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춤과 음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지난 3~4월 미국 지상파 채널 폭스(Fox) TV에서는 중남미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가수·연주자·무용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재능을 겨뤘다. 콜롬비아·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숨어 지내는 재능 있는 연예인을 찾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큐 비바(Q'Viva)'를 통해서였다. 라틴 계열로 미국에서 벼락스타가 된 가수 제니퍼 로페즈(Lopez)와 마크 앤소니(Anthony)가 직접 중남미를 돌며 현장 오디션을 펼쳤고, 숱한 '능력자'들이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화려한 안무·연주·노래를 펼쳐 보이며 미국 대중을 경탄시켰다.
이 프로에 대한 관심은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용광로처럼 흡수해 한 단계씩 성장해가는 미국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각자의 언어로 무대에 서는 이국(異國) 연예인들만으로 미(美) 전역에 송출되는 지상파 시리즈를 만드는 방송사도, 낯선 얼굴과 언어를 앞세워 공연을 펼치는 연예인에게 뜨거운 호응을 보내는 미국의 시청자도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은 하나였던 것이다.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미국인들의 열광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요즘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어 가사로 노래하는 싸이를 보겠다며 지상파 방송사 스튜디오까지 몰려들어 온몸으로 흥분한다. 마음을 뒤흔드는 음악과 춤 앞에서 국적·피부색·언어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만세!" "죽이지?" 같은 '어록(語錄)'을 남기며 미국인을 매료시키는 싸이의 재능과 패기에만 환호를 보냈던 우리로서는 이제 외국어 노래에도 뜨겁게 감응(感應)하는 미국 대중의 문화적 개방성과 포용력에도 관심을 둘 때가 됐다.
문화는 교류를 거름 삼아 성장한다. 수출(輸出)도 중요하지만 수입(輸入)을 통해 다른 세계에 눈뜨는 과정은 더욱 소중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 공산품의 무역과는 다른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5~6년 전만 해도 한국 대중은 미국은 물론 아시아·유럽 각지의 다양한 대중문화에 열띤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열정이 많이 식었다. 해외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는 음반·음원 유통사들의 고민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음반·음원 판매량이 10% 이상 감소했다"며 "새로운 해외 음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싸늘했던 적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전체 음반 판매량 대비 외국 음반 판매량 비율은 2007년 53%에서 2012년 34%로 급감했다.
미국 대중음악이 세계를 제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침공(인베이젼·Invasion)'이라고까지 불렸던 비틀스(영국), 아바(스웨덴), 비지스(호주) 등 세계 각국 뮤지션의 끊임없는 도전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그들의 음악을 끌어안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K팝 열풍과 함께 세계의 신흥 대중문화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이 이제 조금씩 배워나가야 할 것은 이런 미국 대중과 문화산업계의 개방적 마음가짐이다.
최승현 대중문화부 방송·음악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7/20120927010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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