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4. 12:06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심하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얘기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집권여당 후보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청와대에 들어갔던’ 사람이다. 전직 대통령의 딸이다.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의 입에서 그렇게 강퍅한 표현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안철수 후보가 구태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구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짧은 두 마디지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지지층의 틈을 벌리려는 정략적 의도가 번뜩인다. 불과 이틀 전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 “현실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을 하는데 해결책은 국민들께 물어봐야 한다고만 한다. 민생위기와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제는 안철수가 쓰러졌으니 문재인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태도 변화는 그렇다고 치자. 문재인 후보는 이제 박근혜 후보의 경쟁자다. 12월19일 둘 중 한 사람이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서로 품위를 지키며 예우해야 한다. 포용과 아량은 보수의 기본 덕목이다. 더구나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구태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집권 전인데도 박근혜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기소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안철수 후보의 좌절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를 포함해 기존 정치인들이 잘못해서 나타난 것이 안철수 현상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앞으로 문재인 후보와 당당하게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가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 25일 후보등록 기자회견에서다.

“이제 박근혜 후보님과 일대일 맞대결 구도가 됐는데 정말 정정당당하게 좀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말씀을 드린다.”

누가 보수 정당의 후보인지 헷갈린다. 박근혜 후보는 도대체 왜 그렇게 살벌한 것일까? 새누리당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온화한 겉모습과 달리 가슴속 한켠에는 적의가 가득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감사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자신과 가족, 측근들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을 참지 못한다. 일종의 피해망상증이다. 보좌진이나 친박 인사들도 일단 ‘내 편’이라고 판단되면 무조건 감싼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는 표현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박근혜 후보가 읍참마속을 한 일이 있던가? 없다. 나이가 12살이나 많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꿇어앉히기 위해 ‘부하’ 9명을 데리고 출동한 ‘조폭 누님’ 같은 행태도 그런 증상의 일종일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재벌 로비’ 발언으로 발끈했다고 한다. 권력자의 피해망상은 독선으로 표출된다.

 

옛날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바로 그랬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조금치도 인정하지 못했다. 야당을 적으로 대했고 빨갱이로 몰았다. 권위에 도전한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중앙정보부를 시켜서 두들겨팼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긴 할까? 장관들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얘기를 꺼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박근혜 후보 개인의 자질은 이명박 대통령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다. 박근혜 후보는 그 나름대로 애국심이 있는 사람이다.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은 혼자 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의 진짜 문제는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그래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 쪽에 줄을 섰다. 지금 박근혜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리와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번들거린다. 공인 의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람들이 정권 실세가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말 걱정이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2384.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2:05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하루 24 시간이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지만, 정작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 시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사회적 경쟁이 격화되고 경제적 보상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상황에서, 개인에게 사적으로 허용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일해야 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시에 비유하자면, 입학의 경쟁률과 시험의 난이도가 동시에 치솟는 형국이다.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주관적 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그에 비례하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를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서의 해로 선포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불행히도 책은 사람들로부터 점차 외면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단순히 일만 하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책을 펼칠 여유를 잃어버린 대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지식의 또 다른 소비 형태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들이 찾아낸 것은 소위 '강의' 이다.

확실히 최근 눈에 띄는 문화적 흐름 중의 하나는 '강의 열풍' 이다. 그리고 이 열풍의 진원지에 인문학 강의들이 있다. 기업과 정부 부처에서, 그리고 백화점과 구청 문화센터에서 다양한 인문학 방면의 강의들이 넘쳐나고 있다. 텔레비전도 하루 종일 경쟁적으로 유사한 강의들을 방송하고 있다. 바야흐로 강의의 시대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도 이제는 필자라는 말보다는 강사라는 말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우선 수입 면에서 볼 때도 강의 몇 번이면 책을 내서 받는 어설픈 인세를 상회하고도 남음이 있다. 많은 이들이 책 집필 보다는 강의에 집중하고 있으며, 책을 출간하더라도 강사로서 자신의 지명도를 제고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주 많아졌다. 물론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원고와 외롭게 몇 달간 씨름하는 것보다 청중들 앞에서 그 반응을 즐겨가며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훨씬 신나는 일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게 모두들 강의를 찾아나서는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 빠르고 효율적이고 즐겁기 때문이다. 두 시간 남짓 귀를 기울이는 일만으로 르네상스 미술의 흐름을 잡어내고, 서양 철학사에서 자유의 의미의 변천을 이해하며, 바그너의 음악 세계 전체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얻을 수 있는데, 이 보다 더 매력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만일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 책을 골라 읽는다면, 강사가 전해주는 그 명쾌한 결론들을 스스로 알아낼 방법도 없거니와, 설사 찾아낸다고 해도 아주 수고롭고 고단한 독서의 과정을 거친 후일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서, 당신이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두 시간 동안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강의실을 나서는 순간, 그것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한 줄기의 바람에도 산산이 흩어져버릴 수밖에 없다. 누가 내 귀에 넣어준 지식은 근본적으로 나의 지식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덧없이 다른 쪽 귀로 흘러 내려 빠져나갈 뿐이다. 그것은 나의 생각 혹은 나의 언어로 다시 작동될 수 없다. 내가 스스로 구축해낸 지식만이 내 지식이며 나에게 힘을 주는 지식이다. 자전거를 잘 타려면, 자전거를 끌고 나가 직접 안장에 올라탈 일이다. 자전거의 생김새와 구조에 대한 강의를 여러 번 들어도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수 있게 되지 않는다.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자신이 직접 그 문제와 부딪혀 씨름해야 한다.

물론 훌륭한 강의들을 듣는 것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거기에서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어느 정도 공부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인문학 강의를 듣는 일은 식당에서 메뉴판을 읽는 일과 비슷하다. 강사는 매력적인 설명을 통해서 어떤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지, 각 음식들의 맛은 어떠한지, 어떤 음식을 권하고 싶은지 이야기한다. 그 다음 당신이 할 일은 직접 그 음식들을 맛보는 일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책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아주 느린 속도로 거대한 문제들과 당신 혼자의 힘으로 힘겹게 오랜 시간 동안 씨름해야 한다. 그래야 생각의 힘이 자란다. 세상의 어떠한 감동적인 강의도 책과 힘겹게 씨름한 저 세월들을 대신할 수는 없다.

 

 

 

김수영 로도스출판사 대표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262100221217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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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2:04

날이 추워지고 있다. 소녀상은 발이 시리다.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 열세 살에 끌려왔을 때의 맨발 모습 그대로다. 그들은 소녀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신발까지 빼앗아 버렸다. 추운 날씨에 떨고 있던 소녀상에게 어느 날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담요로 차가운 종아리를 감싸 주었고, 얼어붙은 맨발에 보송보송한 수면양말을 신겨 주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지 곧 1년이 된다. 지난해 12월 14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 1000회 기념으로 세워진 평화비 소녀상이다. 높이 130cm의 소녀상은 울지도, 웃지도 않고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다. 두 손은 치마를 꼭 쥐고, 발뒤꿈치는 여전히 땅에 붙이지 못한 채 앉아 있다.

일본대사관 앞길은 ‘평화로’라고 이름 붙여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때만 북적이던 이곳에 평일에도 소녀상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녀상은 언젠가부터 일본군 위안부가 70, 80대 노(老)할머니들의 문제라고 치부해 왔던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일제가 성노예로 끌고 가 잔혹하게 짓밟았던 것은 눈부신 10대 소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올해 수요집회에는 소녀상 또래의 여중고생들이 수백 명이나 함께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말 소녀상의 가슴은 또한 번 무너져 내렸다. 일본 극우단체 회원인 스즈키 노부유키(47)가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쓰인 흰색 말뚝을 소녀상의 다리에 묶었던 것이다. 그는 “일본 대사관 코앞에 매춘부 동상, 매춘부 기념비가 서 있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장마가 한창이던 7월 초. 한 경찰관이 커다란 우산을 들고 소녀상에 다가왔다. 서울지방경찰청 13기동대 소속 김영래 경위(49)였다. 소녀상의 움푹 파인 눈에 들어간 빗물은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는 소녀상이 ‘말뚝 테러’에서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을 야단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는 소녀상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리고 한 시간 넘게 소녀상에 우산을 받쳐 주면서 근무를 섰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올해 8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소녀상이 너무 작아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치욕적”이라며 더 큰 추모상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성, 김서경 부부는 “소녀상이 거대해져 미화되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도 실제로 보면 너무 작아 관광객들이 실망할 정도다. 그러나 각국의 국빈이 벨기에를 방문할 때마다 벌거벗은 꼬마동상을 위해 옷을 선물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 작은 소녀상도 설날에는 한복으로, 크리스마스에는 빨간 망토로 갈아입는다. 곰돌이 인형, 꽃, 신발을 놓고 간 사람도 있다. 때로는 작아서 더욱 슬프고, 친근해지는 대상도 있다.

