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 11:43

“그분은 세상과 단절된 삶을 너무 오래 살아오셨다.”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며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신문만 보고 살았어도, 정수장학회의 헌납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사안은 박 후보 자신이 관련된 문제다. 게다가 그는 검증을 앞둔 대통령 후보가 아닌가. 그런 분이 어떻게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실수(?)이기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알아듣게 판결문을 좀더 쉽게 써야 한다”며 농으로 사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게다가 이게 어디 처음이던가? 지난번 인혁당 사건에 관해서도 “두 개의 판결” 운운하며 역사적 문제에 관해 철저한 무지를 드러낸 바 있다. 세상이 다 아는 얘기를 박 후보 혼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유신 시절에 형성된 박 후보의 이 ‘개인 이데올로기’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자신이 정치를 하는 목적이 “부모님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 밝히며 정치에 나섰다. 한마디로 ‘부친이 이룬 업적을 바탕으로 그가 채 이루지 못한 유업을 자신이 대를 이어 완성한다’는 사명의식, 이것이 그가 삶을 사는 이유이자, 동시에 정치를 하는 목적이다.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그토록 힘겨워하는 것은 이 허황한 자의식 때문이다. 아버지 박정희는 그의 존재이유 자체이기 때문에, 5·16과 10월 유신을 부정하는 것이 그에게는 곧 자기부정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마지못해 사과를 했지만, 자꾸 강박적으로 사과하기 이전의 스탠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 속에 자신을 유폐해 버렸다. 이 정치적 자폐가 특정한 맥락에서 그의 자산이기도 했다. ‘박근혜=박정희’라는 동일시 기제가 1970년대의 고도성장을 그리워하는 보수층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끌어내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분들이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국민의 전체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사실 박근혜 후보의 리더십은 정상적인 당적 지도력이라 하기 힘들다. 그것은 차라리 아버지와의 동일시 기제에 근거한 개인의 카리스마에 가깝다. 후보에 대한 당적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그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새누리당의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의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그는 아버지의 후광 속에 살아왔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그가 관계한 재단이 얼마나 많은가?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영남대학, 한국문화재단 등에서 이사로 활동한 것이 자연인 박근혜의 거의 유일한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가치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전두환의 6억, 전두환 정권이 마련해준 것으로 보이는 성북동 자택 등은 정상적 경제활동의 성과가 아니었다.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박 후보가 사과나 반성은커녕, 피해자인 고 김지태씨를 공격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설사 그가 친일을 하고 부정축재를 했더라도 친일파를 왜 친일파가 단죄하며, 부정축재를 왜 군인이 강탈하나? 법에 따라 적절히 처벌하고, 적법하게 환수할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강제헌납이라는, 헌법을 무시한 초법적 조처를 정당화하는 것은, 그가 여전히 5·16이 ‘혁명’이라는 생각을 벗어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그가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문제의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소박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혁거세는 알을 깨고 나와 왕이 되었다. 그 역시 아비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야 하나, 알 속이 따뜻해 영 부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114.html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2

▲ 지난 6월 5일 엘리자베스 1세가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식‘다이아몬드 주빌리’의 마지막날 마차 행차를 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세기의 결혼식을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4월 29일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신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이 결혼식은 세 가지 이미지를 세계인에 각인시켰다. 오래된 교회, 마차 행진, 버킹엄궁 발코니 키스.
   
   로이터통신은 발코니 키스 사진을 올리며 다음과 같은 사진 설명을 전송했다. ‘29일 결혼식을 마친 윌리엄 왕자와 신부 케이트 미들턴이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키스하고 있다. 이날 결혼식은 전 세계에서 20억명 이상이 TV,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시청했다. 이 행사를 통해 왕실은 전통·품격·애국이라는 영국의 소프트파워를 과시했다. 대내적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브랜드 가치를 드높이기도 했다. 신랑·신부는 케임브리지 공작 부부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다.’
   
   로이터가 영국의 소프트파워로 표현한 전통·품격·애국을 좀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결혼식이 치러진 웨스트민스터사원은 1000년이 넘은 교회. 왕의 즉위식이 열리는 공간이다. 지하 카타콤에는 영국 왕실의 묘지가 마련되어 있고, ‘시인의 코너’에는 바이런·찰스 디킨스의 묘역이 있다.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버킹엄궁전까지 마차를 타고 국가상징거리(화이트 몰)를 이동하며 시민들과 만났다. 이 황금마차는 110년이 넘은 왕실 마차다.
   
   이번에는 왕세손 윌리엄이 입은 예복을 보자. 윌리엄 왕세손은 영국 육군 보병연대인 ‘아이리스 가드(Irish guard)’ 대위 계급장이 달린 장교복을 예복으로 입었다. 영국 왕실은 군복을 가장 명예로운 복장으로 여긴다. 장교 복장은 품격과 애국을 상징한다.
   
   영국 왕실은 지난 2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6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 즉위식 등과 같은 행사는 대표적인 소프트파워 콘텐츠로 꼽힌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으로 상징되는 하드파워(hard power)와 달리 문화·예술·교육·스포츠를 통해 자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일컫는다. 소프트파워는 1990년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특정 국가의 매력을 상징한다.
   
   영국의 유명 트렌드 잡지 모노클은 2010년부터 소프트파워 국가별 순위를 발표해왔다. 지난 11월 19일 발표된 2012 소프트파워 국가별 순위는 1위 영국, 2위 미국, 3위 독일, 4위 프랑스, 5위 스웨덴, 6위 일본, 7위 덴마크, 8위 스위스, 9위 호주, 10위 캐나다, 11위 한국 순이었다.
   
   2012년 조사에서 영국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모노클은 영국이 1위를 차지한 이유를 “해외에서 1위를 기록한 22개의 음반, 지난 올림픽에서 획득한 65개의 메달, 여왕 즉위 60주년 행사 등이 영국의 소프트파워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해외에서 1위를 기록한 음반 22개란? 이 질문에 답하기 앞서 지난 7월 말 열린 런던올림픽의 개막식 장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 개막식은 개최국이 갖고 있는 소프트파워의 결정체라는 말이 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의 테이프는 누가 끊을까’ 하는 것은 세계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막상 커튼이 열렸을 때 세계인은 비명을 질렀다.
   
   폴 매카트니가 나와 피아노를 연주하며 ‘헤이 주드’를 부르는 게 아닌가! 폴 매카트니. 007과 함께 영국의 최고 문화상품으로 평가받는 비틀스의 옛 멤버. 2012년은 비틀스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다. 개막식 총연출자 대니 보일 감독은 영국의 최고 문화상품인 비틀스를 개막식 첫 무대에 등장시킨 것이다.
   
   폐막식은 또 어땠나. 영국은 비틀스 외에도 수많은 대중음악의 전설을 배출했다. 영국은 폐막식에 영국이 배출한 대중음악의 스타들을 전부 올려 세웠다. 퀸, 핑크 플로이드, 오아시스 등 록밴드와 조지 마이클, 애니 레녹스, 팻보이슬림, 스파이스 걸스, 뮤즈 등. ‘해외에서 1위를 기록한 음반 22개’를 설명하는 대표적 아티스트가 아델, 뮤즈,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이다. 아델이 2011년 말 발표한 앨범 ‘21’의 타이틀곡은 ‘롤링 인 더 딥’. 이 앨범은 유럽 차트 1위를 휩쓸었고,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오랜 기간 1위를 기록했다.
   
   영국의 소프트파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개막식 총연출자 대니 보일 감독은 셰익스피어 최후의 희곡 ‘템페스트’의 3막 2장에 나오는 캘리번 대사를 연기하게 했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17세기 영국의 대문호 작품을 연기한 사람은 배우 케네스 브래너였다.
   
   비틀스, 퀸, 핑크 플로이드 등은 세계의 10~20대들에게 오래된 느낌을 준다. 대니 보일 감독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을 무대에 세웠다. 그런데 청소년의 우상인 조앤 롤링이 읽은 것은 뜻밖에도 소설 ‘피터 팬’의 시작 부분이었다. ‘피터 팬’은 J M 배리의 작품. 지난 100년간 세계인은 ‘피터 팬’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새로운 세대 역시 ‘피터 팬’에 열광하며 꿈을 키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런던올림픽 개폐회식은 대중음악과 같은 소프트파워의 위세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영국임을 다시금 증거한 사례”라고 말했다.
   
   
   미국 기후변화 연구비 5000억 넘어
   

▲ 얼음이 녹은 북극에서 카누를 즐기는 관광객. photo 캐나다관광청

소프트파워 2위를 기록한 미국을 보자. 모노클은 미국의 소프트파워 콘텐츠로 리더십과 기후변화 대응을 들었다. 여기서 국제사회에서 보여준 미국의 리더십을 재론하는 것은 사족에 불과하다. 다만 한 가지 수치만 기억할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2011년 대외 원조액은 307억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33조7700억원이다. 2011년 연방정부 예산은 3조6000억달러(3906조원)였다. 리더십은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데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기후변화 관련 연구개발비로만 4억8000만달러(5280억원)를 썼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하다. 자서전 ‘담대한 희망’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차이로 인해 자신이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뒤 연설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국가재정부채, 사회적 불균형,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로부터 부담을 지거나 위협받지 않는 미국으로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정부는 환경보전 정책과 녹색성장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친환경적인 입장을 유지한다. 재선에 성공하면서 오바마는 환경·에너지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인의 기후변화 인식이 높아진 것을 바탕으로 보다 강력한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웨덴 이케아의 힘
   

▲ 중국 상하이에 있는 이케아 매장. photo 조선일보 DB

독일은 ‘학문과 축구’로 소프트파워 3위, 프랑스는 ‘미술관과 음식’으로 소프트파워 4위, 스웨덴은 ‘실용성과 기능성’으로 소프트파워 5위를 기록했다. 3위와 4위를 차지한 독일과 프랑스의 콘텐츠를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5위를 기록한 스웨덴이다. 모노클은 스웨덴의 소프트파워를 이끄는 대표적 기업으로 이케아(IKEA)를 꼽았다. 이케아는 스웨덴의 다국적 가구기업으로 저가형 가구, 액세서리, 주방용품을 생산 판매한다. 이케아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좋은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에 직접 조립할 수 있는 가구라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느 나라든 이케아는 도심 한가운데 매장을 갖고 있지 않다.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 잡아 임대비용을 줄이고 가구를 조립형으로 설계해 저장공간과 물류비용을 절약했다. 조립형 설계는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에 이득이 된다. 이케아의 조립형 가구는 ‘레디 메이드’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생산 원가가 저렴할 뿐 아니라 부피가 작아 매장공간을 덜 차지한다. 당연히 가구 가격이 레디 메이드 가구보다 저렴해진다. 생산자는 좋은 디자인의 가구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윈윈(win win) 효과를 낳는다. 더욱이 이케아 가구는 DIY(Do It Yourself) 흐름과도 맞물려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이케아는 현재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체코·벨기에·러시아·아랍에미리트·터키·중국·일본·한국 등 35개국에 253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이케아는 매년 4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웨덴은 디자인 강국이다. 2차대전 후 스웨덴 디자인을 이끈 이는 스티그 린드베리. 그는 세라믹 유리, 텍스타일 등에서 탁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린드베리의 디자인을 제품에 사용해 생활용품을 생산한 업체는 구스타브스베리. 스티그 린드베리의 영향으로 스웨덴 디자인은 꾸미지 않은 듯 꾸민다는 철학이 스며 있다. 실용성과 기능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이 바로 스웨덴 디자인이다.
   
   일본은 ‘장인정신·패션’으로 소프트파워 6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15위→7위→6위로 꾸준히 소프트파워 순위를 끌어올렸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요식업에서 두드러진다. 일본에서는 3대(代)가 넘는 식당이 수두룩하다. 명문대를 나온 전도유망한 자식이 아버지가 하는 가업을 물려받는 것은 일상화되어 있다.
   
