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6. 12:06

“나는 불을 끄고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어머니의 말씀에 석봉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페이스북(페북)을 연다.

“울 엄마 지금 떡 써는 중 ㅋ(웃음 표시) 내일 아침 메뉴는 떡국! 근데 아직 과제 안 한 사람 있니. 손(들어)?”

이렇게 글을 올리니 금세 댓글이 달렸다. 석봉은 더는 글씨를 쓰지 않는다. 대신 글을 올린다.

이처럼 요즘은 글을 ‘쓴다’는 술어 대신 글을 ‘올린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북 이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한 덕분이다.

“페북 안 한다고? 좀 그렇지 않아?” 얼마 전만 해도 친구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SNS를 하며 서로의 일상을 엿본다. 친한 친구든 이름만 아는 사이든 일단 ‘페친’(페북 친구)만 되면 우리는 관음의 권리에 암묵적인 동의를 한 셈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내 앞으로 오기로 한 택배가 있는 것처럼 페북에서 친구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 글들을 보며 난 친구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페북을 한다고? 여기 글들, 좀 그렇지 않아?” 이 공간에서 우리는 행복한 일상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보니 페북을 자주 하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농담이 진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잘 꾸민 셀카,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사진, 미국으로 교환학생 간 친구의 소식은 “어때? 나 잘살고 있지?”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신나고 재미있는 그들의 ‘페북 스타일’에 우리는 습관적으로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한숨 섞인 웃음이다.

나는 행복을 과시하는 ‘페북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글들엔 우리만의 스타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여기에 올리며 행복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보여주기식 ‘페북 스타일’은 소통의 정답이 아니다. 내 일상이 아닌 생각을 페북에서도 말해야 한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페북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메시지다. 그런데 많은 이들의 글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문구는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계신가요’다. 우리가 오늘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나 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생각이다. 친구와 어디서 어떤 영화를 봤는지를 ‘기념’하기보다 그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그 ‘기록’이 더 중요하다.

남들의 행복한 글에 주눅 들고 침묵할 필요 역시 없다. 페북의 가이드라인에 쓰여 있는 대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말하면 된다. 어렸을 때 일기를 쓰면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처럼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나자. 대신 눈을 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자. 어쩌면 ‘페친’들 역시 나의 진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 담백한 글이라면 우리 모두 진심으로 ‘좋아요’를 외칠 테니까.



윤주영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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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