소녀상은 예술작품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일본의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망언을 해 대지만, 일본 정부는 소녀상에 쏟아지는 관심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는 소녀상은 미국 디트로이트에도 세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소녀상의 뒤편 그림자에는 나비 한 마리가 새겨져 있다. 나비는 환생(還生)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는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위안부 문제가 잊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나비는 할머니들의 ‘소녀시대’의 기억을 다시 불러왔다. 이제 소녀상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http://news.donga.com/3/all/20121127/51122546/1

 

 

 

 

Posted by 겟업
2013. 1. 4. 12:03

가난한 노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노부부는 전 재산인 말 한 필을 팔아 좀 더 쓸모 있는 물건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감님이 말을 끌고 시장에 갔다. 처음엔 말 한 필을 암소와 바꾸었지만 다시 암소를 양과 바꾸었다. 다시 양을 살찐 거위와 바꾸었고 그 거위를 다시 암탉과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암탉을 썩은 사과 한 상자와 바꾸었다. 영감님은 물건을 바꿀 때마다 할머니에게 기쁨 한 가지씩을 주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 영감님은 썩은 사과 자루를 메고 어느 작은 주점에 들렀다. 썩은 사과 자루를 메고 다니는 기이한 풍경에 신기해 하는 두 명의 영국인을 만나게 되었고 자신이 시장 본 얘기를 자랑스럽게 한다. 두 영국인은 박장대소하며 집에 돌아가면 틀림없이 할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감님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맞섰고 결국 거만한 부자 영국인과 금화 한 자루를 두고 내기를 한다. 두 영국인과 영감님은 함께 집으로 갔다. 할아버지의 장 본 얘기를 듣는 할머니는 끊임없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한다. 말 한 필을 암소로 바꾸고 암소를 다시 양과 바꾸고… 하면서 한 가지 물건을 다른 물건으로 바꾼 얘기를 할 때마다 잠시도 쉬지 않고 감탄하며 기뻐했다. “와! 우유를 마실 수 있겠군요!” “양젖도 맛있지요.” “거위 털이 얼마나 따뜻한데요!” “와! 계란을 먹을 수 있게 됐군요!”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암탉을 썩은 사과와 바꾸었다는 얘기를 했지만 할머니는 더없이 행복해하며 말한다. “그럼 오늘 저녁엔 모처럼 맛있는 사과파이를 먹을 수 있겠네요!”

할머니는 영감님이 말할 때마다 오히려 감탄하며 기뻐한 것이다. 창틈으로 엿듣던 두 영국인은 결국 금화 한 자루를 잃게 되었다. 영감님은 말 한 필로 썩은 사과 한 상자와 금화 한 자루를 얻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엄청난 장사를 한 셈이다.

알려진 대로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동화다. 부부간, 나아가 인간사회의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우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일침을 놓는 책이다. 아주 어린 시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얘기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어머니에게 보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딱 한마디 “크면 알게 된단다”였다. 맞는 말씀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나는 비로소 어머니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늘 영리한 사람만 이득을 보고 성공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세상이 꼭 그렇게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작가의 메시지를 철들어 알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일 년에 딱 한 번 하는 주례를 통해 나는 제자 부부에게 이 동화를 인용한 극히 짧은 주례사를 던졌다. 요지는 혹시나 앞으로의 결혼 생활 중 수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오늘 내가 예를 든 동화 제목 “썩은 사과” 네 글자를 냉장고에 큼지막하게 써 붙여 놓고 아침저녁 큰 소리로 낭독하며 행복하게 살아 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그날, 식이 끝난 후 참석한 몇몇 청춘 하객들이 자신들의 주례를 특별히 내게 부탁해 오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 나는 가끔은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복을 받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똑똑한 사람들이 외려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청첩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온다. 그러면서 헤어지는 적잖은 부부들을 우울하게 옆에서 지켜보면서 드디어 한국 사회에도 백년해로라는 “굉장한” 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북미 대륙을 주름잡았던 아라파호 인디언은 11월을 두고 “아직은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도 이제 달랑 한 달, 이제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고 있다.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싸늘해지고 계절은 점점 목말라 간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겠다며 하루가 다르게 천박해져 가는 세상, 그 속에서도 ‘썩은 사과’를 좋아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올해 겨울은 더욱 따뜻해질 것 같다. 초대하지 않은 겨울이 문밖에 서성이고 있다.


김 동 률 서강대MOT대학원교수 매체경영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996695&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 4. 12:02

"아들을 위해, 고명하신 교수님께 감히 이렇게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아비의 심정을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신 모든 분들은 제 아들이 학문을 대단히 좋아하며 근면할뿐더러 과학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귀하께 확실히 보증할 수 있습니다. 제 아들은 보잘것없는 저희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 아들이 생활과 일에서 기쁨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제 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만 있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아들을 걱정하고 부탁하는 이 편지에 대한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이 아들은 그 전해에 명문 대학을 졸업했으나 거의 1년간 일자리도 없이 지내고 난 뒤였다. 사실 대학 생활이 불성실했고 교수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아서 졸업 시험 성적은 꼴찌였다. 조교직을 얻으려고 보낸 모든 편지는 거절당했고, 원하는 직업을 얻을 길이 완전히 막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망적인 날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 아들은 대학동창과 사랑에 빠져 있었는데, 집안에서 반대하고 자신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바람에 같이 살지 못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두 연인에게는 아이까지 생겨서, 임신의 와중에 졸업시험을 치러야 했던 여자친구는 결국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학위를 받지 못했다. 태어난 아이는 딸이었는데, 아주 어릴 때 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과외 교사를 전전하던 그는 대학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를 포기하고 중등교사가 되려 했지만 역시 여의치 않아 단기 계약직 자리를 얻는데 그쳤다. 보험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그는 친구들에게 여기 저기 일자리를 부탁하고, 지원했다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고단한 나날을 몇 년 동안 보내야 했다. 한 마디로 참으로 한심한 지경의 젊은이였다.

이 젊은이는 1999년 12월 31일 미국의 타임지 표지에 등장한다. 그의 사진 위에 적힌 타이틀은 "세기의 인물"이었다.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젊은이는 바로 20대 초반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힘든 시기를 지낸 후 친구의 연줄로 스위스 연방 특허청에 취직해서 결혼을 하고 인생에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는 맹렬하고도 진지하게 과학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별다른 경험이나 배경이 없음에도 학술지에 전문적인 논문을 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삶은 현기증 나는 궤적을 그린다. 불과 3년 후,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논문 세 편을 한 해에 잇달아 발표하면서 일약 물리학계의 총아가 된다. 실업자 시절에서 11년이 지난 후 그는 당시 세계 과학의 중심 도시에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대우로 초빙된다. 그는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의 최연소 회원이며, 뭐든지 강의할 권리는 있으되 강의의 의무는 전혀 없는 꿈같은 조건의 베를린 대학의 교수고, 현재 독일 과학의 중심 역할을 하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전신인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 산하에 설립된 그 자신의 개인 물리학 연구소 소장으로서, 프로이센의 교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봉급을 받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6년 후에는 영국의 원정대가 일식을 이용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면서 아인슈타인은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 된다.

아인슈타인의 연구 활동이나 업적, 그리고 그의 삶의 진행은 너무나 예외적이어서, 힘든 시절을 보내는 청춘들에게 아인슈타인을 보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또한 아인슈타인의 예에서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더라도, 아무리 찌질한 모습으로 한심한 지경에 처하더라도, 아무리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가치를 정해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25202233121780.htm

 

Posted by 겟업
2013. 1. 4. 12:00

어른이건 아이건 한번 맛보면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져드는 이것. 이것을 장악하기 위해 500여 년 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 열강은 각축을 벌였다. 생산량을 늘리려고 대양을 건너 식민지를 개척했다. 먼 대륙 사람들을 ‘사냥’해 데려다 생산인력으로 썼다. 그 결과 남미 각국에 아프리카 흑인들이 정착해 지구상의 인종 분포까지 달라졌다.

‘이것’은 바로 설탕이다. 일본 오사카대 문학부 가와기타 미노루(川北稔) 교수는 ‘설탕의 세계사’란 책에서 설탕을 대표적인 ‘세계상품(世界商品)’으로 규정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세계상품에는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 면직물 담배 향료 커피 차 등이 이런 상품이었다. 가와기타 교수는 “16세기 이후 세계역사는 세계상품의 패권을 어느 나라가 쥘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경쟁 속에서 전개됐다”며 “요즘으로 따지면 TV, 자동차, 석유 등이 세계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 그가 지목한 현대의 세계상품은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다. 올해 1∼9월 한국산 TV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4.8%로 일본(25.3%) 중국(24.2%)을 크게 앞선다. TV시장 세계 1위인 삼성은 설탕 생산시스템의 가장 말단인 설탕정제업체 제일제당으로 1953년 제조업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회사다.

한국 자동차도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올해 세계에서 팔린 차 100대 중 9대(8.6%)는 현대·기아차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지만 1∼10월 휘발유 경유 윤활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 수출액은 총 수출의 9.7%로 올해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각광받는 세계상품, 스마트폰에서도 한국은 최강자다.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32.5%로 14%인 애플의 두 배가 넘는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특허공세를 펼치는 것도 세계상품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기(氣)싸움 성격이 짙다.

최근에는 ‘강남스타일’이 한국산 세계상품에 합류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24일 조회수 8억 건을 돌파하며 유튜브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세계상품이 보고(TV), 듣고(스마트폰), 타는(자동차) 데서 나아가 문화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다.

역사상 한민족이 이렇게 많은 세계상품을 만든 적은 없다. 1960, 70년대 가발 정도가 세계시장을 장악해 본 한국 상품이다. 바로 옆 두 나라, 중국과 일본은 차이나(China), 저팬(Japan)이란 서구식 국명이 각각 도자기, 칠기(漆器)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세계상품을 만들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세계상품 시장에서 어제의 승자는 오늘의 패자가 되기도 한다. 1980년대 대표 세계상품 ‘워크맨’을 만들고 컬러TV 시장을 수십 년간 지배해온 일본 소니는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최근 ‘정크(투자위험) 등급’ 회사로 전락했다.

