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매각 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인천공항의 ‘국민주 매각’ 방식을 제안하자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반기를 들며 정치권 논쟁으로 번진 것이다. 유 의원은 “국민주 방식은 23년 전에 실패한 정책으로, 공기업 주식을 매각할 때는 매각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매각 방식을 떠나 ‘잘나가는’ 인천공항을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인천공항 매각을 둘러싼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일부 국민주 매각 시도해볼 만하다
지분 매각 통해 시장 감시와 외국사 제휴로 경쟁력 높여야
20% 정도만 국민주 매각하면 공적자금 회수에도 문제없어
우선 인천공항의 경우 민영화는 아니고 정부 지분의 49%만 매각하고 51%는 계속 정부가 보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49%를 매각하려는 이유는 현재는 인천공항공사가 서비스 측면에서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잘한다는 보장이 없고, 특히 국제허브공항으로서는 환승률과 취항 항공사 수 등에서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함으로써 시장의 감시를 받게 하고, 외국의 유수한 전문공항운영사와 제휴하여 허브공항으로서 경쟁력을 더 높이려는 것이다. 또 매각대금을 인천공항 3차 증축에 필요한 4조원의 비용으로 충당하려는 것이다.공기업 민영화를 찬성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대체로 비효율적·관료적으로 운영되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따라서 국민 혈세가 수시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성이 강하지 않은 공기업은 민간에 매각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또 판매대금으로 정부수입도 올리고 국가부채를 줄이는 데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6년째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으로 선정되는 등 잘하고 있는데 왜 굳이 민영화하려 하느냐는 반대여론이 있다.
정부 지분을 국민주로 매각하는 방식에 대해선 장단점이 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기업 지분을 매각할 때는 다른 기업이나 사모펀드에 팔 수도 있고 국민주로 매각할 수도 있다. 국민주로 매각하는 이유는 국민 세금으로 만든 기업이기에 그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고, 상장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서민들에게 매각함으로써 서민들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주 매각의 단점으로는 기업이 발전하려면 주인이나 대주주가 필요한데 국민주로 다 매각하면 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상장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에 팔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가 극대화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주 매각이 과연 서민들에게 이익이 되는가 하는 것도 문제다. 모든 서민들에게 매각되는 것이 아니라 당첨된 일부 서민들에게만 유리한 ‘로또화’ 문제가 있고, 대부분의 서민들이 여윳돈이 없어 돈을 빌려 살 텐데 주식 값이 매각 당시보다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도 문제다. 실제로 과거에 포스코와 한전의 국민주 매각 사례가 있는데, 한전의 경우 보유기간 제한이 풀린 3년 후 시장가격이 할인가격보다 떨어진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인천공항공사의 정부 지분을 매각하려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기업 발전, 서민복지 향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49%를 전부 국민주로 매각하는 것은 공적자금 회수에 문제가 있기에 15~20% 정도만 국민주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선 이윤도 많이 나고 부채 상환 능력도 있으니 지분 매각보다는 돈을 빌려서 3차 공항 확장공사를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지만, 국가부채와 공기업부채 문제가 심각한 지금 자체적으로 돈 마련이 가능한데 굳이 빌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국민주로 매각하면 결국 외국인에게 다시 주식이 넘어가 국가 핵심 안보시설을 외국에 넘겨주는 꼴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의견이 있다. 요즈음처럼 개방된 사회에서 기업 주식의 일부가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매입함으로써 주가가 올라가고 국제시장의 감시도 받게 되니 바람직하다. 더욱이 활주로와 관제탑 같은 핵심 시설은 정부가 계속 보유하고 외국인이 30%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기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건대, 인천공항공사는 정부가 지분 51%를 유지할 것이기에 민영화의 단점에 대해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 49%를 팔아 정부 수입도 올리고 3차 공항 확장공사를 위한 재원으로 쓰고, 외국 전문항공사와 제휴해 허브공항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주 매각은 국민 혈세가 들어간 공기업의 매각으로 인한 이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니 극렬하게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성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투기세력에 넘어갈 위험이 높다
이미 국제경쟁력을 자랑하는 인천공항을 굳이 매각하는 건
매각 이익 얻는 모종의 세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케 한다
정부는 인천공항 매각을 오랫동안 물밑작업을 통해 진행해오다 지난해 9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대내외적으로 그 의지를 구체화했다.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를 받아 인천공항의 지분 49%를 국민주 방식으로 서민에게 20~30% 정도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매각 여론의 공론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최고의 경영 성과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을 민간에게 매각하기 위해 애쓰는 정당한 이유는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으며, 정부와 여당이 제시하는 근거도 문전옥답을 처분하는 부잣집 아들의 변명처럼 초라하기만 하다.
정부는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항의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이미 최고의 경영 효율성과 국제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천공항은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흑자 규모만 3200억원에 이르며, 세계 공항평가에서 6년 연속 서비스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업계 최고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보유한 인천공항의 지분을 경영상의 효율과 경쟁력을 이유로 민간에게 매각할 이유는 없다.
나아가, 인천공항과 같은 국가의 기간공항은 이를 민영화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향상, 비용 절감, 고용이나 투자의 창출과 같은 민영화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공항은 지리적 독점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민간공항 운영자들은 투자비 회수를 위해 공항을 과도한 수익창출의 도구로 활용하고, 안전이나 고객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리는 사례들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행정적 규제를 통해 민간공항 경영의 공익성을 보장하면 된다는 설명을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정부가 공항사용료의 최고액을 규제하면 서비스가 열악해지고, 항공사의 사용료를 인상시켜 그 비용의 인상이 최종적으로 승객에게 전가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민간공항은 인력 감축과 새로운 장비의 도입을 통한 인건비의 감소를 추구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공항이 민영화되면 상당한 해고가 발생할 것이고, 중요한 업무를 외주나 하청을 통해 해결할 것이므로 공항업무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만일, 인천공항이 민영화되면 영국 히스로공항의 장기 폐쇄 사태가 현실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질 낮은 서비스에도 최고가의 공항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오스트레일리아나 유럽 민영공항의 현실을 인천공항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또 2017년까지 3단계에 걸쳐 공항을 확장하기 위해 4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인천공항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흑자 기조를 고려하면 지분 매각이 아닌 합리적인 자본조달 방안이 적절하다. 인천공항의 지분을 국민주 방식으로 저가로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은 근거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주장이다. 민영화로 공기업을 매각할 때 정부가 채택한 원칙은 최고가 매각 이론이다. 그런데 이 원칙을 철회하고 국민주로 매각할 경우 일반 서민들이 이 주식을 취득할 여력이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투기자본 등이 서민들을 내세워 저가로 주식을 취득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은 부동산 투기의 사례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다.
공항과 같은 국가기간시설은 최고의 공익성을 요구하므로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과 항공사의 편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국민의 안전과 편익은 어느 경우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이다. 그럼에도 매각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의지 때문에 국민들은 이번 거래로 이익을 얻는 모종의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여지가 있다. 인천공항 매각대금의 15%인 5900억원을 미리 당겨서 2010년 도로사업 예산에 편성한 것과 같은 예산의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자존심인 인천공항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투기세력에 넘길 수 있는 위험은 홍수나 자연재해의 위난과 비교되므로 즉시 매각을 위한 모든 절차를 중단함으로써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정부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정미화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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