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4. 16:56

지금 태평양 어딘가에는 젖소 수천 마리를 태운 배가 항해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소다. 중국은 올해 젖소 10만 마리를 수입하기로 하고, 수송 작전을 펴고 있다. 주로 우루과이·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온다.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10만 마리를 25척에 실어 중국으로 들여왔다. 식생활 개선으로 우유 수요가 늘고 있지만 그 우유를 만들 원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중국 낙농업의 현실이다. 2008년 어린이 6명을 사망케 한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불량 젖소’를 대거 폐기하면서 ‘젖소 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업계는 낙농 현대화에 나선다지만 우유가 공장에서 제품 찍어 내듯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는 기회다. 중국의 ‘낙농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료 전문기업인 코휘드가 사례다. 이 회사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치치하얼(齊齊哈爾)에서 1000마리 규모의 젖소 목장을 운영 중이다. 돈 주고 산 게 아니다. 치치하얼 시정부가 젖소를 모아줬고, 축사와 축유시설도 제공했다. 낙농 현대화를 모색하던 시당국이 사료 기술을 갖고 있는 코휘드에 5000마리 규모의 목장 위탁사업을 제안했고, 제1차로 1000마리를 모아 코휘드에 넘긴 것이다. 원래 농가에 젖소 한 마리당 연간 3000위안(약 54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이정주 사장은 사료 기술이 있기에 성공을 자신한다. 코휘드는 연구개발을 통해 한 해 원유 생산량을 약 7t으로 끌어올린 젖소 사료를 만들어냈다. 일반 중국 젖소보다 75%나 많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낙농 전문가를 영입해 품질관리를 맡기기도 했다. 품질이 좋으니 유통은 현지 우유 업체가 알아서 해준다. 인근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유업체 멍뉴(蒙牛)가 젖을 짜기가 무섭게 가져간다. 중국에서 프리미엄급 우유 브랜드를 개발하는 게 이 사장의 꿈이다.

중국과의 FTA 협상이 시작됐다. 농업 분야는 우리 측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코휘드 사례는 그러나 농업 분야도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중국은 그동안 공업화에 힘쓰면서 농업 분야를 상대적으로 외면해 왔다. 우리나라 농기술·노하우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분야가 많다. 게다가 중국은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 의식이 약하다. 배추에 발암성 포름알데히드를 써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식품은 안전하다’는 인식만 심어준다면 우리 농·수·축산 가공품의 중국 시장 가능성은 크다. 우유·소시지·햄 등 가공식품은 좋은 전략 상품이 될 수 있다.

물론 쌀을 포함한 민간품목은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방어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켜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만으로는 협상의 대국을 놓칠 수 있다. ‘중국 농축산업 비즈니스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공격적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태평양의 젖소에서 얻는 FTA 협상의 지혜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8098320&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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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4. 16:52

총수가 감정 앞서 말 함부로 하면 기업에 큰 영향… 삼성가 막말 싸움 삼성 앞날 적신호
이윤 극대화보다 국민 존경과 사랑 더 중요한 시대

지난 1995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만난 이 회장은 문제의 맨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집중력을 갖고 있었다. 한번 의문을 가지면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반드시 해답을 얻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예전에 빗길에 차가 심하게 미끄러져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는 교통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사고 원인을 며칠간 분석했다. 그 결과 소나기가 내리면 아스팔트 홈에 스며들어 있던 기름이 떠오르면서 일종의 유막을 형성, 도로가 아주 미끄러워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가 계속 내리면 기름이 씻겨 내려가 덜 미끄럽다고 했다.

이 회장은 자동차 품질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작은 부품인 베어링을 만들 때 수분 함유량에 따라 강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했다. 최고 품질의 TV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엔 사내외 최고 전문가들을 모아 반도체 부품 하나하나까지 챙겼다고 했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역사적 안목도 탁월했다.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이 회장의 집중력과 통찰력에 대해 감명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최근에 이건희 회장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얼마 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면서 삼성가 장남인 이맹희씨를 겨냥, "감히 나 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안 된다. 날 쳐다보지도 못했던 양반이고,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며칠 뒤 이 회장은 "최근 사적인 문제로 개인감정을 드러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충격은 여전하다.

