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3. 16:39

요즘 일본 오사카(大阪)에 있는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에는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 중국에서 온 해외 관광객들로 붐빈다. 주변 호텔은 투숙객이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학교를 재현한 '해리포터관'을 지난달 연 덕분이다. 외국인이 적어도 100만명 이상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4500억원을 투자한 해리포터관이 앞으로 10년간 오사카 등 인근 지역에 경제 효과 3조엔(약 30조원)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니버설스튜디오 덕분에 오사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로 급부상했지만, 테마파크 유치와 운영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오사카시는 1990년대 공장 해외 이전이 잇따르면서 유휴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테마파크 유치를 추진했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오사카를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지역 간 유치 경쟁이 붙으면서 오사카시는 시유지와 민간 용지를 저렴하게 장기 임대해주고 25% 지분 출자 등 파격적 지원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2001년 개장 이후 매년 관람객이 줄었고, 2004년부터 경영난으로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졌다. 자금난으로 새로운 시설 투자가 어려워 관람객이 더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테마파크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 비난이 쏟아지고 유치 책임론도 나왔다. 당시 나가사키(長崎)의 하우스텐보스 등 테마파크가 잇따라 부도를 내자, 저출산으로 어린이가 감소하는 일본에서 테마파크는 '몰락 산업'이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유니버설스튜디오의 부활 비결은 경영진 교체였다. 오사카시는 자본 투자를 했다는 이유로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오사카 시청 퇴직 관료들로 채웠다.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미국인 사장을 영입하고 골드만삭스가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테마파크다운 경영이 시작됐다. 미국인 사장은 최근 한 잡지 인터뷰에서 "취임 당시에는 정말 회사가 도산하는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요즘 일본에서는 디즈니랜드, 하우스텐보스 등에서도 관람객이 급증하고 버블기를 방불케 하는 신규 시설 투자 경쟁이 불붙고 있다. 몰락론을 극복한 것은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중장년층과 외국인으로 확대한 결과다. 디즈니랜드는 1983년 어린이 입장객 비율이 30%를 넘었지만, 최근 17%까지 떨어졌다. 반면 40대 이상 비율은 10% 안팎에서 19.9%까지 치솟았다.

일본의 테마파크 붐과는 달리 한국은 유치론만 무성할 뿐이다. 한국도 10여년 전부터 자치단체, 기업들이 치열한 테마파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파라마운트 등 유명 테마파크가 당장 착공할 것이라는 식의 발표도 있었다. 해외 유명 테마파크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지만, 투자비 상당 부분을 현지에서 조달한다. 한국은 높은 토지 비용 탓에 자금 조달 단계에서 대부분 좌초했다.

그러나 설령 완공한다고 해도 테마파크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일본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 노하우와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이 없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나자 '장밋빛 테마파크 대망론'이 무성해지고 있다.



차학봉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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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