   
   일본 유니클로를 주목하라
   
   교토는 특히 가업을 잇는 오래된 음식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교토의 소바집‘혼케 오와리야(本家尾張屋)’는 1465년 문을 열었다. 혼케 오와리야는 550년 이상 똑같은 맛을 유지하면서 교토의 최고 명물로 자리 잡았다. 교토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한번은 찾아가는 필수 코스. 혼케 오와리야 같은 곳은 사실 유럽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식당이다.
   
   소프트파워 6위를 기록한 일본에서 눈여겨볼 것은 ‘패션’ 콘텐츠. 지금 세계는 일본 중저가 패션브랜드 ‘유니클로’에 열광하고 있다. 명품이 아닌데도 명품처럼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다. 명품의 본고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유니클로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디자인 좋고 옷 튼튼하고 값이 저렴하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유니클로로 몰려든다. 유니클로는 세계 유명도시의 핵심 상권에 매장을 여러 개 두고 있다. 서울의 경우, 명동에만 유니클로 매장이 두 개나 된다.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인 34번가에서도 유니클로는 뉴요커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덴마크는 ‘건축·디자인·방송’으로 7위에 랭크됐다. 건축가들 사이에 덴마크 건축은 일찍부터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자유로운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끝난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김형수 CDS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덴마크 건축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자유로운 정신이 그대로 디자인에 구현되었다”면서 “머릿속의 자유로움이 어떤 속박이나 구속을 받지 않고 그대로 디자인에 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가 네덜란드와 함께 일상 생활에서 마약, 동성애 같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적 풍토를 반영한 결과로 건축가들은 해석한다. 현재 덴마크에서 떠오르는 건축가는 비아케 잉겔스. 코펜하겐에 가면 잉겔스의 건축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계왕국 스위스의 장인들
   

▲ 덴마크 코펜하겐의 VM하우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발코니’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photo 조선일보 DB

스위스는 ‘안정감·전문성’으로 8위, 호주는 ‘친근감’으로 9위를 각각 차지했다. 강소국 스위스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스위스는 냉전시대에도 오랜 세월 자산을 가장 안전하게 비밀리에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명성을 얻어왔다. 스위스의 안정성은 금융자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정치적 안정성, 낮은 법인세율, 영어·독일어·프랑스어 국제어 통용, 쾌적한 생활환경 등은 다국적기업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1998년부터 야후, 구글, 크래프트푸즈 등 180개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스위스에 유럽 본부를 설립했다.
   
   ‘전문성’은 생각할 것도 없이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다. 세계의 명품 시계들은 대부분 스위스에서 만들어진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태그호이어, 피아제, 트루비옹, 위블로 등이 대표적 명품 시계다. 스위스는 기계식 시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정밀공업이 발달한 나라다. 우리나라엔 덜 알려졌지만 필라투스사와 루악사는 소형 항공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스위스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15% 수준. 스위스에서는 누구나 기술을 익혀 전문성을 갖기만 하면 중산층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시계왕국이라는 명성은 한 분야에서 30~50년을 일한 장인의 땀방울이 모여 만들어졌다.
   
   캐나다는 ‘북극 개발’로 10위를 기록했다. 강대국들은 왜 북극 개발에 관심을 갖나? 바로 지하자원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세계 자원의 22%가 북극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원유의 13%(900억배럴), 세계 천연가스의 30%(47조㎥)가 북극해 아래에 매장돼 있다고 한다.
   
   북극권에 영토를 갖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북극점은 남극대륙과 달리 바다다. 1년 12개월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1996년 미국·캐나다·러시아·덴마크 등 북극권 인접국은 천연자원 독식을 위한 배타적 협의체 북극 평의회(Arctic Council)를 창설했다.
   
   
   한국 10위권 진입하나
   
   이들 나라 중에서 지리적으로 북극권과 가장 근접한 나라는 캐나다. 캐나다는 10개의 주(province)와 3개의 준주(準州·territory)로 이뤄졌다. 캐나다 국토의 40%가 북극권에 포함된다. 유콘·노스웨스트·누나부트 3개 준주는 면적 대부분이 북극권에 속한다.
   
   캐나다는 북극 인접국 중에서 북극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캐나다는 북미대륙과 북극해의 대륙붕이 연결됐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해저 탐사에 한창이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 예외조항에 따르면 육지가 바닷속 대륙붕까지 연결된 경우 200해리 이상에서도 해저개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는 군사적으로 2013년까지 레졸루트만과 배핀섬에 군사기지를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건설 중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 면적이 확장되면서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 관광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북서항로는 파나마운하가 건설되기 전 유럽인이 인도로 가는 가장 빠른 뱃길을 개척하려고 통과를 시도했던 루트. 아문센을 제외한 모든 탐험가가 얼음에 갇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1990년대 들어 여름철 2~3개월 동안 북서항로를 오가는 크루즈선이 운항되어 매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첫 조사에서 19위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14위로 올라섰고, 이번에 다시 3단계나 도약했다. 콘텐츠로 언급된 것은 ‘기술력·K팝’. 기술력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스마트폰을 의미하고, K팝은 누구나 아는 대로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K팝 한류이다. 한국은 소프트파워 면에서도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234100007&ctcd=C06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1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인 1990년 동유럽 국가들은 공동의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유럽공동체(EC) 가입을 원했다. 반세기 동안 소련의 속박을 받던 이 지역 사람들은 유럽 공동의 집에 가입하는 것을 민주주의적 통치와 경제적 번영, 사회적 안정의 보증으로 여겼다.

 

20년이 지난 뒤 유럽연합(EU) 가입이 그걸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륙을 뒤흔든 경제위기는 잦아들 기미가 없다. 동유럽 지역은 부패 및 새로운 권위주의와 싸우고 있고, 극단주의적인 편협성이 전 유럽을 괴롭히고 있다.

 

위기에 처한 것은 유럽의 경제만이 아니다. 유럽이라는 아이디어가 빛을 잃고 있다. 한때 ‘유럽’은 미국을 지배하는 자유시장주의보다 더 평등하고 관용적인 모델로 통했다. 그러나 지금의 유럽은 점점 다른 곳이 되어가고 있다. 동유럽 나라들은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은 마침내 배타적 클럽에 가입했으나, 그 혜택은 더 이상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유럽에 대한 회의주의가 동유럽 심장부에서 생겨나고 있다. 유럽연합을 만든 초기 핵심국가 국민들까지도 재고를 하는 지경이 됐다.

 

물론 유럽은 여전히 무언가를 의미한다. 긍정적 측면을 보면, 유럽연합의 새 회원국들은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할 자금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회원국 가입 조건은 정치적 기준을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비자 면제부터 무역장벽 완화 등 다른 혜택들도 있다.

 

그러나 상당히 불리한 점도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과 잠재적 후보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은 거의 모든 정부가 이행하도록 돼 있는 긴축정책이다. 슬로베니아 같은 새 회원국들은 유럽연합의 재정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지출을 삭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크로아티아 같은 후보국도 동일한 의무가 부여된다. 물론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정부도 모두 인기 없는 긴축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말하자면 유럽연합이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모델과 별로 다르지 않게 됐다.

 

20년 전 동유럽 국가는 새로운 민주주의적 통치방식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 가입은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전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헝가리 극우정당 피데스는 언론을 검열하고 권력을 중앙집중화했으며, 다른 민족을 배제한 채 헝가리 민족의 권리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에 항의했으나 헝가리는 여전히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남아 있다.

 

전 유럽에 걸쳐 편협성의 부활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인종차별주의적이고 이슬람을 혐오하는 정당들이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유럽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고, 그들의 사회적 시장경제로 복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민 행동주의는 권위주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많은 부분은 유럽의 새 회원국과 회원국 가입의 길목에 있는 크로아티아 같은 나라들에 달려 있다. 1989년부터 시작해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독재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그들은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는 초기의 꿈을 지금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그들은 유럽이라는 아이디어를 긴축·편협성과 다른 무언가를 의미하도록 만드는 걸 도울 수 있다. 그들은 ‘유럽’을 다시 한번 정의·평등·번영을 의미하는 곳으로 바꿀 수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117.html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0

시장 취임 일성을 무상급식 확대로 시작해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가던 박원순 시장의 복지행보가 “서울시민 복지기준”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목이 터져라 외쳐도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던 복지확대가 지금 서울시민의 눈앞에서 현실정책이 되고 있다. 한강에 콘크리트 덩어리를 띄우고, 서울을 디자인하겠다며 벌여놓은 전시성 토건사업을 위해 쓰이던 눈먼 시민의 세금이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시민을 위한 복지로 되돌아오고 있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은 시민이 낸 세금이 시민을 위한 복지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복지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수언론의 포퓰리즘 공세도, 4대 강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존재감 없는 이명박 정부도,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들과 시민들도,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북한문제도 아니다. 진짜 범인은 수십년 독재정권 동안 켜켜이 쌓인 국가에 대한 국민의 끝도 모를 불신이다.

 

복지국가는 국가에 대한 시민의 신뢰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복지국가는 국민이 부여한 정당성만큼 성장한다. 국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서울시민 복지기준이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복지기준은 국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복원해 나가는 큰 걸음이 될 것이고, 복원된 신뢰는 한국 사회가 더 큰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보편적 증세를 주장하지만,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증세는 정치적 자살행위이다. 보편적 복지를 할 터이니 증세에 동의해 달라는 말은 국민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양치기 소년을 믿으라는 것과 같다. 누가 대한민국에서 정부를 신뢰하는가? 누가 대한민국에서 세금이 공정하게 걷히고 있다고 믿나? 아무리 좋은 명분이 있다고 해도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가 추진하는 증세를 기다리는 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저항뿐이다. 미국 독립전쟁으로부터 영국 보수당의 인두세 도입과 일본의 소비세 도입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둘러싼 근현대사는 국민의 예고된 저항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누군가, 언젠가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발을 구르는 사이 쥐구멍에도 볕이 들 것 같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이 국민의 불신을 신뢰로 바꾸어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민 복지기준”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세출구조 조정으로는 더 큰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 일부에게 얼마간의 경제적 도움을 주고, 보육비와 주거비의 일부를 지원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서울시의 실험은 서울특별시니까 가능한 일이다. 재정자립도가 10%를 조금 넘는 여타 지방정부에서 세출구조를 조정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결국 결정적 한계는 서울시민 복지기준이 서울특별시라는 아주 특별한 지방정부의 특산품이라는 점과 중산층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박원순식 서울시민 복지기준으로는 중산층 시민의 주거불안, 교육불안, 일자리불안, 노후불안, 의료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더 많은 콘크리트가 복지로 복원되어야 하고,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더 많은 국민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더 큰 복지국가를 위한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이유이다. 그렇다고 주눅들 이유는 없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이라는 특별한 시작이 2012년 12월 “대한민국 복지기준”이라는 보편적 희망으로 되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대한민국에 “복지”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120.html

Posted by 겟업
2013. 1. 3. 11:39

참으로 답답했다. 2009년 4월 베이징 특파원을 마치고 막 서울로 돌아왔을 때였다. 3년 임기 동안 베이징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변했다. 1970년대 서울을 연상케 했던 베이징은 뉴욕을 능가하는 현대도시로 탈바꿈했다. 베이징의 유명한 한인타운 왕징(望京) 역시 10년 전엔 허허벌판이었다.

반면 서울은 특파원으로 가기 전이나 돌아온 뒤나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특히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서울 도심은 예전 그대로였다. 특파원 시절, 5년 전 서울에 갔을 땐 베이징보다 나은 첨단도시로 보였는데 최근에 가 보니 중국의 지방도시와 별로 다를 게 없더라고 말한 한 중국인의 ‘농담 섞인 조소(嘲笑)’가 귓전을 때렸다.

올해 또다시 그걸 느낀다.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올해만큼 바뀌는 때도 없다. 다음 달 6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고 8일엔 중국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열린다. 일주일쯤 열리는 당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앞으로 10년을 이끌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선출된다. 일본 역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엔 새 총리가 선출될 것 같다. 세계 1, 2, 3위 경제대국 최고지도자가 줄줄이 바뀌는 것이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올해 3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을 제6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러시아 역시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9위(약 2조 달러)지만 종합 국력으로 따지면 사실상 4대 강국이다.

