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첫째로 선정된 것이 빅데이터(Big Data)다. IT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거쳐 데이터로 옮아가는 추세다. 모바일인터넷·스마트폰·소셜미디어에 힘입어 엄청나게 쏟아지는 데이터가 IT(정보통신 기술)의 새로운 금맥(金脈)으로 인정된 셈이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데이터양이 많다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더 가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며, 국가는 IT 경쟁력을 높이는 인프라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빅데이터의 위력은 이번 미국 대선과 지난번 우리나라 총선에서 입증된 바 있다.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것은 선거만이 아니다. 개인 의료 정보가 체계적으로 활용되면 진료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큰 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맞춤형 평생 의료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기업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빅데이터에 투자하겠지만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2000년부터 국가 지식자산의 디지털화를 추진하여 왔고 전자정부는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국가지식포털'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지만 빅데이터 활용이라고 할 만한 것은 2011년에 '공유자원포털'을 개방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국가 지식재산의 창출·보호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2011년에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치했다.
공공 분야의 국가 지식과 데이터를 민간에게 개방하면서 동시에 보호하겠다는 의지는 빅데이터 처리를 둘러싸고 혼란을 낳을 수 있다. 데이터와 정보는 공공 자산이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답이다. 하지만 국가가 구축한 과학·기술·문화 분야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라 할지라도 저작권법은 재산권을 인정하고 있고 이용 계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데이터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럽은 1996년 글로벌 IT 싸움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데이터베이스에 투자한 사람에게 15년 동안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법제를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데이터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차단될 것을 우려하여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중심의 데이터 유통 편중이 더욱 심화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유럽의 완패(完敗)이고, 유럽의 보호 방식을 따른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즉 국내 민간 데이터베이스 산업은 2011년 기준으로 10조원대, 6만명 고용 규모라고 하지만 뉴스·문화 등이 60% 정도이며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경제·과학 등의 전문 데이터베이스는 축소되는 구조다. 특히 포털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비중이 38%에 이르는데 포털은 광고에 의존하는 정보의 소비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민간 분야의 빅데이터 기반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다. 먼저 공공 분야의 빅데이터를 개방, 민간이 쉽게 재창조할 수 있게 하는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 데이터 범위도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수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을 국가가 지식재산권을 포기하면서 쏟아내야 한다. IT의 기초 소재인 데이터가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빅데이터 유통 허브'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선결 과제이다.
방석호 홍익대 법대 학장·前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3/20121123023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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