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6. 11:41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그 탁월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나 오묘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북송 시대의 진요자(陳堯咨)는 활쏘기의 명수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동전 구멍을 맞힐 만큼 실력을 갖춰 당대에는 겨룰 자가 없었다. 자부심도 대단했다. 어느 날 진요자가 자기 집 뜰에서 활을 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그의 활 솜씨에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유독 한 기름장수 노인만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요자가 의아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혹시 그대는 나보다 더 활을 잘 쏘는가? 아니면 내 활 솜씨가 훌륭하지 않단 말인가?”



노인이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활쏘기가 특별한 것은 아니지요. 단지 손에 익었을 뿐 아닌가요?”

진요자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은 땅바닥에 호로병을 내려놓은 뒤 병 입구에 구멍이 뚫린 동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기름을 호로병에 따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기름을 다 따를 때까지 동전에는 단 한 방울의 기름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은 말했다. “저도 특별한 재주는 없습니다. 단지 손에 익었을 뿐입니다.”

‘탁월함’을 뜻하는 영어 ‘엑설런트(excellent)’는 고대 그리스어인 ‘아레테(aret´e)’에서 나왔다. 당시 그리스인은 이런 탁월함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아레테를 갖추는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특정 분야에서 남들은 도저히 못할 것 같은 일들을 해내는 이들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면, 대부분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라거나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 등 비교적 싱거운 대답을 하곤 한다.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는 건 반복과 훈련이 아레테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손에 익었을 뿐’이라고 표현한 것은 결국 끊임없이 반복하고 훈련하면 궁극의 아레테에 접근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창의성조차도 끊임없는 훈련과 반복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아레테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당신이 반복과 훈련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http://news.donga.com/3/all/20121016/50132689/1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