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고기 식용 막을 수 없다면
도축·유통 위생관리 위해
관련법에 개고기 포함시켜야
공장식 개 사육 불 보듯 뻔해고기 부족하지 않은 시대에
대량 사육된 개한테 가한 폭력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올 것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본디 육식동물인 개는 이가 날카롭다. 서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운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심하게 입어 죽기도 한다. 그런 개를 집단 사육한다면 사육장은 난장판이 되고, 개 짖는 소리로 각종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사람들의 눈과 귀를 피한 곳에서 개를 사육하는 이른바 ‘개 농장’은 지금도 민원 대상이다. 개는 한 마리가 짖으면 연쇄적으로 짖어대므로 많은 농장에서는 미리 개의 고막을 뚫지만 소용이 없다. 성대를 제거하지 않는 한, 예민한 코가 낯선 이와 사료 냄새들에 반응해 짖는 행동을 연쇄 유발하기 때문이다.개 농장에서는 보통 철망으로 만든 좁은 공간에 개를 가둬 사육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두 마리 이상 넣으면 서로 물어뜯을 수 있으니, 이빨 몇 개를 미리 뽑기도 한다. 이런 폭력에 노출된 개는 심한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와 질병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일부에서는 개고기 도축 합법화로 위생적인 도축과 투명한 사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고기 합법화는 명실상부하게 개를 식용으로 사육해 어린 상태에서 죽이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고기’로서의 개가 목적이다 보니, 병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항생제를 대량 투입하고,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여 빨리 살을 찌우게 하려고 들 것이다.더욱이 개를 집단으로 사육하려면 이를 뽑아내거나 고막을 뚫는 식의 폭력으로도 모자라 더욱 가혹한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리 부리 끝을 뭉툭하게 잘라내는 닭이나 꼬리와 고환을 뜯어내는 돼지처럼 말이다.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옥수수만 축내는 송아지처럼, 자본은 품종을 개량해 빠른 시간에 덩치 크고 순해터진 강아지만 꾸역꾸역 낳는 개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개고기 합법화는 결국 공장식 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 사육장은 자본에 의해 거대 집단화되고, 학대적 사육에서 동물복지는 무시될 것이다. 삼계탕 뚝배기 크기에 맞게 체계적으로 성장되고 도살되는 닭들처럼, 반려동물로 정을 나누던 개들의 생명도 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개 도축 합법화가 되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벼르는 이가 있다. 수육이나 전골 이외에 3분 개요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고, 개 통조림이 대형 슈퍼마켓에 버젓이 진열돼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인생을 반려하기 위해 개를 입양한 시민은 몰론, 대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외국의 부정적인 기사를 볼 때마다 참담한 심사를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비위생적으로 사육할 뿐 아니라 혐오스럽게 도살하는 농장이 이따금 보도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건 행정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현행법으로 충분히 단속·계도할 수 있다. 고기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이상, 목적에 맞는 시설을 갖추고 복지에 신경을 쓰며 사육한다면 민원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과거 고기가 귀했던 시절, 동네의 개는 무더위에 모내기하다 지친 농민들의 보양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쉽게 고기를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오히려 과도한 고기 소비량을 줄이고,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특정 부류의 상업주의가 ‘문화’로 둔갑해 개고기 합법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53719.html
'교양있는삶 > 사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트북을 열며] 한국 사과에만 없는 것 (0) | 2012.12.25 |
---|---|
[아침 편지] 아들을 조국의 품에 묻은 어느 부모의 메시지 (0) | 2012.12.25 |
[아침을 열며/9월 5일] 국민이 원하는 차기 정부 (0) | 2012.12.25 |
[아침을 열며/9월 26일] 국민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 (0) | 2012.12.25 |
[태평로] 대치동이 저문다는데 (0) | 2012.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