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실속 없는 도시다. 대구시는 스스로 문화예술도시, 섬유도시, 육상도시, 첨단의료도시 등으로 부르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늘 건물만 그럴싸하게 짓고, 이렇게 이름을 붙인다. 남이 인정해주지 않으니 미소친절도시, 컬러풀대구 등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문구들 뒤에 숨겨진 대구의 본모습은 1인당 지역총생산(GRDP) 전국 꼴찌, 전국 평균을 밑도는 1인당 개인소득과 민간소비, 전국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이다.
그런 대구시가 또다시 문화예술도시를 내세우며 두류공원 안에 세금 297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짓겠다고 한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다. 2011년 대구미술관(662억원)과 문화창조발전소(160억원)를 짓고도 미술관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대구시는 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2009년부터 이우환 작가에게 ‘삼고초려’를 해왔다. 대구시 간부 공무원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이우환 작가를 만났다. 2009년 9월 김범일 전 대구시장은 이우환 작가에게 편지를 썼다. ‘대구에 선생님의 미술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우리 대구는 더 이상 영광이 없겠습니다.’ 마치 이우환 작가가 사비를 털어 대구에 미술관을 지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 이 작가와 미술관 유치 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작품을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구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4년 가까이 이우환 작가와 접촉했지만, 그 ‘이우환의 친구들’이 정확히 누군지도 아직 모른다. 미술관은 곧 설계를 마치고 내년 초 공사가 시작된다.
대구시의 이런 행정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대구시가 유명 작가 이름을 빌려 미술관을 짓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급기야 지난 17일 이우환 작가가 대구를 찾아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그는 이 자리에서 “참여 작가는 나를 포함해 11~12명, 한점에 500만~600만달러(50억~60억원)를 호가하는 작가가 몇 명 있다”며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작가들이라 기증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15개 전시실 규모를 얼추 계산해보면, 작품 구입비로 최소 300억원, 많게는 1000억이 든다는 이야기였다.
이우환 작가를 포함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특별가격으로 구입하거나 기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작품 구입비를 100억원으로 잡아놨던 대구시가 받았을 충격은 짐작이 간다. 이후 대구시는 작품 구입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방송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도 거절했다. 소통이 없다. 대구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대구시가 2011년 4월에 만든 ‘대구의 문화위상 정립을 위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조성 기본계획’을 보면, 건립 목적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문화예술도시로의 발전을 위한 핵심 문화 인프라 조성’과 ‘지역을 대표하고 세계적 문화예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랜드마크 보유’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이런 설명에 동의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유명 작가 이름으로 미술관 하나 짓는다고 대구 문화예술계의 토대가 마련될 것 같지는 않다. 정작 대구시는 지금까지 지역에서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체계적인 조사 한번 한 적이 없다.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들을 어떻게 문화예술로 연결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별로 없었다. 토목으로 문화예술도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일우 사회2부 기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565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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