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교체의 무대에 막이 내렸다. 막후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또다시 화합과 발전을 얘기한다. 지난 15일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 일정은 그렇게 끝났고,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출범했다. 당대회를 재정리하던 중 생소한 이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오른 류젠(劉劍)이 주인공이다.
중앙위원회는 당 권력의 핵심이다. 20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171명의 후보위원을 둔다. 류젠은 후보위원 명단 끝자락에 있었다. 신장(新疆)성 아러타이(阿勒泰)시의 당서기인 그는 올해 나이 42세(1970년생)다. ‘70후(後)’ 세대로는 처음으로 중앙권력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누구지?’, 당연한 궁금증이다.
류젠은 MBA학력을 갖고 있다. 상하이의 유명 MBA스쿨인 중·유럽국제공상학원(CEIBS)에서 공부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하버드대 유학 경험도 있다. 대학(런민대) 졸업 후 푸젠(福建)·선전(深?)·베이징 등을 돌며 일했다. 2008년 올림픽 때는 자원봉사자들을 이끌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6월 발령을 받아 부임한 신장성 아러타이는 성도(省都) 우루무치에서 자동차로 꼬박 하루 정도를 달려야 도착하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다. 그러나 전략적으로는 중요한 곳이다. 오른쪽으로는 몽골, 위로는 러시아, 왼쪽으로는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위구르족·카자흐족·몽골족 등 소수민족이 많아 잠재적 ‘불안’ 지역이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일하던 그가 자원해서 그곳으로 갔을까. 아니다. 중국의 현실을 알고 두루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당의 뜻에 따라 ‘배치’된 것이다. 그게 중국 공산당이 사람을 키우는 방식이다. 예정대로라면 중국은 2032년 제7세대 지도부를 출범시키게 된다. 그때 류젠의 나이 62세,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딱 알맞은 시기다. 물론 변수는 많다. 그가 큰 과오 없이 성장할지 미지수이고 지방에서 정치적 꿈을 키워가고 있는 다른 경쟁자는 넘쳐난다. 그럼에도 류젠을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 정치의 예측 가능성 때문이다. 2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그랬다. 그가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것은 40세 때였다. 그 후 간쑤(甘肅)·구이저우(貴州)·티베트 등을 돌며 지방을 경험했다. 시진핑도 44세에 후보위원이 됐고 푸젠·저장(浙江)·상하이 등을 돌았다. 쑨정차이 지린(吉林)성 서기, 후춘화 네이멍구 서기 등은 지금 지방을 돌며 차세대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중국 정치는 공산당 권위주의 체제다. 그 체제를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 현실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 30일을 남겨둔 지금 누가 최종 후보로 나올지조차 모른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검증할 시간도 없다. 그래서 자꾸 중국 정치에 곁눈질이 간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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