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4. 11:37

1987년11월 삼성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을 때 이건희 회장의 나이는 마흔다섯 살이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 SK그룹 최종현 회장, LG그룹의 구자경 회장 등 당시 재계를 대표하던 총수들에 견줘 가장 젊은 오너였다. '최대 그룹의 최연소 총수'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말 그대로 반신반의일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 회장도 몰랐을 것이다. 취임 일성으로 '세계 초일류기업'도약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삼성이 이렇게까지 글로벌 챔피언으로 우뚝 서 될 줄은 스스로도 100% 확신하지는 못했을 게다.

사실 이건희 체제 25년 동안 삼성이 고르게 성장했던 건 아니다. 90년대 중반만해도 미국 백화점과 양판점 진열대에서 삼성전자 TV는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놓여있었다. 소니 필립스 도시바가 장악하고 있던 쇼윈도 자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건 최근 10여년 사이다. 25년 삼성 도약사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산술급수형 직선(↗)보다는 기하급수형 곡선(J커브)에 가깝다. 무슨 벤처기업도 아니고, 첨단 제조업체가 이렇게 단기간에 비약적 성장을 일궈낸 예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향후에도 삼성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워낙 탄탄한데다, 기본적으로 '위기를 넘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에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도약을 꿈꾼다면, 삼성은 몇 가지 뿌리깊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첫 번째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의 DNA를 갖는 것이다. 현재 수많은 삼성 제품이 세계 1위에 올라있지만, 한결같이 늦게 출발해 선두를 추월한 역전의 결실이었다. TV와 반도체는 소니를 제쳤고, 휴대폰은 노키아와 애플을 따라잡은 결과다. 스포츠에선 역전이 짜릿하지만, 시장에선 시종 1등을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승리가 훨씬 잘하는 게임이다.

애플과 혈투를 거듭하면서 삼성도 이젠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절실함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R&D 투자액이나 박사인력의 숫자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두뇌부터 뼛속까지 창조의 체질로 바꿔야만 가능하다. 아마도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제조와 금융의 딜렘마에 관한 것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제조업과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부문으로 짜여져 있는데, 종종 삼성에 대해 '왜 금융은 전자처럼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지 못할까'란 질문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금융파트의 책임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해야 하는 금융은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우선시하는 제조업과 논리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의 금융이 지금처럼 그저 국내 1위 유지가 목표라면 더 얘기할 것도 없겠지만, 만약 '전자의 신화'를 꿈꾼다면 전면적인 경영마인드 전환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삼성 고유의 경영문화와 충돌 소지도 있다. 제조와 금융의 이런 잠재적 갈등요소를 풀어나가는 것도, 미래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다.

마지막으로 '절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성이 경이적인 글로벌 사업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숱한 갈등과 비용을 치렀던 건 결국 경영권 승계문제로 귀결된다. '가장 효율적'인 승계 방법을 찾다 보니 첨단금융상품과 법 논리가 동원됐고, 바로 이 부분에서 국민 일반정서와 충돌이 생겼던 것이다. 법보다 정서가 우선시되는 세태도 문제는 있지만 어쨌든 국내 최대 그룹의 승계인 만큼 지나친 재무적, 세무적 접근 보다는 좀 더 대승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삼성을 빼놓고 한국경제를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삼성의 리스크는 곧 한국경제의 리스크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삼성이 더 잘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성철 산업부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21023609118700.htm

Posted by 겟업
2013. 1. 4. 11:36

1967년 6월 5일 36만의 아랍 군대와 7만의 이스라엘군(軍)이 맞붙은 전쟁은 6월 10일 이스라엘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이른바 ‘6일 전쟁’이다. 폴란드 출신 저널리스트 리샤르트 카푸시친스키는 “이스라엘은 온 국민이 참전했고 아랍 국가는 군인들만 참전했다”며 정곡을 찌르는 관전평을 했다. 이스라엘 국민은 모두 전선으로 달려갔지만 아랍 참전국 중엔 전후(戰後)에도 전쟁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주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맹폭(猛爆)하자 이번엔 아랍 국가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다.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의 1인당 전비(戰費)는 아랍 병사의 3배였다. 훈련 전투력 장비의 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이를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로 설명한다. 민주국가는 병사들에게 닥칠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독재국가는 그것을 ‘재원 낭비’라고 여긴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납치된 병사 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맞교환했다. “이스라엘군의 생명 가치는 계량화할 수 없다”는 원칙의 실천이다.

▷이스라엘은 아랍인과 정통파 유대교인을 제외한 18세 이상 남녀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 이 나라 아이들은 집과 학교에서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주장하도록 교육받는다. 그렇게 자라서 군인이 되니 군대 문화도 독특하다. 계급보다 자질과 능력을 높이 사고 초급장교와 현장 경험이 많은 병사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한다. 지휘관이 마음에 안 들면 대놓고 불만을 제기한다. 사병들이 투표를 해서 무능한 장교를 내쫓는다. 장병 간 불신이 작전 실패와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아이비리그는 대학이라기보다 ‘탈피오트’나 8200부대 같은 엘리트 군대다. 이름난 특공부대인 탈피오트는 뛰어난 인재들을 뽑아 첨단 과학과 작전을 접목시킨다. 엘리트 부대 전역병들은 군대에서 쌓은 기술과 인맥을 활용해 수천 개의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나스닥 상장 기업 중 이스라엘 회사가 유럽 전체 회사보다 많다. 이스라엘의 경제성장 비결을 담은 ‘창업국가’의 저자 사울 싱어는 “이스라엘군, 특히 공군 보병대 정보부대들이 이스라엘 하이테크 벤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형삼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21121/50992600/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36

우연이겠지만 최근 나갔던 몇몇 모임에서 똑같은 TV프로그램 하나가 수다 거리로 등장했다. 채널A의 ‘잠금 해제 2020’이란 시사보도물인데, 11일 방영한 “강남 엄마가 제주도로 간 까닭은”을 놓고 쉴 새 없이 품평이 오갔다. 방송이 다룬 제주국제학교에 대해 자식 가진 부모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학비나 교육효과 등을 놓고 가치관과 여건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누군가의 한마디엔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젠 개천에선 용(龍)이 나질 않아. 용도 다 자연산이 아니라 양식이거든.”

이무기가 꼭 승천해야 좋은지는 의문이지만 요즘 미국도 용이 사라진 개천을 두고 고민이 많다.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보고서를 보면 상위 146개 대학에 다니는 학생 가운데 겨우 3%만이 저소득층(하위 25%) 가정 출신이다. 문틈이 좁아지다 못해 거의 닫히다시피 했다.



어렵사리 대학에 가더라도 비싼 등록금은 또 다른 난관이다.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연간 학비가 대략 3만4000달러(약 3700만 원)에 이른다. 중산층조차 학자금 융자에 기댈 수밖에 없다. 형편 따라 다를 테지만 단순히 계산하면 학생 1명당 2만6600달러의 빚을 지고 졸업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자식의 대학 진학을 반대하는 부모도 꽤 많단다.

