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프랑스에서 딱딱한 사회과학 책 '추락하는 프랑스'가 30만부 넘게 팔렸다. 우파 논객 니콜라 바브레가 '프랑스 추락론'을 들고 나온 이 책을 놓고 프랑스 사회에 논쟁이 벌어졌다. 바브레는 프랑스 경제가 1970년대까지 평균 3%씩 성장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1.6%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사회당 정권이 영국과 독일 좌파 정권과는 달리 공무원 조직과 복지 제도를 개혁하지 않아 '프랑스 병'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긴 사르코지는 사회당 정권이 만든 '일주일 35시간 노동제'를 없애고 공무원 숫자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과 노조의 저항에 밀려 손도 못 대고 말았다. 올해 대선에선 사회당 후보 올랑드가 부자 증세를 비롯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52% 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한 해 100만유로 넘게 버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75%까지 물리겠다고 했다.
▶올랑드는 대표적 기업인들이 세금을 피해 이웃 나라로 떠나는데도 부자 증세를 밀어붙였다. 예술 작품에도 부유세를 물리려 했지만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다. 그가 기업 매각 차익에 매기려 한 세금에는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비둘기를 뜻하는 '르 피종'은 속어로 '멍청이'다. 벤처기업인들은 '르 피종'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우리가 봉이냐'며 정부를 공격했다.
▶IMF도 프랑스가 이대로 가다간 스페인처럼 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추락론'이 자꾸 나오는 가운데 올랑드 정권은 좌파 공약에서 벗어나 일부 우파 정책으로 갈아타고 있다. 장미를 상징으로 삼는 프랑스 사회당이 장밋빛 공약으로 집권했지만 그 장미 가시에 찔렸다간 나라가 몰락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우리 대선 후보들도 실현 여부를 따지지 않은 채 달콤한 공약을 무더기로 내놓고 있다. 누가 되든 집권하고 나면 헛된 약속들을 거둬들이느라 허겁지겁 바쁠 것 같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8/20121118011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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