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 13:28

우리 논설위원실 여직원의 별명은 ‘애니팡 처녀’다. 간단히 30만 점을 넘긴다. 애니팡의 박용후 이사는 “우리 직원 30명의 점수도 고작 17만~20만 점”이라며 “하트를 교환할 빵빵한 인맥에다 콤보가 높을 때 폭탄을 뻥뻥 터뜨려야 30만 점이 된다”고 부러워했다. 40대 후반의 대학 동아리 여자 후배는 ID를 ‘애니팡 부인’으로 바꿨다. ‘마지막 게임의 추억’을 남기고자 손댄 애니팡에 꽂혀버린 것이다. 사방팔방에 하트를 구걸하느라 굽실거리고, 스마트폰 LCD 필름도 고급으로 바꾸었다. “보는 눈이 많아야 한다”는 충고에 남편까지 끌어들였지만 좀체 10만 점을 넘지 못한다.

애니팡이 국민 게임으로 우뚝 섰다. 간단한 게임방법과 귀여운 캐릭터로 불과 석 달 만에 가입자 2000만 명을 끌어 모았다. 동시 접속자 300만 명이 하루 평균 한 시간씩 머무는 전국구 놀이터가 됐다. 슬그머니 얌체족까지 생겨났다. 컴퓨터에 자동수행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 마우스 조작 몇 번으로 100만 점 이상의 고득점을 간단히 올린다. 요즘 애니팡이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얌체족 퇴치에 신경을 곤두세울 정도다.

애니팡은 1분 게임을 하고, 다시 하트가 형성될 때까지 8분을 기다려야 한다. 애니팡의 박 이사는 “게임 중독을 막고, 쉴 동안 하트 교환으로 우정을 북돋우자는 매우 인간적인 원칙”이라 자랑했다. 하지만 은근한 경쟁심리에다 ‘빨리빨리’의 DNA에는 8분 휴식이 너무 길다. 하트를 동냥하며 마냥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어렵다. 결국 100원을 내고 하트를 사고 만다. 이런 하트 판매가 하루 평균 2억원에서 지난주엔 3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덩달아 자릿세를 떼는 카카오톡도 신이 났다. 카카오톡의 이수진 팀장은 “그동안 무료 문자가 돈 먹는 하마였는데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며 반색했다.

빛이 밝으면 그늘도 짙다. 반대편의 포털 사이트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포털 강자인 네이버는 재빨리 스마트폰 앱을 선보여 구글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컴퓨터에 비해 스마트폰 화면이 너무 작아 돈 되는 검색광고를 우겨 넣기 어려운 게 문제다. 웹은 검색이 대세지만 스마트폰 세상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다. 인터넷 환경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는 흐름은 포털엔 재앙이다. 돈줄인 검색광고가 언제 폭삭 주저앉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눈여겨 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드래곤 플라이트’다. 게임의 집중도와 아이템 구매 빈도가 압도적이다. 가입자는 애니팡보다 적지만 하루 매출액이 5억원을 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인 회사인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가 혼자 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 SNS 게임은 대개 개발자가 매출액의 절반을 독차지하는 구조다. 지금의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면 김 대표는 혼자서 웬만한 중견기업 뺨치는 영업이익을 남기게 된다.

 그렇다고 이 세 업체의 성공 스토리가 세계를 휩쓸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문자메시지에 비싼 돈을 받는 통신회사들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 통신업체들은 데이터 사용량을 중심으로 요금 체계를 바꿨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도 위기의 하나다.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보던 SNS 게임 최강자 ‘징가’는 올 들어 주가가 70%나 폭락했다. 그 유명한 페이스북도 “모바일 전략에서 몇 가지 실수를 했다”며 고해성사를 했다.

 그럼에도 국내 신생 모바일 업체들의 도전은 거침이 없다. 카카오톡과 애니팡은 “문자메시지가 공짜라서, 또 게임만 하느라 찾는 게 아니라 이제는 SNS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자신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 비즈니스 기회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와 복지, 경제민주화 공약이 화려하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모바일 분야에서 배웠으면 한다. 대기업보다 강한 중소기업과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만든다는 사실을….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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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