한국이 4대 강국에게서 받는 영향은 세계 196개국(실질 독립국 기준) 가운데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중국 러시아 일본은 한국과 국토가 연접(連接)하거나 인접해 있다. 동맹국인 미국은 지리적으론 멀지만 정치 외교에서는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 4국 간 파워시프트(권력 이동)가 가시화되면서 기존 세력질서의 균형과 안정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급부상은 동북아의 질서와 안정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 GDP의 7분의 1에 불과했던 중국의 GDP는 올해 미국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이 중국을 이끄는 앞으로의 10년 동안 중국의 GDP는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최고 패권국은 여전히 미국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렇겠지만 미국은 이미 중국의 협력 없이 세계질서를 이끌어 가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과 미국은 ‘동등한 힘과 영향력’을 지닌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 국가로 성장했다. 이제 동북아에서 미국은 적어도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맘대로 내릴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 대선주자들의 공약 가운데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는 외교기조나 정책은 찾기 힘들다. 중국의 급부상과 이에 따른 미국의 새 국방전략, 독도 및 이어도 문제, 한반도 급변사태 시 주변국 협력 문제 등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할 것들이지만 대선후보들은 ‘나 몰라라’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중국이 사실상 묵인하고 미국은 핵 기술 유출 방지에만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선후보들은 표 얻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 문제의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하종대 국제부장

 

http://news.donga.com/3/all/20121028/50454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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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3. 11:39

“나는 社民主義者이지만 몰락한 사회주의는 우리가 갈 길 아니다”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까지 앞으로 28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문재인 안철수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창당한 지 8일된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는 빠져 있다. 그는 “두 사람만 단일화해선 정권교체가 힘들다”며 “심상정이 포함돼야만 국민이 믿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빼고 단일화’는 소용없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는 “소용없는 건 아니지만… 위험하다”며 하하 웃었다.

―진보정의당 대선후보 출마 수락을 한 지도 8일 됐다. 하프마라톤 뛰려고 나오진 않았다고 했는데….

“완주 여부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 연합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각 후보의 비전 및 정책과 실천에 대한 공통분모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일화 논의前비전 등 공통분모 필요

―진보에 가까운 쪽에 설 것인가.

“그건 진보의 역할과 관계가 없다. DJP(김대중-김종필 단일화) 때도 권력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는 실패했다. 총리 자리를 주고 자리를 나누자는 게 아니라 어떤 정책을 어떻게 실천해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는 건지가 중요하다. 두 후보에게 현대차 쌍용차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공동성명과 비례대표 확대 같은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회의도 제안해 놓았다. 이런 내용들이 먼저 합의돼야 각각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신뢰할 것이다.”

―문 후보는 쌍용차를 중국자본에 매각하도록 한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했다. 그런 사람과 단일화할 수 있나.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의지와 정책에 대한) 분명한 확인이 필요한 거다.”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공부 좀 더 해야 한다’는 식의 비판을 했는데….

“안 후보는 정당정치에 불신을 가진 국민이 불러낸 것이다. 안 후보의 정치개혁 열망도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국회를 기업처럼 보고 법안을 하루에 몇 개 이상 생산 못한다고 감원하고 해고하는 식이면 결국 권위주의나 소수 엘리트 통치로 갈 수밖에 없다, 정치개혁으로는 번지수가 잘못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단일화)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이 아직 안 흐른다.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크므로 문이든 안이든 심이든 공동 책임주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책임이 따르는 문제니까 다들 깊은 고민 속에서 결단하지 않겠나.”

지금은 가시가 더 도드라지지만 한때 ‘진보의 붉은 장미’로 불렸던 통진당 이정희 대선후보까지 치면 세 사람의 여성 대선주자가 뛰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부각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 교육, 어르신 복지, 새집 증후군 같은 환경 문제처럼 여성들의 과제였던 일들이 이젠 정치의 중심의제가 되지 않았나. 이런 미래지향적 의제들은 진보의 태내(胎內)에서 나온 것들이고, 그래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은 진보에서 나오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 후보도 야권 단일화의 대상인가.

“유능한 여성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통합진보당을 만들 때도 이 대표를 믿고 결심했다.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특정 정파의 틀에 갇힌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박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려면 역사에 대해 분명하면서도 명쾌한 화답을 하라’고 촉구한 적이 있다. 화답이 됐다고 보는가.

“5·16과 유신에 대한 사과를 보고 잘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 후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나 ‘노이즈 마케팅’이다 싶을 만큼 경제민주화를 놓고 몇 번씩 말 바꾸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면서 실망이 컸다. ‘100% 대통령’ 되겠다더니 통합은 뒷전이고 오히려 보수색채 강화에 주력하지 않는가. 국민도 박 후보의 진의가 뭔지 실망할 것 같다.”

―진보(進步)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인데 우파는 진보가 될 수 없다는 말 같다. 심 후보가 말하는 진보란 뭔가.

“진보는 한마디로 하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화하고 당연시되는 것보다 앞서 변화를 말하고 앞장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진보이므로 보수와 대척점을 이룰 때도 있다. 진보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보정치를 통해 만들고 싶은 사회는 ‘삶이 피어나는 사회’다. 생명의 존귀함이 충만하도록 일할 권리, 노동권을 바로 세우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얼리 어답터… 앞장서 변화 실천

진보정의당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룰 것’이라고 천명한 정당이다. 강령에는 ‘누구도 성별, 경제력, 나이, 출신지역, 학력과 학벌, 고용형태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적극적 정책을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이 느끼는 고통과 피로감이 두 가지다. 하나는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신랑 신부 스펙도 중요하지 않고 그 아버지가 누구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그렇지 못하니까 젊은이들이 부모를 원망하고 사회에 대한 원망으로 가고 있다. 또 하나는 ‘모든 짐을 개인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외동아들딸이 결혼하면 자기자식뿐 아니라 부모님 네 분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 누구나 다 짊어져야 할 짐은 좀 내려놓고, 그걸 사회가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다.”

―브라질의 ‘볼사 파밀리아’는 빈곤층에 초점을 맞춘 복지정책이어서 효과가 컸다. 우리도 재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사회안전망 확충 같은 복지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하지 않겠나.

“당연히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하고, 교육 의료 주거에서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 예산이 300조 원 정도로 제한돼 있는데 어떻게 무상의료도 하고….

“왜왜왜왜(심 후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한돼 있나. 왜 예산이!”

―예산을 어떻게 더 만들겠다는 건가.

“국민이 낸 세금을 놓고, 정책순위를 어떻게 하느냐가 노선 차이고 정당 차이다. 그동안 보수정당이 해온 기준을 정상으로 보는 것은 편향된 시각이다. 우리가 집권하면 예산을 아이들 교육, 무상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를 통해 90조 원을 부유층에게 주었고, 4대강 사업으로 30조 원 이상을 써서 국민이 분노했다. 그래서 박 후보조차 복지를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모든 것을 떠맡을 만큼 유능하다고 보나.

“그게 기득권 세력의 불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 자본 간의 경쟁을 조정하는 것이고, 시장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보호망을 만들어 주는 두 가지다. 우리나라는 재벌 독점체제의 불공정 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가 역할을 했고,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되레 시장논리를 들이밀었으니 정상화를 해야 한다.”

진보정의당 강령은 ‘궁극적으로 재벌지배 경제체제를 해체한다’, ‘사회적 재분배 강화를 뒷받침해 자산 불평등을 해소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떠봤다.

집권땐 교육-무상의료에 예산 우선 쓸 것

“진보정당이 고난의 행군을 하는 이유는 유럽의 복지국가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그런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좋은 정당을 만들자는 바람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를 하고 있는 유럽형 복지국가들이 대부분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 의미라면 나는 사민주의자(社民主義者)라고 할 수 있다. 사민주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KBS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67%가 스웨덴식 복지국가를 들었다.”

―진보정의당이 추구하는 노선이 사회민주주의라고 써도 괜찮은가.

“아직은 아니다. 대선 이후 우리 당의 노선과 운영, 정책에 대해 지식인 사회나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토론과정을 거칠 것이다. ‘자산 재분배’를 놓고 사회주의가 아니냐고 질문한 것 같은데 몰락한 현실사회주의 이외에 어떤 사회주의가 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 길은 우리 길이 아닌 게 분명하다.”

―대선공약 1호인 ‘노동자 경영참여 위한 5대 공약’을 보면 세계화에 맞지 않는 해법 같다. 독일이 노사합의로 해고를 자제한다고만 소개했지, 임금 인상도 자제했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틀에서 나온 질문이다. 한국 보수가 우물 안 개구리다. 진보가 글로벌하다. 유럽도 노동자 경영참가제도를 채택하는 나라가 생산성도 높다. 기업에 있는 돈을 돌리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내수에 기초한 탄탄한 중소기업을 키우고, 고기술 고단가 고임금으로 가도록 정부가 지원하자는 얘기다.”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때 애국가는 왜 안 불렀느냐고 물어봤다.

“오해다. 후보수락 연설 TV중계가 오후 4시에 맞춰져 있어 진행자가 약식으로 국민의례를 진행한 것인데, 나도 강하게 잘못을 지적했다.”

北을 악마化하거나 온정주의로 보면 안돼

―애국가로 상징되는 정체성 때문에 심 후보가 통진당과 갈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강하게 피력했다. 북한의 세습과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말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돼 있다. 다만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한쪽에선 북을 악마화(化)하고 한쪽에선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둘 다 남북 평화와 통일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 남북합의에 기초한 인식 위에서 유능하고 정교한 외교활동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심상정이나 진보는 좋은데 종북(從北)은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민노당 일심회 사건도, 통진당 이석기 의원과 관련해서도 ‘해당(害黨)행위’, ‘패권주의’라고만 지적했지 종북을 비판하지는 않았는데….

“나는 종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종북이란 북한 정부나 노동당을 추종한다는 뜻인데 그런 분들은 사법 당국에서 처벌하면 될 것 같다. 사상적으로 말하자면, 북에 대해서 편향적이고 온정적인 입장을 가진 분이 많이 있다. 그런 입장에 대해선 저희가 비판적으로 바로잡아 왔다고 생각한다.”

―현충원 참배 때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묘소도 찾았나.

“현충원 현충탑에 참배했다.”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남편이 지금은 모 주식회사 부사장으로 인명정보에 나오던데….

“기업인도 경영자도 아니고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남편과 아들의 격려와 헌신 덕에 어려운 진보정치를 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은 학력과 학벌 차별을 반대하는데 아들은 재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고, 나는 엄마노릇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아이의 교육과 인생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다 이해할 거다.”

김순덕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21029/50456117/1

Posted by 겟업
2013. 1. 3. 11:38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1)가 작은 고무 링(ring) 하나에 발목이 잡혀 발사가 미뤄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3차 발사의 새 ‘점지일’이 다음 달 중순 이후가 될 것 같다. 고무 링은 발사체에 주입하는 헬륨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동전 크기보다 약간 크다. 금방 갈아 끼우면 될 듯 보였다. 기술진이 27일부터 정밀검사를 하고 있는데 정밀점검과 발사 절차 등을 종합해보니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작은 고무 링의 이면에는 나로호 발사가 러시아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기술 약소국의 서러움이 투영돼 있다. 동전 크기만 한 링 하나도 우리 기술진이 주도적으로 갈아 끼울 권한이 없는 사실이다. 1단 로켓의 뭐가 잘못됐는지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2002년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맺은 나로호 공동 개발 계약서에 1단 로켓은 우리가 손도 대지 못하도록 규정한 게 족쇄가 됐다. 러시아는 기술유출을 이유로 그런 조항을 주장했고, 관련 기술이 없는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예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불평등 조항은 1, 2차 발사 실패 원인 분석 때도 우리 연구진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2008년 1차 발사 때 실패 원인을 분석하려니 러시아가 발사체 비행 기록을 넘겨주지 않았다. 2009년 2차 시도에서 공중 폭발했을 때도 제주도 앞 공해상에 추락한 잔해조차 수거할 수 없었다. 실패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도 러시아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거나 의존했다. 그러자 “한국은 러시아의 ‘봉’이다” “한국 과학자들은 허수아비다”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나로호에 10여 년간 들인 돈은 총 8500억원이 넘는다. 나로우주센터 건설비 3314억원, 나로호 개발비 5205억원(러시아의 1단 로켓 값 약 2000억원 포함) 등이다. 모두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우리가 쏘아 올려 세계 열 번째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자는 국민 염원이 담겨 있다. 우주 선진국들이 연간 수조원을 우주 개발에 쏟아붓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도 더 늘려야 한다.