총수가 감정이 앞서서 말을 함부로 하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아첨꾼이 득세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가 한번 만들어지면 회사가 기울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삼성가(家) 형제간의 재산 다툼이 막말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기업인 삼성의 앞날에 적신호인 셈이다.

어떤 재벌 오너든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경영권은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다. 오너들은 재산을 넘기면 경영권도 넘어간다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스스로 경영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고, 주주들은 경영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또 기업이 매출을 많이 올리고, 영업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해서는 기업의 미래가 없다. 미국에서 나온 레젠드라 시소디어의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을 보면 사랑받는 기업을 추려내는 방법이 있다. '이 회사가 존재함으로써 세상이 더 살기 좋아졌다고 사람들이 말하는지' '협력 업체를 쥐어짜지는 않는지'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잘 대우하는지'가 주요 기준이다. 이 방식으로 추려낸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미국 500대 기업 평균 수익률의 9배에 달했다. 사랑받는 기업이 돈도 많이 버는 것이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은 거창한 게 아니다. 재단을 만들어 수백억원을 기부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컨대 새로운 자동차를 내놓을 때마다 원가 인상 요인을 흡수하여 차 가격을 올리지 않거나, 좋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요금 인상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사랑받는 기업의 지름길이다. 


김영수 기사기획 에디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06/20120506007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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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4. 16:50

후원자 있느냐 없느냐 따라 아이들 꿈과 미래 좌우된다면 사회는 국가는 왜 있는가

남매는 할머니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은 사업 실패 뒤 도피생활을 하다 연락이 두절된 지 10년이 넘었다. 가족의 수입은 할머니가 받는 지원금 70만원뿐이다. 호적상 근로능력이 있는 부모를 둔 남매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복지기관을 통해 후원자를 만나면서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

웃는 모습이 예쁜 다섯살 주연이는 희귀병에 걸렸다. 보험혜택 하나 받을 수 없고 치료비는 이미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아이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주연이가 출연한 방송을 보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후원자들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경제적으로 힘든 아이들, 몸이 아픈 아이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는 사람들 또한 많이 있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 따뜻한 세상이란 말과 함께 이 안타깝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매주 방영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고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특히 어린이날, 가정의 달이 되면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마음 따뜻한 후원자를 찾아 나선다.

아이들을 돕는 후원자들에게는 ‘천사’라는 호칭이 부여된다. 천사들은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지원 여부를 심사하는 정부 대신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주고 돈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의료비를 주고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아이들에게 희망도 준다. 불쌍한 아이들과 천사를 찾아 연결하는 일은 사회복지기관의 몫이다. 마치 매치메이커처럼 서로를 연결한다.

천사들만 있어 준다면 아픈 아이들, 돈이 필요한 아이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모두 지켜줄 수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천사를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아직 후원자를 만나지 못한 아이, 모금 방송에 출연할 용기를 내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한 아이, 수많은 사연의 아이들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갑작스런 정리해고 등 천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사연으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도 존재한다. 이 아이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행운을 기다려야만 한다.

천사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아이들의 생명이, 아이들의 꿈이,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면 과연 이것이 가슴 따뜻한 이야기일까? 아이가 아플 때 내 이웃과 내 나라에 의지하고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나가 눈물 흘려야 하고 가장 아프고 가장 불쌍해져야 많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면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나라일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천사가 아니다. 조건 없이 생명을 지켜주는 나라, 차별 없이 교육시켜주는 나라, 아프고 가난하다고 티브이에 나가 눈물 흘리지 않아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 아이들을 위한 국가가 필요하다.

정부는 우리나라는 이미 복지국가라며 사상 최대 복지예산을 쓰고 있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주거나 조건 없이 생계를 지원하면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계 역시 누가 누가 더 가난한지 고르고 누가 누가 더 착한지 찾아내는 역할을 하며 현재와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언론 역시 아이들을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그려보는 것보다는 시즌성 이슈 만들기에 연연하고 있다.

