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8. 16:26

251억원 생산유발, 107억원 부가가치, 외국인 관광객 62만명 증가, 876억원 수익창출, 300여명의 고용, 지역경제 활성화, 더 나아가 4000억원 규모의 직접 홍보, 국가브랜드 상승 등 총 2조원 규모의 경제 효과.

정부가 역대 세 번째 흥행기록을 보유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으로 기대되는 성과로 제시한 수치들이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서울 곳곳의 교통을 통제하며 촬영할 예정인 이 영화에 국무총리까지 나서 한국의 위상을 알릴 좋은 기회라며 격려하고 서울시장도 협력을 다짐했다. 범 국가차원에서 국가홍보의 대박이 터질 것 같은 기대감을 불어넣는 모양새다.

정부 주장대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대한민국 호감도를 높이고 스크린 투어리즘 즉 국내 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현실화시키려면 국가의 해외 홍보 매체로 할리우드 영화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첫째 해당 영화의 전편을 관람했던 국내외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에 등장한 도시를 기억하고 있는지, 둘째 영화 스토리 상 배경이 된 도시에 대한 호감정도, 셋째 영화에 등장한 도시가 실제 존재한다면 방문할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검증 후 확신이 생기면 수십억을 투자하고 전폭적 지원을 해도 문제될 것 없다. 그런데 매번 국가홍보를 논할 때 경제효과는 제시하면서 현 상황인식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해외에서 한국을 잘 모른다는 문제로부터 시작되는 소통인지, 아니면 한국을 아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상태에서 그들의 호기심에 답하는 방식의 소통을 할 것인지 국가홍보의 출발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홍보가 지향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핵심적으로 공략하려는 대상과 전달해야 할 홍보 자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첨단 IT 도시국가의 이미지를 보여 주겠다는 논리도 좀 궁색하다. 지금 우리가 세계에 알려야 하는 서울의 모습은 첨단 IT 도시가 아니라 역사와 첨단이 작은 골목까지도 묻어나는 융합형 도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벤져스2'에서 대한민국을 어느 정도 분량으로 어떤 영상에 담아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양해각서를 체결한 정부가 지향한 목적, 진행 과정과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 향후 국가홍보에 대한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도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과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이 때 배급과 상영이 제작편수를 소화하지 못하는 우리 독립영화 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칫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겠다는 정부의 좋은 의도가 시민의 불편만 초래한 것으로 왜곡되고 국가홍보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국내 마케팅 효과만 극대화시켜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융합의 도시 서울을 알리는 홍보 전술로는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보다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독립영화가 더 유효할 수 있다. 국가홍보에 있어 우리만의 방식과 콘텐츠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할리우드발 문화콘텐츠 '어벤져스2' 영상 일부를 활용해 국가 홍보영상을 만들겠다는 발상도 그래서 좀 어색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해외홍보의 틀을 갖춰야 할 때다. 따라서 국민에게 아리랑국제방송원법과 같은 해외 홍보 지원법이 빨리 통과되어 국가홍보에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는 여론의 지지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방송에 대한 지원과 관련 제도를 보완해 국격에 맞는 해외홍보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 콘텐츠 크레에이터들의 다양한 결과물을 축적시켜 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한건주의 국가홍보로 단기적 성과만 좇는 데 급급했다. 또한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내에 특정 조직이나 개인을 알리기 위해 대한민국을 활용하는 조악한 국가홍보가 만연한 현실이었기에 이제 정부만이라도 중심을 잡아달라는 간언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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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