지금 우리 연구진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오기다. 특히 러시아에 지불한 2000억원의 수업료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1단 로켓 기술을 곁눈질할 수밖에 없게 만든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은 우리의 기술력이 열세여서 벌어진 일이다. 15만 개가 넘는 나로호 부품 중 3만여 개는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이다. 발사는 성공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과에 관계없이 우주 기술 약소국의 서러움을 씻을 수 있는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722641&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 3. 11:28

“내 생전에 동·서독의 통일은 이룩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슈미트 전 서독 총리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꼭 2주 전에 어느 사석에서 한 말이다. 그 몇 달 전 서울을 방문했던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남북한 통일이 동·서독 통일보다 먼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베를린 장벽은 곧 무너졌고 서독과 동독의 통일 기회가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가 곧장 통독으로 연결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바 있는 독일이 통일되어 더욱 강대해지는 것을 이웃인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구(舊)소련이 원했을 리가 없다. “우리는 독일을 사랑하기에 두 개의 독일은 더욱 좋다”는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동·서독 통일에 대한 반농조의 코멘트는 당시 주변국들의 생각을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또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공개석상에서도 독일의 통일을 반대해왔을 뿐 아니라, 통독 이후에 쓴 글에서 통독을 반대한 자신의 주장은 “확실한 실패였다”고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리한 주변 여건 속에서 통독에 앞장섰던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는 먼저 통독에 호의적이었던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도움을 얻어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온갖 외교적 노력으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미테랑 대통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서독의 자랑이었던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약속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과연 우리는 남북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준비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유사시 우리가 당장 감당해야 할 통일비용은 남북한 간 인구비율이나 1인당 소득격차 등을 고려할 때 동·서독의 통일비용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 자명하다. 통독 당시 서독과 동독 간의 인구비율은 거의 4대1, 그리고 소득격차는 3대1 정도였다. 현재 남북한의 인구비율은 거의 2대1, 그리고 소득격차는 거의 20대1에 이른다. 따라서 통일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재정건전성 유지와 금융안정, 그리고 여유 있는 외환관리 등 우리 스스로가 사전에 해두어야 할 일은 아주 많다. 특히 독일의 경험을 거울삼아 새로운 통화체제에 대한 장단기 구상, 급격한 북한주민의 이주에 대한 대비책, 장기투자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북한의 명확한 토지소유권 제도 확립, 북한 주요 국영기업의 존폐에 관한 기준, 그리고 임시 행정체제와 기초적 사회안전망 구축 등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한다.

지난주에는 통독 당시의 서독 재무차관을 비롯한 독일의 전문가와 전 정책담당자, 그리고 국내외 북한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통일과 한국경제’란 주제의 국제회의가 있었다. 동 회의에 참여했던 거의 모든 독일 전문가들은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유사시 북한주민 이주문제에 각별한 대비가 있어야 함을 특별히 강조했다. 통독 당시 동독은 전 사회주의 진영에서 가장 높은 국민생활수준을 누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약 1년 동안에만 동독 인구의 거의 4%에 해당하는 60여만 명이 서독으로 이주했다. 지금까지 통틀어 170만 명, 즉 동독 인구의 10% 이상이 서독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대빈곤 인구가 대부분인 북한의 현재 사정을 고려할 때 남한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북한주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특별한 사전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북한 국영기업의 존폐 기준과 근로자 임금수준 설정 등도 이와 관련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독일의 성공한 경험과 실패한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와 함께 또 다른 차원의 중요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외교역량을 확충하고 평소에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기반을 구축해 두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독일의 경우와 달리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적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주요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확보하는 일은 단순한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남북한 통일을 위한 대전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된 한국이 분단된 한반도보다 동북아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임을 설득해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 적극 기여하고 참여함으로써 많은 호의(good will)를 평소에 쌓아두어야 한다. 유사시 이들 기구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단기적 통일충격 완화와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중장기적 노력을 함께 펼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여건과 북한 내부의 변화를 고려할 때, 통일에 대비한 이러한 사전준비는 무엇보다 시급한 국정과제다. 모든 기회는 항상 준비된 자의 몫임을 잊지 말자.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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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4:09

1.6%. 3분기 성장률이다. 위기랄 수밖에 없다. 2차 오일쇼크(1980년), 외환위기(1998년), 세계 금융위기(2008) 등에 이어 또다시 분기 성장률이 2% 아래로 추락했으니 말이다. 설비투자가 준 게 침체의 큰 요인이다.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대목에서 침체 속 중국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중 1, 2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LCD(액정디스플레이)와 반도체다. 대략 20% 정도를 차지한다. 관련 부품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해당 기업이 중국에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LG와 삼성이 각각 중국에 LCD공장 건설에 나섰고,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시안(西安)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시안 공장에는 모두 70억 달러가 투자된다. 공장이 가면 일자리도 넘어가게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2년 전문대졸 이상의 고급 일자리 수만 개를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완구·섬유·신발 등 임가공 공장의 초기 중국 진출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당시 임가공 업체들은 공장을 옮기는 대신 국내에서 고부가 부품·소재 등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투자가 수출을 /유발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약 70%가 부품·반제품으로 짜인 이유다. 그 과정에서 산업이 고도화됐다. 그러나 반도체와 LCD의 중국 투자는 국내 유발효과가 적다. 관련 부품 공장도 함께 가겠노라 따라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공동화를 넘어 첨단산업 공동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보기술(IT) 분야뿐이 아니다. 자동차·기계·철강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우리 기업은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을 찾아 떠나겠다는 기업을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에게 좋은 기업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를 탓할 뿐이다.

지난 20년 중국은 우리 경제에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중국 덕택에 큰 충격 없이 산업 고도화를 이룰 수 있었고, 세계공장 중국은 우리에게 수출 시장을 제공했다. 우리 수출의 약 25%가 중국으로 간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는 중국에서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중국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 LCD·반도체의 공장 이전에서 위기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문제의식이 없는 게 문제다. 앞으로 5년 이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은 경제 민주화만 합창할 뿐 중국으로 떠나고 있는 핵심 기업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어떻게 블랙홀 중국에 맞설지에 대한 정부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년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한 축은 그렇게 무너지고 있다. 성장률 1.6%가 던지는 또 다른 경고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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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48

첫눈이 하얗게 덮인 캠퍼스를 뒤로하고 강의실로 들어선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제일 앞에 장애 학생이 앉아 있다. 계단식 강의실이라 휠체어를 탄 이 학생은 항상 맨 앞줄에 앉는다. 필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정을 알기에 수업 하루 전 강의 내용을 미리 보내주고, 그래서 학생은 수업을 쉽게 소화하는 모습이다.

청각장애를 지닌 학생을 위해선 두 명의 수화통역자가 교대로 강의 중 앞에 나와 수화를 한다. 그 학생은 화상으로 보이는 내 강의노트 자료와 수화통역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세미나 시간에도 이 두 수화통역자는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그 학생이 토론에 참가하도록 도와준다. 스웨덴어에 능숙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선 ‘언어정비소’라는 제도를 도입해 논문 쓰기, 문법 등에 도움을 준다. 단체 발표, 논문 제출,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를 따라가려면 언어가 필수적이므로 적응이 덜 된 이민자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1년 스웨덴 대학행정처의 통계자료를 보면,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중 장애 학생의 비율은 전체 학생의 12%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 대학 학생복지 서비스과에는 장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지원전담 상담원이 배치되어 있다. 이 직원의 업무는 장애 학생들이 학업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행정지원을 해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난독증 학생들을 위해선 담당 교수에게 필기시험 기간 연장 등의 배려와 강의 노트 사전제공 등을 요청한다. 필기시험도 일반 학생들보다 1주일 정도 시간을 더 할애해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해준다. 난독증 학생들의 경우 사전 허가를 받기만 하면 필기시험 당일 시험장에 비치된 특수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수화통역 서비스, 장애인 보조, 특수차량이나 교재 구입 등은 학기 중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우리 사회에도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외관상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관심과 냉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따뜻한 복지는 이런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데서 출발한다.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게 인도해 주는 장치다. 복지가 없다면 그들은 그 그늘에서 사회를 한탄하며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사회일수록 그들이 영원한 낙오자로 떨어지게 수수방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사회일수록 사회의 갈등과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젠 우리 자신도 언제든지 그런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에 나가면 바로 자신이 언어장애인이 되기도 하고, 멀쩡히 학교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화재를 당해 화상을 입거나 하면 바로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자식이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음지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국민, 우리의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실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복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회에서 소외받고 신음하며 냉대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정책은 어느 후보도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질 못하고 있다. 큰 틀에서 약속만 하지 말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통합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인권, 한국에서 새 삶을 위해 찾아온 이주민을 위한 따뜻한 배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불우아동들을 위한 따뜻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복지는 장기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사회공학 사업이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일이다. 복지에 충실할수록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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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36

1946년 9월28일 가로명제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서울 지명에서 '왜색'(倭色)을 지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위원회는 일본식 지명인 마치(町)를 모두 동(洞)으로 바꾸고 일본인의 이름을 땄거나 식민통치와 관련해 특별한 상징성을 지녔던 지명에는 우리 역사상의 위인들 이름과 시호를 붙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 일본인 거주민의 중심지였던 혼마치는 이순신 장군의 시호를 따서 충무로가 되었고, 중국인들이 많이 살았던 고카네초오는 살수대첩을 이끈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의 이름을 따서 을지로가 되었다. 경복궁 남쪽 거리에는 세종 같은 좋은 지도자가 거듭 나오라는 기원을 담아 세종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20여년이 지난 1967년엔 정권 제2인자였던 김종필을 회장으로 하여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이 위원회는 장소의 역사성을 고려하여 세종대왕 동상은 세종로에, 충무공 동상은 충무로에, 을지문덕 동상은 을지로에 각각 세우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동상 제막을 앞두고 갑작스레 계획이 변경되었다. 서울의 중심이자 나라의 중심인 세종로에는 무인의 동상을 세우는 것이 군 출신 통치자에게 더 어울린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탓에 세종대왕 동상은 아무 연고도 없는 덕수궁으로 밀려났고, 지명과 동상의 연계를 고집할 이유도 없어졌다. 당시 세종로에 충무공 동상을 세우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많았으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은 이 이상한 상징의 중첩에 익숙해졌다.

그로부터 다시 40여 년이 흐른 뒤, 세종로에 광장을 조성하기로 한 서울시는 충무공 동상 이전을 검토했다. 그런데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이 이에 반대했다. 이미 세종로가 충무공으로 표상되는 '이상한' 현상에 익숙해졌기에, 변화를 용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세종대왕 동상을 충무공 뒤에 세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아주 '이상'하다. 청계광장 쯤에서 경복궁 쪽을 바라보면 궐 밖 어정쩡한 곳에 앉아 있는 세종대왕을 충무공이 호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이 이상한 모양새에도 익숙해 질 것이다.

