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5. 15:40

요즘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이끄는SM의 '무한 영토 확장'이다. 이 회사는 보아·소녀시대·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f(x) 같은 대표적인 한류 아이돌 가수들을 거느리고 있어 가요계에서는 이미 '수퍼 갑(甲)'이 된 지 오래다. 그런 SM이 최근 한 달 사이 톱 배우 장동건·김하늘·한지민, '예능 지존(至尊)' 강호동·신동엽, 인기 코미디언 김병만·이수근을 잇따라 영입했으니 업계가 화들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긍정적 평가보다 우려의 시선이 좀 더 많은 듯하다. 먼저 "SM이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면서 소속 연예인들만 챙겨 결국 다른 기획사 소속 또는 1인 기획사를 차린 연예인들에게 진입 장벽을 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가 적지않다. 이들은 SM이 최근 소속 아이돌 스타들을 주연으로 기용한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는 걸 '불길한 조짐'으로 보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소속 톱스타들을 출연시키면서 스타성이 없는 B급 또는 신인들을 함께 써달라고 요구해 방송사나 제작사들을 난감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톱스타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특정 기획사가 이들의 몸값을 일제히 올려 부르면 시청률을 생각해야 하는 방송사나 제작자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제작비 상승→광고 단가 인상→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연예기획업계에서 전례 없는 '공룡'이 탄생했으니 이처럼 관련 당사자들이 불안해하고 동요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SM이 이를 '기우(杞憂)'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SM의 오너가 다른 사람이 아닌 이수만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만은 지난 몇년간 한국 대중문화업계에서 독보적인 세(勢)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무리하게 휘둘러오지 않았다. 이수만이 요즘 광고 섭외 1순위로 떠오른 데에는 이런 그의 긍정적 이미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수만은 스스로 일컫는 '칭기즈칸 정신'으로 한국을 세계 팝 음악계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밀어올리는 추진력과 기획력을 발휘해 왔다. 한때 '노예 계약'으로까지 폄하됐던 그의 신인 발굴·양성 시스템은 제도적 개선이 뒤따르고 K팝 한류가 성공함에 따라 '한국형 연예 영재 개발 시스템'이라고 인정받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팝에 이어 드라마·코미디까지 한류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획사들이 '규모의 경제' 원칙에 맞게 몸집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있다.

결국 이수만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1등'의 오만함에 빠지지 않고 축적한 유·무형의 힘을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세계시장 개척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SM은 얼마든지 '품격 있는 공룡'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더해 SM이 약자에 대한 배려의 마음과 경쟁자들에 대한 열린 자세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이겠다. YG 양현석이 가수 싸이의 해외 음반 발매권과 매니지먼트권을 미국 메이저 레코드사와 매니저에게 넘긴 게 싸이의 미국 시장 안착에 결정적 도움이 된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SM도 '내줌으로써 오히려 얻는' 지혜를 발휘해 달라는 얘기다.

권력과 책임은 한 몸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대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SM도 앞으로 사회적 기여·공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신효섭 기사기획 에디터 겸 대중문화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6/2012092603379.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