하지만 돈 없다고 공부에 대한 갈망마저 사라지는 건 아닐 터. 그래서 최근 현지에서 대안으로 각광받는 게 온라인강좌다. 아이비리그 명문대가 만든 웹 사이트 교육과정은 내용이 알차면서도 저렴하거나 무료로 제공돼 호평을 받는다. 특히 스탠퍼드대가 개설한 사이버대학 ‘유다시티(Udacity)’는 높은 미국 대학 문턱에 아쉬웠던 해외 학도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현재 수업을 듣는 가입자의 국적이 200개국을 넘는다.

인터넷과 대학의 ‘마리아주(mariage·결합)’가 빚어 낸 미담도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파키스탄 10대 소녀 니아지는 지난달 유다시티의 물리학 강의를 듣다 봉변을 당했다. 자국 정부가 최근 시끄러웠던 반(反)이슬람 영화 유입을 막는답시고 미국 서버 접속을 차단한 것. 마지막 시험만 남겨 놓고 절망에 빠진 소녀를 구한 건 함께 수업을 듣던 전 세계 동료였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독일 40대 직장인은 시험 동영상을 내려받아 보냈다. 한 포르투갈 청년은 소녀의 답안지를 대신 등록해 줬다. 일면식 없는 학우들의 십시일반으로 니아지는 마침내 수료증을 획득했다. 타임은 “배움에 대한 목마름은 그 어떤 장벽도 뛰어넘는다”라고 극찬했다.

현실도 과연 그러할까. 학구열이 진정 모든 걸 넘어서려면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미 인적자원관리협회(SHRM)는 올해 하반기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약 70%가 온라인 대학이 정규과정으로 인정받더라도 비슷한 조건이면 기존 대학을 ‘제대로’ 다닌 구직자를 뽑겠다고 응답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캠퍼스 체험의 가치를 무시할 수야 없겠지만 취업하려면 등골 빠지게 간판을 따란 소리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좋은 교육은 연봉을 올리고, 위대한 교육은 인생의 방향을 튼다”라고 말했다. 뭐가 위대한 건진 잘 모르겠다. 다만 산골짝 실개천이 실해야 용이 나고 아우라지 강도 풍요롭다. 양식도 자연산과 공존해야 품질이 좋아진다.

 


정양환 국제부 기자

 

 

http://news.donga.com/3/all/20121121/50992658/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35

올해 한국영화를 찾은 관객 수가 어제 1억 명을 넘어섰다. 인구 대비 1명당 평균 2편을 관람한 셈이다. 200%에 이르는 자국영화 관람 비율은 영국(99%) 프랑스(35%)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쾌거와 더불어 역대 최고의 흥행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관객을 넘어선 블록버스터가 두 편이나 나왔다. ‘건축학 개론’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300만∼400만 관객을 기록한 흥행작들도 시장을 받쳐줘 이 같은 선전(善戰)이 가능했다. 성공의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소재와 장르를 개척해 관객층을 10, 20대에서 30, 40대까지 넓힌 것도 소득이다.

과거 한국 영화계는 수입영화에 의지해 연명했다. 관객들은 할리우드 영화라면 무조건 믿고 찾았다.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자국 영화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 영화를 피해 개봉하려고 눈치를 볼 정도다. 국산 영화는 재능 있는 인재들이 모여 경쟁력 있는 영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통배급 시장의 산업적 구조가 탄탄해지면서 비약의 계기를 맞았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앞서 2006년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의 축소를 결정했을 때 영화계는 ‘문화주권의 상실’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개방으로 잃는 것보다 얻은 것이 많았다. 1988년 외화 직배의 빗장을 풀었을 때도 한국 영화는 다 죽을 것이란 예측이 빗나갔듯이 시장 개방을 맞아 영화계는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했다. 그 결실이 오늘의 대기록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영화 1억 명 시대는 스크린 독과점, 다양성의 위축, 흥행 양극화 같은 그늘도 남겼다. 지난주 민병훈 감독은 평단(評壇)에서 호평 받은 영화 ‘터치’의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상영관을 확보 못해 다른 영화와 번갈아 상영하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었다. 대기업의 투자 유통 배급력이 강화되면서 잘되는 영화들이 극장을 싹쓸이해 저예산 영화를 잡아먹고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독립영화들은 개봉 첫 주부터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상영되는 식이어서 관객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축배를 들기 전에 대중의 사랑을 어떻게 지속시킬지 정부와 영화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실험정신과 창의성을 앞세운 작고 알찬 영화들이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상생과 공존의 토양을 갖출 때 한국 주류영화의 체질도 튼튼해진다. 영화 몇 편의 성공으로 산업을 견인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힘들다.

 


 

http://news.donga.com/3/all/20121121/50993146/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34

7년 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의 일입니다. 저처럼 외국에서 시집온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찜질방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찜질방 광고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넓고 깨끗해 보이는 그 찜질방에 가자고 약속했고 드디어 주말이 됐습니다.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과 친구네 가족은 약속했던 그 찜질방 앞에서 만났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빨리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 앞에서 안내하는 사람이 갑자기 안 된다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들은 찜질방에 못 들어갑니다. 한국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왜요?”

“오픈할 때부터 사장님이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찜질방 사용 못 합니다.”

그래서 우리 중 왕언니가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외국인 아닙니다. 여기 보세요. 주민등록증도 있습니다. 국적 바꿨습니다. 우리도 한국 사람입니다.”

직원은 놀란 듯이 답했습니다. “우리는 일반 외국인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말 못 해요.”

그 직원은 그러면서 사장님이 정한 규칙을 다시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마음속으로 ‘한국에서는 인종 차별이 시행 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온 지 12년이 됐습니다. 이제 한국생활이 많이 익숙해졌지만 이런 차별을 겪을 때마다 정말 섭섭합니다. 마음이 아파 울 때도 있습니다.

페루에서 낳은 제 아들 장 카를로는 작년에 제 고향 페루로 갔습니다. 얼굴 모양새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왕따를 당해 마음의 병이 났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서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마 아들은 남자니까 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 말도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아들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입술 색이 이상했습니다. 처음에는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아들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저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게 어떠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어차피 똑같은 생활일 거야. 엄마, 난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아들은 지금 페루 외갓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마음은 편하겠지만 엄마가 보고 싶겠지요. 아들은 몇 년 후 돌아옵니다. 제 고향 앞 피멘텔 넓은 바다에 슬픈 생각을 다 버리고 오면 좋겠습니다.

동생은 달력에 하루 한 번 X표를 하며 오빠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한국어에 영어, 스페인어까지 배워 오겠지요. 저는 아들이 자기 꿈처럼 훌륭한 요리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인 여러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똑같은 눈으로 보아 주기 바랍니다. 문화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겉모습만 보면 사람을 잘 알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보아 주면 좋겠습니다.

 

 



문다카 엘레나 (페루 출신)

 

 

http://news.donga.com/3/all/20121121/50992678/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33

언어에 무슨 두께가 있으랴마는, 박명진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과)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담론에는 분명 <두꺼운 언어와 얇은 언어>(문학과지성 펴냄)가 있다고 했다."언어의 두께는 생각의 두께를 반영한다. 많은 생각을 담은 언어와 이지적 언어는 두꺼워질 수 밖에 없고, 즉각적 감성적 언어는 얇아진다." 두꺼운 언어는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융해되어 만들어진 것이어서 함축의미들이 켜켜이 생기고, 얇은 언어는 직접적이고 가벼우며 사고나 성찰이 약하다는 것이다.