다가오는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에는 더이상 아이들이 눈물 흘리며 천사를 찾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사회복지계, 언론이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늘 해오던 대로 하는 대신 변화를 시도해보기를 기대한다. 천사들의 선행에 아이들의 생명과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든든한 안전망이자 울타리인 국가가 아이들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을 보며 함께 눈물 흘리고 걱정한 이 땅의 모든 천사들이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이선영 서울시 중구 무교동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309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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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4. 16:49

최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속에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지적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이후 재정건전성이 강조되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 예사롭지 않은 충고로 받아들여진다.

고령화에 따른 정부지출 증가는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는 둔화된 경제성장 가운데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최악의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경제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경기침체 속에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이었는데, 여러 원인이 제기된 바 있지만 가장 근본적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지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음에도 미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있는 주장이 제기되곤 한다. 그 주요한 논거 중 하나는 ‘미국경제가 젊다’는 측면이다. 미국은 출산율 자체가 높은 데다 여전히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젊은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인구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최근까지의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 활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를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금융부실과 함께 인구구조 고령화 문제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추진한 산아제한의 영향으로 저출산·고령화 패턴이 굳어져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큰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결국 일본에 이어 한국과 중국 모두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물론 저출산·고령화의 도전에 대비하는 확실한 대응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출산율을 높여도 그 효과는 시간을 두고 나타나고, 이미 진행된 고령화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요청되며, 한국경제의 고령화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성장 동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적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적 질적 콘텐츠를 강조하도록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건물을 짓고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한 투자였다. 흔히 노동력과 물적 자본 축적에 기반하는 ‘요소투입형 경제성장’ 모형으로 지칭된다. 하지만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는 대개 시설투자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과잉투자와 재정위험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측면은 최근 기업 시설투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불패신화가 깨어지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투자 감소에 대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물적 투자의 수익률이 감소한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위험관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에 대비하면서 소프트웨어적 질적 콘텐츠를 강조하는 경제구조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여기에는 교육의 질적 전환과 우수인력 활용을 위한 제도 선진화 그리고 물적 투자에 대한 책임성 강화가 있다. 또한 이민자를 포함해 여성과 고령층 우수인력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고쳐 나가야 한다. 질적 개선을 저해하는 과도한 물적 투자는 대개 자신의 돈이 아닌 공적인 재원을 사용한다. 흔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으로 비효율적인 건축 및 시설투자를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투자를 막고 재원을 질적 개선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 역시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중요한 제도 개선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http://news.donga.com/3/all/20120428/458579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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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4. 16:44

인프라 민영기업들은 얼마 안 되는 투자를 하고는 그 시설의 주인 노릇을 한다

지하철 9호선을 가끔 탄다. 쾌적하고 빠르다. 오르긴 했지만 요금도 괜찮다. 그런데 그 운영주체가 민간이란다. 새삼스럽다. 사회간접자본을 민간이 운영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다. 하긴 ‘서울시메트로9호선㈜’이란 이름을 가졌으니 헛갈리는 건 당연하다. ‘㈜’의 의미를 부러 해석하지 않는 한, 백이면 백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기업인 줄 알았을 것이다. 얄궂다.

도로/철도/항만/공항, 전기/가스/상하수도 시설 등을 ‘사회간접자본’이라 부른다. 굳이 왜 자본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직접적 생산수단은 아니지만 생산활동의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자본이니 사용료가 저렴해야 한다. 비싸면 생산활동에 부담이 된다. 그러니 정부가 소유하는 게 상식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하더라도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독점의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누구나 써야 하고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할 개연성이 높아서다.

자본이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하다. 경쟁 없이 돈을 벌 수 있으니 군침을 흘리는 건 본능이다. 이런 마당에 한국의 인프라 민영화는 ‘민자사업’이란 이름으로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지하철 9호선 사태가 그 진실을 말해준다. 인프라 민영기업들은 차려진 밥상에 수저 얹는 데 귀신들이다. 얼마 안 되는 투자를 하고 그 몇배의 돈이 들어간 시설의 주인 노릇을 한다. 적자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일정 수익까지 보장받는다. 물론 그 재원은 세금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한술 더 떠, 대주주는 자신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고리대금업까지 한다.

