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0. 09:51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올 한 해 가장 주목받는 건축물이 될 듯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영국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해 최근 완공한 DDP는 “수작은 아니지만 이름값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예산(2274억 원)의 배 이상(4840억 원)을 투자한 곡선의 DDP가 네모난 건축물로 상징되는 효율 만능의 시대에서 잉여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DDP 운영으로 20년간 1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며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건축개념사전에 따르면 빌바오 효과란 수명이 다한 스페인의 산업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관광도시로 거듭나면서 얻은 경제적 효과를 뜻한다. 빌바오 시는 1997년 개관한 미술관 덕분에 매년 관광객 100만 명이 몰려들어 30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빌바오 시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축물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도시들엔 교과서 같은 존재다.

그러나 빌바오 효과를 분석한 책과 논문을 살펴보면 ‘튀는 건물 하나로 죽어가던 도시가 벌떡 일어섰다’는 식의 일반적인 이해와는 거리가 있다. 빌바오의 오늘은 구겐하임이 들어서기 전부터 오랫동안 진행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할 때 빌바오는 쇠퇴한 산업도시가 아니었다. 1980년대 산업위기를 거친 뒤 서비스 중심의 도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고, 수백 년간 쌓아올린 경제와 문화 기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빌바오 효과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미술관 건립에 공공예산을 몽땅 끌어다 쓰는 바람에 다른 문화활동은 홀대받았고, 미술관의 경제적 효과엔 테러 조직의 휴전 효과가 포함돼 있으며, 고용률도 임시직이 많아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콧대 높은 유럽의 문화강국에 명함도 못 내밀던 구겐하임에 도시의 랜드마크 자리를 내준 것은 바스크 민족문화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이은해 논문 ‘유럽의 전통산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의 변모’).

빌바오 효과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미술관만 보지 말고 수많은 사회기반시설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보행자 전용 다리, 주변 산책로, 공원, 놀이터, 편리한 교통시설 등은 빌바오가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도시임을 말해준다.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미술관 옆 어린이 놀이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빌바오 효과의 교훈은 헛된 것이다. 도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의 공간이 아니고 차분하게 오늘을 사는 시민의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DDP는 여러모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닮았다. 구겐하임을 설계한 미국의 프랭크 게리와 자하 하디드 모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스타 건축가다. 티타늄 조각 수만 개를 이어 붙인 비정형의 구겐하임만큼 알루미늄 패널 4만5000장을 붙여 만든 DDP의 외관도 화끈하다. 하지만 건축물이 관광객을 자석처럼 끌어들여 떼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전에 자문해야 한다. DDP는 동대문을 생활 터전으로 하는 주민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DDP는, 그리고 서울은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이고 도시인가.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없다면 서울은 세계적인 브랜드 건축을 들여와도 빌바오가 되려다 실패한 또 하나의 사례가 될 뿐이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http://news.donga.com/List/Column/3/04/20140128/60445056/1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