■언어의 두께는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에게는 곧 언어의 신화성이다. 대상만을 말하는 생산자 언어는 신화성이 빈약하고, 대상에 대해서 말하는 메타언어에는 신화가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에 의하면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는 언어 대부분은 얇은 언어들이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담론들 역시 날 것 그대로이다. 생산자의 체험적 시간과 그 순간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욕구의 파생물인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요소들, 억압된 요소들이 왜곡 변형의 형태로 등장한다.

■박명진 교수는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회화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의미전달보다는 감정, 느낌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이런 모습은 걸개그림, 대자보, 인터넷그림판 등 우리문화에서도 발견된다. 얇은 언어는 두꺼운 언어로 된 지배적 담론이 권위주의적, 억압적, 허위적일수록 비틀거나, 반발하는 방식(패러디)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얇은 언어는 제도권보다는 운동권, 산업화보다는 민주화, 보수보다는 진보, 전통적 미디어보다는 인터넷미디어에서 횡행한다.

■얇은 언어도 순기능이 있다. 두꺼운 언어가 그 무게 때문에 미처 포착하거나 표현하지 못한 대상과 의미를 놀라운 순발력과 사실적 어감으로 즉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폐적으로 고착되거나 우연성을 잃을 위험이 있는 두꺼운 언어에 자극과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민중화가 홍성담의 박근혜 후보를 풍자한 그림에는 얇은 언어가 가진 최소한의 양식(풍자)과 감성조차 없다. 언어가 아닌 엽기적이고, 모욕적이고, 패륜적 욕설일 뿐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1921060924440.htm

 

 



 

Posted by 겟업
2013. 1. 4. 11:25

최근 여러 기업에서 ‘플랫폼(platform)’ 전략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플랫폼은 ‘다양한 용도에 공통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유·무형의 구조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애플사의 콘텐츠 유통체계인 ‘아이튠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구조물은 개별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자신에게 참여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영향력과 수익을 올리고 있다. 즉, 플랫폼이란 모든 개별 상품과 서비스를 아우르고 판을 깔아주면서 그 뒷배경이 되는 ‘이면(裏面)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이러한 ‘관계의 플랫폼’이 존재한다. ‘영웅’과 ‘카리스마’가 중요했던 과거에는 한 개인의 능력에 의존했다. 하지만 한 개인이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집단지성이 중요해진 지금은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고 그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끔 하는 관계의 플랫폼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당신을 통해 많은 사람이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는 곧 당신의 능력과 영향력, 주도권 자체가 강해지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바로 당신이 ‘관계의 플랫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과 바다가 온갖 계곡 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건 잘 낮추기 때문이다. 백성 위에 서고 싶으면 반드시 자신을 낮추는 말을 써야 하고, 백성들 앞에 서고 싶으면 반드시 자신을 뒤에 세워야 한다. 성인은 위에 있어도 백성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백성이 거추장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온 천하가 즐겁게 밀어주고 싫증을 내지 않는다.”(도덕경 66장)


플랫폼 내부에 들어와 있는 개별 상품과 서비스는 자신끼리는 경쟁하지만 플랫폼 자체와 경쟁하지는 않는다. 플랫폼이 힘을 잃으면 결국 자신도 힘을 잃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관계의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고, 뒤에 서며, 밑으로 내려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진정 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모든 이의 지지를 즐겁게 얻어낼 수 있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http://news.donga.com/3/all/20121120/50965556/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24

기업을 다니다 비영리 조직으로 직장을 옮긴다고 했을 때 여러 번 들은 말이 있다. “착한 일 하겠다고, 봉사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무슨 계기가 있었어요?” “월급은 나오나요?”

많은 사람이 비영리단체에서 일한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떠올리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봉사가 아니고 하나의 일이다. 그 일에 대한 대가도 받고 있다.

비영리 기관이 운영되는 데는 수많은 자원봉사자, 혹은 자원활동가들의 지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 전체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기는 불가능하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직원을 뽑기 위한 첫째 가치는 책무(Accountability)다. 책무란 ‘우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측정 가능한 성과를 달성토록 하며, 후원자들과 협력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아동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노력한다는 뜻을 넘어선다. 우리 같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의 대부분 사업은 후원자의 기부와 지원으로 운영된다. 그러기에 더욱 엄격한 책무성이 요구된다.

내가 속한 부서는 캠페인과 모금, 그리고 후원자들과의 소통을 책무로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할 때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성과지표를 관리하는 직원과 더불어 캠페인을 짜고 실행하는 기획자도 필요하다. 비용 대비 디지털 매체의 효과와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변화도 읽어내야 한다. 리플릿이나 포스터를 만들어야 하고, 방송사와의 촬영도 진행해야 하며,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 마케팅을 실행하기도 한다. 회계담당 전문가나 정보기술(IT) 담당 인력도 절실하다.

IT담당 등 전문인력 뽑기 힘들어

이런 전문인력을 비영리 조직이 영입하기는 무척 어렵다. 한 기업의 사장님에게 ‘마케팅 기획력이 있고, 영어도 잘하고, 비영리 조직에서 세상을 바꿔볼 꿈도 있으며, 아동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경력 5, 6년차 직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분은 한동안 나를 쳐다보시더니,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자신에게 먼저 데려다 달라며 “예전에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분이면 착한 마음만 가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도 좋아야 하고 국제화 시대에도 맞아야 하고 태도도 겸손해야 한다고 하니, 기업보다 한술 더 뜨는 인재상을 요구하는군요”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른 마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줄 아는 인내심까지 갖춘 인재를 바란다니, 너무 이상적인 기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며칠 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NGO활동가들’이란 제목으로 후배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비영리단체가 특별한 사명감이나 너무 굳센 결심을 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는 재미있는 하나의 조직이란 점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 공부할 부분도 많고 배우는 점도 많고 전 세계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들과 만나면서 시야도 넓어질 수 있다는 국제 비영리기관의 장점도 내세워 보았다.

반짝거리는 눈빛은 많았는데, 모르겠다. 그 뒤 내게 지원 의사를 밝힌 사람은 아직 없었다. 강의 막바지에 한 학생이 던진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비영리 조직이나 비정부기구의 월급이 너무 적다던데 어떤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월급도 많이 받는 직업이 있으면 좋겠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월급만 많이 받는 것보단 훨씬 좋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얼마 전 송도에서 녹색기후기금이라는 세계적인 국제기구를 유치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또 세계적인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속속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 기관이 애써 키우고 있는 직원들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도 들고, 한편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비영리 비정부 분야의 인재난을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고민도 든다.