이런 일종의 특혜를 방조 혹은 조장한 것은 정치권력이다. 굳이 민간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대부분의 인프라는 건설 및 운영이 가능했다. 돈이 부족했다면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했으면 될 일이었다. 대체 이들을 끌어들여 공공이 무슨 이득을 보았는가. 이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 이상을 어떻게든 회수해가는 자본가일 뿐이다.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을 끌어들인 건 특정 ‘의도’가 숨어 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정부는 문제가 되고 있는 ‘최소운영수익보장’ 제도를 완전히 없앤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일 뿐 민영화를 향한 질주를 멈춘 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케이티엑스와 인천공항 민영화 시도에서 보듯 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끈질기게 공공의 영역을 사유화하려 한다.

좋다. 자본주의 세상이니 공항도 항만도 도로도 민간이 투자해 운영할 수 있다. 단, 자신들의 돈을 들여 건설할 일이며, 그 흥망은 온전히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게 공정하다. 손해가 나면 세금으로 보전해준다거나 잘 운영되고 있는 기존 시설을 그야말로 날로 먹으려 하는 것은 경쟁의 원칙에 반한다.

민영화란 민간이 경영 주체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엔 함정이 숨어 있다. 여기서의 민간은 국민이 아니다. 소수의 자본가이다. 따라서 ‘민영화’라 부를 게 아니라 ‘사유화’ 또는 ‘사기업화’라 불러야 옳다. 당연히 사회간접자본의 사유화는 극히 제한되어야 한다. 금지하는 게 좋다. 그 자체가 공동체의 공유물로 존재할 때 ‘자본’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건 인프라에 대한 욕심도 화근 중 하나이니 줄여야 한다. 한국의 토건 인프라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전 국토는 공사중이다. 정상은 아니다. 토건으론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젠 토건 시대를 끝낼 때도 되었다. 그래야 자본의 인프라 침탈 여지를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295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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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4. 16:42

김문수 경기지사가 엊그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의원과 이재오 의원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고, 민주통합당에서도 문재인 국회의원 당선인을 위시한 여러 사람이 속속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여기에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재야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감안한다면, 올해 대선 후보군은 벌써 10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은 우선 반가운 일이다. 대통령의 꿈을 키워온 사람들은 적어도 나라 전체를 염두에 두고 비전을 가꿔왔을 터이니. 하지만 후보군 가운데 정말 우리의 삶을 맡겨도 좋겠다는 확신을 주는 이는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앞으로 검증과정에서 나라를 이끌 훌륭한 경륜을 갖춘 분이 드러나길 바랄 뿐이다.

대통령책임제 나라에서 대통령을 잘 뽑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올해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어떤 점에선 여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새 대통령이 단순히 이명박 정권이 지난 4년간 저질러놓은 난장판을 뒷설거지하는 일을 넘어,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주·평화·복지·공정에 바탕한 새로운 ‘2013 체제’를 만들어갈 책무를 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감당하기 위한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인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간적 품성, 우리 사회의 과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해결능력,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소통능력 등 다양한 자질과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선에 나선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자질을 갖추는 것에 더해 정치에 관한 공자의 말씀을 경청해봤으면 좋겠다. 공자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묻는 자공에게 “먹을 것을 충족시키고, 군사를 충분히 갖추며, 백성이 믿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공이 그 가운데 부득이 뭔가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가장 먼저 버릴 것은 군사이고 그다음은 먹을 것이며 마지막까지 저버려선 안 될 것은 백성의 믿음이라고 했다. 국방정책이나 경제정책 등 개별 정책을 잘하는 능력이 있어도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국민의 믿음을 얻는 일은 그다지 녹록한 일이 아닌 듯하다. 정부 수립 이래 역대 대통령을 돌아봐도 그들 가운데 누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대통령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승만·박정희는 자신의 권력 연장을 위해 여러 차례 약속을 뒤엎었고, 전두환은 민주·정의 등 정권의 속성에 반하는 기치를 내세움으로써 국민을 우롱했다. 그 이후의 대통령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민의 믿음을 온전히 얻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권력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도 그 중요한 원인 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하는 것임에도 우리 역대 대통령의 상당수는 그것을 사적 이익에 동원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 대표적 예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의 집권 초부터 ‘고소영’이니 ‘만사형통’이니 하는 말들이 회자되고, 그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단죄를 받거나 수사선상에 오른 것,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에 자신의 특보를 앉힌 것이나, 자신한테 비판적인 민간인을 사찰하는 데 공무원을 동원한 것은 그의 공공의식 결여의 증좌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대통령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인 문대성·김형태씨를 보자. 그들의 공공의식 수준은 국회의원이란 공적 책임을 맡겠다면서 복사 수준의 표절을 하고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제수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 제시돼도 이를 부인하며, 오로지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탈당한다고 할 정도다. 이렇게 땅에 떨어진 공직추구자의 도덕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차기 대통령에겐 권력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만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29559.html


