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안자(73)씨는 전라남도 해남에서 가문 대대로 전해오는 방식을 지키며 간장·된장 등 장류(醬類)를 담그는 이다. 지난 2010년 정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名人) 제40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요즘 장 담그기보다 더 신경 쓰는 일이 있으니, 바로 해파리 박멸이다. 한씨의 주장은 '해파리를 먹어 없애자'는 것이다.
전통식품 명인인 한씨가 해파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해파리 때문에 김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젓갈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파리가 급증했습니다. 해파리떼가 바다를 뒤덮고 새우와 멸치를 먹어치워 버리고 있습니다. 그 피해가 올해처럼 심한 적이 없었어요. 새우와 멸치가 잡히지 않으니 젓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젓갈장사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젓갈을 감추고 내놓지를 않아요. 춘젓도, 육젓도, 추젓도 구하기 어려워 김장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민들의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는 해파리떼를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하거나 그물에 걸린 해파리를 수매하는 등 구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씨는 "해파리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쉽게, 그리고 국민이 기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파리를 식용(食用)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해파리를 식용화한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해파리 숫자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한씨의 주장을 들었을 때, 조금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씨가 음식에 대해서 허튼소리 할 분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집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냉채의 주재료가 해파리 아니던가. 한씨는 해파리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 고향인 해남 바닷가에서는 해파리를 오래전부터 먹어왔다"고 말했다. 해파리가 한국 전통음식이라는 것이다.
"해남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파리를 즐겨 먹었어요. 특히 머리가 어지러울 때 많이 찾았지요. 어부들이 끌어올린 그물에 들어 있던 해파리를 모래에 버리면, 아주머니들이 그것을 가져다가 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시장에 나가면 바다에서 해파리를 잡아다가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식당에서 해파리를 반찬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막걸리 식초를 넣어서 무친 해파리는 절묘하고 깔끔하고 행복한 맛입니다."
해파리 무침을 먹어본 적이 없는지라 도무지 그 맛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한씨는 "직접 맛을 보여 주겠다"면서 해파리와 각종 양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한씨가 큰 양푼에 담아 보여준 해파리는 흔히 '스지'라는 일본말로 더 익숙한 소의 힘줄처럼 약간 뿌옇게 투명한 젤라틴 덩어리처럼 보였다. 한씨는 "해파리를 잡아서 물을 빼고 소금과 백반에 절여 보관 가능한 상태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름 2m짜리 해파리는 무게가 150㎏쯤 나가요. 이놈을 잡아서 물을 빼면 50㎏쯤 될 거야. 이걸 다시 소금과 백반에 절이면 30㎏ 정도로 줄어들어요. 유통기한이 3~4년은 되지요. 여름 해파리는 물렁거리고 독성이 강하며 맛이 없어 저장하지 않고, 봄과 가을에 잡은 해파리가 먹을 만해요."
이렇게 처리한 해파리는 요리하기 전 물에 서너 차례 씻고 뜨거운 물을 끼얹어 소독한 다음 바구니에 밭쳐 물기를 뺀다. 가늘게 썰어서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와 고추·쪽파·설탕·배 따위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친다. 이 해파리 무침을 맛봤다. 쫄깃하지만 중국집 냉채에 들어간 해파리보다 식감이 한결 말랑말랑 부드럽다. 질긴 청포묵 같달까. 새콤달콤한 양념과 썩 잘 어울렸다. 몰라서 먹지 않았지, 알았다면 일부러라도 먹을 만한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씨는 "어민은 해파리를 잡고, 요리연구가들은 조리법을 개발해 홍보하면 정부 지원 없이도 해파리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씨가 만든 해파리 무침을 먹으면서 아귀찜을 떠올렸다. 한때 아귀는 '물텀벙'이라고 불렸다.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올리다 아귀가 걸려 있으면 "에이, 재수 없어" 하면서 아귀를 그물에서 떼어내 도로 바다에 텀벙 던져 넣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아귀를 먹지 않았다. 먹지 않으니 당연히 아귀를 내다 팔 수 없었다. 게다가 생김새마저 흉측했으니,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짜증을 낼 만도 했다. 그러다 50여년 전 경남 마산에서 아귀로 찜 요리를 만들어냈다. 이후 아귀는 가격이 급등했고, 천대받던 물텀벙에서 고급 생선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해파리라고 아귀처럼 되지 말란 법이 있나.
전통식품 명인인 한씨가 해파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해파리 때문에 김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젓갈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파리가 급증했습니다. 해파리떼가 바다를 뒤덮고 새우와 멸치를 먹어치워 버리고 있습니다. 그 피해가 올해처럼 심한 적이 없었어요. 새우와 멸치가 잡히지 않으니 젓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젓갈장사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젓갈을 감추고 내놓지를 않아요. 춘젓도, 육젓도, 추젓도 구하기 어려워 김장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민들의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는 해파리떼를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하거나 그물에 걸린 해파리를 수매하는 등 구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씨는 "해파리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쉽게, 그리고 국민이 기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파리를 식용(食用)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해파리를 식용화한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해파리 숫자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한씨의 주장을 들었을 때, 조금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씨가 음식에 대해서 허튼소리 할 분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집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냉채의 주재료가 해파리 아니던가. 한씨는 해파리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 고향인 해남 바닷가에서는 해파리를 오래전부터 먹어왔다"고 말했다. 해파리가 한국 전통음식이라는 것이다.
"해남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파리를 즐겨 먹었어요. 특히 머리가 어지러울 때 많이 찾았지요. 어부들이 끌어올린 그물에 들어 있던 해파리를 모래에 버리면, 아주머니들이 그것을 가져다가 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시장에 나가면 바다에서 해파리를 잡아다가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식당에서 해파리를 반찬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막걸리 식초를 넣어서 무친 해파리는 절묘하고 깔끔하고 행복한 맛입니다."
이렇게 처리한 해파리는 요리하기 전 물에 서너 차례 씻고 뜨거운 물을 끼얹어 소독한 다음 바구니에 밭쳐 물기를 뺀다. 가늘게 썰어서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와 고추·쪽파·설탕·배 따위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친다. 이 해파리 무침을 맛봤다. 쫄깃하지만 중국집 냉채에 들어간 해파리보다 식감이 한결 말랑말랑 부드럽다. 질긴 청포묵 같달까. 새콤달콤한 양념과 썩 잘 어울렸다. 몰라서 먹지 않았지, 알았다면 일부러라도 먹을 만한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씨는 "어민은 해파리를 잡고, 요리연구가들은 조리법을 개발해 홍보하면 정부 지원 없이도 해파리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씨가 만든 해파리 무침을 먹으면서 아귀찜을 떠올렸다. 한때 아귀는 '물텀벙'이라고 불렸다.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올리다 아귀가 걸려 있으면 "에이, 재수 없어" 하면서 아귀를 그물에서 떼어내 도로 바다에 텀벙 던져 넣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아귀를 먹지 않았다. 먹지 않으니 당연히 아귀를 내다 팔 수 없었다. 게다가 생김새마저 흉측했으니,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짜증을 낼 만도 했다. 그러다 50여년 전 경남 마산에서 아귀로 찜 요리를 만들어냈다. 이후 아귀는 가격이 급등했고, 천대받던 물텀벙에서 고급 생선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해파리라고 아귀처럼 되지 말란 법이 있나.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3/20121003017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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