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6. 12:04

몇 년 전 시작된 우리 젊은이들의 K팝 한류(韓流)와 드라마 한류 등 문화 한류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반만년 역사에서 우리 문화가 이렇게 전 세계에 퍼져 나간 적은 없었다. 한국의 국격(國格)을 충분히 높이는 쾌거이다.

필자는 여기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한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므로 이것이 가능하면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도할 수 있고, 그 효과는 국가적 위상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다. 문화 한류의 성공 요인은 창의적이고 우수한 콘텐츠의 개발, 이를 잘 포장하여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로 전달하는 문화기술과 인프라 기술이 접목됐기 때문이다. 즉 문화 한류의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역할도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한류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우선 우리 기업들의 탁월한 제품기술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제품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 애플과 당당히 겨루고 있는 삼성 휴대폰,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박·TV·에어컨·철강·자동차 등은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또 최근 우리의 의과학 기술이 놀라운 성장을 하여 우리나라로 수술받으러 오는 외국인이 많다. 과학기술 한류의 초기 상황이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 한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이미지와 특성이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이 점에서 적당한 것은 '따뜻한' 과학기술 한류이다. 여기서 '따뜻한'의 의미는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히 고령인구와 장애인을 보듬는 복지기술의 발전, 환자를 저렴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의료기술의 발전, 개발도상국을 위한 적합기술을 개발하여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이 과학기술 한류의 근본정신이 되어야 한다. 개도국을 도울 때도 완제품이 아니라 완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주어 더불어 사는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

개도국을 돕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과학기술 한류 파급에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ODA 사업에 우리의 과학기술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는 사업을 권장하고, 과학기술 분야의 경력자들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과학기술 한류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다.

과학기술 한류는 또 우리의 IT 강점을 살려서, IT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한 융합과학기술 분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인간과 사물 공간이 지능을 가지고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과학기술의 발전, 고품질 가전제품이나 휴대폰의 개발, 친(親)환경 생태계 보전 개념이 도입된 U-에코 시티의 건설, 친환경 농업기술의 개발 등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한류를 만들 수 있다.

과학기술 한류를 탄생시키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우주와 자연에 대한 상상력과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기술 전시관이나 학습관·박물관 등의 증설이 필요하고, 과학과 수학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과학기술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세계를 선도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19/20121019026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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