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4. 11:42

서울대 의대 허동은 교수는 USB 메모리만 한 플라스틱 칩에 허파 세포를 넣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인공 허파를 만들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유승식 교수는 3차원 프린터에 잉크 대신 줄기세포를 넣어 원하는 장기를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공대 출신인 두 사람이 의대 교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데에는 하버드 의대 병원이라는 공통의 토양이 있었다.

허 교수는 올 초까지 하버드 의대 협력 병원인 아동병원과 와이스연구소에 재직했다. 유 교수는 현재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소속이다. 하버드 의대는 미국 의대 평가에서 연구 부문 부동의 1위이다. 유승식 교수는 "병원의 수많은 젊은 교수들이 의대 연구의 주축"이라며 "그들의 경쟁력은 무한 경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2009~2010년 하버드대 교수 997명 중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시니어·senior)는 66%이고, 조교수와 부교수 등 주니어(junior)는 34%이다. 그런데 하버드 의대의 18개 협력 병원 교수 7793명 중 시니어는 754명, 주니어는 7039명이다. 시니어 대 주니어가 1대9로 본교와는 정반대이다. 그러다 보니 병원 주니어는 대부분 시니어 승진에서 떨어진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따지 못하면 바로 다음 학기에 연구실을 비워야 한다.

그런데도 다른 대학의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하버드 의대 병원에 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코넬대 출신인 에밀리 스턴 교수는 "위험 요소가 큰 연구를 찾아서 하고 융합 연구가 자연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사들도 "보수가 적어도 좋으니 연구를 위해 환자 진료 시간을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의대들도 연구 중심 대학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허동은 교수는 "의공학 전공 교수가 3년 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서울대 의대와 3개 부속병원을 합쳐 교수 1000여명 중 기초연구 전공 교수는 52명에 불과하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의 연구 교수 49명을 합해도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교수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들도 연구를 많이 하지만 살인적인 진료 일정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마다 수능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의대로 오지만 기초연구로 진출하는 졸업생은 1%가 안 된다. 국내 대표적 뇌과학자인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의사가 매일 환자를 봐도 평생 10만명밖에 볼 수 없지만 연구로 질병 원리를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아낸다면 수억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도 정형외과 의사에서 기초연구로 진로를 바꾼 사람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노벨상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신진 의과학자 10명에게 연간 1억원씩 3년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 숫자로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의대와 병원에 연구하는 교수들이 넘쳐날 수 있을지 정부와 대학·병원이 시급히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영완 산업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2/2012112202794.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