1967년 서울시는 한강 변에 새 제방을 쌓고 그 위에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새 제방과 이전 제방 사이에 생긴 땅을 택지로 조성해 팔면 막대한 건설 경비를 조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서울시와 정부는 68년 '한강개발 3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인 한강변 개발에 나섰다. 이와 함께 공유수면 매립 사업도 벌어졌다. 한강 변 얕은 곳을 매립하여 택지를 조성한 이 사업에 따라 강변에 아파트만 빼곡히 들어서고 육지와 강이 완전히 분리되었다. 서울에 처음 온 외국인들은 아파트밖에 안 보이는 이상한 강변 경관에 놀라움을 표하지만, 요즘 서울 사람들은 강변 제방 바로 옆에 아파트가 있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88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후 경기장 건설과 불량주택 밀집 지역의 합동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건설자재가 부족에 직면하자, 전두환 대통령은 서울시장에게 한강의 골재와 고수부지 활용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강 전역에서 모래와 자갈이 사라졌고, 잠실과 신곡에 각각 수중보가 건설되어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했다. 강변 모래톱도 다 없어지고 그 대신 둔치에 잔디광장과 체육시설이 만들어졌다. 지금 한강은 강바닥도 물도 강변 환경도 '정상적'인 강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한강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자고 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다.

권위주의 통치와 압축성장은 이 사회 곳곳에 이상한 경관, 현상, 관행, 시설들을 남겨 놓았고, 대다수 국민들은 그 이상한 것들에 이미 익숙해있다.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이런 저런 약속들을 하고 있는데 모두가 일반 국민들 듣기 좋은 이야기들뿐이다.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쓴 소리를 듣지 않는 것도 문제이나, 국민이 쓴 소리 하는 정치인을 배척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민들 스스로 특이한 역사 진행 경로에서 형성된 이상한 자기 모습을 성찰하지 못한다면, 후손에게 정상적인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



전우용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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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32

노벨상 주간이 지나갔다. 8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5일 경제학상까지 6개 분야 시상자가 발표됐다.

도쿄 특파원으로 바라보는 노벨상 주간은 한국에서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한국에선 그저 딴 세상 얘기처럼 지나쳐 버렸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오늘은 후보가 누구야” “오늘도 탈 수 있을까”라며 매일매일 기대감에 부푼다. 그들에겐 하루하루가 드라마이자 올림픽 결승전이다.

노벨상 주간 일본 한 민영 방송사의 취재 계획서를 우연히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오후 6시30분 생리의학상 발표가 예정됐던 8일, 이 방송사 사회부 기자들의 취재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뇌연구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화학연구소의 이토 마사오 교수가 수상할 경우에는 연구실에서 회견이 예정돼 있고, fMRI(기능성 자기공명장치)를 개발한 오가와 세이지 박사가 수상하면 가마쿠라시 자택의 현관 앞에서 취재가 가능하니 집 부근에서 대기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억제제를 개발한 엔도 아키라 교수가 수상하면 도쿄 농공대 본부 건물에서 오후 7시15분부터 기자회견이 있고,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수상 가능성도 있으니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리의학상에만 네 명에 달하는 후보자들에게 취재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모두 따라붙었다. 결국 축포는 교토에서 터졌고, iPS(유도만능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업적으로 야마나카 교수가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엔 19번째 노벨상 수상이자 과학상에서만 16번째였다. 일본 전체가 떠나갈 듯 환호했다.

물리학상이 발표된 9일도, 화학상이 발표된 10일도 마찬가지였다. 물리학상엔 중성미자 관측에 성공한 스즈키 아쓰토 교수 등 세 명의 일본인이 유력 후보에 포함됐다. 10일엔 산화 티타늄의 광촉매 반응을 연구한 후지시마 아키라 교수의 수상 가능성에 일본 열도가 숨을 죽였다.

11일 문학상이 기대됐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이 무산되면서 올해 일본인 수상자는 야마나카 교수 한 명으로 마무리됐다.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일본의 노벨상 축제도 그렇게 끝났다. “오늘은 일본인 수상자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전하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 “오늘은 아쉽게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는 한국의 올림픽 보도가 떠올랐다.

도쿄 특파원에게 “일본의 노벨상 비결을 취재하라”는 지시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별로 없다. 과거 수상자나 문부과학성 관료들을 취재해도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중요하다” “선배 수상자가 자극하고 후배들이 정진하는 연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과학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모범답안들만 돌아온다. 하긴 기본에 충실한 것 외에 노벨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따로 있겠는가.

축구 한·일전 패배보다 더 배가 아파야 하는데 요즘엔 그런 분함을 느끼는 사람들조차 줄어드는 것 같아 더욱 걱정스럽다.




서승욱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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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30

"경제민주화가 뭐예요?” 아침 식탁에서 명랑세대의 대학생 딸이 묻는다. ‘글쎄…’ 잔잔한 바다에 삼각파도가 몰아치듯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10초, 간결명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기성세대 아빠가 망설이는 동안 화제는 벌써 저만치 달아난다. 실패다. 줄임말과 단문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신세대 일원에게 위키피디아식 설명도 번거롭다. 중간고사 벼락치기에 정신없는 딸은 ‘경제민주화란 말이야’로 시작하는 아빠의 진지함을 뿌리치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대상을 지정했더라면 답은 5초 안에 나왔을 것이다. 재래시장, 골목상인들에겐 ‘대규모 유통기업의 확장을 막는 것’이 그것이다. 생계가 막막한 건설 잡역부들에겐 주택경기 활성화와 함께 쏟아지는 잡일이 경제민주화다. 농어민들은? MB정부가 과감하게 취소해 버린 비료, 농자재 보조금, 저리 영농자금을 재개하는 것, 빈 배로 귀항해도 호구지책은 걱정 안 해도 되고, 태풍에 망가진 양식장을 값싸게 보수하는 일, 그런 것들이다. 생업전선에 선 사람들은 당장이 더 급하다. 청년들에겐 부모 기대에 근접하는 좋은 일자리, 실직자는 재취업, 퇴직이 닥친 700만 베이비부머들에겐 가방 들고 나갈 수 있는 작은 사무실, 그게 경제민주화에 투영된 서민들의 바람이다. 뭐 그리 거창한 개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양극화의 원인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지식인 담론은 당장의 생계 걱정과 별 관계가 없다.

그런데 대선 주자들과 캠프 브레인들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극약처방으로 수렴시켰다. 이른바 ‘재벌 때리기’다. 5년마다 한 차례씩 치도곤을 치렀던 재벌들이 어지간히 맷집을 길러왔건만 이번만큼은 사정이 좀 다르다. 국민들은 선명하게 알아차렸다. 100대 대기업의 총매출액이 100만 개 중소기업을 합한 것보다 더 크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4대 재벌의 비중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감 몰아주기, 납품가 후려치기, 기술·인재 빼가기 같은 착취성 관행이 중견기업을 괴롭혔으니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노무현 정권 때 재벌 군기잡기에 실패한 민주통합당이 독전대를 다시 규합해 보국안민의 깃발을 올린 이유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으리’-재벌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구국의 선약임을 만방에 고한 것이다. 그 여파가 거셌던가, 경제계의 생리를 조금 맛본 안철수 후보가 우물쭈물 따라 나서더니 재벌개혁위원회, 계열분리명령제 같은 극단 처방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어떡하지?’-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로 재미를 본 새누리당은 수위조절에 고민 중이다. 길 건너 식당에서 매일 특선메뉴를 쏟아내는 판에 새누리당 주방장 김종인은 새 요리를 개발하느라 정신이 오락가락할 것이다.

‘재벌 때리기’에 온 힘이 모아지는 마당에 재벌 모임인 전경련의 반응은 조금 생뚱맞다. ‘경제민주화 같은 개념은 없다’는 원론식 대응, ‘성장동력이 훼손되면 서민들만 피해 본다’는 식의 위협성 발언이 국민정서 달래기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학 공식으로 국민을 달래기는 이미 글렀다. 쓸데없이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기 전에 자발적 혁신 프로그램을 내놓는 적극적 동참 의지가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정책 제1조에 써야 할 문구가 있다. ‘대기업-노조 담합구조를 폐기하는 것’이 그것이다. 양극화의 또 다른 주범은 숨어 있다. 경제민주화는 생산시장과 노동시장에서 독점세력을 규제하는 것이다. 생산시장의 독점 주역이 대기업임은 잘 알려져 있지만, 노동시장은 강성노조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려져 있다. 특히 민주노총 중심의 독점이 하청기업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에 고착시켰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그걸 규탄하는 정치인은 정치생명이 끝장날 위험에 처한다. 그러나 거두절미하고 5초 안에 말하면, 민주노총은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공의 적’이다.

 왜냐고? 민주노총 출범 이후 16년 동안 강성노조는 노동자들의 일사불란한 정치세력화를 위해 문을 닫아걸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사업장을 규합해 민노당을 중앙무대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도부 몇몇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대기업 노조원들이 잔업을 독점했고, 해고 불가, 임금 인상이란 온갖 특혜를 누리는 동안 하청 기업 비정규직은 삭풍이 몰아치는 들판으로 내몰렸다. 대량해고와 구조조정 때 그들은 노조원들의 희생양이 됐다. 재벌기업주와 결성한 단단한 담합구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800만 비정규직을 딛고 세웠던 민노당을 주사파에 헌납했다. 그리고 재벌 때리기로 일관되는 경제민주화 논쟁의 뒤편에서 결말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공분을 낚아채기 위해. 담합구조가 버티는 한 양극화·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어떤 정책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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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28

우리 논설위원실 여직원의 별명은 ‘애니팡 처녀’다. 간단히 30만 점을 넘긴다. 애니팡의 박용후 이사는 “우리 직원 30명의 점수도 고작 17만~20만 점”이라며 “하트를 교환할 빵빵한 인맥에다 콤보가 높을 때 폭탄을 뻥뻥 터뜨려야 30만 점이 된다”고 부러워했다. 40대 후반의 대학 동아리 여자 후배는 ID를 ‘애니팡 부인’으로 바꿨다. ‘마지막 게임의 추억’을 남기고자 손댄 애니팡에 꽂혀버린 것이다. 사방팔방에 하트를 구걸하느라 굽실거리고, 스마트폰 LCD 필름도 고급으로 바꾸었다. “보는 눈이 많아야 한다”는 충고에 남편까지 끌어들였지만 좀체 10만 점을 넘지 못한다.

애니팡이 국민 게임으로 우뚝 섰다. 간단한 게임방법과 귀여운 캐릭터로 불과 석 달 만에 가입자 2000만 명을 끌어 모았다. 동시 접속자 300만 명이 하루 평균 한 시간씩 머무는 전국구 놀이터가 됐다. 슬그머니 얌체족까지 생겨났다. 컴퓨터에 자동수행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 마우스 조작 몇 번으로 100만 점 이상의 고득점을 간단히 올린다. 요즘 애니팡이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얌체족 퇴치에 신경을 곤두세울 정도다.

애니팡은 1분 게임을 하고, 다시 하트가 형성될 때까지 8분을 기다려야 한다. 애니팡의 박 이사는 “게임 중독을 막고, 쉴 동안 하트 교환으로 우정을 북돋우자는 매우 인간적인 원칙”이라 자랑했다. 하지만 은근한 경쟁심리에다 ‘빨리빨리’의 DNA에는 8분 휴식이 너무 길다. 하트를 동냥하며 마냥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어렵다. 결국 100원을 내고 하트를 사고 만다. 이런 하트 판매가 하루 평균 2억원에서 지난주엔 3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덩달아 자릿세를 떼는 카카오톡도 신이 났다. 카카오톡의 이수진 팀장은 “그동안 무료 문자가 돈 먹는 하마였는데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며 반색했다.

빛이 밝으면 그늘도 짙다. 반대편의 포털 사이트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포털 강자인 네이버는 재빨리 스마트폰 앱을 선보여 구글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컴퓨터에 비해 스마트폰 화면이 너무 작아 돈 되는 검색광고를 우겨 넣기 어려운 게 문제다. 웹은 검색이 대세지만 스마트폰 세상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다. 인터넷 환경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는 흐름은 포털엔 재앙이다. 돈줄인 검색광고가 언제 폭삭 주저앉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눈여겨 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드래곤 플라이트’다. 게임의 집중도와 아이템 구매 빈도가 압도적이다. 가입자는 애니팡보다 적지만 하루 매출액이 5억원을 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인 회사인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가 혼자 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 SNS 게임은 대개 개발자가 매출액의 절반을 독차지하는 구조다. 지금의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면 김 대표는 혼자서 웬만한 중견기업 뺨치는 영업이익을 남기게 된다.