국가에 제안을 해 군복무를 비정부기관 근무로 대체하는 걸 제안해볼까 하다가 반발이 우려돼 접었다. 재능 기부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업들에 최소 1사(社) 1명의 전문인력을 1년간 프로젝트에 무료로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월급은 적지만 할수있는 일 많아

인재난을 덜어주는 협업 방식 중 하나는 프로보노(probono·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이나 재능, 기술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 활동이다. 주로 무료 인권변호사들에게 사용되는 말이지만 전문기업이나 인력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일로 기부할 때도 쓰인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도 이런 프로보노 활동으로 많은 프로젝트와 과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받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조직구조에서 중장기 전략까지를 함께 해주는 파트너이며, 삼일회계법인은 회계 프로젝트를 정리해주고 있다. 예술가와 사진가들도 적극적으로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하지만 최선은 인재를 발굴해 교육과 성장을 통해 내부적으로 튼튼한 조직을 갖추는 것이리라. 세상을 바꿀 꿈을 가지고 비영리 조직이나 비정부기구에서 3년만 일해 보면 어떨까? 성공은 아니더라도 분명 성장하는 인생이란 느낌은 확실히 들 텐데….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http://news.donga.com/3/all/20121120/50965568/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23

글로벌 트렌드 2025』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5년마다 발간하는 가장 실천적인 지구 미래 예측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세계화의 명암, 늙어가는 세계, 중심이 사라진 국제정치, 에너지와 식량자원의 위기, 꺼지지 않는 지역분쟁, 낡은 국제기구 시스템에 대한 경고를 전한다. 그리고 정치는 국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향후에는 글로벌 리더십이 더욱 핵심이라고 결론짓는다.

12월 19일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고 갈 제18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의 정책공약에는 글로벌 질서에 대한 미래비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경제민주화·복지·교육혁신·검찰개혁·수사권조정 같은 국내 가치에 대해서만 말한다. 야당은 여당이 북한인권법 제정 회피나 북한에 대한 단호한 자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면 선거를 앞둔 북풍 공작이라고 역공한다.

오늘날 주권국가들이 국익을 내세우며 벌이는 무한경쟁은 전 지구적 영역에서 끊임없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우주·남북극·북극항로·세계경제질서·국제기구나 초국가적 안보위협 세력에 대한 정책공약은 거의 없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같은 국내 가치는 국가안보가 확립될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세계 경기의 장기 불황과 함께 각국의 국익우선주의로 인해 앞으로 5년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매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분명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은 임기 중에 글로벌 경제위기·테러·마약·환경파괴 같은 초국가적 안보 위협과 세습 권력을 다지려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정권과의 군사위기와 북한의 붕괴라는 역사적인 숙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동안 북한 노동당 정권 하나에 대해서만도 대한민국 정보공동체는 적지 않은 정보 실패 경험이 있다. 따라서 국가정보 체계를 시대에 맞게 혁신하는 것은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국정운영 방책이다. 국가정보 체계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망망대해에서 국가안보 수호를 위한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주권국가의 촉수로서 국가의 존립 자체와 지속적인 발전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체계는 단순한 국내 치안유지 기구인 경찰·검찰과는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가정보체계의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밟아야 할 첫 단추는 무엇일까? 요체는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의 분리다. 오늘날 대부분의 정보선진국들은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를 분리한다. 해외 정보의 중앙정보국(CIA), 국내 정보의 연방수사국(FBI)으로 분리해 경합과 협력 속에서 최고의 국가 정보를 창출하는 미국이 정답을 준다. 영국·프랑스·독일·이스라엘·러시아·인도도 해외와 국내 정보를 분리한다. 국내와 해외 정보는 정보 속성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 정보는 전 세계를 무대로 모든 저력을 발휘하며 첩보를 획득해 지속적인 전략정보를 창출하는 국책연구소, 그리고 비밀공작을 수행할 수 있는 기동타격대가 돼야 한다. 반면에 국내 정보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을 향한 방첩정보가 핵심이다. 이에 국내 정보는 최고의 수사력과 결합해 전통적인 간첩은 물론이고 공동체 음해나 테러 세력, 마약·대량살상무기 밀거래 조직, 산업스파이 등 국가안보 저해 세력과 전쟁을 수행하는 정보수사 사령탑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정보와 분리된 국내 정보를 경찰·검찰의 대공 수사력과 아울러 수사체계의 재편을 이뤄야 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 등은 기존 치안력의 재편이라는 근시안적인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 정보에서 분리된 국내 정보로 최고의 방첩정보수사기구를 창설하는 것이 공산세력과 공동체 음해 세력, 테러집단 같은 초국가적 안보위협 세력으로부터 국가안보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이루기 위한 해답이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법과대학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932685&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 4. 11:22

여남은 해 전 미국 MIT에서 유명한 언어학자 촘스키 교수를 찾아뵈었다. 조선일보와 대우재단이 주최하는 한국학술협의회 석학연속강좌에 모시려고 찾아뵌 것이었다. 촘스키 교수는 우리 학계의 거듭된 초청에 늘 인권후진국에는 가지 않겠다며 거절해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쌓여 있는 책들 사이에서 점심이 늦었다며 샌드위치를 드시는 선생님께 조심스레 초청 의사를 밝혔는데 뜻밖에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 "그래 자네는 어떤 연구를 하는가"라고 묻는 말에 "까치의 언어를 연구합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애써 쌓은 공든 탑이 그만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 동물이라는 대가의 사뭇 완강한 주장과 심지어는 꿀벌도 언어를 사용한다고 부득부득 우겨대는 소장 학자의 눈치 없는 도전이 반 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언어를 만일 '시공간을 초월한 정보를 상징적인 부호를 사용하여 전달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꿀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꿀벌의 춤은 언어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몇 시간 전,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수집한 정보를 춤이라는 상징 매체를 통해 남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고양이가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감아돌며 야옹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소통행위이다.

꿀벌의 아침은 스무 마리 남짓의 정찰벌들이 새로운 꿀을 찾아 나서는 일로 시작한다. 제가끔 좋은 꿀의 출처를 알아낸 정찰벌들은 벌통으로 돌아와 이른바 꼬리춤(waggle dance)이란 걸 춘다. 꼬리춤의 방향과 중력의 방향 간의 각도는 태양과 꿀이 있는 곳 사이의 각도를 의미하고 꼬리춤의 속도는 꿀에 이르는 거리를 표현한다. 이 정보는 얼마나 객관적인지 우리 인간도 조금만 숙련하면 꼬리춤만 보고도 정확하게 꿀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오늘은 꿀벌의 춤언어를 해독하여 197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1886~1982)가 태어난 날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폰 프리슈보다 더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수천 마리의 벌들이 잉잉거리는 벌통을 들여다보며 그들 중 누군가가 춤을 추며 동료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찾아냈으니 말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9/2012111902370.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21

적의 기세에 눌려 지레 겁부터 먹는다면 협상이 될 수 없다. 993년 거란의 소손녕이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자, 고려 조정은 무조건 항복하기로 작정하였다. 어느 대신은, ‘서경(평양) 이북의 땅을 넘겨주자’고 말할 정도였다. 자포자기에 빠진 성종은 서경의 곳간을 열어 곡식을 백성들에게 조금씩 나눠준 다음, 나머지는 강물에 내버리라고 명령하였다.

 

그때 협상의 대가 서희가 역사의 무대 위로 떠올랐다. “먹을 것이 넉넉하면 성도 지킬 수 있고 싸움도 이길 수 있습니다. 전쟁에 이기고 지는 것은 군사의 강약에 달린 것이 아니라, 틈을 보아 잘 운용하는 데 있습니다. 어찌하여 쌀을 버리게 하십니까?” 서희는 성종의 마음을 움직였다. 협상을 하려면 우선 이편의 대오부터 정리해야 한다.

