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기업 취업은 고시 합격에 비유되곤 한다. 지방대학에서는 재학생이 대기업에 취직하면 현수막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경쟁도 세다.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에 목매는 이유는 중소기업과 임금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올 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5~299인 고용) 상용자의 월평균임금은 263만 8,000원으로 대기업 평균임금 417만5,000원의 63.2%였다. 2000년에만 해도 대기업의 71.3%였으나 차이가 커졌다. 그나마 300명을 고비로 기업을 구분해서 나온 격차가 이 정도이고 1,000명 이상 고용기업과 그 이하 기업, 또는 50대 기업과 나머지 기업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클 것이다. 올 대졸공채의 초임 자체가 월 417만원을 넘어서는 대기업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도 크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8월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39만3,000원으로 정규직 246만원의 56.6%였다. 이 격차도 작년보다 커졌다. 심지어 '알바'로 불리는 시간제근로자는 정규직의 24.6%인 60만7,000원을 받았다. 상여금 퇴직금 수당 휴일 같은 혜택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사는 공기가 다르다고 하겠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30%나 된다.
그러니 대기업 정규직의 급행열차를 타려고 청년들은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어렵사리 들어간 기업체에서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니 과노동에 시달려도 말을 못하고 사회 전체가 짐승 같은 시간을 산다.
고임금을 고수하는 대기업은 고수익을 내야 하고 고수익을 내려면 하청단가와 비정규직 임금 후려치기가 가장 만만하다. 쥐어짜인 하청기업은 재하청기업을 쥐어 짜고 더 임금을 줄인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명문대 입학에 목을 매고 명문대 입학에 목을 매면서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사교육 시장의 격차는 소득에 따라 나뉘니 부익부 빈익빈의 차이는 대를 물려간다. 계층간의 이동 사다리마저 사라져버리면 사회는 불만에 가득한 빈곤계층과 지위에서 밀려날까 불안에 떠는 기득권층으로 양분될 수도 있다. 이런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난다. 모두 잘 살기 위해 정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해법은 간단하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이걸 어기는 기업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 된다. 비슷한 땀을 흘리는 이들은 비슷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온 사회가 동의하고 철두철미 지키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데에는 기업 뿐 아니라 노동자들 안에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일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제 일로 알고 같이 싸워줬다면 이 문제는 진작에 풀렸을 수도 있다.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고서도 현대자동차가 10개월이 지나도록 지키지 않는 것도 이런 구석을 믿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듣기 좋은 정책을 앞다퉈 던지고 있지만 실상 그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다. 정작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근본에 대한 통찰력과 구체적인 실행력이다. 이윤을 내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사는 방안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 뿐 아니라 온 사회구성원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온 사회도 기업이나 개인이 과도한 수익을 내는 것을 대단한 업적으로 찬양할 것이 아니라 이익을 독점한 결과는 아닌지 물을 수 있을만큼 성숙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대통령이 필요하다. 기업가들과 어깨동무만 하는 후보는 아예 자격이 없다. 비정규직과 같은 약자들의 현장을 찾는다면 보기는 좋지만 부족하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을 찾아서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길게 보고 멀리 보면서 가진 것을 두루 나누게 할 수 있는 대통령을 기다린다.
서화숙선임기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25202847678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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