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7. 12:14


누에가 빗소리를 내며 뽕잎을 읽는다. 개구리가 가갸거겨 무논을 읽는다. 배추 흰나비가 여름 배추를 듬성듬성 읽는다. 말매미가 미루나무를 수액째 읽고 쓰르라미가 버드나무 초서를 낭랑하게 읽는다. 벼메뚜기가 서슬 푸른 볏 잎을 읽는다. 가으내 귀뚜라미가 달빛 전집을 읽는 동안 독서광인 바람은 여름내 독파한 팔만사천 나뭇잎 장서를 모두 단풍 불에 살라버리고, 강물과 바다에 이는 파랑을 읽으러 달려간다. 세상은 온통 읽고 읽히는 것 천지이다.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