Posted by 겟업
2011. 5. 27. 12:57


과 디지털이 하나되는 세상
걸프전 당시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궁의 침실을 폭격한 일이 있었다. 그의 침실은 물론이고 침대조차 박살났으나 후세인은 죽지 않았다. 왜냐하면 후세인은 그 침실에서 자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이슬람교도들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벌어지면 밖에서 천막을 치고 자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알라에게 구원을 청하는 아주 오래된 문걸프전 당시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궁의 침실을 폭격한 일이 있었다. 그의 침실은 물론이고 침대조차 박살났으나 후세인은 죽지 않았다. 왜냐하면 후세인은 그 침실에서 자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이슬람교도들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벌어지면 밖에서 천막을 치고 자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알라에게 구원을 청하는 아주 오래된 문화인데도 미군은 그것을 포착하지 못했다. 정보기술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발전한데 비해 모슬렘의 문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백지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정보기술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유도탄 같이 기계를 다루는 하드웨어의 정보기술이요, 또 하나는 상대방의 문화나 인간의 마음을 읽는 소프트 콘텐츠에 관한 것이다. 전자를 기계기술, 후자를 지식기술이라고 구별하기도 한다 



Posted by 겟업
2011. 5. 27. 12:25

그럼에도 지난 10년과 지금 사이에 여전히 변화가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10년 전 제네바에서 난 작은 생각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량 내부를 보여주기 위해 차를 슬라이스 자른 ‘상태’가 당시의 볼보차량 같은 경우엔 잘라진 자리마저 매끈하게 잘 마감되어 있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근데 당시 현대차는 자른 곳들에 대한 마감이 잘 안되어 있어서 각이 진 곳이 날카롭게 되어 있고 고무패킹 같은 것은 떨어져서 차라리 안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의문을 가졌던 것이 한국의 기술이 자르는 기술마저 이렇게 뒤떨어지나 싶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사실 그것은 자르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었다. 뭐 그것도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것은 생각의 차이에 기인한 게 아닐까 싶었다. 볼보는 처음부터 자른 차를 만들었고, 현대는 차를 실제로 자른 것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05146
Posted by 겟업
2011. 5. 27. 12:14


누에가 빗소리를 내며 뽕잎을 읽는다. 개구리가 가갸거겨 무논을 읽는다. 배추 흰나비가 여름 배추를 듬성듬성 읽는다. 말매미가 미루나무를 수액째 읽고 쓰르라미가 버드나무 초서를 낭랑하게 읽는다. 벼메뚜기가 서슬 푸른 볏 잎을 읽는다. 가으내 귀뚜라미가 달빛 전집을 읽는 동안 독서광인 바람은 여름내 독파한 팔만사천 나뭇잎 장서를 모두 단풍 불에 살라버리고, 강물과 바다에 이는 파랑을 읽으러 달려간다. 세상은 온통 읽고 읽히는 것 천지이다.