세계상품을 지배하는 나라는 세계의 강자가 된다. 역대 강국들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세계상품 개발과 시장 확대를 지원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최근 3년 연속 하락하며 6위로 떨어졌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돼서야 대선구도가 겨우 가려진 ‘3류 정치’는 불안감을 더 키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사를 걸고 경쟁하는 대기업들 깎아내리는 데 열을 올리는 한국 정치권이다. 사상 처음 이룩한 ‘세계상품의 나라’를 앞으로 5년간 뒷걸음질치게 하는 일만은 없으면 좋으련만 요즘 분위기라면 낙관보다 걱정이 앞선다.

 


박중현 경제부 차장

 

 

http://news.donga.com/3/all/20121125/51097228/1

 

 

Posted by 겟업
2013. 1. 4. 11:58

레드 기획] 1<레미제라블> 필두로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등 고전소설 영화 붐… 자본주의 막장서 ‘근대’ 통찰하려는 욕구

 

 

마지막 노래가 울려퍼졌다.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분노한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이것은 민중의 음악/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으리라는 자들의 목소리/ 그들의 심장 뛰는 소리가/ 북소리가 되어 울려퍼질 때/ 이제 곧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테니/ 내일이 오면.”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개봉 8일 만인 2012년 12월26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관객 수 200만 명을 넘겼다. 1862년 원작 소설이 처음 출간됐을 때부터 일주일 만에 1쇄가 모두 팔리며 독자를 서점 앞에 줄 서게 했다는 작품은, 150년이 지나서도 뮤지컬·연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며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레미제라블>을 필두로 2013년은 고전 속 불행한 이들이 스크린에 자주 등장할 참이다. 소재 고갈은 언제나 고전의 귀환을 부르지만 올해 영화로 다시 쓰이는 고전소설들은 유독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그 시절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 많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는 현재 제작 중이다. 장발장부터 개츠비까지 주인공은 작품 속에서 이미 죽고 사라졌지만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자꾸만 반복하며 무엇을 찾으려는 것일까.

 

 

결박된 민중의 삶, 노래 가사 결결이

대사의 대부분이 노래로 전달되는 송스루(Song Through) 전개 방식의 뮤지컬 영화는 국내에서 흥행한 경우가 드물다. 장르적으로 익숙지 않은 관객이 많아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레미제라블>의 흥행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 배급사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 걸출한 뮤지컬을 제작해온 캐머런 매킨토시의 1985년작을 원작으로 한 대작이라는 점, 휴 잭맨, 러셀 크로, 앤 해서웨이, 어맨다 사이프리드 등 화려한 출연진이 흥행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떠도는 관객들의 평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프랑스혁명기를 살아가는 <레미제라블>의 비극적 인물들을 보며 강퍅한 우리 현실을 겹쳐 보는 듯하다. 이미 뮤지컬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던 <레미제라블>의 노래가 온라인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새삼 다시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결박당한 민중의 삶은 노래 가사 결결이 전달된다.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5년의 징역형을 받고 탈옥을 시도하다 14년의 형을 더 받은 장발장이 감옥에서의 마지막 부역을 마치고 풀려나는 순간 “자유는 내 것이고, 세상은 그대로다/ 바람을 느끼고, 비로소 숨을 쉬네”라고 노래하지만 그를 감시하는 자베르는 “너는 언제나 노예, 여기는 너의 무덤이나 마찬가지”라고 응답한다. 가석방이 된 장발장의 신분증에는 ‘위험 인물’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해 만들어진 자비 없는 법 앞에서 가난하고 초라한 시민은 무력하다. 장발장은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음식을 내주고 은촛대를 훔쳐도 눈감아준 주교의 베풂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신분증을 찢어버리고 바뀐 이름으로 새 삶을 산다. 공장을 짓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 명성을 얻으며 시장이 된다. 그러나 장발장이 변하는 사이 세상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장발장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강퍅한 현실에서 이런 노래를 부른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날은 더욱 추워지고/ 걸친 옷으로는 추위를 버틸 수 없네/ 귀하신 분들 서둘러 길을 떠나고/ 그들은 어린아이의 울음을 듣지 않네/ 겨울은 우릴 죽일 작정으로 맹렬히 다가오고/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네.” 동료들의 오해와 질투로 공장에서 쫓겨나 새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딸을 살릴 돈을 구하려고 성매매 여성이 된 노동자 판틴은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고/ 사랑은 영원하다고/ 신은 자비로울 것이라고 믿었네/ 하지만 잔혹한 현실은 한밤중에 천둥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네”라고 절규하듯 외친다.

 

 

사실주의 문학 대표하는 고전들

자본에 포획되고 가난으로 궁지에 몰리는 2013년의 한국 민중의 현실은 ‘일을 해도 더욱 추워질 뿐’인 영화 속 인물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객은 19세기 프랑스 시민들의 삶에 지금의 삶을 투영했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들여다보면 영화는 공권력이 민중을 억압하는 시절, 아주 전형적인 근대 시민혁명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부분을 환기해보는 것이 우리에 게 의미 있을 것이다. 특히 대선 정국을 지나온 이 시점에 서 불현듯 다가오는 혁명의 추억, 그걸 보는 심정은 만감 이 교차할 테고, 힘겹게 얻은 자유를 어떻게 다시 번복하 게 된 걸까 하는 슬픔…. (관객은) 시민으로서 혁명군과 의 동일시를 통해 미묘한 카타르시스, 슬픔 등을 느꼈을 것이다.” 덧붙여 “경계에 있는 사람들까지 품을 수 있어 야 시민혁명이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이뤄야 했던 것이 무엇인가. 시절의 엄중함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과 고민이 들게 한 영화”라고 평했다.


문학에서 사실주의가 부각되던 시기는 정치·사회적 으로 격동의 시기였다. 문예사조에서 낭만주의가 점차 쇠퇴하며 당대의 현실 문제를 직접 맞서 고민하는 새로 운 문학 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이다. 개봉을 앞둔 <위대한 개츠비>(바즈 루어만 감 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캐리 멀리건 주연), <안나 카레 니나>(조 라이트 감독, 키이라 나이틀리·주드 로 주연), 현재 제작 중인 <마담 보바리>의 원작 모두 공교롭게도 19~20세기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손꼽 힌다.

세 편의 영화가 소설의 줄거리 중 무엇을 뽑아내 강약 을 조절할지는 개봉 이후 명확히 드러나겠지만 확실한 공통점은 모두 인간 군상을 통해 드러나는 시대의 속성 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에 서 개츠비·데이지·뷰캐넌·윌슨의 사랑과 질투, 오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인들의 삶을 실감 나게 묘사한 장면이다. 피츠제럴 드가 그리는 1920년대 미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뤄 지는 시대다. 주가가 뛰고 기업 이익이 유례없이 증가하 는 가운데, 주인공들은 늘 사치스러운 파티를 열고 값비 싼 차를 몰고 다닌다. 그러나 소설은 이들의 화려한 일상 에 스며든 부패와 타락, 물질적 탐닉에서 비롯한 삶의 공 허함을 놓치지 않는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던 안나는 안정적이고 풍족한 삶을 던지고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톨스토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축으로 결혼과 가족 제도, 계급, 종교 등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구조와 여기서 비롯 된 문제들을 꼼꼼하게 짚어나간다. 150여 명의 등장인 물을 통해 19세기 후반 러시아 사회를 관통하던 문제인 농노제의 붕괴, 관료 조직의 부정부패 등을 깊이 있게 묘 사했다. <마담 보바리>에서 주인공 에마는 마을의 시골 의사 샤를 보바리와 결혼하고, 결혼 전 그려왔던 낭만적 삶과는 거리가 먼 권태로운 결혼 생활에서 새 삶을 갈구 하다가 여러 남자들의 정부가 된다. 이로 인해 생활이 무 너지고 엄청난 빚을 지게 돼 절망에 빠진 에마는 음독 자살을 하고, 샤를은 남은 딸을 거두며 에마가 남긴 빚 을 갚으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파산 지경에 이르러 결국 생을 포기한다.

 

 

우리가 그동안 얻은 것은 무엇인가

100년이 넘도록 읽히고 수차례 영화화하며 변주되는 고전이지만 요약해보면, 어쩌면 신문의 한 조각에서 봄 직한 이야기들이다. 따져보면 실제 <레미제라블>도 1801 년 프랑스의 한 가난한 농부 피에르 모랭이 빵 한 덩이를 훔쳐 4년의 징역을 받았다는 신문의 단신 기사에서 출발 했다. 바꿔 말해 현실을 가장 세밀하게 반영한 것이 가 장 극적인 문학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영화계는 사실주의 문학을 스크린 에 복기하는 것일까. 영화평론가 황진미씨는 이런 흐름 과 관련해 “근대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듯하다. 자본주의의 막장을 지나고 있는 지금, 그래서 우 리가 그동안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근본적으로 통찰해보려는 욕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 다. 덧붙인 설명은 이렇다. “동아시아의 경우 민주주의 니 시민사회니 하는 것을 이루려고 애써 살아왔으나 결 국 돌아온 것은 세습 정권이다. 서구에서는 2008년 자기 들이 만든 자본주의라는 구조 안에 결국 갇혀버리고 말 았다. 신념이 무너지고 파국이 임박했다는 것을 느끼고 사람들이 결국 바이블을 찾는 심정이 된 것이다. 그런 점 에서 이 모든 것의 출발이 된 근대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고전을 찾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의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 1885년 눈을 감은 작가는 모를 것이다. 시대의 울적함과 삶의 명암을 담은 고전들 이 21세기에 진입하고 한참이 지나고도 여전히 읽히고, 심지어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모든 인물이 나타나 더 크고 견 고하게 세워진 바리케이드에 모여 노래 부르는 마지막 장 면에 눈물 흘리고 용기를 얻는 민중이 이토록 오래 역사 에서 반복된다는 사실도.