 그렇다고 이 세 업체의 성공 스토리가 세계를 휩쓸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문자메시지에 비싼 돈을 받는 통신회사들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 통신업체들은 데이터 사용량을 중심으로 요금 체계를 바꿨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도 위기의 하나다.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보던 SNS 게임 최강자 ‘징가’는 올 들어 주가가 70%나 폭락했다. 그 유명한 페이스북도 “모바일 전략에서 몇 가지 실수를 했다”며 고해성사를 했다.

 그럼에도 국내 신생 모바일 업체들의 도전은 거침이 없다. 카카오톡과 애니팡은 “문자메시지가 공짜라서, 또 게임만 하느라 찾는 게 아니라 이제는 SNS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자신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 비즈니스 기회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와 복지, 경제민주화 공약이 화려하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모바일 분야에서 배웠으면 한다. 대기업보다 강한 중소기업과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만든다는 사실을….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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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27

섬 두고 대립하는 中·日 패권싸움 청일전쟁과 비슷… 自衛 능력 없이
'중립'만 믿은 조선 험난한 국제정세 지금 대선 주자들 어떻게 헤쳐갈까


일본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직후 중국과 일본이 충돌 직전까지 갔을 때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우리 영토에서 반보(半步)도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아베 자민당 총재는 "1㎜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120년 전 한반도 운명을 결정짓고 동아시아를 뒤흔든 청일전쟁 전야(前夜)도 이랬을 것이다. 청일전쟁은 동학농민혁명 발발을 빌미로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했던 중국과 일본이 서로 상대방에게 한발씩 물러나라고 티격태격하다가 불붙은 전쟁이었다.

베이징대의 한 동아시아 전문가는 댜오위다오 분쟁을 "장기판의 졸(卒)과 같다"고 했다. 겉보기에는 작은 섬을 둘러싼 싸움 같지만 그 뒤에는 동아시아 정치라는 큰 판이 있다는 것이다. 청일전쟁도 바탕에는 한반도 지배를 둘러싼 중·일 간 패권싸움이 있었다. 그래서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는 것인가. 그때는 신흥(新興) 일본이 먼저 도발하고 중국이 몰리는 입장이더니 지금은 대국(大國)으로 떠오른 중국이 일본을 닦아세우는 모양새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뒤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해 한국을 속국(屬國)으로 만들었다. 당시 '조선'이란 나라는 열강들이 한반도 운명을 놓고 벌인 장기판의 판세를 얼마나 읽고 있었던가.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한창 험악했던 달포 전 '세계 속 한국근대사'라는 책이 서점에 나왔다. 여기에 러일전쟁 무렵 방한한 영국 기자 맥켄지와 조선 조정의 실력자인 탁지부 대신 이용익이 나누는 대화가 나온다. 맥켄지가 "조선이 멸망하지 않으려면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자 이용익이 대꾸한다. "미국·유럽 등과 조약을 맺고 있고 그들이 독립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합니다." 맥켄지가 다시 말한다. "아니 모르시오? 힘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조약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당신들이 그 조약들을 지키도록 하려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오." 그런데도 이용익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중립이라는 걸 천명했고, 우리의 중립을 존중하라고 당부했소."

러일전쟁 때 일본 전쟁 비용의 60%는 영국의 로스차일드, 미국의 JP모간 같은 국제 금융자본이 일본이 발행한 전쟁 국채를 매입해서 댄 것이었다. 이 나라들이 전쟁에서 누구 편을 들지는 뻔한 일이었다. 열강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판을 짜고 있는데 조선의 위정자들만 이를 모르고 '조약' '중립' 운운했던 것이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 전사자는 8400명, 청군(淸軍) 전사자는 3만5000명이었다. 그런데 조선군 병력은 모두 합해 400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왕비가 궁 안에서 외국군에 시해당하자 임금이 살기 위해 이곳저곳 외국 공사관을 기웃거렸던 게 당시 조선이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가 굳어갈 무렵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무장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선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적(敵)을 단 한 대라도 때릴 능력이 없는 나라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를 아무런 이익 없이 도울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경제력이나 국가적 위상이 120년 전 조선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동아시아 판세도 당시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래도 교과서에 안 나오는 100여년 전 역사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대선 주자들에게서 중국의 굴기로 출렁대는 동아시아의 험난한 파도 속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에 대해 우선 듣고 싶다.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우리의 과거와 오늘을 세계사의 큰 틀에서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김태익 논설위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22/20121022027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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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26

성공 지향적인 급한 성격은 심장 관상동맥 질환 많아
억울한 일 잘 참는 성향이면 암 발생 확률 높아질 위험
제 성질이 자기 질병 유발… 병 키우며 사는지 돌아봐야


한국 드라마에서 공분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단골 장면이 있다. 모진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 생활을 견디는 착한 며느리, 남편의 바람까지 참아내는 순한 아내라는 설정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런 주인공이 암(癌)에 걸려 세상을 마치는 대목까지 나오면, 시청자들의 분개와 안타까움은 극에 달한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매번 짠하다. 그런데 이런 도식은 나름대로 의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당하고도 참는 성격은 암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격과 질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학 연구는 활발히 이뤄져 왔다. 미국의 저명한 심장 전문의 하워드 프리드먼은 어느 날 자신의 환자 대기실 소파 천이 다른 과의 대기실보다 유독 빨리 닳고 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환자들의 행태를 유심히 살펴보니, 심장병 환자들은 느긋하게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지 않았다. 다들 소파 끝에 걸터앉아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였다. 양손은 팔걸이를 움켜쥐고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듯한 태세였다. 좌불안석(坐不安席)의 모습이었다.

그는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관상동맥 질환자들의 성격을 분석해보니, 많은 사람이 타입 A였다는 결과를 내놨다. 사람의 성격은 크게 A·B·C의 3가지 타입으로 나눈다. A형은 소유욕이 강하고, 성공 지향적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초조해한다. 매사에 의심과 불만이 많다. 적개심을 잘 표출하고 참을성이 적다. 이들은 모든 일을 경쟁적으로 보고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불안하다. 항상 데드라인(dead line)에 자신을 몰아넣는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에너지가 왕성해서 많은 성취를 이룬다. 목표가 뚜렷하고 승리욕이 강한 탓이다.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 중에는 타입 A가 많다.

이들에게 심장병이 많은 이유는 성격 자체가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분노와 적개심을 느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쏟아져나와 혈압을 올리고 혈관 안쪽 벽을 상처 낸다. 그것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거기에 비만·동맥경화·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요소까지 겹치면 증폭 효과로 심장병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는 여러 나라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온다. '호통 회장님'이 "아이고! 혈압이야" 하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은 나름 일리 있는 설정이다. 이들에게는 하루 세 번 식후(食後) 30분, 법정 스님의 '무소유' 읽기가 심장약이다.

그와 정반대 성격이 타입 C다. 항상 잘 참는 순응형이다. 남에게 착하다는 말을 들으려 하고,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를 자주 의식한다. 우울감이 바탕에 깔렸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담아둔다. 사회적으로는 공손하고 정중하다. 우리나라에 많은 유형이다. 점쟁이가 손님에게 다짜고짜 "당신, 내성적인 성격이구먼!"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좋아한단다.

타입 C는 암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온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불만 표출이 적고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아무 소리 않고 잘 견디는 타입 C에서 암 발생이 많았다. 피부암 두께도 더 두꺼웠다. 또 암 치료를 해도 재발이 많았다. 지나치게 억제된 감정이 면역 기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몇 개씩 암세포가 생기지만, 면역세포가 순찰기능을 하며 암세포를 잡아먹기에 암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적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면역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면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들에게는 감정 표출이 항암효과를 갖는다.

타입 B는 천하태평 유형이다. 항상 느긋하고 급한 게 없다. 남의 일보다는 자기 것에 몰두한다. 성취보다는 취미에 관심이 많다. 경쟁에서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간 개념도 적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하면 나라가 망한다. 하지만 이들은 창의적이고, 사색을 즐긴다. 대개 시인·음악가·화가 등 예술에 종사한다. 급한 게 없는 이들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은 타입 A보다 4~5배 낮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에 너무 관대한 탓일까. 타입 B에게는 조증(躁症)과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조울증이 많다.

우리는 왜 아플까? 아플 짓을 했으니까 아픈 것은 아닐까. 많은 질병이 삶의 파생물이다. 정신은 몸을 바꾸고, 몸의 병은 마음을 바꾼다. 요즘 힐링 서적들이 베스트셀러를 독차지한다. 그만큼 우리가 치열하게 갈등하고 서로 부딪치는 '질병 생산 시대'를 살고 있다는 방증일 게다. 자신이 질병 발생의 핑계거리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나는 100% 타입 B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의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22/20121022029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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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25

최근 중국에선 '노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5월 1일 노동절 연휴를 일주일로 늘릴 것인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다. 중국은 설(음력 1월 1일)과 국경절(양력 10월 1일)뿐 아니라 노동절에도 일주일 연휴를 즐겼다. 하지만 2007년말 법정공휴일을 조정하며 노동절을 하루만 쉬기로 한 뒤 노동절 연휴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를 다시 부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투표에선 이미 90%에 가까운 이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 언론들도 이 문제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5년 만에 노동절 일주일 연휴의 부활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최근 8일간의 추석ㆍ국경절 연휴가 낳은 긍정적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사상 최장 연휴기간에 13억명이 넘는 중국인은 내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낙타들의 과로사다. 낙타 등에 올라 사막을 건너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간쑤(甘肅)성 둔황(敦惶)의 밍사산(鳴沙山) 웨야취안(月牙泉)에선 낙타들이 연휴 기간 매일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시달린 탓에 그만 이틀 연속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평소에는 낙타가 관광객을 기다렸는데 연휴 때에는 사람들이 낙타를 타려고 대기해야 했다. 오악(五岳) 중 하나인 산시(陝西)성의 화산(華山)에선 등산객 수만명이 정상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케이블카가 고장 났고 등산로도 깎아지를 듯이 험해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의 관광 관련 총수입은 무려 1,800억위안(약 31조8,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상시화로 수출이 꺾이며 내수 활성화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국은 연휴의 경제학에 크게 고무돼있다. 이번 연휴기간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받지 않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변화는 그 동안 휴식보단 일을 하는데 더 비중을 두었던 중국인들이 이젠 놀고 싶어하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이번 연휴 기간 중국 주요 관광지가 아수라장이 된 것은 현실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 크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원을 초과한 인파가 몰리며 황금연휴는 사실상 고생연휴가 돼버렸다. 주요 관광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줄을 서는 것이 예사였다. 주목할 것은 이런 살인적인 불편도 13억여명의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누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연휴에 나타난 중국 내수의 잠재력과 이젠 놀고자 하는 중국인의 욕망은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관광에서 생고생을 한 중국인이 점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이 전세계를 돌며 명품을 사들이는데 쓴 돈이 무려 480억위안(약 8조5,3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세계명품협회의 설명이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도 10만명, 이들이 쓴 돈은 2억달러(약 2,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가 준비만 더 잘한다면 이 숫자는 5배 아니 10배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 분쟁으로 한국은 가만히 있어도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현장에서 느끼는 중국인의 반일 감정은 상상 이상이다. 중국의 한 저가 항공사가 반일 감정으로 일본행 비행기표가 안 팔리자 1엔(약 14원)짜리 표를 내놨다가 '나라를 팔아먹는 상술'이란 비판에 결국 사과까지 했을 정도이다. 한 중국인 친구는 만날 때마다 "반일 감정으로 이제 한국이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고 부러워한다. 

