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과거의 이슈와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실종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선거는 현실이고 치열한 공격과 방어가 관심을 끌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맞이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다.
우리나라는 후발 선진국가로서 국가 비전을 설정하고 그것을 추진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 시작은 1962년부터 1986년까지 5차례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을 통해서였다. 이 계획들을 통해 중화학공업 중심의 압축적인 성장의 길을 걸었고, 그 결과 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개발계획은 중단되고 그 자리를 정보화 계획이 대신하였다. 1996년의 사이버 코리아 21을 시작으로 2000년 e-Korea를 거쳐, 2004년 u-Korea 등으로 이어진 결과, 한국은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역시 좋아서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인터넷·모바일 환경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이러한 미래 비전 설정이 2008년 이후 중단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 나오고, 민간 영역의 창발성이 주도하면서 더 이상 국가 비전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 탓일까? 물론 민간 영역이 확대되어 부(富)와 가치 창출이 민간 영역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가의 역할은 다른 데 있다. 어떠한 조직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 비전이 필수적이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원의 배분과 특화(特化)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같은 규모의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 우리는 다시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설정해야 할 때가 됐다. 1단계의 산업화, 2단계의 정보화를 거쳐 우리나라의 3단계 도약의 길은 ICT(디지털 정보통신)에 기반을 둔 소프트·콘텐츠 파워가 중심이 된 지식창조사회의 비전에서 찾아야 한다. 지식창조사회의 미래를 담고 이끌어갈 'C-코리아'와 같은 국가 비전이 필요하다. 여기서 C는 하나의 의미만 갖고 있지 않다. Creative(창조적)이고 Content(콘텐츠)이며 Communication(소통)이기도 하다. 기존에 이룩한 전통산업과 하드웨어에 창조성·감성·소프트를 입히는 새로운 비전이다.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소통이 원활하게 흐르게 하는 진정한 디지털 사회로 만드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인프라와 기기(器機)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각종 경제·문화·사회 활동이 디지털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지식창조적인 특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 세계는 한국의 이러한 경쟁력의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지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C-코리아를 통해서 ICT에 기반을 둔 콘텐츠와 창조적 감성 산업 등 고용과 성장 창출 효과가 높은 분야를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창조성과 감성에 기반을 둔 디지털 기반의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해답이다. 청년들을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디자이너로 육성하고 이들의 콘텐츠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파되어 문화적·경제적 보상으로 돌아오는 선(善)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2/20121002019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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