 

 

신소윤 기자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36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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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56

[네 남자의 만화방] ‘모든 것을 생쥐 한 마리로 시작’한 디즈

“이 모든 것이 생쥐 한 마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무척이나 겸손한 말이었지만, 그 생쥐 한 마리가 거둬들인 것은 전혀 겸손한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정확히 84년 전 바로 요맘때인 11월18일, 최초의 동시녹음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에 등장한 ‘미키마우스’ 말이다.

이 깜찍한 생쥐는 주인 월트 디즈니(1901~66)를 카네기가 부럽지 않을 부자로 만들어줬다. 월트 디즈니 스스로도 자신의 피조물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줄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디즈니는 1950년대 미키마우스 덕분에 회사가 커져 처음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을 때 저 인사말을 남겼다.

 

미키마우스는 디즈니가 천장 위를 오가는 쥐 소리를 듣고 구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키는 원래 토끼였다. 디즈니는 ‘오스왈드’란 토끼 캐릭터를 만들어 히트시켰다가 사업 분쟁이 일어나 이 캐릭터를 남에게 넘겨줘야 했다. 절치부심하던 디즈니는 오스왈드의 긴 귀를 동그랗게 바꿔 미키마우스를 만들어 재기에 나섰다.

겨우 귀 모양이 바뀌었을 뿐인데,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이 ‘황금알을 낳는 쥐’는 여러 영화에서 주연배우로 맹활약하며 1932년엔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그다음에는 텔레비전으로 넘어가 1950년대 미국 아이들을 사로잡은 뒤 1955년 디즈니랜드의 마스코트가 되며 ‘디즈니 왕국’을 만들어냈다.

 

이제 미키마우스는 디즈니의 아이콘을 넘어 미국의 상징이 되어 전세계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44년 2차 대전 중 미국이 연합군 암호로 쓴 단어가 미키마우스였던 것은 애교에 가깝다. 이 생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힘이 점점 더 세지고 있고, 심지어 자신을 위해 법까지 바꿔버렸다.

 

저작권은 원래 창작자의 사후 50년까지 보호받는다. 미키마우스의 저작권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미국은 이를 70년으로 연장했다. 미국 내에서 ‘미키마우스법’이란 조롱이 나오며 논란이 일었는데, 이게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웃긴 이야기로 그치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을 앞두고 한국 정부도 70년으로 법을 고친 것이다. 한국인 모두가 미키의 손바닥에서 놀아난 셈이다.

 

덕분에 미키의 주인 디즈니사는 더욱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그 돈으로 캐릭터들을 수집 중이다. 21세기 들어 디즈니는 8조원을 주고 픽사를 사들였고, 수많은 슈퍼영웅을 거느린 만화 전문 기업 마블코믹스를 4조6천억원에 사들였다.


최근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디즈니사가 조지 루커스에게 4조4천억원을 주고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와 루커스필름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다. 지구를 지키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도, 우주를 정복한 다스베이더도 미키마우스가 지갑을 열자 쇼핑 대상이 돼버렸다.

 

이 모든 게 생쥐 한 마리에서 비롯된 것은 확실하다. 미키마우스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쥐다. 그러나 미키, 광선검을 들고 우주로 나가지만은 말아줘, 제발.

 

 

한겨레 문화부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3324.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1:54

[세계-중국, 시진핑 시대 개막] ‘원바오’ 넘어 문화적 생활도 할 만한 ‘샤오캉 사회’ 실현 약속한 시진핑 시대…현재의 ‘중국식 풍요’에 회의하는 사람들 많은 가운데 개혁 없는 개혁 체제 막 올라

#장소 1: 베이징대학교 교정에서

기자 니 싱푸마?(행복하세요?)

학생 (지방 사투리로) 진짜 말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 같은 가난한 학생들의 행복은 모두 ‘관얼다이’(관료들의 자식)와 ‘푸얼다이’(부자들의 자식)들에게 빼앗겼다고요. 학교 다니는 것도 (경제적으로) 이렇게 힘든데, 무슨 행복 따위를 말할 수 있겠어요?

기자 학생 윈난 출신이죠? 잘 못 알아듣겠는데, 보통화(표준어)로 다시 한번 얘기해주면 안 될까요?

학생 아, 예…. 그러니까 내가 방금 말한 건…, 난 아주 행복하다고요. 취업 기회는 갈수록 많아지고, 학습 환경도 날로 좋아져요.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취업 기회를 준 사회와 좋은 학습 환경을 부여해준 학교 쪽에 감사해요.


#장소 2: 어느 마을 거리에서

기자 니 싱푸마?

남자 난 외지에서 온 농민공(농촌에서 도시로 돈 벌러 온 이주노동자)이니까 묻지 마세요.

기자 (그래도 계속) 니 싱푸마?

남자 내 성은 쩡씨요. (행복의 중국어 발음 ‘싱푸’의 ‘싱’과 성씨를 뜻하는 중국어 발음 ‘싱’이 동음이의어라서, ‘니 싱푸마’라는 질문은 ‘당신 성이 푸씨요?’라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일종의 농담.)

‘중국식 행복’에 관한 넘쳐나는 유머

“니 싱푸마?”(행복하세요?)

최근 중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질문이다. 지난 9월 말, 10월 초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를 전후해 중국 관영방송 에서 ‘기층으로 가서 서민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자’라는 프로그램이 기획·방영됐다. 공산당 제18차 전체 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두고 기획된 일종의 ‘민심 리포트’였다. 기자가 거리나 학교 등지로 나가 만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인터뷰했는데, 그 첫 질문이 바로 “니 싱푸마?”였다. 다소 뜬금없고 도발적인 이 질문 앞에 갖가지 포복절도할 ‘신의 대답’들이 속출하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식 행복’에 관한 갖가지 유머가 넘쳐나고 있다.

11월8일 개막된 제18차 당대회 보고의 마지막 문장은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분투하자”라는 내용이었다. 1978년 문화대혁명이라는 참극을 수습하고 ‘개혁·개방’이라는 기치를 들고 재건한 중국은 30년 넘게 흐른 지금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이 됐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원바오’ 단계를 넘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문화적 생활도 할 만한 ‘샤오캉 사회’ 달성을 바라보는 수준이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천달러를 넘어섰다.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를 모토로 내세우며 지난 10년간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뤄낸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지금, 그들은 묻고 있다. “니 싱푸마?”

올해 43살의 양타오는 후베이의 소도시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여러 개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 졸업과 함께 시작된 그의 직장 생활과 창업, 그리고 성공 등은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양타오가 창업에 뛰어든 건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부동산·경제 붐을 타기 시작할 무렵이다. 그의 수입이면 중국에서 중·상류층 생활을 누릴 수 있고, 아내도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보장된 ‘철밥통’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대로만 산다 해도 지극히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중국에서 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2년 전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시작된 고민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졌지만, 아들이 받는 교육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상류 생활, 그러나 “중국에 사는 건 의미 없다”

여전히 권위적이고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 방식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갈수록 서열화되고 경쟁이 심해지는 입시교육이다. 유명한 과외 선생의 지도를 받거나, 적어도 방과 후 학원식 과외를 받지 않으면 중점 중·고등학교(지역 내 명문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벌써부터 중학교 입시를 걱정하며 밤늦게까지 숙제와 과외에 시달린다. 학교생활과 과외 시간을 제외하고 틈만 나면 인터넷 게임과 아이패드에 빠져든다. 아들에겐 그것이 유일한 위안과 즐거움이라는 걸 알기에 강압적으로 제지하지도 못한다. 주말에 가족여행이라도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의 고민은 이렇게 시작됐다.

생활수준과 여건은 남부럽지 않은데, 왜 학교 교육 방식은 예전 그대로일까? 왜 학업 경쟁은 갈수록 심해져, 모두들 ‘늑대 아빠’ ‘호랑이 엄마’가 돼 자식을 쥐어짜야 하는 걸까? 맘 편히 가족 여행 한번 갈 수 없는 지금의 ‘중국식 풍요’에 대한 그의 회의는 점점 깊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으로 이민간 동창을 만나게 됐고,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게 됐다. 그동안 이민은 먼 나라, 남의 일로만 여겼다. 그런데 “생각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고, 지금의 경제력이라면 투자이민도 쉽게 갈 수 있다”는 동창의 말이 계속 귀에 남았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흔든 건 “주말이나 방학 때면 캠핑카를 몰고 여행을 다니고, 아이들도 학업 스트레스 없이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중국에선 돈이 있어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행복한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이민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열어주고 아들에게도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과 기회를 부여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올여름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생각만큼 적응이 힘들 것 같지도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지금 한창 미국 투자이민 수속을 밟는 중이다.