 

다음은 적의 의도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거란이 고려의 영토를 탐내어 침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한 서희는 이쪽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그가 내린 결론은 거란군이 비록 강병이라 할지라도 그에 맞서 한두 번은 제대로 이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종 역시 서희의 전략을 옳게 여겼다. 그리하여 발해 유민인 명장 대도수를 안융진(안주)에 보내 거란의 허를 찔렀다. 예봉이 꺾인 소손녕은 더 이상 남하하지 못하고 말로만 위협했다. 상대방이 주춤거리는 것을 확인한 고려 조정은 서희를 소손녕에게 보냈다. 거란의 진중에 도착한 서희는 또 상견례를 구실로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그의 엄숙하고 조리 있는 태도와 주장에 기가 질린 소손녕은 군대를 철수하면서 고려에 강동 6주를 넘겨주었다.

 

실학자 안정복의 평이 온당하다. “싸워 보고 화친을 요구해야 화친이 성사된다. 적을 두려워하여 화친만을 주장한다면 적의 농락과 능멸은 끝이 없는 법이다. 그때 대도수의 승첩과 서희의 불요불굴이 아니었더라면 화친이 성사되기는커녕 적의 야욕에 시달리기만 하였으리라.” 귀 있는 사람은 들으라.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1319.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21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죽은 북한의 김정일만큼 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인물도 흔치 않다.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김정일에 비견됨 직한 정치인이 탄생한 것 같다.

“제가 영국에 있을 때 김정일이 원하는 게 뭔지만 알면 세계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가 다 풀린다고 했다.”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민주통합당 전순옥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중단 선언 뒤에 한 말이다. 안철수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김정일과) 똑같다”고도 했다.


親盧민주당 뒤흔든 ‘벼랑 끝 정치’

권력이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 권력을 얻고 유지하고 행사하는 언행이 정치라면, 지금 안철수의 정치력을 능가하는 사람은 없다. 어제 민주당은 안철수 측이 암시적으로 요구한 ‘충치’를 뽑아내는 것을 넘어서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다. 안철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12명의 예비후보 중 직업을 ‘정치인’으로 적은 유일한 사람답게 자신이 원하던 대로 민주당을 쇄신시킨 셈이다.

꼭 두 달 전 그는 출마선언에서 “이번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남은 생을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비(非)정치인으로 살았고, 대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터다. 하지만 안철수는 정계에만 안 들어갔을 뿐, 2009년 ‘무릎팍도사’ 출연이나 ‘청춘콘서트’ 진행 전부터 이미 뼛속까지 정치인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권력은 불가피하고, 권력을 잘 다룰수록 더 나은 친구나 연인, 심지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권력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은 강조했다. 이 법칙이 맞는다면 권력에 무관심한 척하면서 자신의 도덕성과 경건한 언동, 정의감을 과시하는 사람이야말로 권력게임의 고수다. 특히 권력게임에 능숙해지기 위해선 인간 심리를 꿰뚫어봐야 한다는 대목에선 아무리 도리질을 쳐도 안·철·수 세 글자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소설을 읽어도 줄거리가 아닌 주인공들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관심을 쏟는 사람이다. ‘금삼의 피’를 읽으면서도 왕인데 왜 불행할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 왜 화를 내지?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애쓰다보니 “어떤 사람이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권력 획득의 가장 핵심적 열쇠가 사람들의 감춰진 동기를 파악하는 건데 안철수는 여기에 능했던 거다.

그린은 권력의 법칙을 48가지나 나열했지만 안철수에게는 압축성장의 나라, 21세기 융합스타일답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자신을 재창조해 지지를 얻어라.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권력과 연극의 관계를 처음 간파한 정치인이라면, 안철수는 권력과 예능프로의 관계를 처음 간파한 정치인이다. ‘말없이 입대’해 가족보다 일을 더 중시했고 ‘무상 주식배분’으로 나눔을 실천했으며 ‘1천만 달러 매각제의 거절’로 나라와 민족을 구했다는 내용은 팩트(fact·사실)와 상관없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아름다운 단일화’ 약발 있나

둘째, 메시아 전략. 16∼17세기 유럽의 만병통치약 장사치들은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속이기도 쉽다는 걸 알았다. 뭔가 위대하고 변혁적인 개념과 모호한 약속을 섞어 자극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는 열광했다. “현재의 복합적 문제를 푸는 데는 융합적인 사고와 수평적 리더십과 디지털 마인드가 필요하다. 내가 해온 일이 그런 일이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안철수의 말은 “내가 만병통치약을 들고 온 메시아다” 같은 환청으로 들린다.

셋째는 내가 돌린 카드로 게임하게 만드는 선택권 통제법칙이다. 민주당에서 후보단일화 없이는 정권 탈환도 없다고 믿는 한, 안철수가 어떤 패를 돌리든 민주당은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너무 잘 아는 안철수는 불리하다 싶을 때마다 전격적 제안을 하고 ‘내가 하면 상식, 남이 하면 비상식’이라고 주장하며 국민 아닌 희망이 궁한 ‘궁민(窮民)’을 주문처럼 외쳤다.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 당초 약속했던 단일후보 확정이 일주일 앞이 된 지금 안철수는 원하던 것을 모두 가진 모습이다.

다만 마지막 권력의 법칙으로 ‘승리의 저주’라는 게 있다는 점은 기록해놔야 할 것 같다. 성공을 가져다준 그 법칙으로 계속 달려가면 벼랑 끝에서 고꾸라질 수 있다는 법칙 말이다.

한때 신선하게 다가왔던 안철수 현상도 그의 오만과 겹치면서 정치 피로증을 일으키는 분위기다. 안철수가 말한 새 정치, 말끝마다 되뇌던 ‘궁민이 이기는 단일화’가 결국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대통령병이었던가.

그가 비난했던 ‘수십 년 동안 정치 경제 시스템을 장악하고 소수 기득권의 편만 들던 낡은 체제’에서 안철수와 민주당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도 의문이다. 그들이 어떤 단일화를 해도 이젠 아름답게 보기 힘들다는 ‘궁민’의 심리까지 안철수가 그 노련한 정치기교로 달래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21119/50940118/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20

권력 교체의 무대에 막이 내렸다. 막후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또다시 화합과 발전을 얘기한다. 지난 15일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 일정은 그렇게 끝났고,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출범했다. 당대회를 재정리하던 중 생소한 이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오른 류젠(劉劍)이 주인공이다.

중앙위원회는 당 권력의 핵심이다. 20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171명의 후보위원을 둔다. 류젠은 후보위원 명단 끝자락에 있었다. 신장(新疆)성 아러타이(阿勒泰)시의 당서기인 그는 올해 나이 42세(1970년생)다. ‘70후(後)’ 세대로는 처음으로 중앙권력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누구지?’, 당연한 궁금증이다.