시장과 기회가 한꺼번에 우리에게 왔다. 수요는 큰데 공급은 없다. 논란중인 노동절 연휴까지 부활하면 중국인은 매년 세 차례나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다. 과로사한 낙타의 운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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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3. 1. 1. 13:18

‘반값’은 달콤하다. 여기 착한 빵집 주인이 있다. 그가 어느 날 빵값을 절반으로 낮췄다. 배고파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단이다.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빵을 살 수 없었던 사람도 빵을 쥘 수 있게 됐다. 기존 고객들은 구입량을 늘렸다. 빵집 주인은 빵이 더 팔린다며 웃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은 반값의 황홀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런 매력,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안 사도 될 빵을 사는 소비자가 생겼다. 두 개면 충분한데 값이 싸다는 유혹에 넘어가 빵을 더 샀다. 다 먹지 못한다. 남는 건 쓰레기통 신세다. 파는 이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편치 않다. 빵이 더 팔리긴 했지만 장사는 밑져서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파산하게 된다. 결국 착한 결단은 오래갈 수 없다.

이제 빵을 대학 등록금으로 바꿔 보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치솟는 등록금의 문제를 모르는 바 아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은 좌절한다. 설령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등록금 걱정 않고 공부에 매진하는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착한 정책을 편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부작용이 속출할 거다. 정부가 사립대에 등록금을 낮추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대신 나랏돈을 써서 부족분을 메워줘야 한다. 여기서 불공평이 생긴다. 대학 문을 연 학생들만 세금 혜택을 받는다. 진학을 포기한 친구들의 몫은 없다. 이건 작은 불공평을 해소한다면서 더 큰 불공평을 양산하는 꼴이다. 이러니 너도 나도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나선다. 올해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71.3%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88만원 세대’로 전락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똑같이 내세웠다. 이런 포퓰리즘 공약, 언짢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한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 쓰려는 국민의 세금을 ‘청년 직업훈련비’에 사용하라. 제빵 명인이나 용접 장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도 많다. 이들이 돈 걱정 안 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국민 세금을 제대로, 그리고 공평하게 쓰는 방식이다.


화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은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해 온갖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제빵 고수로 우뚝 섰다. 만약 청년들이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받는다면 굳이 시련과 역경 겪지 않아도 탁월한 김탁구로 성장할 것이다. 나는 납세자가 낸 세금을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공짜 직업훈련비’에 쓰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은 장학금 같은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 덜어주는 게 맞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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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12. 26. 12:11

인생은 만남의 연속입니다. 사건을 만나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나쁜 사건이라고 나쁜 결과를 낳는 건 아닙니다. 예기치 못한 만남이 교착된 삶을 돌파하고, 짧은 만남에서 말 한마디가 좋은 운명으로 이끌곤 합니다.

압달라 다르(64·아래 인물 사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주 서울을 방문했는데 『가장 위대한 도전-생명을 구하는 과학, 연구소에서 마을로(The grandest challenge: taking life-saving science from lab to village)』의 저자입니다. 다르 박사는 아랍인의 피가 흐르는 탄자니아 출신의 외과의사로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간다·영국에서 공부한 콩팥이식 수술의 권위자였는데 어느 날 지구 인구의 90%를 위협하는, 고대(古代) 질병들과 싸우는 전사로 삶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압달라 다르

 

 

다르 박사의 인생전환은 49세 때 있었던 사건 때문입니다. 선진국 의과대학 교수로 야심만만한 삶을 영위하던 중 탄자니아 시골 늪지 마을로 시집갔던 누나가 말라리아 모기에 물려 나흘 만에 죽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동부 아프리카의 후진적인 의료환경에서 말라리아 사망자는 한 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다르는 “누나가 런던이나 뉴욕 혹은 토론토에 살았다면 70대 후반이나 80대까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 인구의 90%가 사는 빈국 중 하나인 탄자니아 같은 나라에 태어났기 때문에 50대에 죽은 것이다”라는 성찰에 이르게 됩니다. 그는 콩팥수술 의사를 청산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들어가 빈국의 질병퇴치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문제의식이 선명했기 때문일까요. 1990년대 말부터 개발이 본격화된 생명과학·유전공학을 고대의 질병과 싸우는 무기로 쓰자는, 당시로서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돈이 안 되는 일 아닌가? 상업적인 생명과학 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WHO 같은 공중보건의료계조차 ‘모기한테 무슨 유전공학이냐’는 부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삶의 교착은 예기치 못한 만남에서 풀립니다. 2002년 네이처지(誌)에 정성스럽게 쓴 그의 논문을 보고 빌게이츠-멀린다 재단이 찾아옵니다.

재단은 다르에게 5000억원이 투입되는 ‘생명과학혁명을 이용한 질병퇴치 사업’의 프로그램을 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르의 꿈은 빌 게이츠 부부의 조건 없는 돈과 만나면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세계의 모기 세력은 급속히 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모기의 식욕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조작해 말라리아균에 대한 식욕을 감퇴시켜 보자’와 같은 기발한 상상력을 풍부한 연구자금을 사용해 현실화한 겁니다. 제가 다르 박사에게 빌 게이츠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빌 게이츠는 엔지니어식으로 사고한다. 문제풀이 방식으로 재단의 목적을 이뤄 나간다.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에서 빌 게이츠와 경쟁관계였지만 인간의 선행이란 측면에서 게이츠만 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라고 말하더군요. <10월 17일 인터뷰>

다르 박사에겐 또 하나의 위대한 만남이 있었다고 합니다. 청소년 시절 국비장학금을 건네주던 탄자니아 교육부 장관이 예언처럼 자신을 이끌어갔다고 합니다.

다르는 고등학교 졸업 뒤 의과대학이 있는 우간다로 유학가게 됐는데 ‘장학금 받고 귀국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했다고 합니다. 장관은 웃으면서 “걱정 마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봐라. 설사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너는 탄자니아를 위해 살아갈 것이다”라고 답했다는군요. 다르 교수는 이 말이 평생 마음의 나침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의 나침반은 남쪽 나라 탄자니아를 향해 있었다고 합니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이처럼 믿고 맡겨야 되는 것 아닐까요.

수십 년 고국에 가지 못한 안타까움은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으로 최근 몇 년 동안 1년에 다섯 번도 넘게 탄자니아를 찾는 걸로 해소됐다고 합니다. 다르 박사가 서울에 온 건 선진국 한국이 세계의 빈국 마을에 이전할 생명과학기술, 혹은 일반과학기술이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또 다른 전환적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전영기 논설위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54734&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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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9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철인’이 이끄는 전제정치가 더 뛰어난가, 턱도 없는 사람이 당선될 수도 있지만 민의를 모아 이끄는 민주정치가 더 뛰어난가.

 

일본 공상과학(SF)소설의 걸작 <은하영웅전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머나먼 미래, 다른 우주로 거주공간을 옮긴 인류는 다시 전제정치 시대로 접어든다. 하지만 일부 민주주의자들은 탈출해 공화정 동맹국가를 세운다. 시간이 흘러 두 체제의 부작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시기에 각 체제에는 한 명씩의 걸출한 군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처지는 확연하게 다르다. 제국군의 라인하르트는 ‘황제 후궁의 동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음껏 전략·전술을 펼칠 수 있지만, 동맹군의 양웬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의 견제 속에 늘 “군인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존재”라고 말하며 전투에는 이기지만 전쟁에서는 패배하는 길을 걷다가 결국 비명에 간다.

 

어찌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공상과학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다음달 초 동시에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두 개의 세계 최강대국(G2),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보면서 이 소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1월8일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여는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시진핑 부주석으로 확정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공산당 내 3대 파벌 간 조정의 결과로 차세대 중국 지도부는 이미 인선이 완료됐고 별다른 혼란 없이 현재의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중국은 2008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3000달러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독재국가에서 민주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기준선이다. 한국 역시 1987년 이 고개를 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부패 문제에 대한 공박은 있을지언정,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계에서는 이를 공산당이 당내 민주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체제를 개량해온 덕분으로 분석한다. 중국 최고지도층은 장쩌민(상하이방), 후진타오(공청단), 시진핑(태자당)을 거치며 비록 당내에서지만 일종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왔다. 일종의 ‘공산당 철인정치’로 진화한 셈이다. 곧바로 민주정치로 체제를 변환한 러시아가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독재 상태로 되돌아가 혼란이 계속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런 차이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11월6일 대선을 치르는 미국의 경우는 판세가 완전히 안갯속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미국의 조타수가 될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큰 변화는 없겠지만 롬니가 당선된다면 미국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짐작이 쉽지 않다. 롬니가 텔레비전 토론에서의 ‘한방’ 덕분에 미국 대통령으로 결국 당선되는 것 또한 민의의 일부겠지만 최선의 결과라고 하기는 힘들 듯하다. 공화당은 최근 성폭행을 포함한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고 동성 간의 결혼도 인정하지 않는 강령을 통과시켰다. ‘다양성’을 말살하려고 하는 공화당의 집권이 ‘역사의 진전’일 수는 없다.

 

사실 처음에 한 질문은 우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민주정치가 더 뛰어난 체제다. 하지만 그 전제조건은 ‘깨어 있는 시민’이다. <은하영웅전설>에서 양웬리는 “민중을 해칠 수 있는 권리는 민중 자신만이 가진다”며 민주정치를 옹호하면서도 “정치는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보복하는 법”이라며 그 부정적인 면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선도 이제 채 두 달이 남지 않았다.

 

 

 

이형섭 국제부 기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67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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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8

아우슈비츠수용소는 2차 대전 당시 650만 유대인을 한줌의 연기로 날린 상징적 건물이다. 폴란드 오스비에침 마을소재의 관광지로 아우슈비츠는 그 마을의 영어식 발음. 집채더미처럼 쌓인 안경테, 곳간마다 그득한 유대여인들의 머리다발, 검디검은 독가스실의 콘크리트 벽은 수용소 '관광'을 마친지 20수년이 넘는 이 시점까지도 악몽으로 되살아나는 장면들이다.

그림에 그토록 소질을 보여, 비엔나 숲 속을 곧잘 스케치하던 눈 큰 소년 아돌프 히틀러를 무엇이 그토록 바꿔 놓았단 말인가. 히틀러의 생모가 남편과 사별 후 유대인 간부(姦夫)를 갖게 됐고, 따라서 매일 밤낮으로 어머니와 뒹구는 유대인 사내한테 히틀러가 독을 품던 시기를 바로 이때부터로 기산(起算)하는 분석도 있다. 히틀러의 생모 클라라가 남편 알로이스 히틀러와 일찍 사별한 것은 틀림없다. 아들 히틀러의 나이 열네 살 때다.

클라라는 남편과 22세나 나이 차가 있는데다, 실은 남편의 사촌여동생이었다. 그녀가 사촌 오빠와 남녀관계를 맺은 것은 오빠의 둘째 처가 병이 들어 죽기 직전으로, 둘 관계는 그런 의미에서 불륜관계였다. 아돌프는 그런 범죄가운데 잉태한 아이였다. 아돌프의 청소년기는 이런 반유대정서 속에서 자아를 굳혀간다. 히틀러는 나중에 쓴 <나의 투쟁>(Mein Kampf)에서 유대인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수 천 수만의 순수 독일 피를 이어 받은 소녀들이 이 역겨운 안짱다리 유대사생아들의 배 밑에 깔려있는 악몽에 시달렸다."

이런 표현은 당시 유행하던 반 유대정서와 히틀러 개인의 성적강박관념의 합작으로 볼 수 있다.

아우슈비츠를 돌아보고 10여년 지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관람하면서 나는 거듭 봤다. 저벅대던 나치대원들의 군화소리, 군견들의 울부짖음 속에 섬뜩하게 다가서는 미래의 재앙과 그 그림자를 분명히 본 것이다. 신통력이나 영험(靈驗)없이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작품, 그런 의미에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아우슈비츠를 먼저 '관광'후 관람해야 진가를 느낄 영화였다고 영화평을 쓰고 싶다.

그리고 가장 경악했던 일은, 그런 목불인견의 만행이 자행되는 와중에도 수용소 한켠의 별채에서 나치장교들은(영화에서처럼) 관현악을 즐겼다는 점이다. 죄악과 문명의 공존…그것이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것이다.

죄악은 평범이나 정상과도 공존한다. 그 아우슈비츠의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에힐 다이누라는 생존자의 이야기다. 1961년 유대인 학살을 총지휘했던 부총통 아이히만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을 때 다이누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재판장에서 다이누가 흐느껴 울다가 실신하고 만다. 사람들은 그가 수용소에서 체험한 죽음의 공포 때문이려니 짐작했으나 며칠 후 다이누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유는 너무 놀라운 것이었다.

