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인도네시아의 한 TV방송이 '갤럭시 슈퍼스타'를 인기리에 방영했다. 우리의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을 본뜬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의 대기업이 돈을 대고, 현지 한인방송 제작사와 기획사가 참여했다. 본선에 오른 11개 참가자(팀)이 서울을 방문해 9주 동안 머물면서 한국 멘토들의 지도를 받았고, 그 모습도 방송됐다. 베트남에서도 연말 방송을 목표로 같은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우리 자본과 인력에 의해 추진 되고 있다.
■ 한류와 K-POP 덕분에 우리 TV 프로그램의 틀을 가져가 자국 출연자들로 다시 제작해 방영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KBS '도전, 골든벨'을, 터키는 MBC'우리 결혼했어요'를 자국의 인기연예인들을 출연시킨'Just Married'로 제작해 방송했다. 기성가수들의 서바이벌 노래대결인 MBC '나는 가수다'는 지난해 말에 미국이 100만 달러를 주고 아이디어와 구성을 사갔다. KBS 'TOP 밴드'는 중국이 욕심을 내고 있다.
■ 우리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는 일본 프로그램을 마구 베꼈지만, MBC의 '댄싱 위드 더 스타'나 KBS의'1대100'처럼 지금은 포맷을 사오고 있다. 수출보다는 수입이 훨씬 많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자체뿐 아니라, 포맷이 중요한 문화전략상품인 시대가 됐다. 세계시장규모도 6조원으로 켜졌다. 지난해 BBC가 30여 개국에서 제작된'댄싱 위드 더 스타'하나로 1,680억 원이나 벌어들이면서 영국의 방송 포맷 수출은 110%나 늘었다.
■ 포맷은 완성품에 비해 문화적, 정서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시장도 넓다. 방송 선진국들이 세계 어느 민족과 지역에도 통할 수 있는 새롭고 매력적인 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의 틀을 개발하는데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인스트림>의 저자인 프레데릭 마르텔은 이를'포맷전쟁'이라고 부르면서 한국도 '참전국'으로 꼽았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방송들이 과감한 투자로 창의적 인재를 더 많이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
이대현 논설위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32028542444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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