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도구를 만들지만 결국은 그 도구가 사람을 규정짓는다”는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언의 말은 앞으로 어떤 형태의 새로운 미디어가 생성되더라도 ‘참’으로 증명될 명제다. 새 미디어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바꿔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시대든 미디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미디어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 시대엔 더더욱 그에 대한 심층적 이해는 ‘필수불가결’이라고 하겠다.
근래에 발생한 놀라운 현상 두 가지가 이를 잘 입증해준다. 하나는 유튜브 7억 뷰를 돌파한 K팝 ‘강남스타일’의 전 지구적 유행이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에서 ‘혼자서 24인용 텐트를 칠 수 있다? 없다?’의 내기가 확산돼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텐트를 쳐보는 이벤트가 펼쳐진 T24 소셜 페스티벌이다. 둘의 공통점은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발적 확산이 이뤄지면서 성공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공유’와 ‘확산’으로 대변되는 소셜 미디어의 생태계에선 흥미 있고 가치 있는 콘텐트를 제공해 많은 사람의 자발적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람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 같은 패러다임에선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TV 같은 전통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미디어를 창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앰비언트(ambient)’ 미디어, 즉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새로움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를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라 부른다.
올 한 해 이러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를 구현한 눈에 띄는 성과가 많았다.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낮 12시와 오후 1시 사이에만 작동되는 그림자 QR코드를 스캔했을 경우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한 이마트의 ‘서니 세일(Sunny Sale)’ 캠페인, 버스 안 라디오 광고 소리를 인식해 광고가 나올 때 커피향을 뿌려 주는 던킨도너츠의 ‘향기 나는 라디오 ’ 캠페인, 화살표 모양의 풍선을 활용해 주차장의 빈 곳을 알려줘 주차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고 시간과 기름도 절약해 주는 에스오일 ‘히어 벌룬 ’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또한 자살다리로 알려진 마포대교의 난간에 사람의 동선을 감지해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를 만들어 자살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돌리게 하려는 삼성생명·서울시의 ‘생명의 다리’ 캠페인도 순항 중이다. 바야흐로 그림자·향기·주차장·다리 등 모든 것이 미디어인 시대다.
이 모든 캠페인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이용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제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참여한 사람들이 경험한 새로운 가치를 자발적으로 퍼트리게 하는 순기능을 생성해 냈다. 소비자가 참여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있다. 당연히 광고의 화법도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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