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가을, 민주당 대선 후보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 미시간대에서 연설했다. 그때 아프리카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벅찬 문제에 허덕이고 있었다. 문맹퇴치와 인적 자본 개발이 시급했다. 케네디는 미시간대 학생들에게 해외로 나가 봉사하라고 촉구했다. 그의 호소로 탄생한 게 평화봉사단(Peace Corps)이다. 미국이 세계에 선사한 가장 훌륭한 선물로 손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4~6일 워싱턴에서 미국-아프리카 정상 회의를 개최한다. 회의 주제는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다. 그러나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민간 기업 프로젝트가 다음 세대를 위한 진정한 투자라고 볼 수 없다. 아프리카의 차세대를 위해 저비용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안겨줄 방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교육이다.
지금 아프리카 경제의 약진은 산업 생산성 제고가 아니라 천연자원 채굴에 의존하고 있다. 아프리카 경제는 아직 천연자원의 초보적 가공이나 내수용 단순 소비재 생산에 머물고 있다. 아프리카는 다른 대륙과 달리 현대 과학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보건·에너지·개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
과학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고 개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기다. 무기가 생기면 빈곤 척결과 자생적 경제 개발이 가능하다. 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것은 임기응변적 구호 처방보다 더 확실하고 더 많은 개발이익을 안겨 주는 지속적 장기 투자다.
아프리카 지도자들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민간기업이 후원하는 연구센터도 속속 문을 열었다. 그러나 혁신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기업·학계 간의 국제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미국 국내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STEM 교육 발전을 핵심 정책으로 꾸준히 내세웠으며 예산도 우선적으로 배정했다.
이제는 미국이 과학 중심의 아프리카 어젠다를 수행할 때가 왔다. 미국 고등교육 기관과 과학 연구 센터, 기술혁신형 사업가들을 아프리카 국가와 연계시켜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외국 구호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과학기술 파트너십이 확대되면 교역이 증가하고 아프리카 시장에서 미국 기업을 위한 기회도 풍부해질 것이다.
과학기술 협력은 중국·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에 대한 미국 대외정책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특히 1959년 이래 미국-이스라엘 과학 협력의 결과로 43개의 노벨상이 나왔다. 미국은 현재 외국 정부와 50여 개의 과학 파트너십 관계를 체결했다. 아프리카 국가는 하나도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미국-아프리카 정상 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대(對)아프리카 정책은 과학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새로운 교류·협력을 수립하는 한편 이를 수행할 자원을 새롭게 할당해야 한다.
필요한 재원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디딤돌이 될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 중이다. 미 국제개발처(USAID)의 ‘고등교육 프로젝트’, 미국 학술원의 ‘아프리카 과학 학술원 발전 이니셔티브’, ‘에이즈 구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계획(PEPFAR)’, 파워아프리카(Power Africa) 등이 좋은 예다. 이 중에서도 에이즈 위기와 에너지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PEPFAR와 파워아프리카는 첨단 과학기술 역량이 뒷받침돼 있지만, 개발 구호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다 보니 공여자 중심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계속 바뀌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내 우선순위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제약품이나 태양광 패널처럼 이미 개발이 완료된 제품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2014~2018년까지 이 두 프로그램에 지원될 300억 달러 예산 중에서 10억 달러를 떼어내면 아프리카를 위한 공동연구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이 기금으로 과학·공학 분야의 차세대 아프리카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아프리카 자신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미국은 또 앞으로 10년 동안 아프리카의 STEM 전공학생 10만 명을 미 고등교육 기관에서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 과학자들이 아프리카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국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개발의 난제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고, 아프리카의 교육·연구 수준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다.
케네디는 54년 전 미시간대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의사를 꿈꾸는 학생 중 가나에서 봉사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영감을 주는 젊은 대통령인 오바마는 같은 질문을 미국의 고등교육 기관과 과학계에 던져야 한다.
은켐 쿰바 미시간대 STEM-아프리카 이니셔티브 간사& 멜빈 P 푸트 ‘아프리카 지지 모임(CFA)’ 회장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8월 1일 게재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5445782&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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