류젠은 MBA학력을 갖고 있다. 상하이의 유명 MBA스쿨인 중·유럽국제공상학원(CEIBS)에서 공부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하버드대 유학 경험도 있다. 대학(런민대) 졸업 후 푸젠(福建)·선전(深?)·베이징 등을 돌며 일했다. 2008년 올림픽 때는 자원봉사자들을 이끌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6월 발령을 받아 부임한 신장성 아러타이는 성도(省都) 우루무치에서 자동차로 꼬박 하루 정도를 달려야 도착하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다. 그러나 전략적으로는 중요한 곳이다. 오른쪽으로는 몽골, 위로는 러시아, 왼쪽으로는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위구르족·카자흐족·몽골족 등 소수민족이 많아 잠재적 ‘불안’ 지역이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일하던 그가 자원해서 그곳으로 갔을까. 아니다. 중국의 현실을 알고 두루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당의 뜻에 따라 ‘배치’된 것이다. 그게 중국 공산당이 사람을 키우는 방식이다. 예정대로라면 중국은 2032년 제7세대 지도부를 출범시키게 된다. 그때 류젠의 나이 62세,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딱 알맞은 시기다. 물론 변수는 많다. 그가 큰 과오 없이 성장할지 미지수이고 지방에서 정치적 꿈을 키워가고 있는 다른 경쟁자는 넘쳐난다. 그럼에도 류젠을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 정치의 예측 가능성 때문이다. 2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그랬다. 그가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것은 40세 때였다. 그 후 간쑤(甘肅)·구이저우(貴州)·티베트 등을 돌며 지방을 경험했다. 시진핑도 44세에 후보위원이 됐고 푸젠·저장(浙江)·상하이 등을 돌았다. 쑨정차이 지린(吉林)성 서기, 후춘화 네이멍구 서기 등은 지금 지방을 돌며 차세대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중국 정치는 공산당 권위주의 체제다. 그 체제를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 현실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 30일을 남겨둔 지금 누가 최종 후보로 나올지조차 모른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검증할 시간도 없다. 그래서 자꾸 중국 정치에 곁눈질이 간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921547&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 4. 11:18

2008년 리먼 쇼크로 빚 무서움 알면서 국가 빚 돌려막기 눈감고 오히려 권장…
빚더미 미국에 전 세계가 기대… 부채 돌려막기 언제까지 먹힐까

 

 

인간은 과연 생각하는 동물일까? 통념과 달리 많은 증거에 따르면 인간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검은 백조(白鳥)' 사태를 겪고도 거기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흰 백조의 세계로 돌아갔다. 그리고 검은 백조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2008년에 겪었던 리먼 쇼크라는 검은 백조는 빚의 무서움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빚을 더 늘리라고 재촉한다. 개인의 카드 돌려막기는 죄악시하면서도 국가의 빚 돌려막기에는 눈을 감고 오히려 미덕으로 권장한다.

미국의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야말로 코미디의 극치다.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정절벽 문제의 해결이란 미국 정부가 돌려막기를 하라는 말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각종 세금 감면 조치를 더 연장하는 것이 '해결'이다. 또 지난해 미 여야가 정부 부채가 더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하면서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지출 삭감에 돌입한다고 약속했는데, 이것을 번복하는 것도 '해결'이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빚은 더 늘어나고 진정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주가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는 한 증권사 리포트엔 이렇게 쓰여 있다. '글로벌 정책 당국은 부채를 줄이자는 디레버리지보다 자산을 증가시키자는 리플레이션의 입장에 서 있다. 결국 버블로 터진 상처를 새 버블을 잉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정책 스탠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낙관론의 근거라는 게 고작 돌려막기인 것이다.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2.2%의 성장을 위해 8.7%(GDP 대비)의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국의 무한 부채는 신종 마약과 같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미국의 부채에 기대고 있다. 빚더미 미국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데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줄을 선다. 중국이 세계의 유일한 성장 엔진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부채 증가 없이 중국의 고성장이 유지될 수 있을까. 게다가 유럽 재정 위기는 급한 불만 끈 상태이며, 독일과 프랑스로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한국도 부채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국가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하다지만 1000조원 가계 부채, 500조원 공기업 부채와 맞바꾼 불안한 균형이다.

범세계적인 부채 돌려막기가 과연 언제까지 먹힐까. '채권왕'이라는 빌 그로스는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악성 채무 위기는 두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첫째, 부도를 내는 것이다. 둘째, 돈을 더 찍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함으로써 빚의 실질 가치를 줄이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어느 나라의 정책 당국도 취하기 힘든 극단적인 정책이지만 그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검은 백조를 놓치는 이유는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주제에만 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경기 침체가 1~2년 내에 바로 회복되곤 했던 경험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번 침체가 그와 비슷한 것이라고 넘겨짚는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검은 백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부채 위기는 20년 이상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엔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위기 이전으로 회복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

우리는 내일 당장 또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나타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거짓 번영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지훈 경제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8/2012111801214.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18

대선 직전 미국 강타한 태풍 샌디, 기후변화 무시한 공화당에 악재
미 국민, 정부 개입 쪽 손들어줘… 탄소 규제, 미국 주도로 재편되고
미·중 탄소협력 강화될 가능성… 우리 다음 정부도 적극 대처해야

미국 대선 직전 뉴욕과 뉴저지 주를 강타한 태풍 샌디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공화당에 악재로 부각되며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샌디의 피해지역 정치인 중에서 정치적 중립파인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물론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마저 기후변화 대응을 주장하는 오바마를 전격적으로 지지하며 살얼음판 경합을 벌이던 롬니 후보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9월 예일대는 지구온난화를 확신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2년 전에 비해 13%나 증가한 7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롬니는 이를 무시하였다. 샌디는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미국인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미국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롬니의 시장경제 체제가 아닌 오바마의 정부 개입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집권 1기 때부터 '탄소 카드'를 끌고 가려던 오바마는 자신에 대한 지지가 감소하고 탄소정책이 친(親)사회주의 정책으로 몰리자 이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자서전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기후변화 정책 차이가 자신을 민주당으로 가게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지구온난화에 관심과 의무감을 갖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린 오바마 2기에는 공화당 내에도 기후변화 지지자가 많은 데다 미국인들의 기후변화 인식 제고로 한층 강력한 정책을 밀어붙일 걸로 보인다. 지난 7일 선거 승리 연설에서 오바마가 "우리의 자녀들이 국가 재정부채, 사회적 불균형,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로부터 부담을 지거나 위협받지 않는 미국으로 재건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그 징후이다.

미국은 교토체제의 골격인 유엔 규제와 감독을 피해 국가 단위의 탄소감축 제도를 제안했고, 지역탄소협정으로 알려진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탄소거래제도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제 탄소 규제도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지역화될 확률이 높아졌다.