 

Posted by 겟업
2011. 5. 27. 12:03
우리나라는 한국전이후 외국의 지속적인 원조와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특히 전후 유엔에 의한 한국정부의 지원(UNKRA)에 의거하여 ‘한국재건계획’이라는 보고서가 마련되었으며, 이에 따라 발전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본 보고서에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의 하나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것이 향후 한국사회발전에 커다란 잠재력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이 전후의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의 도약을 마련한 계기는 자발적인 의지도 있었지만, 세계 각국의 적절한 원조에 의한 지원에도 힘입었던 것입니다. 

 인적자원개발의 성공 신화를 간직한 나라, 가장 첨단의 기술을 가진 정보통신의 최첨단에 선 나라, 전쟁, 가난,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 이러한 것을 고려한 원조사업을 선택·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 다른 국가와 같은 종류의 원조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규모나 선점 등의 사례를 볼 때, 그 파급효과가 미비할 것은 분명합니다.

http://www.korea.kr/newsWeb/pages/brief/sectionNews2/view.do?newsDataId=148608167&section_id=pm_sec_1


Posted by 겟업
2011. 5. 27. 11:59
‘ 뽀빠이’라고 하면 시금치를 생각한다. 그 만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시금치에는 철분이 많아 아이들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금치에는 다른 식품들보다 철분이 적으면 적었지 결코 많지 않다. 발터 크레머와 괴츠 트렌클러는 그들의 ‘상식의 오류사전’에서 ‘뽀빠이가 철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통조림 시금치보다 차라리 그 깡통을 먹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들의 설명을 들어 보면 뽀빠이 신화는 순전히 타이핑을 잘못 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식품의 성분분석을 할 때 실수로 소수점 자리가 한 자리 위로 잘못 찍히는 바람에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이 10배로 불어나게 된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이 실수 하나로 미국의 시금치 생산지인 텍사스 크리스털 시티에는 ‘씩씩한 뱃사람 뽀빠이 덕분에 미국의 시금치 소비량이 33%나 증가했다’는 기념비가 세워졌고, 2차대전후 독일에서는 수백만 명의 어린아이들에게 시금치를 먹였다.

그러나 우리를 정말 놀라게 하는 것은 시금치의 실제 철분 함유량이 100g당 2.2mg으로 계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착오가 1930년대에 밝혀져 수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뽀빠이 신화가 오늘날까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점이다. 시금치를 과도하게 먹으면 근육이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신장에 결석증이 생긴다는 의학적 진실 앞에서도 뽀빠이 신화는 꺾이지 않고 세계를 제압한다.


만화가 성경으로 옮겨오고 점 하나가 문자 하나로 바뀌게 되면, 이번에는 낙타의 신화가 등장한다. 마태복음 19장 24절과 마가복음 10장 25절을 펼쳐 보라.


거기에는 분명히 ‘약대(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I say unto you, It is easier for a camel to go through the eye of a needle, than for a rich man to enter into the kingdom of God)라고 되어 있을 것이다. 부자가 천국으로 들어가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서커스단에 소속된 것도 아닌 낙타가 무엇 때문에 바늘귀로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성경 구절만큼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그토록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 것이다. 더구나 많은 연구가들이 이 성경 말씀이 오역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지적하는데도 말이다. 원전대로 하자면 그것은 ‘낙타’가 아니라 ‘밧줄’이라는 것이다. 아랍어로 밧줄은 ‘gamta’고 낙타는 ‘gamla’다. ‘T’와 ‘L’의 글자 한 자 차이로 밧줄은 낙타가 될 수도 있고, 낙타는 밧줄로 변할 수 있다. 결국 그 한 자 차이의 잘못으로 ‘부자가 하늘나라로 들어가기보다 밧줄이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니라’라는 말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으로 오역된 것이다. 과연 그렇다. 낙타를 밧줄로 돌려놓으면 그 비유는 자연스럽게 들리고, 그 논리는 비로소 합리성을 띤다.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은 실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바늘귀와 실의 관계에 대비되는 것은 낙타가 아니라 밧줄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바늘귀의 크기에 대응하는 실과 밧줄의 차이가 생겨나게 된다.