45살의 남성 차이웨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도시 선전에 산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 하나를 둔 그는 아내와 함께 선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민도시’ 선전은 토박이들보다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더 많고, 개혁·개방의 창구 역할을 해온 터라 다른 대도시에 비해 정책적으로 훨씬 유연하고 민주적 측면이 많다. 홍콩과 마카오에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도 선전의 ‘자유로운 공기’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차이웨가 근무하는 학교는 예술특성화 학교인데다, 새로 부임한 교장의 개혁·개방적 교육 방침에 힘입어 여러 가지 민주적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반 학교와 달리 국어와 수학 교육을 1학년부터 강도 높게 하지 않고 아이들이 적당히 흥미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만 진행하고 있다. 1학년 1학기에는 아예 수학 수업이 없다. 대신 놀이와 게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학의 원리를 터득하는 교육 방법을 도입했다.

 

 

“민주는 어느 날 갑자기 실현되는 게 아닌데”

전 학년, 모든 반마다 학부모위원회도 구성했다. 학부모위원회는 각 반이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경비 지출부터 시작해 토론이 필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모여 의논한다. 학교의 모든 지출은 학부모위원회에서 수납·감독한다. 이 때문에 재무회계상의 부정과 비리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또 이 학교는 모든 학생이 각자 좋아하는 악기를 하나씩 배워야 하는 ‘의무’가 있다. 차이웨의 아들도 1학년 때부터 대나무 피리를 배우고 있는데, 지금은 제법 많은 곡을 불 줄 안단다. 매년 한 차례 학교에서 연주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실전 무대 공연의 맛을 느끼게도 해준단다.

가끔 베이징에 출장을 간다는 차이웨는 “베이징의 학교 교육 방침과 운영 구조를 볼 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선전에서는 보편화돼가는 학부모위원회마저 베이징에서는 아직 제대로 운영되는 학교가 거의 없다. 입학금과 각종 공과금을 둘러싼 부정과 비리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교사의 태도 역시 과거처럼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그는 “베이징의 학부모들은 왜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교육 방침에 대해 항의하거나, 자신들의 권익보호위원회를 만들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민주’는 “어느 날 갑자기 명령처럼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셈을 익히듯 하나씩 단계를 밟아야 하고,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방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15년 이상 근무한 자신의 학교에서도 처음에는 모든 것이 베이징의 학교들처럼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구조였지만, 지금은 더 적합한 민주적 운영 방식을 찾았거나 모색하는 중이다. 이제는 과거의 틀을 도저히 끼워맞출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이 때문에 그는 “최소한 선전의 시민들은 중국이 모든 방면에서 조금씩 ‘민주화’해야 하고, ‘민주’는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이뤄진 중국 최대의 정치 잔치인 제18차 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시진핑·리커창을 쌍두마차로 하는 7인의 새로운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출범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한 제18차 당대회 보고에서는, 2020년까지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을 지금의 두 배로 올리고 ‘샤오캉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새 주석이 된 시진핑 역시 “부패 척결과 빈부 격차 해소 등 각종 민생 현안 해결에 주력할 것이며,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에 힘쓰겠다”고 했다. 10년 전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출범할 당시와 비슷한 얘기들이다.

 

 

정치체제 개혁 없이 “서구식 안 따르겠다”만

후진타오 체제 출범 때도 기대를 모았던 ‘정치체제 개혁’은,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도부에서도 거의 새로운 언급이 없었다. “결코 서구식의 민주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마오쩌둥 사상’은 죽지 않고 더욱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으며, “중국은 결코 깃발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사방에 천명했다. 제18차 당대회 보고서 그 어디에서도 부동산업자 양타오가 고민했던 인민들의 ‘행복’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초등교사 차이웨가 말한 ‘민주’는 들어 있지 않았다.

다시 한번, 개혁 없는 개혁체제가 막을 올렸다. 10년 뒤에도 가 ‘니 싱푸마?’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그때 중국인들의 대답은 어떨까?

 

 

 

베이징(중국)=박현숙 통신원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333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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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53
[S라인]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에 스민 오리엔탈리즘, 고국에서도 확대재생산 ‘모범 소수자’ ‘열등한 신체’ 환상 넘어 ‘류현진이기 때문에’ 보아야

 

올해까지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류현진(25)은 내년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을 전망이다. 미국 서부의 명문 구단 LA 다저스는 11월11일 한화에 2573만7737달러33센트를 제시하며 류현진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따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의 쉽지 않을 연봉 협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류현진이 내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90% 이상이다.

 

대륙 원정, 아시아인에게 무리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는 1994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박찬호다. 류현진이 데뷔에 성공한다면 박찬호 이후 13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다. 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선수로는 2000년 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 2005년 구대성(뉴욕 메츠)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이라는 기준에서는 류현진이 첫 번째다.

한국 언론이 애용한 박찬호의 별명은 ‘코리아특급’이다. 이 별명에는 유래가 있다.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1994년 3월호에서 톰 버두치 기자는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박찬호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오리엔탈 익스프레스’(Oriental Express)였다. 정확히는 박찬호뿐 아니라 시애틀 매리너스의 일본인 투수 맥 스즈키를 함께 다룬 기사였다.

이 기사에서 박찬호의 이미지는 ‘미지의 선수’였다. 버두치는 당시 논란이 됐던 박찬호의 투구폼에 대해 “누구도 (그의 투구폼을) 손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저 이국적일(foreign) 뿐이다”라고 썼다. 오늘날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를 보는 건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박찬호 이전에 메이저리그에서 뛴 한국인 선수는 없었다. ‘아시아인’으로 범위를 넓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메이저리그의 상식은 ‘아시아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다’였다. 여기에는 ‘아시아인은 신체적으로 열등하다’는 편견이 깔려 있었다. 박찬호는 185cm, 스즈키는 191cm 장신에 모두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다. 하지만 체격이 좋은 두 선수에 대해서도 ‘대륙을 오가는 162경기 스케줄은 무리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메이저리그 구단 프런트에서 일했던 대니얼 김은 “여객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메이저리거에게 일정은 큰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출신 선수에게 장거리 이동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아직 남아 있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말한다.

 

인종보다 경제력과 체육정책


미국에서 아시아인은 ‘모범 소수자’(Model Minority)로 불린다. 근면하고, 직업윤리가 투철하며, 미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의미다. 히스패닉을 제외한 미국 백인의 대학 진학률은 28%다. 반면 한국계는 51%, 중국계는 50%, 일본계는 44%, 대만계는 74%다. 하지만 어떤 종류이든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은 위험하다. 중국계 작가 필립 추는 “나는 중국계 미국인의 학문적·경제적 성취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결국 우리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누구는 대단하고, 대다수는 평범하며, 일부는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미디어는 우리를 슈퍼맨, 또는 인간 이하의 존재 중 하나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머리 좋은 아시아인’이라는 편견은 ‘하지만 신체적으로는 열등하다’는 또 다른 편견과 쉽게 결합된다. 미국의 아시아계 인구는 4.8%지만 대학 스포츠나 메이저 프로스포츠에서 뛰는 아시아계 선수는 극소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대다수 아시아계 선수는 자국 프로 및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다 이적했다. 사회학자 마이클 구라트는 2006년 발표한 논문에서 “아시아계 10대 남성들은 다른 인종집단 못지않게 스포츠를 접한다. 하지만 스포츠 광고에서 아시아계가 등장한 비율은 0.3%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스포츠에서 인종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성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다. 동남아시아와 서아시아 지역 국가가 올림픽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의 경제력과 체육 정책이다. 인종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동아시아 국가가 올림픽에서 따내는 메달 수가 이를 입증한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데뷔, 그리고 이듬해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불러일으킨 ‘노모마니아’는 적어도 메이저리그 투수 포지션에 관한 한 오랜 인종적 편견을 깼다. 하지만 편견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재생산된다. 사회학자 데이비드 도키하루는 1999년 <스포츠와 사회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노모와 또 다른 일본인 투수 이라부 히데키를 미국 언론에서 어떻게 다뤘는지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노모는 전형적인 ‘모델 마이너리티’로 표현됐다. 반면 높은 기대와 몸값에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이라부에 대한 기사는 ‘아시아인이 침략한다’는 고전적인 황화론 문법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을 국가와 등치시키는 사고

 

미국 사회의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이 그 선수의 고국에서 확대재생산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1999년 박찬호가 LA 에인절스 투수 팀 벨처에게 발차기를 한 사건, 2003년 김병현의 손가락 욕설 사건은 미국 언론이 아닌 한국 언론에서 더 비중 있게 비판됐다. 한국인 선수에게 기대되는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류현진은 재능이 있고 성실한 선수다. 하지만 내년과 그 이후 류현진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그가 ‘아시아, 또는 한국 출신 선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류현진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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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51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첫째로 선정된 것이 빅데이터(Big Data)다. IT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거쳐 데이터로 옮아가는 추세다. 모바일인터넷·스마트폰·소셜미디어에 힘입어 엄청나게 쏟아지는 데이터가 IT(정보통신 기술)의 새로운 금맥(金脈)으로 인정된 셈이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데이터양이 많다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더 가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며, 국가는 IT 경쟁력을 높이는 인프라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빅데이터의 위력은 이번 미국 대선과 지난번 우리나라 총선에서 입증된 바 있다.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것은 선거만이 아니다. 개인 의료 정보가 체계적으로 활용되면 진료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큰 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맞춤형 평생 의료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기업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빅데이터에 투자하겠지만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2000년부터 국가 지식자산의 디지털화를 추진하여 왔고 전자정부는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국가지식포털'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지만 빅데이터 활용이라고 할 만한 것은 2011년에 '공유자원포털'을 개방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국가 지식재산의 창출·보호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2011년에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치했다.

