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0. 16:27

기업의 이윤과 주주 이익의 극대화에 몰두했던 주주자본주의가 도전 받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많은 나라가 소득 양극화, 저성장과 고실업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에서도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 경제 운영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상대적 빈곤감, 복지 사각지대, 소외계층,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세월호 침몰 이후 사회 구성원 간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심지어 반기업 정서마저 감돌고 있다. 이제 국민과 사회로부터 받는 사랑은 기업 생존의 필수요건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저성장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공유가치 창조(Creating Shared Value·CSV)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미국의 상생연구재단 마크 크레이머 대표가 CSV를 개념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자들과 기업인들이 CSV 연구회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CSV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글로벌 시대에 대·중소기업이 상호 보완적 협력을 네트워크화하면 상생의 길이 열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이 추구하는 이익활동을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에 조준해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수익성 비즈니스 모델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지금 CSV경영 이념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 절실히 필요한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한국형 CSV 경영전략을 적극 실천할 때이다.

 유엔은 회원국의 사회발전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은 그동안 사회의 성원에 의해 성장하였으므로 이제는 사회에 이익의 일부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기업은 아직도 CSR활동을 기업의 비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CSV는 CSR에서 진일보한 개념으로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사회 문제도 해결하고 수익 창출의 기회를 찾는다는 것이다. 한국형 CSV는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우선 내부 구성원 간의 기업 목표에 대한 합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그리고 기업·사회와의 공생을 통한 3차원의 공유가치 창조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다. 우리 경제에서 일자리의 88%는 중소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CSV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관여한 몇 개의 CSV 사례를 보자. 대기업의 전문인력 지원을 받아 멀티미디어 연결소자를 만든 중소기업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해당 중소기업은 종래의 청동자재를 스테인리스로 바꾸고 제조공법 자체를 부품 결합형에서 단순 일체형으로 바꾼 결과, 연 매출이 재작년 28억원에서 작년에는 72억원으로 늘어났다. 연결소자의 개당 공급가격도 낮아져 대기업도 부품조달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철강의 생산과 가공공정에 필요한 냉각기를 대·중소기업이 공동 개발해 수입품을 대체한 결과 52억원의 새로운 매출이 발생했고 대기업은 원가 절감을 거둘 수 있었다. 최근 미국 LA에서 한 대기업이 한류 문화 행사에 해외 홈쇼핑과 연계해 중소기업의 상품전시회를 개최했다. 행사 기간 동안 중소기업들이 제작한 미니 가습기, 치약 부착 칫솔, 컵 등이 매진되었고 온라인으로 추가 주문까지 받고 있다. 저소득층 난청 노인을 위해 표준 모듈화로 저가 보청기를 개발한 중소기업은 어려운 노인의 복지 향상과 자체 수익을 증진시킬 수 있었다.

 공유가치 창조의 실천을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우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공유가치 창조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구성원 간 합의도 유도해야 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합의하면 우리의 만성적 노사 갈등의 해법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과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협동의 가치를 공감하고, 소통하고, 나눌 때 기업의 CSV활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추석이 다가온다. 경향 각지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송편을 함께 빚는다. 우리는 오랜 역사를 통해 쌀 중심의 농경문화를 지니고 있다. 적기에 모내기를 하고 김매기를 부락민이 함께하는 품앗이의 DNA를 지니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기업의 공유가치 창조에 민간 촉매제 역할을 가속화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지녀온 상생의 DNA를 일깨워 공유가치 창조로 지속가능 성장과 사회적 통합을 함께 일궈낼 수 있다. 이제 주주자본주의는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야 한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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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