그것이 오타요, 오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사막을 건너야 할 낙타는 2,000년 동안이나 바늘귀 앞에서 점프를 계속한다. 사실과 과학이 지배하는 사고의 세계에서는 벌써 폐품이 되었어야 할 시금치 통조림과 낙타의 곡예가 어째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흔들고 흥분시키고 현실 이상의 힘으로 우리 앞에 군림하는가. 정말 놀라운 힘으로 뽀빠이가 거인 블루투스를 때려눕히고, 가난한 자가 부자의 부러움을 사는 허구의 그 힘은 대체 어디에서 오고 있는 것일까.


만약 사실에 입각하여 뽀빠이가 먹는 시금치를 홍삼이나 비타민제로 바꾸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낙타를 원전대로 정확하게 밧줄이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아이들은 금세 만화책을 덮고 뽀빠이의 곁을 떠나게 될 것이고, 밧줄이 바늘귀로 들어가는 대목에서 목사님의 설교는 갑자기 그 빛을 잃게 될 것이다. 오히려 사실과 논리에서 일탈한 초현실적인 비 합리성의 엇박자의 힘이 있기 때문에 그 이미지와 상징성은 강렬한 감마선을 띠게 된다. 만화나 신화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은 사실이나 논리가 아니다. 시금치가 갑자기 불로초 같은 환상의 빛을 발하고 사막을 건너는 대상들의 낙타가 바늘귀만한 천국의 문 앞에서 금빛 머리를 치켜세우고 우는 그 충격은 우연과 허구의 세계에서만 가능해 진다. 소수점이 한자리 잘못 쳐지고 글자 한 자를 바꿔 읽는 데서 우리가 생각할 수 없었던 허구의 세계가 창조된다. 그러한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사람들이 바로 셰익스피어가 정의한 꿈꾸는 인간 ─ 미치광이와 연인과 시인들이다. 3F 시대에는 허구적 발상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예술의 공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 공간에서 매일 사용하는 3M의 메모지 ‘포스트 잇’이나 음악팬들을 열광시킨 소니의 ‘워크맨’을 보면 안다. 풀은 무엇인가를 붙이는 접착력이 생명이다. 붙지 않는 풀은 이미 풀이 아니다. 그러나 약품을 잘못 혼합하여 붙었다가도 떨어지는 불량 풀이 만들어졌을 때 3M 같은 메모지용 풀이 발명된 것이다. 떨어지는 풀의 약점과 역기능을 창조적으로 살리면 종래의 접착제와 전혀 다른 신상품이 태어난다. 붙일 수도 뗄 수도 있는 융통성 있는 새로운 풀의 발상은 풀이라는 개념자체를 바꿔놓았으며, 붙다/떨어지다의 정반대되는 대립항의 경계와 그 체계를 파괴한다. 풀이 붙는 것처럼 녹음기는 소리를 기록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공장장이 우연히 한 공원이 녹음기에서 녹음장치를 떼어내고 대신 재생장치를 첨가하여 스트레오 음악을 즐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녹음이 안 되는 이 녹음기, 말하자면 녹음기를 재생기로 패러다임을 바꾼 그 발상에서 소니는 세계 최초로 워크맨을 개발하게 된다.붙지 않는 풀, 녹음이 안 되는 녹음기 ─ 그것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성경 귀절처럼 오역이 창조로 변하고, 잘못 찍힌 소수점이 블루투스를 때려눕히는 뽀빠이의 놀라운 힘이 되는 기적의 파편들이다. 달리나 뒤샹과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처럼 혹은 신문지의 글자들을 주어모아 시를 쓴 미래파 시인들처럼 우연을 잡아라. 그리고 허구의 F를 향해 낚싯줄을 던져라. 시인처럼 연인처럼 혹은 광기 어린 사람처럼 일상성에서 탈출하는 탈영병이 되어라. 그 행복한 우연의 오타와 오역 속에서 당신은 때때로 바늘귀를 향해 뛰어오르는 낙타의 놀라운 천국을 볼 것이다.


그것이 오타요, 오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사막을 건너야 할 낙타는 2,000년 동안이나 바늘귀 앞에서 점프를 계속한다.

 월간중앙 [이어령의 생각바꾸기]


http://magazine.joinsmsn.com/monthly/article_view.asp?aid=21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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