오바마의 또 다른 카드는 미·중 탄소협력 체제 강화이다. 세계 탄소배출 1·2위인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탄소의 50% 이상을 방출하면서도 유엔 쿄토체제하에서 탄소감축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지난 15년간 두 나라는 서로를 핑계 대며 탄소감축을 거부해 왔다. 탄소규제의 심각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충분한 준비 후에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해온 것이다. 지금의 중국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탄소감축 요구를 들어주면 경제발전에 심각한 지장이 오고 이를 무시하면 관세 보복을 당하는 진퇴양난이다. 눈치 빠른 중국은 경제 전반적인 탄소 협정이 아닌 일부 산업별 쌍무협정을 미국과 맺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이 철강 등 경쟁력 있는 몇 개 부문에서만 탄소감축에 합의하면 중국 핑계를 대며 미국의 탄소감축에 반대하는 공화당은 물론 러시아·인도 등 탄소감축 의무를 피하려는 국가들도 명분을 잃어버린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2008년 150조원 규모에서 2020년 3600조원으로 늘어나 어떤 자원보다도 큰 시장 규모로 성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중국·유럽연합이 주도하게 될 탄소관세 등으로 세계경제는 재편성될 것이고 탄소정책이 각국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녹색성장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국제기구화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유치에 성공한 MB 정권이 다가올 탄소전쟁의 준비를 위한 초석을 깔아놓았다면 다음 정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데도 유력 대선 후보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 정책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8/2012111801212.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16

2004년  프랑스에서 딱딱한 사회과학 책 '추락하는 프랑스'가 30만부 넘게 팔렸다. 우파 논객 니콜라 바브레가 '프랑스 추락론'을 들고 나온 이 책을 놓고 프랑스 사회에 논쟁이 벌어졌다. 바브레는 프랑스 경제가 1970년대까지 평균 3%씩 성장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1.6%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사회당 정권이 영국과 독일 좌파 정권과는 달리 공무원 조직과 복지 제도를 개혁하지 않아 '프랑스 병'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긴 사르코지는 사회당 정권이 만든 '일주일 35시간 노동제'를 없애고 공무원 숫자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과 노조의 저항에 밀려 손도 못 대고 말았다. 올해 대선에선 사회당 후보 올랑드가 부자 증세를 비롯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52% 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한 해 100만유로 넘게 버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75%까지 물리겠다고 했다.

▶올랑드는 대표적 기업인들이 세금을 피해 이웃 나라로 떠나는데도 부자 증세를 밀어붙였다. 예술 작품에도 부유세를 물리려 했지만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다. 그가 기업 매각 차익에 매기려 한 세금에는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비둘기를 뜻하는 '르 피종'은 속어로 '멍청이'다. 벤처기업인들은 '르 피종'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우리가 봉이냐'며 정부를 공격했다.

▶올랑드는 법인세 인하를 반대했던 대선 때 입장을 바꿔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기업이 법인세를 덜 내면 5년간 일자리 30만개를 만든다고 했다. 그래도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쳤고 실업률은 10.8%나 된다. 올랑드 지지도는 집권 6개월 만에 36%로 떨어졌다.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 호는 프랑스 경제를 가리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했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동안 성장률이 0%대 수준에 머물 거라고 했다.

▶IMF도 프랑스가 이대로 가다간 스페인처럼 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추락론'이 자꾸 나오는 가운데 올랑드 정권은 좌파 공약에서 벗어나 일부 우파 정책으로 갈아타고 있다. 장미를 상징으로 삼는 프랑스 사회당이 장밋빛 공약으로 집권했지만 그 장미 가시에 찔렸다간 나라가 몰락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우리 대선 후보들도 실현 여부를 따지지 않은 채 달콤한 공약을 무더기로 내놓고 있다. 누가 되든 집권하고 나면 헛된 약속들을 거둬들이느라 허겁지겁 바쁠 것 같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8/2012111801188.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15

요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 성별(性別)로 의사와 간호사를 구분하면 안 된다. 응급환자를 진찰하고 처치하는 의사는 여자, 혈압을 재고 약물을 투여하는 간호사는 남자인 경우가 많다. '의사=남자, 간호사=여자' 공식은 깨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의과대학생 절반 정도가 여학생이고, 서울 소재 간호대학 입학생의 20% 남짓은 남학생이다.

의대 강의실에는 수업에 성실한 여학생들이 앞쪽 자리를 메우고 있다. 강의실 분위기만 보면 여대 같다. 한편 간호대학들은 남자 화장실 늘리기에 한창이다. 병원 수술실의 간호사 공간에도 남성 탈의실을 새로 짓고 있다. 여의사가 늘면서 의사 공간에 여자 화장실과 당직실을 늘렸던 현상이 성별이 바뀌어 간호사 공간으로 옮겨온 것이다. 격한 진료현장인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는 남자 간호사를 구하려고 난리다. 이들은 병원을 골라서 취업할 정도로 인기다.

남자 간호사는 지금까지 5100여명이 배출됐다. 전체 간호사 면허 29만여명에 비하면 아직 소수지만 최근 5~6년 동안 남자 간호사가 급격히 늘었다. 올해는 1000명의 남자 간호사가 배출됐고, 간호대 남자 입학생은 3700명이다. 이제 '백의(白衣)의 천사' '나이팅게일'이라고 해서 여자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얼마 전에 남자간호사회 발기인 대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50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남자 간호사가 됐던 조상문(78)씨가 축사를 했다. 그는 "간호사를 천직(天職)으로 삼으면 결코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간호협회에서 남자 회장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질병 구조가 변하면 의료 서비스의 비중도 바뀐다. 과거에는 급성질환이 많았다. 맹장염(충수염)이나 구멍 난 위궤양 등 수술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 잦았다. 따라서 질병 관리 대부분을 의사의 전문성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령시대를 맞아 만성질환이 다수다. 꾸준히 관리받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치료보다 치유가 대세다. 이 때문에 미래 의료는 간호사 시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간호사에 대한 활용은 시대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현재 2년 석사과정을 거쳐 가정 방문 간호, 응급 분야, 감염 관리, 마취, 중환자, 종양 전문 등 13개 분야를 별도로 더 공부한 전문 간호사가 대거 양성되고 있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과·흉부외과 수술에 보조의(補助醫)로 참여하는 간호사도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건강보험 의료수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니 병원이 전문간호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려 하지 않는다. 의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전문성을 띤 간호사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함에도 말이다. 직장 생활과 보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의료 현장을 떠난 간호사도 9만명에 이른다.

고령 장수 사회로 갈수록 간호사의 역할은 커진다. 병원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환자를 돌보고 건강관리가 이뤄지는 의료 서비스가 중요해졌다. 간호사 인력 구성과 수요는 빠르게 바뀌어가는데 의료 환경과 제도는 한참 뒤처져 있어 안타깝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8/2012111801180.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14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 관광객이 곧 1000만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지난 2002년 500만명대의 관광객이 10년 만에 갑절로 늘어난 것이다.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세이고 한국이 국제적인 관광 목적지 대열에 합류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과 이를 위한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10월말 현재 950만명으로 월평균 100만명에 이른다. 연말까지 1150만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는 세계 17위권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 증가율이 싱가포르를 제치고 수위를 차지하게끔 만든 일등공신은 케이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라고 한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수출대국인데다가 정부와 민간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하게 노력한 점도 한몫했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관광객이 급증했으며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222만명으로 연평균 20% 이상 늘었다. 올해는 특히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으로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경기 침체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애를 쓰는 일본이 연간 800만명선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하면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관광객 1000만명 유입으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22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3박 이하 단기 체류 관광객이 많고, 쇼핑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라고 하지만 쇼핑과 서울 쏠림 현상이 심한 점은 체질적으로 허약한 구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6.6%에서 지난해 5.2%로, 일자리 비중도 6.7%에서 5.6%로 되레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프랑스가 국내총생산의 9.3%, 고용의 10.4%를 차지하고, 관광객 수가 우리보다 적은 일본도 국내총생산의 6.7%, 고용의 7.0%를 관광산업에서 창출하는 것과 비교된다.