공공 분야의 국가 지식과 데이터를 민간에게 개방하면서 동시에 보호하겠다는 의지는 빅데이터 처리를 둘러싸고 혼란을 낳을 수 있다. 데이터와 정보는 공공 자산이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답이다. 하지만 국가가 구축한 과학·기술·문화 분야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라 할지라도 저작권법은 재산권을 인정하고 있고 이용 계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데이터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럽은 1996년 글로벌 IT 싸움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데이터베이스에 투자한 사람에게 15년 동안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법제를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데이터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차단될 것을 우려하여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중심의 데이터 유통 편중이 더욱 심화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유럽의 완패(完敗)이고, 유럽의 보호 방식을 따른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즉 국내 민간 데이터베이스 산업은 2011년 기준으로 10조원대, 6만명 고용 규모라고 하지만 뉴스·문화 등이 60% 정도이며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경제·과학 등의 전문 데이터베이스는 축소되는 구조다. 특히 포털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비중이 38%에 이르는데 포털은 광고에 의존하는 정보의 소비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민간 분야의 빅데이터 기반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다. 먼저 공공 분야의 빅데이터를 개방, 민간이 쉽게 재창조할 수 있게 하는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 데이터 범위도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수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을 국가가 지식재산권을 포기하면서 쏟아내야 한다. IT의 기초 소재인 데이터가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빅데이터 유통 허브'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선결 과제이다.


 

 

방석호 홍익대 법대 학장·前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3/20121123023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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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49

대학을 졸업하고도 교수에게 연락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더이상 내 지도를 받는 게 아니니 연락하지 않아도 되는데 가끔씩 안부를 묻는 전화나 메일을 보내 오곤 한다. 그들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들과의 관계가 단순히 학점을 따고 주는 학생과 강의자의 관계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인간적인 맺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이 밀려온다. 지금까지 내가 그냥 헛되이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마음까지도 든다.

 

지난달에는 예전에 지도했던 크리스라는 학생을 만나 점심을 함께했다.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서 유독 총명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 뉴욕에 있는 직장에 들어가 넥타이 정장 차림의 번듯한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번 돈으로 내게 밥을 대접하고 싶다는 의젓한 말을 하는 크리스가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이 친구가 어디를 가나 사람들한테서 인정받고,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고, 하고자 하는 일들이 무탈하게 이루어지길 마음속으로 소원하였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이와 반대의 상황을 경험했다. 지금 내가 수업을 하는 미국 대학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큰 대학에 비해 학생 한명 한명에게 쏟는 교수들의 관심도 깊고 공부나 진로 관련 상담시간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에 익숙해진 몇몇 학생들이 교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중 한 여학생이 나와의 상담시간을 정하는데, 예정된 시간에는 어려우니 자신이 편한 시간으로 맞춰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정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니 처음에는 내 스케줄을 옮겨가면서까지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러기를 몇 차례, 이제는 아예 그것이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 학생의 사정이라는 것은 ‘너무 바빠서’였다. 그 이메일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자기만 바쁜가?’ 하는 소리가 마음속에서 올라왔다. ‘배우는 학생이 노력을 해야지, 어떻게 자기 편한 시간에 맞춰달라고 교수에게 매번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나? 참 예의가 없다.’ 이런 괘씸한 마음이 들면서 그 학생을 향한 내 마음의 문이 점점 닫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그 학생에게 더는 내 스케줄을 옮겨가면서까지 시간을 변경해줄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이메일로 답신을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혹시 메일을 열어 보고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회신도 한동안 오지 않았다. 그러니 기다리는 내내 내겐 이 일이 불편한 마음의 흔적이 되어 남아 있었다. 차라리 이번 상담도 내가 괜한 자존심 세우지 말고 마음을 좀 넓게 써서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진행했더라면 그것으로 끝이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나 좋으라고 한 일이 나를 참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의 행복은, 우리가 홀로 고립된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경험을 했을 때 깊어진다. 그리고 마음공부라는 것도 알고 보면 고행이나 철학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순간순간 우리 마음이 닫히는 것을 느낄 때 나 자신을 낮추어 그 문을 다시 열려는 노력이다. 졸업한 학생의 연락을 받으며 나와 그들이 지금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그리고 순수하게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랄 때 나의 마음은 완전히 열려 있고 따뜻하고 행복하다. 반면 내게 ‘예의 없이’ 구는 학생들에게 좀더 인내하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너무 쉽게 닫아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야말로 내 마음공부를 위해 나타난 진정한 스승들인데 말이다.

 

 

 

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20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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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44

우리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는 게 갈수록 힘들다고 말한다. 며칠 전에는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지수가 13.6%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절대빈곤과 상대빈곤의 크기도 줄어들 기미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요구되는 수요에 비해 국가복지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곤궁하겠는가. 다들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제 앞만 보고 달려왔던 과거의 관성대로 살아가기도 어렵다. 지친 몸과 다리가 더 이상 버텨주질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가장 많이 지치고 어려운 사람부터 하나둘 절망하고 포기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평균의 세 배나 되고, 범죄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가 시장과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 경제사회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시장과 경쟁 만능의 경제체제와 선별적 복지체제의 조합을 교조적으로 떠받던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 노선이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고, 이것이 격차사회로 귀결된 것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되고 보편적 복지가 가져다주는 삶의 안정감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만 살자'식의 경쟁 시장에서 격차가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지금의 격차사회는 정부의 개입과 민주적 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고삐 풀린 시장경제가 초래한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곳이 일자리인데, 바로 여기서 양극화와 격차 문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0%의 좋은 일자리와 90%의 나쁜 일자리 간에는 넘나들기 어려운 장벽이 존재하고, 그래서 마치 한 나라에 두 세상이 있는 것 같다.

왜 일자리의 격차가 중요할까. 10%의 좋은 일자리는 모든 것을 보장한다. 높은 임금과 회사별 복지에 더해, 대부분이 정규직 일자리로 직업의 안정성도 높다. 반면, 90%의 나쁜 일자리는 저임금과 저열한 회사별 복지에 더해 대부분이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우리는 10%의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는 언제나 10%밖에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뿐이다. 이것이 격차사회다. 지금 이 땅에서 10%의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복지국가 부럽지 않은 높은 소득과 완벽한 회사별 복지를 누린다. 하지만 나머지 90%는 사는 게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다 하나둘 절망하고 포기한다. 사람이 없는 삭막한 '시장'은 더 이상 역동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노동도 기업가적 도전정신도 발붙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까. 격차사회를 넘어 복지국가로 가야한다. 무엇보다 일자리의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1원 1표의 시장만능주의를 1인 1표의 민주주의로 조정하고 통제해야 한다. 이게 경제민주화다. 그래서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공정한 경제'를 확립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규제정책을 넘어 중소기업과 사회적 경제를 능동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세재정정책을 펴는 복지국가 정부의 개입주의 전략이 요구된다. 최저임금을 급진적으로 인상하고, 실업자와 저숙련 노동자를 직업교육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일자리 간 시장임금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에 더해 전부 아니면 전무인 기존의 회사별 복지를 국가의 보편적 복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 사회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나라, 소득과 사회서비스가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나라, 패자부활이 가능한 나라, 누구에게나 인생 3모작의 기회가 주어지는 역동적 복지국가이다. 어제 대선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는 공히 격차사회를 넘어 복지국가로 가자고 약속했다. 다시 희망을 가져도 될까?

 


이상이 제주대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22210051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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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43

저승으로 향하는 열차 ‘바리데기호’는 어디서 출발할까. 답은 경기도 일산 대화역이다. 저승에 도착한 이들이 재판을 받는 동안 머무르는 곳은? 편리한 시설을 갖춘 ‘호텔 헬리포니아(Hotel Hellifornia)’다.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어떡하지? 걱정 마시길. 저승전용 커피전문점 ‘헬벅스(hellbucks)’가 있으니까.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이 유머.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에 묘사된 현대화된 저승의 모습이다.

지난 2009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가 시작돼 ‘저승편-이승편-신화편’ 3부작으로 마무리된 『신과 함께』가 최근 단행본으로 완간됐다. 최근 몇 년 새 나온 한국 만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시작부터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은 이 만화는 지난해 대한민국 콘텐트 어워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일본에서도 리메이크돼 만화잡지 ‘영간간’에 연재 중이다. 내년에는 김태용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1부 저승편은 39세의 노총각 회사원 김자홍씨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저승차사(저승사자)를 따라 길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저승에 간 그는 7명의 판관에게 재판을 받으며 기름이 펄펄 끓는 솥에 빠지는 화탕지옥, 얼음감옥에 갇히는 한빙지옥 등을 ‘염라국 최고의 국선 변호사’와 함께 헤쳐 나간다. 2부 이승편은 집터를 지키는 성주신, 부엌을 가꾸는 조왕신, 화장실을 관장하는 측신 등 잊혀졌던 한국 설화 속 신들을 주인공으로 재개발과 철거민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3부 신화편은 앞서 등장했던 신들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보여주는 일종의 프리퀄(prequel·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자칫 고리타분할 수 있는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이 만화가 그동안 창작자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한국 전통 신화와 설화·민담이라는 새 이야기보따리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콘텐트 대국 일본에는 이미 전통 신과 요괴, 괴담 등이 대중문화의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작가들을 위해 국립연구기관인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가 일본 내 각종 설화와 요괴담 3만5700여 건을 모아놓은 ‘괴이(怪異)·요괴전승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관리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주호민 작가가 주목한 것은 경기도와 제주도 등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지만, 찾아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엔 신비로운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숨겨져 있을 터. 『신과 함께』는 이런 전통 소재가 새로운 문화 콘텐트로 주목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기분 좋은 신호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968075&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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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42

서울대 의대 허동은 교수는 USB 메모리만 한 플라스틱 칩에 허파 세포를 넣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인공 허파를 만들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유승식 교수는 3차원 프린터에 잉크 대신 줄기세포를 넣어 원하는 장기를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공대 출신인 두 사람이 의대 교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데에는 하버드 의대 병원이라는 공통의 토양이 있었다.

