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천재는 누구일까.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007년 11월 인류 역사를 바꾼 천재 10명을 선정해 순위를 매겼다. 과학자들이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1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2위 셰익스피어, 3위 괴테, 4위 피라미드 설계자들, 5위 미켈란젤로였다. 의외로 문호 괴테와 셰익스피어가 상위권이고, 낯익은 과학자 이름은 뉴턴(6위)·아인슈타인(10위) 정도다. 천재 발명가 에디슨은 순위에 끼지도 못했다.
네이처가 선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사실 괴테는 문학가이면서 정치가·교육자이자 식물학·해부학·광물학·색채론에 해박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제퍼슨은 변호사·건축가·언어학자·농학자였다. 셰익스피어는 인간과 삶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수많은 인간형(型)을 창조한 원조 심리학자였다. 10명의 천재를 아우르는 키워드를 꼽자면 ‘문화적 창조력’이라 해야 할 것이다.
박은실(문화예술경영학) 추계예대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미래사회 인재를 기르는 교육의 핵심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보고 있다”며 “사회성·정서능력 등 삶에 필요한 ‘관계역량’은 체험형 문화예술 교육에 크게 좌우된다”고 말한다. 박 교수가 예로 드는 것은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가 발표한 올해 청소년 핵심역량지수. 36개국 중 우리나라는 지적 역량에서는 2위였으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은 35위로 바닥권이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교육 수준이 아직 중진국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긴, 대통령선거 후보들 입에서 문화의 ‘문’자(字)조차 들어보기 힘들긴 하다.
오늘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예술나무-예술이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이름의 큰 행사가 열린다. 대한민국예술원·예총·민예총·메세나협의회·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행사이니, 진보·보수에 원로·재계 인사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셈이다.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1천인 선언’이 발표된다. 선언문은 ‘문화예술이 경제생활과 무관한 사치이거나 소수만의 전유물로 여기는 무지와 편견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호소한다.
문화예술에 관한 선언은 1973년 10월의 ‘문예중흥선언’과 2006년 5월의 ‘문화헌장’에 이어 세 번째인 듯하다. 문예중흥선언은 역사적 의미가 크지만 ‘우리는 조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같은 표현에서 관치(官治) 냄새가 좀 풍긴다. 민간 주도로 만든 13개 항의 문화헌장은 문화예술이 지향해야 할 요소를 거의 다 반영해 노작(勞作)이라 평가할 만하다. 오늘 발표될 선언문은 불과 A4 용지 한 장 분량이다. 하긴 길고 짧음이 문제일까. 실천하기에 달린 것이지. 그나저나 오늘 행사에 대선 후보들 중 과연 몇 분이나 올지 궁금하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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