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5. 20:56


개고기 합법화, 어떻게 봐야 하나

개고기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식용 개 사육 농가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가축 규정에는 ‘개’가 들어 있지 않다. 돼지·소·닭 등과 달리 도축이나 식용과 관련된 규정이 없는 상태다. 개고기는 ‘무법지대’에 놓여 있는 셈인데, 국민건강을 위해 도축·유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위생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 개고기 합법화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동물 학대를 부추기고 동물보호 정책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국민건강 지키려면 합법화 필요

개고기 식용 막을 수 없다면 
도축·유통 위생관리 위해 
관련법에 개고기 포함시켜야

안용근 충청대 식품영양학부 교수

개고기 문제는 여름철 단골 메뉴다. 여름만 되면 시끄러워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잠잠해진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식용 개를 기르는 농민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며 궐기대회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만큼 농민들의 맘이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축산물가공처리법(도축법)에서 개를 도축장에서만 잡도록 규제했다. 그러다 1978년 8월, 개를 삭제하고 농수산부 고시로 자가도축 대상으로 하여 누구나 아무 데서나 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애완견을 잡든 식용견을 잡든 상관없다. ‘개’로만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산법’, ‘가축전염병예방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개’가 가축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는 법에 없는 ‘식용 개’라는 용어를 만들어 농민들이 키우는 개는 식용 개이므로 사단법인도 허가할 수 없고 다른 가축과 같이 지원해줄 수 없다고 하였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이고 위헌이다.

농민들의 요구는 축산물위생관리법(도축법)에 개를 포함시켜 정식 도축장에서 잡게 함으로써 도축과 유통을 위생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것이다. 개를 보신탕집에 납품하는 것은 유통업자들이다. 이들이 개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병든 개, 실험에 쓰인 개, 물 먹인 개를 유통시키면서 문제가 되곤 하는데, 농민들이 이런 비양심적인 일을 하는 장본인으로 오해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농민들의 요구를 ‘합법화’라며 반대하고, 담당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이를 빌미로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고기 식용은 위생의 불모지에 놓여 있다.

동물보호란 멸종위기종만 해당된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통계를 보면 개는 연간 5만6000여마리나 버려지는데도 개를 보호하자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기견은 동물보호소에 10여만원씩 주고 10여일 정도 맡겨졌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분양되지 않으면 죽여서 폐기물로 버린다. 동물보호론자들은 이것을 ‘안락사’라고 하면서도, 식용으로 잡는 것은 ‘학살’이라고 한다.

동물보호법은 농림수산식품부 관할인데, 가축의 사육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부처가 가축을 보호동물로 규정하여 축산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동물보호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하여 멸종위기 동물만 다루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가축의 사육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개는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3분의 1을 먹이로 하여 연간 2100억원의 처리비용을 절약시켜 주고 있다. 반면 소, 돼지, 닭, 오리 등은 수입 사료로 키우느라 외화를 낭비하고 감염병을 발생시켜 연간 수조원을 소모시킨다. 개는 그런 일이 없으므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개고기 식용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고유 문화다. 프랑스도 식용으로 한 적이 있고, 개고기 요리법 책도 나와 있다. 중국, 베트남, 북한 등에서도 식용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나라는 없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식용을 금지하거나 막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어차피 식용은 계속될 것이므로, 정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켜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공장식 개 사육 불 보듯 뻔해

고기 부족하지 않은 시대에
대량 사육된 개한테 가한 폭력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올 것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본디 육식동물인 개는 이가 날카롭다. 서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운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심하게 입어 죽기도 한다. 그런 개를 집단 사육한다면 사육장은 난장판이 되고, 개 짖는 소리로 각종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피한 곳에서 개를 사육하는 이른바 ‘개 농장’은 지금도 민원 대상이다. 개는 한 마리가 짖으면 연쇄적으로 짖어대므로 많은 농장에서는 미리 개의 고막을 뚫지만 소용이 없다. 성대를 제거하지 않는 한, 예민한 코가 낯선 이와 사료 냄새들에 반응해 짖는 행동을 연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개 농장에서는 보통 철망으로 만든 좁은 공간에 개를 가둬 사육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두 마리 이상 넣으면 서로 물어뜯을 수 있으니, 이빨 몇 개를 미리 뽑기도 한다. 이런 폭력에 노출된 개는 심한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와 질병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개고기 도축 합법화로 위생적인 도축과 투명한 사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고기 합법화는 명실상부하게 개를 식용으로 사육해 어린 상태에서 죽이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고기’로서의 개가 목적이다 보니, 병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항생제를 대량 투입하고,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여 빨리 살을 찌우게 하려고 들 것이다.

더욱이 개를 집단으로 사육하려면 이를 뽑아내거나 고막을 뚫는 식의 폭력으로도 모자라 더욱 가혹한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리 부리 끝을 뭉툭하게 잘라내는 닭이나 꼬리와 고환을 뜯어내는 돼지처럼 말이다.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옥수수만 축내는 송아지처럼, 자본은 품종을 개량해 빠른 시간에 덩치 크고 순해터진 강아지만 꾸역꾸역 낳는 개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개고기 합법화는 결국 공장식 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 사육장은 자본에 의해 거대 집단화되고, 학대적 사육에서 동물복지는 무시될 것이다. 삼계탕 뚝배기 크기에 맞게 체계적으로 성장되고 도살되는 닭들처럼, 반려동물로 정을 나누던 개들의 생명도 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개 도축 합법화가 되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벼르는 이가 있다. 수육이나 전골 이외에 3분 개요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고, 개 통조림이 대형 슈퍼마켓에 버젓이 진열돼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인생을 반려하기 위해 개를 입양한 시민은 몰론, 대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외국의 부정적인 기사를 볼 때마다 참담한 심사를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비위생적으로 사육할 뿐 아니라 혐오스럽게 도살하는 농장이 이따금 보도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건 행정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현행법으로 충분히 단속·계도할 수 있다. 고기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이상, 목적에 맞는 시설을 갖추고 복지에 신경을 쓰며 사육한다면 민원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과거 고기가 귀했던 시절, 동네의 개는 무더위에 모내기하다 지친 농민들의 보양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쉽게 고기를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오히려 과도한 고기 소비량을 줄이고,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특정 부류의 상업주의가 ‘문화’로 둔갑해 개고기 합법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53719.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