표로 달려간다. 학부모들에게 왜 사교육을 시키느냐 물으면 10명 중 4명이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라고 대답한다. 공부도 운동·노래·그림·기계조립·목공 같은 수많은 재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는 자녀의 재능이 어느 쪽인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일단 사교육 대열에 뛰어들고 본다. 가정·학교뿐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 자체에 아이들의 재능을 일찍 찾아내 진로를 설계해주는 기능이 없다.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는데, 모두가 공부에만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건 비효율적일뿐더러 고통이다. 이 같은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금의 대치동이 일시 저문다 해도 이내 제2, 제3의 대치동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김형기 논설위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4/2012092402640.html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4:29


돈에도 서열이 있다. 현재 서열 1위는 물론 달러다. 처음부터 1등은 아니었다. 파운드화를 끌어내리고 쟁취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계기였다.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에서 전후(戰後) 세계 대표 화폐를 정하는 회의가 열렸다. 달러는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됐다. 다른 통화는 금 대신 달러를 기준으로 삼아야 했다. 그 유명한 브레턴우즈 체제다. 영국이 강하게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돈의 서열은 국력이 결정한다. 미국의 국력은 당시 세계 1등이었다.

그 후 약 70년, 달러는 몇 차례의 통화전쟁을 모두 이겨냈다. 주로 강약 조절로 1등 자리를 지켰다. 나라 경제가 잘나가고 힘 좀 쓸 때는 강한 달러로, 빚이 늘고 경쟁력이 떨어지면 약한 달러로, 시절에 따라 능강능약(能强能弱)했다. 대개는 ‘약한 척’이 잘 통했다. 베트남 전쟁 후, 1차 석유 파동 때, 80년대 일본의 도전을 모두 ‘약한 달러’로 이겨냈다. 약한 달러는 만병통치약, 금세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빚을 줄여줬다. 약한 달러를 만들기 위해 미국은 돈 풀기와 평가절하를 즐겨 썼다. 세계 각국이 비난했지만 들은 체도 안 했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닉슨 정부 시절 재무장관 존 코널리(John connally)는 ‘달러발 통화전쟁’을 걱정하는 각국 재무관료에게 “달러는 우리의 통화지만 (달러 가치 하락은) 당신들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잘랐다. 당신들 걱정이나 잘 하라는 투다.

통화전쟁은 가끔 영토전쟁보다 격렬하다. 결과도 더 참혹하다. 이유도 없이 지는 건 물론이요, 지고도 진 줄 모른다. 일본 가나가와 대학 요시카와 모토타다(吉川元忠) 교수는 『머니패전(Money敗戰)』에서 “무형의 전쟁에서 패배하고는 기꺼이 자기 강산을 적의 손에 공손히 넘기고도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패배야말로 더 비참하고 고통스럽다”고 썼다. 그는 1990년 일본 버블 붕괴를 ‘약한 달러’의 공격에 ‘강한 엔’이 패배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패배와 맞먹을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요즘 다시 돈 전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이 또 ‘약한 달러’를 꺼내들면서다. 지난주 미국은 한 달에 400억 달러씩, 기한 없이 돈을 풀기로 했다. 이른바 ‘양적 완화 시즌3(Q3)’다. 유럽·일본이 가세했고 곧 중국도 뛰어들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름 사이에 미국·유럽·일본이 일제히 돈 풀기에 나섰다”며 “세계 금융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장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경기는 못 살리고 인플레만 부추길 것이란 우려다. 브라질 재무장관 기도 만테가는 “미국의 돈 풀기는 신흥국 수출만 더 힘들게 만들 것”이라며 “브라질도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벌써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이 돈 풀기를 발표한 다음 날,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채권을 1조60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올 들어서만 40조원어치가 넘는다. 덕분에 주가는 2000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들어올 땐 좋지만 한꺼번에 빠져나갈 땐 큰 고통을 주는 게 외국인 자금이다. 이미 경험도 꽤 있다. 2010년 미국의 2차 돈 풀기 때도 그랬다. 오죽하면 “한국 시장은 외국인들의 현금자동출납기(ATM)” 소리까지 나왔을까. 주가·원화 값 오르는 것에만 취해 있어선 곤란하다. 필요하면 기준금리도 낮추고 자본 통제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를 동결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손쓸 기색이 없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권 입장에선 대선이 끝나는 연말까지 주가가 오르게 놔두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말, 유혹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원화가 몰락한 뒤엔 백약이 무효다. 하버드대 교수 니얼 퍼거슨은 『금융의 지배』에서 파운드화 몰락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1945년을 지나면서 영국인들은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국력이 강대해야만 그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 아니면 결국 그 부담을 자신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정재 경제부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06804&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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