허 교수는 올 초까지 하버드 의대 협력 병원인 아동병원과 와이스연구소에 재직했다. 유 교수는 현재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소속이다. 하버드 의대는 미국 의대 평가에서 연구 부문 부동의 1위이다. 유승식 교수는 "병원의 수많은 젊은 교수들이 의대 연구의 주축"이라며 "그들의 경쟁력은 무한 경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2009~2010년 하버드대 교수 997명 중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시니어·senior)는 66%이고, 조교수와 부교수 등 주니어(junior)는 34%이다. 그런데 하버드 의대의 18개 협력 병원 교수 7793명 중 시니어는 754명, 주니어는 7039명이다. 시니어 대 주니어가 1대9로 본교와는 정반대이다. 그러다 보니 병원 주니어는 대부분 시니어 승진에서 떨어진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따지 못하면 바로 다음 학기에 연구실을 비워야 한다.

그런데도 다른 대학의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하버드 의대 병원에 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코넬대 출신인 에밀리 스턴 교수는 "위험 요소가 큰 연구를 찾아서 하고 융합 연구가 자연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사들도 "보수가 적어도 좋으니 연구를 위해 환자 진료 시간을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의대들도 연구 중심 대학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허동은 교수는 "의공학 전공 교수가 3년 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서울대 의대와 3개 부속병원을 합쳐 교수 1000여명 중 기초연구 전공 교수는 52명에 불과하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의 연구 교수 49명을 합해도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교수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들도 연구를 많이 하지만 살인적인 진료 일정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마다 수능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의대로 오지만 기초연구로 진출하는 졸업생은 1%가 안 된다. 국내 대표적 뇌과학자인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의사가 매일 환자를 봐도 평생 10만명밖에 볼 수 없지만 연구로 질병 원리를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아낸다면 수억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도 정형외과 의사에서 기초연구로 진로를 바꾼 사람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노벨상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신진 의과학자 10명에게 연간 1억원씩 3년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 숫자로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의대와 병원에 연구하는 교수들이 넘쳐날 수 있을지 정부와 대학·병원이 시급히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영완 산업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2/20121122027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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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41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77) 대통령은 은행계좌(a bank account)가 없다. 예금할(make a deposit) 돈이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개인 재산(his only personal asset)이라곤 낡은 1987년형 폴크스바겐 비틀 한 대뿐이다.

한 달에 약 774달러(84만원)로 먹고 입고 산다. 나라가 궁핍에 허덕여서(be tormented by poverty)가 아니다. 우루과이는 수리남에 이어 남미에서 둘째로 작은 국가다. 미국 워싱턴주(州)보다도 작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칠레에 이어 셋째로 발전된 국가다. 1인당 GDP가 볼리비아·파라과이의 3배(1만5656달러)에 달한다.

많은 유럽 국가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despite the economic crisis) 우루과이는 불황을 겪지(undergo a recession) 않고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해왔다(maintain positive growth rates). 2010년 GDP 성장률은 8.5%, 2011년엔 6%였다.

 

그에게 돈이 없는 까닭은 월급의 약 90%를 자선단체들에 기부하기(donate about 90% of his salary to charities) 때문이다. 빈민층 주택개발 사업을 하는(work on housing developments for the poor) 비정부기구와 소규모 제조업체 구제기금에도 돈을 보태왔다(contribute his money to the relief funds for NGOs and small manufacturers).

대통령 관저에서 살지(live in the presidential residence) 않는다. 부인이 일군 야채·꽃 농장의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한다(get to and from a shabby house at his wife's vegetable and flower farm). 관저는 노숙자들의 쉼터로 쓰도록(serve as shelter for homeless people) 내놓았다. 얼마 전엔 코에 멍이 든 채 나타났다(appear in public with a bruised nose). 폭풍이 지나간 뒤 지붕을 수리하던 이웃을 돕다가(help a neighbor to repair a roof after a wind storm) 다쳤다고 했다.

솔선수범한(take the initiative and set an example) 덕분일까. 우루과이는 중남미에서 칠레 다음으로 부패가 적은 국가가 됐고(rank as the second least corrupt country), 삶의 질에 있어서도 두 번째(1위 아르헨티나)로 높은 나라로 꼽히고(be listed second in terms of the quality of life) 있다.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 천양지차다(be a world away from other political leaders). 그를 본받아야(take a leaf out of his book) 한다는 칭송이 자자하다(be full of praise).

정작 본인은 이렇게 말한다. "필요한 건 다 있습니다. 재산 축적에 관심 없습니다(have no interest in amassing a fortune). 내 월급의 10%만으로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훨씬 더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live with much less money) 우리 국민이 많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2/20121122028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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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41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더 나은 교육을 하겠다"며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개편, 대학 반값 등록금 우선순위, 대입전형 개편, 고교 무상교육, 고교 입시제도 개편, 대학 서열화 완화 및 지방대 살리기 등의 공약을 보면서 "과연, 이러한 공약들이 실천되면 우리 교육이 더 좋아질까?" 하는 물음을 던져 본다. 정말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이 이뤄지면 우리 교육이 더 나아질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지금까지 나온 공약들이 대부분 교육의 껍데기를 바꾸겠다는 것이지 알맹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의 알맹이는 교육의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 그리고 평가방식이다. 지금 우리는 지식교육은 매우 잘 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종종 다른 나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개발도상국 수준일 때에는 정형화된 일을 반복적으로,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비정형화된 일을 비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져야 우리가 원하는 노벨상도, 다문화사회에서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가능해진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과 자녀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 전문가들은, 향후 교육은 우리 2세들이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도록 다음 세 가지 핵심역량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언어, 수, 컴퓨터 등 지적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둘째, 이질적인 집단 내에서 서로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능력. 셋째,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이 세가지 능력을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지적 도구의 사용능력을 기르는 일은 비교적 잘 하고 있으나, 더불어 사는 능력과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은 잘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정형화된 내용을 반복해서,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점수로 평가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교사들의 자긍심이 높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이러한 일에 대한 가치를 높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감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예·체능교육은 더 강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새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예·체능교육을 국어인 영어 다음으로 중시하고 있다. 종래 좋은 인성을 기르기 위해 실시한 도덕교육은 정직성과 책임의식을 길러 주는 글로벌 시민교육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껍데기보다 알맹이, 즉 교육의 내용과 교사의 교수방법, 학생의 학습방법 그리고 평가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들이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지를 약속해야 한다. 요컨대, 이러한 것들을 바꿀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이 나와야 교육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고,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2세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212100221120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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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39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아직은 여린 눈망울에 꾀 많은 네가 여염집 아궁이에서 죽다니. 네 배 속을 보니 쥐도 잘 잡아먹었건만 어쩌다 내출혈을 일으키고 숨이 막혔단 말이냐. 10월 31일 방사했으니 고작 6일 만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4월에 태어나 7개월 짧은 생을 마쳤구나. 야생으로 돌아갈 적응훈련이 부족했다거나 무작정 방사하려고 추운 날을 고려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터라 더 애달프다.

너는 8월부터 두 달여 강원도 소백산 자락 5000m²에서 훈련해 왔지. 국립공원관리공단 전담 직원이 어렵게 잡아온 산 들쥐를 먹이로 주면 날렵하게 쫓아가 앞발로 꽉 움켜쥐고 3분 만에 깔끔하게 먹어치운 너 아니더냐. 사람이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마음과는 정반대로 공단 직원이 몽둥이를 들고 쫓아다니기도 했지. 눈치 빨라 사람 발소리만 나도 재빨리 굴에 숨거나 덤불에 몸을 가려 모두를 기쁘게 했다. 이렇게 훈련 잘 받아 놓고 어찌 수컷과 신접살림도 차려 보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단 말이냐.

네가 떠나면서 너처럼 이 땅에서 사라진 토종 동물을 복원하는 사업이 휘청거릴까 염려되는구나. 사향노루 스라소니 호랑이 수달 바다사자 같은 포유류 12종과 임실납자루 미호종개 풍사리 얼룩새코미꾸리 꼬치동자개 감돌고기처럼 이름 예쁜 물고기 12종이 잘 복원될지 걱정이다. 이뿐 아니라 양서·파충류 7종도 복원 대상인데 비바리뱀 수원청개구리 남생이 역시 예쁜 이름 아니더냐. 두드럭조개 나팔고둥 상제나비는 또 어떠냐. 광릉요강꽃 나도풍란 끈끈이귀개 매화마름 섬시호 등 식물 36종도 복원을 기다리는 중이구나.