 

중국 관광객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지만 기반시설과 서비스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여행자 수는 전해보다 22% 늘어난 7025만명에 이르러 관광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저가의 덤핑관광과 부족한 숙박시설, 쇼핑을 강요하는 바가지 상혼 등의 문제가 계속되면 한때의 반짝 특수로 끝날 수 있다.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광객이 다시 찾도록 질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서비스와 기반시설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경쟁력은 차별화이므로 한국적인 것이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61121.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14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종종 민주주의의 척도로 사용된다. 여성의 사회 및 정계 진출에 제약이 있는 나라일수록 민주주의의 질이 낮다. 여성이 사회 및 정계에 진출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정치 수준은 높아지고 부패율은 가파르게 낮아진다. 여성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이 남성에 비해 더 높고, 여성 의원 비율, 여성 장관 비율 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웨덴은 <이코노미스트>에서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서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011년 발표한 부패지수의 경우에 덴마크와 핀란드는 공동 2위, 스웨덴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에게 실질적인 정치권력이 주어질 때 민주주의의 질이 높아지고, 정치적 부패가 낮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여성의 비권력적 행태와 가치지향성에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덜 폭력적이다. 폭력을 사용하기 전에 우선 대화와 타협을 시도한다. 어차피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는 정치판에서 여성이 폭력을 휘두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둘째로,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덜 권력지향적이다. 남성 의원들에게 인기있는 국방, 외교, 재정, 과학기술에 비해 여성 의원들은 주로 교육, 환경, 복지 등의 재생산적인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 그만큼 여성이 많이 참여하는 정치는 훨씬 더 생활정치를 지향한다. 무엇보다 가정과 자녀가 있는 여성 정치인일수록 낮에 업무 일정을 끝내길 원하기 때문에 부패할 확률이 낮다. 늦은 음주 문화가 폭력과 정치부패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정치인의 비율이 높을수록 정치가 깨끗해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이 사회의 주류에 편입되는 양성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정당공천과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정당공천에서 일정 비율, 즉 30%에서 50%까지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비례대표의 경우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순위에, 예를 들어 여성 비율 40%를 실천하도록 선거법을 바꾸면 된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로 바꾸면서 균형적 여성공천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또 하나는 양성평등사회를 근본적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가정교육, 탁아소, 학교교육 등을 통해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한 양성평등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양성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사범대 개혁, 교육대 개혁을 통해 예비 선생님들에게 양성평등적 교과목과 교수법을 배우게 해 학교에 투입한 결과 지금은 학생 양성평등 인식도 및 국가 전체 양성평등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대통령 후보들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심각한 고민을 한 흔적이 어느 후보에게도 보이질 않는다. 선거 후 바로 시작될 정부조직에 대한 구상에서도 여성가족부 존치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 전 부처에 걸쳐 양성평등 정책이 사회의 주류화 목표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조치, 그리고 관리를 위해서는 강력한 여성부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부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북유럽은 1980년대부터 여성정책 업무를 부총리 혹은 총리실 소속 특별위원장에게 맡겨 이들이 실질적으로 양성정책을 총괄지휘하도록 해왔다. 이런 결과 3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양성평등국가를 이루었다.

 

현대 국가의 국력은 국민의 반인 여성에게서 나온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 산업생산력이 올라가면 국력도 함께 커진다. 국력은 민주주의의 질, 그리고 부패수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이 정치로 더 많이 뛰어들어야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수준이 올라가고 부패 수준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1124.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04

“커플이 하는 게 뭐 있니? 딱 세 가지지.” 최근 연애를 시작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데이트를 하면 주로 뭘 하고 노느냐고 묻자 친구가 반색을 하며 물어왔다. 밥, 영화, 차? 산책이나 술? 미술관과 서점…. ‘갈 데 없다’는 말을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데이트 코스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밥, 술, 섹스.” 지하철에서 친구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빠르게 세 단어를 내뱉는다. 그 커플은 잦은 야근을 하는 사회 초년병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였다. 평일에는 부담이 가기 때문에 주로 주말에 잠시 짬을 내 만난다고 했다. 수험생활 때문에 데이트 장소도 고시촌을 잘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친구는 지금 만나는 사람의 생활패턴이 생각보다 자신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수험생과 야근족이라니, 슬프면서도 잘 맞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세대론의 교과서가 되어버린 어느 책에서는 ‘왜 한국의 10대는 독립할 수 없는가’라는 도입부에서 살 곳이 없고, 일할 곳이 없기 때문에 10대의 첫 섹스는 언제나 슬프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들의 섹스도 슬프겠지만, 정말 슬픈 건 사실 20대의 섹스다. 가장 왕성한 시기에 그야말로 모든 상황이 빠듯하다. 일단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나마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게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특히 학생 커플이거나 한쪽이 아직 돈을 벌지 못할 경우 이 계산은 더 빡빡해진다. 섹스를 위해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을 포기한다. 저축, 책과 영화 등에 쓸 문화생활비, 취미생활, 여행 경비 등 말이다. 예전에는 이 시기를 ‘시간은 있으나 돈이 없는 때’라고 했다는데 요즘은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시기가 되었다. 당연히 문화생활 전반도 위축되고 젊은층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린다. 사실 우린 오픈마켓을 뒤져 하나라도 조금이라도 싼 옷을 사입고, 포털사이트의 웹툰으로 문화생활을 대체할 뿐이다.

 

어느 순간 섹스는 비교적 가장 저렴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여가생활이 된 것만 같다. 그 이상 무엇을 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 일전에 희망청(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에서는 일반적인 20대가 데이트 생활을 즐기기 위해 (매주 데이트를 한다는 가정하에) 얼마큼의 돈이 필요한지 계산을 해본 적이 있다. 주말에 만나 쓰는 밥값, 커피값, 영화관람료, 모텔비를 합치면 최소 8만원 정도의 돈이 든다. 월 30만원이 넘는 돈을 감당하려면 아르바이트 생활을 해서는 불가능하다. 데이트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다보면 오락거리가 있는 모텔을 찾거나 모텔에서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방에서 한다’.

 

주말의 ‘방’과 평일의 ‘사무실’을 오가는 상황을 탈출할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모텔비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벌 수 있는 직장을 다니거나,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다. 내 주변 많은 또래들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즐겁게 연애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잘 꾸려가는 선배들도, 스스로를 도시빈민이라고 말하는 선배들도 역시 미혼이었다. 수도권의 전셋값은 부모님의 대출마저 탈탈 털어야 얻을 수 있고, 설령 아이를 낳아도 부모님이 아니고서는 맡길 곳이 없어 고생하는 선배들을 보면 차라리 섹스만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래저래 20대의 섹스는 슬프다. 2013년도에 적용될 최저시급은 4860원이다. 지금을 보나 미래를 보나 답이 없다. 섹스마저 말이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1126.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