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인가?
27일 0시를 기해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주자는 7명이다. 새달 19일, 대한민국 유권자는 선택해야 한다. 대다수는 박근혜나 문재인 중 한 사람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사표일망정 ‘제3의 후보’에게 마음을 주거나, 아예 선택을 하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존중받아야 한다. 문제는 선택의 잣대다. 어떤 ‘감별’의 기준으로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것이다.
병아리 감별에도 나름의 관찰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뽑기 위한 감별이다. 그 기회를 헌신짝처럼 버리거나,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다. 누가 진정 이 나라를 이끌 대통령감인지, 누가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 인물인지를 가려내는 정성이 필요하다. 좋은 사회, 좋은 나라는 절로 오는 법이 없다. 외모, 느낌, 인격, 공약(정책) 등 저마다의 기준으로 눈을 부릅떠야 한다.
나는 그 감별의 잣대로 가장 먼저 ‘인권 감수성’을 들고 싶다. 인권은 모든 것의 대전제다. 시대정신보다 앞자리에 놓인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일자리와 성장 등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과 방향은, 궁극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들일 뿐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정신에 누구의 삶이, 누구의 행동과 말이 가장 잘 부합하는지, 또 누구의 정책이 그것을 잘 보장하려 하는지, 그것을 따지면 된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 참정권은 물론 노동권, 교육권, 건강권, 주거권 등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인 ‘사회권’의 제도화를 위해 누가 가장 힘쓸 것인가?
둘째로 꼽고 싶은 감별의 기준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다. 누가 민주주의에 충실했고, 누가 민주주의를 더 심화시킬 것인가? 민주주의는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시민을 지켜주는 한 사회의 주춧돌이다. ‘야만의 체제에 대한 거부’다. 따라서 그것은 투표행위만이 아니다. 경제적 위협과 공포로부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이념이며, 내 삶과 일자리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체제이기도 하다. 성장이란 이름으로 결코 저울질할 수 없는 게 자유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유토피아를 만들지는 못해도 민주주의 없이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정당정치의 미성숙, 낡은 선거제도 등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우리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퇴행할 수 있음을 체험했다.
그래서 세번째 감별의 눈이 필요하다. 누가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해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그들과 더불어 하려고 하는가? 누가 이 나라 민주주의의 결함을 치유하고 그것을 뿌리내릴 대안과 능력을 갖고 있는가? 곧 복지와 민주주의가 만나는 복지민주주의를 누가 이룰 것인가? 민주주의의 발전은 인권의 발전이며, 그 제도화가 복지다. 자본주의 체제 속 민주주의는 시민(주체)의 참여와 복지(국가)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키는 건 시민의 참여이며, 복지는 민주주의 심화의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민주주의 체제나 결함 있는 민주주의 체제의 복지 수준은 뿌리내린 민주주의 체제의 복지수준을 능가할 수 없는 것이다. 인권, 민주주의, 복지는 실상 감별과 선택의 잣대 이전에 우리 사회와 시민이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할 우리 시대의 핵심 ‘가치’다. 스무날 남짓한 선거운동 기간, 이 세 가지 눈으로 다시금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자. 최종 선택은 물론 자유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28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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