한데 네가 자연으로 돌아가자마자 죽으니 이 사업을 ‘무모한 도전’으로 보는 이가 많아졌다. 사실 나도 네가 소백산으로 뛰어가던 날 마뜩잖았다. 환경이 파괴돼 못 살게 된 것인데 사람 손으로 너희들을 풀어만 주는 걸 얼른 이해하기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일제는 강점 기간에 호랑이 곰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았고 그 와중에 몸을 피해 숨죽이던 너희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씨가 말랐다. 그러니 이제 산림이 울창해져도 찾을 길 없는 너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생태계 균형을 맞추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는 게 어찌 의미 없다 하겠느냐. 캐나다에서도 토종인 ‘스위트 폭스’라는 여우 복원에 성공했다더구나. 너처럼 사람 손에서 자란 녀석들을 숲에 풀어 줘 지금은 멸종 위기를 벗어났단다. 그러기에 한국에서도 희망을 갖고 추진했던 일 아니냐.

너를 보내고 이런저런 궁금증을 되짚어 보면서 걱정이 생겼단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물어보니 토종 동식물을 복원하는 데 올해 고작 28억 원이 배정됐다더구나. 현장에서 너희와 부대끼던 직원 사이에선 “다리 하나만 우리 주지…”라는 말을 한다더라. 너희 줄 먹이 사고 키우는 데 돈이 모자라다 보니 작은 교량 지을 돈 정도라도 이 사업에 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너는 애석하게 떠났다만 너무 아쉬워 마라. 2004년부터 방사한 반달가슴곰은 지금까지 34마리에 이른다. 11마리가 폐사하고 4마리는 부적응 판정을 받아 다시 사육장으로 돌아왔으니 성공률이 56%구나. 그러니 이제 네가 처음이던 여우 복원을 좀 더 기다려 봐도 괜찮다 싶구나. 부디 편히 쉬며 네 자손이 숲에서 무리지어 뛰노는 그날을 기원해 다오. 오호애재(嗚呼哀哉)라 여우여∼.

 


이동영 사회부 차장

 

 

http://news.donga.com/3/all/20121122/51019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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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39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후보조차 확정이 안 된 이런 ‘바나나 공화국’ 같은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거품을 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이왕 참은 것, 며칠만 더 기다리면 대진표가 확정될 것이고, 그때부터 “준비~땅” 하고 정책과 공약, 인물 검증을 몰아치기로 하면 된다. 뭐든지 단시간에 후다닥 해치우는 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전통이고 장기 아닌가.

나이 들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만 나는 요즘 정말로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젊은 시절,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소위 선진국이란 델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가 한반도 상공에 들어서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잿빛 산하와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사는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초라하고 암울해 보일 수 없었다. 옛날 얘기다.

며칠 전 국제회의 때문에 캄보디아에 잠깐 다녀왔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인천공항과 자유분방하게 그곳을 드나드는 수많은 코리안들, 시원하게 뻗은 공항고속도로와 깔끔하게 정돈된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 여권을 가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했다. 솔직히 요즘에는 미국이나 유럽 어디를 가도 별 감동이 없다.

전화(戰禍)와 분단의 상처를 안고 다시 시작한 나라. 부존자원 하나 없는 가난한 나라.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놓고 다투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로 끼니를 때우던 나라.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느니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저주 속에 출발한 나라. 그런 코리아가 불과 반세기 만에 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가 됐다.

자신은 헐벗고 굶주려도 자식들을 가르치고, 그 힘든 노동과 굴욕을 참아내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고생한 우리 부모들이 그래서 나는 눈물겹게 고맙다. 개척자 정신으로 사업을 일구고 키워온 기업가들과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나라의 기틀을 세운 엘리트 관료들이 고맙다. 모진 고통을 감수하며 민주화를 위해 애쓴 사람들이 고맙고, 구로공단에서 피땀 흘린 누이들이 고맙다.

이승만과 박정희에서 노무현과 이명박까지 역대 대통령들도 고맙다. 다들 나름의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공(功)이 있으면 과(過)도 있기 마련이다. 과는 과대로 기억하되 공은 공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미 잊혀진 존재가 되다시피 한 이명박 대통령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의 대외적 위상을 끌어올린 공로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지금 ‘빅3’가 대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조만간 ‘빅2’로 좁혀질 것이다. 누가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적 기대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양극화 해소란 시대적 과제에서 이미 빅3는 큰 기여를 했다. 누가 돼도 정치 개혁은 미룰 수 없을 것이고, 복지정책의 강화와 일정 수준의 경제민주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와 저출산율 세계 1위가 대변하는 우리의 팍팍한 현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체제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열린 ‘2012 베이징 포럼’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이 시대가 당면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전 세계에서 모인 석학과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는 일종의 지식 박람회였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 에밀리오 오캄포 교수의 발표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져 세계 6~7위를 다투던 아르헨티나가 지금은 60위권의 중진국으로 추락한 결정적 이유를 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실패한 정치권의 무능과 나태에서 찾았다. 단순한 부(富)의 이전에 의존하는 포퓰리즘적 접근법으로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고, 제도적 기반을 약화시킴으로써 아르헨티나의 성장 기반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란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는 소득 불균형과 경제력 집중의 완화가 필요하지만 자본주의의 버팀목인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뿔을 고친다고 소를 죽이는 우는 범하지 말란 얘기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합리적으로 룰을 조정하고, 일단 정해진 룰은 누구도 예외 없이 지키도록 감시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임이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돼도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955860&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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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11:38

한가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야권 대통령 단일 후보가 누가 되느냐가 흥미진진할 수 있어서다. 그래도 얘기하련다. DJ가 명줄이 걸린 일이라고 표현한 일 말이다. 외교, 특히 정상외교다.

사실 어느 대통령이건 후보 시절엔 주로 “국내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고 한다. 사실 국내 문제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그리 한다. 경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엔 달라진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외교에 투입하게 된다.

어느 정도이기에 싶을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5년 순방 일정표로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49번 해외 순방에 나섰다. 일본 방문처럼 당일치기도 있지만 2008년 미국·브라질·페루 순방 때처럼 13일 일정도 있었다. 전체적으론 순방 날짜만 233일이다. 재임 일수가 1826일이란 점을 감안해 보라. 8일 중 하루꼴로 해외에 있거나 적어도 대통령 전용기 안엔 있었다는 뜻이다. 그 사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만 11번 했고, 그중 7번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였다. 얼굴을 본 것까지 포함하면 매년 대여섯 번꼴이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도 10번, 일본 총리와도 20차례 가깝게 회담했다.

이 대통령이 외교 어젠다를 G20·기후변화·녹색성장·자유무역협정·원자력·군축 등으로 넓혀간 요인이 있다. 하지만 내치와 외치가 구분이 안 되는 시대인 데다 “국가 간 주요 현안은 정상끼리 문을 닫고 대화해 결정한다”(외교 전문가)는 현실도, G20 국가로서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청도 있었다. 근본적으론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들이 서로 견제하는 군사적 요충지인 탓이 크다. 한반도는 과거부터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퇴임 후 DJ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외교가 필요한 나라다. 외교가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정치는 실수하더라도 고치면 되지만 외교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고 썼을 정도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어긋나 한동안 고생했던 DJ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물러나선 “남북 문제나 동북아시아 문제를 풀기 위해선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하고 친중·친소·친일도 다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거다. 아니, 차기 대통령은 전임자들보다 훨씬 엄중한 시기에 처한다고 봐야 옳다. 최근 구한말과 유사하다고 느끼는 이가 많다. 전 세계가 미·중 G2 체제로 재편되는 격변기여서다. 재선으로 더 강력해진 오바마 대통령과, G2 국가이나 G2 국가로서 리더십을 보이는 걸 주저하는 시진핑 중국 차기 국가주석 간 신경전이 불가피하다. 어쩌면 미·중 간 제한적 충돌이 일어나 우리가 어떤 선택이든 해야 할 상황이 올는지 모른다. 날로 우경화하는 일본은 그런 정세를 더욱 꼬이게 할 거다.

적어도 한 명은 대통령이 될 게 분명한 3명의 후보는 자신이 마주할 정세에 대해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의무다. 그러나 여태껏 별 얘기가 없다. 물론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이달 들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세 차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두 차례 정도 언급했다. 대충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중·일과 잘해보겠다”는 수준이었다. 북한 때문에 주변 강국과의 관계가 복잡해지는데도 “북한과 대화하겠다”고만 했다. 방책을 내놓기보단 낙관적 전망을 하기 일쑤였다. 박 후보가 외교안보통일정책, 문·안 후보가 통일외교안보정책이라고 하는 데서 드러나듯 정책의 우선순위 차만 느껴질 뿐이었다. 예전엔 대통령 후보들이 주요국 순방을 통해서라도 국제 감각을 드러냈었다. 이번엔 그마저도 없었다. 깜깜이도 이런 깜깜이가 없다.

후보들이 무관심해서 이런 건 아닐 거다. 무지해서라고 믿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디서건 책 잡힐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어느 쪽이건 대선에서 외교 이슈는 사라지고 국내 이슈만 남았다. 그 사이 국가는 ‘글로벌 대한민국’인데 대통령 후보들은 ‘로컬 후보’처럼 보이게 됐다.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955865&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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