"저는 아이히만이 악마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그가 너무 평범한 한 남자로 음악 좋아하고, 손자 손녀의 재롱을 즐기고, 저처럼 황혼의 강가 산책을 좋아하고…. 이런 평범한 인간 속에 650만 명의 생명을 죽이는 악마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겁니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생각할 때 너무 두렵고 절망적인 마음이 들어 쓰러진 것입니다."

범죄는 의술과도 공존한다. "나는 온화하고 자비롭다." 지난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유고전범재판정에 선 피고 라도반 카라지치 전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67)의 자기변호다. 그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8,000명의 무슬림 주민을 죽인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의 주범이다.

"전쟁을 피하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다"는 이 전직 정신과 의사의 시술(施術)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범죄의 이 가공(可恐)할 양면성이여…. 나는 그게 두려운 것이다.

 

 

김승웅 언론인·전 한국일보 파리특파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1921015211578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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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7

2004년 9월 미국 정부 초청으로 워싱턴D.C.에서 미국 언론의 저명한 기자들을 만났을 때였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한국의 인터넷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의 눈에는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의 확장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 특이하게 비춰진 모양이었다. 또 땅 덩어리가 크다 보니 전화선을 통해 연결하던 미국의 느린 인터넷과는 달리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려있어 '클릭과 동시에 화면이 뜨는' 수준의 한국 빠른 인터넷 환경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그 당시는 '애니콜'로 대변되던 삼성전자 휴대폰은 물론, LG전자와 팬택의 휴대폰이 국내 시장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을 때였다. 너무도 빠른 휴대폰 시장의 변화로 멀쩡한 휴대폰까지 버리고 새로운 기능이 장착된 휴대폰을 구입하던 시절이었다. 당시만해도 초등학생은 다소 과장이라 할지라도 중학생 정도면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한국의 초등학생도 상당수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당시 미국의 경우 휴대폰은 집안의 가장 정도만 가지고 있을 때였다. 미국의 눈으로 볼 때는 우리가 휴대폰에 대한 일종의 실험실이었던 것이다. 그 삼성전자가 지금은 애플과 세계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실험실은 정치분야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 요인이 독특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들은 보수언론의 힘을 깨는 인터넷언론의 대두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의 정치와 선거를 주도했던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언론의 부상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해댔다. 오연호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었다. 당시 영국 신문 '가디언'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을 세계 최초의 '넷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인터넷언론은 수단에 불과했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자발적 참여그룹의 작전 승리였을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수만, 수십만명의 참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선거역사상 혁명적인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안철수의 위험한 실험이 시작됐다. 이는 정당정치에 대한 저항적인 실험이다. 이는 어쩌면 세계 역사상 최초의 실험일 수 있다. '과연 정당이 없는 무소속 대통령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정당정치에 익숙한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세력조차도 의문을 갖는다. '그 친구가 괜찮은 것 같은데, 당이 없이 어떻게 대통령을 할 수 있겠나'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가 민주당과의 단일화 조건으로 내세운 정치개혁 요소를 보면 무소속출마에 대해 다소 납득이 간다.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고 자신의 역할을 하도록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또 대통령이 하겠다면 여당은 거수기가 되고, 야당은 문 걸어 잠그는 관행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의 목표는 정치권력의 획득이다. 따라서 정당은 정치개혁이나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정당은 일반적(국민적) 이익을 증진시켜야 하지만, 우리 정당의 역사를 볼 때 그들은 자신이나 당의 이익에 너무 충실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민이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극히 일부만 당원이고 정당 혐오증을 가진 국민들이 대다수다. 국회에서 최루탄이나 터트리고, 확실하게 통과되는 법안은 국회의원 세비 올리는 것밖에 없다. 따라서 정당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이 국민 대다수의 주장을 담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당정치의 패러다임이 계속 유효할 것 같지도 않다. 당이 민의를 담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때 대중이 당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곳이 안철수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192107352438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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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6

“나는 불을 끄고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어머니의 말씀에 석봉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페이스북(페북)을 연다.

“울 엄마 지금 떡 써는 중 ㅋ(웃음 표시) 내일 아침 메뉴는 떡국! 근데 아직 과제 안 한 사람 있니. 손(들어)?”

이렇게 글을 올리니 금세 댓글이 달렸다. 석봉은 더는 글씨를 쓰지 않는다. 대신 글을 올린다.

이처럼 요즘은 글을 ‘쓴다’는 술어 대신 글을 ‘올린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북 이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한 덕분이다.

“페북 안 한다고? 좀 그렇지 않아?” 얼마 전만 해도 친구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SNS를 하며 서로의 일상을 엿본다. 친한 친구든 이름만 아는 사이든 일단 ‘페친’(페북 친구)만 되면 우리는 관음의 권리에 암묵적인 동의를 한 셈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내 앞으로 오기로 한 택배가 있는 것처럼 페북에서 친구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 글들을 보며 난 친구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페북을 한다고? 여기 글들, 좀 그렇지 않아?” 이 공간에서 우리는 행복한 일상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보니 페북을 자주 하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농담이 진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잘 꾸민 셀카,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사진, 미국으로 교환학생 간 친구의 소식은 “어때? 나 잘살고 있지?”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신나고 재미있는 그들의 ‘페북 스타일’에 우리는 습관적으로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한숨 섞인 웃음이다.

나는 행복을 과시하는 ‘페북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글들엔 우리만의 스타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여기에 올리며 행복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보여주기식 ‘페북 스타일’은 소통의 정답이 아니다. 내 일상이 아닌 생각을 페북에서도 말해야 한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페북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메시지다. 그런데 많은 이들의 글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문구는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계신가요’다. 우리가 오늘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나 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생각이다. 친구와 어디서 어떤 영화를 봤는지를 ‘기념’하기보다 그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그 ‘기록’이 더 중요하다.

남들의 행복한 글에 주눅 들고 침묵할 필요 역시 없다. 페북의 가이드라인에 쓰여 있는 대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말하면 된다. 어렸을 때 일기를 쓰면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처럼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나자. 대신 눈을 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자. 어쩌면 ‘페친’들 역시 나의 진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 담백한 글이라면 우리 모두 진심으로 ‘좋아요’를 외칠 테니까.



윤주영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3학년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45867&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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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5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정치는 그 사회의 거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정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의 면면을 봐도 대부분 우리 사회의 엘리트 출신들이다. 왜 그들이 그 정도의 정치밖에 못하겠는가? 어찌 오늘날의 정치가 그들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재벌 개혁을 말하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벌의 문제점들은 그들 혼자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국가 사회가 같이 만들어 온 것이다. 그들이 법 위에 군림했다면 우리의 검찰과 사법부도 잘못된 것이고, 각종 특혜를 누리면서 불공정행위가 묵과되어 왔다면 정책과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우리의 정부도 잘못된 것이다. 또 그들에 유리하도록 경쟁의 법칙과 제도가 정해졌다면 이는 정치와 행정뿐 아니라 그들 편에 서서 그런 여론을 조성해온 언론과 학계도 잘못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총체적 접근 없이 어느 한 부문을 바꾸겠다고 아무리 외쳐 봐야 실질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일과성으로 끝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다. 사회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 한 부문이 바뀌려면 그와 연관된 부문이 모두 함께 바뀌어 줘야 한다.

우리는 정치제도, 행정조직, 금융감독 등에서 선진국의 좋은 제도들을 도입했으나 이들의 운영방식은 아직 개발연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위나 공정위의 수장은 임기가 있다. 과거 선진국들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이들 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꼭 필요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며 우리도 이를 따라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감독기관 수장의 평균 재직기간은 14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주요20개국(G20) 국가들의 평균은 8년을 넘고 있다. 경제장관의 재직기간도 마찬가지다. 1, 2년이 멀다 하고 바뀌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재벌의, 시장의 변화를 추진해 낼 수 있겠는가? 심지어 가장 장기적 시각과 접근을 요하는 통일부·교육부 장관도 한 정권 내에서만 수 명씩 바뀌고 있다. 법조계에는 여전히 전관예우가 남아 있다. 전관예우가 있다는 것은 바로 법의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들이 현직을 떠나자마자 가는 곳이 로펌들이고, 이 로펌들의 주요 고객은 모두 대기업들이다. 감독기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감사의 절반 이상이 금감원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피감기관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아직도 깊숙이 남아 있는 유착과 담합구조가 진정한 경쟁 사회가 되는 것을, 국민들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는 것을 막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관행, 국가운영방식이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의 기득권 계층이 공고해지고, 계층 간 이동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해방 후 대한민국 역사는 성공의 역사다. 과거 어떤 나라도 정치·경제 면에서 이렇게 빨리 국가의 발전을 이룬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성공이 있을 수 있었던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역동성(dynamism)이었다. 지금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사회 기득권의 담합과 유착구조로 계급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줄여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며, 기회가 공정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진정한 경쟁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연줄이나 관계가 아닌,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경쟁사회가 아님을 보여준다.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저축률이 떨어짐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유지를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다. 이는 각자의 직업에서의 전문성, 직장에서 일하고 경쟁하는 방식, 사회적 합리성이 제고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다. 매 주말이면 예식장에, 주중에는 각종 회식과 장례식장을 찾아 연줄을 다져야 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자신의 인적 자산에 투자할 시간을 선진국 전문직 종사자만큼 가질 수 있겠는가?

이러한 변화들을 위한 국민적 성찰과 움직임이 일어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진정한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없는 사회는 죽어 가는 사회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 국가·사회가 운영되는 소프트웨어의 전반적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이 당면한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경제 민주화? 우리 사회 전반적 개혁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조윤제 서강대교수·경제학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4584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2:04

몇 년 전 시작된 우리 젊은이들의 K팝 한류(韓流)와 드라마 한류 등 문화 한류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반만년 역사에서 우리 문화가 이렇게 전 세계에 퍼져 나간 적은 없었다. 한국의 국격(國格)을 충분히 높이는 쾌거이다.

필자는 여기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한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므로 이것이 가능하면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도할 수 있고, 그 효과는 국가적 위상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다. 문화 한류의 성공 요인은 창의적이고 우수한 콘텐츠의 개발, 이를 잘 포장하여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로 전달하는 문화기술과 인프라 기술이 접목됐기 때문이다. 즉 문화 한류의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역할도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한류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우선 우리 기업들의 탁월한 제품기술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제품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 애플과 당당히 겨루고 있는 삼성 휴대폰,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박·TV·에어컨·철강·자동차 등은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또 최근 우리의 의과학 기술이 놀라운 성장을 하여 우리나라로 수술받으러 오는 외국인이 많다. 과학기술 한류의 초기 상황이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 한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이미지와 특성이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이 점에서 적당한 것은 '따뜻한' 과학기술 한류이다. 여기서 '따뜻한'의 의미는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히 고령인구와 장애인을 보듬는 복지기술의 발전, 환자를 저렴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의료기술의 발전, 개발도상국을 위한 적합기술을 개발하여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이 과학기술 한류의 근본정신이 되어야 한다. 개도국을 도울 때도 완제품이 아니라 완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주어 더불어 사는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

개도국을 돕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과학기술 한류 파급에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ODA 사업에 우리의 과학기술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는 사업을 권장하고, 과학기술 분야의 경력자들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과학기술 한류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다.

과학기술 한류는 또 우리의 IT 강점을 살려서, IT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한 융합과학기술 분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인간과 사물 공간이 지능을 가지고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과학기술의 발전, 고품질 가전제품이나 휴대폰의 개발, 친(親)환경 생태계 보전 개념이 도입된 U-에코 시티의 건설, 친환경 농업기술의 개발 등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한류를 만들 수 있다.

과학기술 한류를 탄생시키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우주와 자연에 대한 상상력과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기술 전시관이나 학습관·박물관 등의 증설이 필요하고, 과학과 수학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과학기술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세계를 선도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19/2012101902647.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