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더 나은 교육을 하겠다"며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개편, 대학 반값 등록금 우선순위, 대입전형 개편, 고교 무상교육, 고교 입시제도 개편, 대학 서열화 완화 및 지방대 살리기 등의 공약을 보면서 "과연, 이러한 공약들이 실천되면 우리 교육이 더 좋아질까?" 하는 물음을 던져 본다. 정말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이 이뤄지면 우리 교육이 더 나아질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지금까지 나온 공약들이 대부분 교육의 껍데기를 바꾸겠다는 것이지 알맹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의 알맹이는 교육의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 그리고 평가방식이다. 지금 우리는 지식교육은 매우 잘 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종종 다른 나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개발도상국 수준일 때에는 정형화된 일을 반복적으로,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비정형화된 일을 비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져야 우리가 원하는 노벨상도, 다문화사회에서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가능해진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과 자녀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 전문가들은, 향후 교육은 우리 2세들이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도록 다음 세 가지 핵심역량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언어, 수, 컴퓨터 등 지적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둘째, 이질적인 집단 내에서 서로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능력. 셋째,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이 세가지 능력을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지적 도구의 사용능력을 기르는 일은 비교적 잘 하고 있으나, 더불어 사는 능력과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은 잘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정형화된 내용을 반복해서,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점수로 평가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교사들의 자긍심이 높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이러한 일에 대한 가치를 높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감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예·체능교육은 더 강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새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예·체능교육을 국어인 영어 다음으로 중시하고 있다. 종래 좋은 인성을 기르기 위해 실시한 도덕교육은 정직성과 책임의식을 길러 주는 글로벌 시민교육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껍데기보다 알맹이, 즉 교육의 내용과 교사의 교수방법, 학생의 학습방법 그리고 평가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들이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지를 약속해야 한다. 요컨대, 이러한 것들을 바꿀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이 나와야 교육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고,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2세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212100221120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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