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삶'에 해당되는 글 1071건

  1. 2013.04.04 [동아광장/최혜정]“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행복은 불가능하다”
  2. 2013.04.04 [기고/정병희]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유치한 태국의 성공 비결
  3. 2013.04.04 [기고] ‘강남스타일’, 콘텐트산업의 미래
  4. 2013.04.04 [삶의 향기] 한국 정치엔 유머가 없다
  5. 2013.04.04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92] '인터넷의 역설'과 책
  6. 2013.04.04 [김철중의 생로병사] '스마트'한 문명 속에서 '퇴화'하는 현대인들
  7. 2013.04.04 [사설] '동반 성장' 대기업 규제 果實 중소기업이 차지하려면
  8. 2013.04.04 [한겨레 프리즘] 함께 행복해지자
  9. 2013.04.04 [문화산책/12월 15일] 대선 후보의 숨어 있는 본질을 보자
  10. 2013.04.04 [메아리/12월 15일] 누가 '문화대통령'인가?
  11. 2013.04.04 [글로벌 아이] 시진핑과 식용유 배급표
  12. 2013.04.04 [분수대] 중국 부자들 덮고 자는 이불 한 채 값이 아파트 한 채 값?
  13. 2013.04.03 [삶의 향기] 개천에서 용 나기
  14. 2013.04.03 [분수대] 타고르 ‘동방의 등불’ 우리 입맛대로 짜깁기했다니 입맛이 쓰다
  15. 2013.04.03 [기고/이수택]선망받는 나라의 자격
  16. 2013.04.03 [기고] 한글, 성장의 발판에서 경제의 품격으로
  17. 2013.04.03 [동아광장/박명진]사교육에 의존하는 예술교육의 악순환
  18. 2013.04.03 [아침논단] 투키디데스의 경고
  19. 2013.04.03 [노트북을 열며] 패배자가 역사에 남는 길
  20. 2013.04.03 [왜냐면] 시장이 인권 변호사로 바뀌어도 욕먹고 눈치보는 우린 비정규직
2013. 4. 4. 14:02

한 해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으니 이래저래 마음이 분주해진다. 새해에 심혈을 기울여 세웠던 계획 몇 가지는 아직 시작도 못했고, 미처 끝을 내지 못한 일도 이것저것 있다. 그래도 오늘은 한 걸음 물러나 올해 내가 일터에서 가장 자주 쓴 말을 생각해 보고 있다.

“예를 들면…”이란 말이었나? 만약 그랬다면 나는 올 한 해 상대방을 더 이해시키려고 설명에 설명을 더하는 상황이 많았나 보다. “보고서는 좀 미리미리 작업해서 주시지…”란 말도 자주 했던 것 같다. 기운이 부족한 퇴근시간 무렵, 숨을 내쉬면서 쓰던 말이다. ‘앞으로는 계획성 있게 시간 관리합시다’란 충고로 전달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그 사람도 속으론 ‘이런, 나도 미리미리 주고 싶어요’라면서 업무량을 가늠해 본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우리의 일터는 마냥 미소 지으며 흘러가진 않았나 보다. 그래도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란 기관명처럼 국내외 아동을 돕는 일에 치열하게, 진정성을 갖고 계획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정신적으로 지원해 주는 가족과 물심양면으로 함께해 주는 많은 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또 한 분, 가장 힘을 준 분은 에글런타인 젭, 세이브더칠드런 창립자다. 이 글을 쓰는 12월 17일은 그분이 52세를 일기로 제네바에서 돌아가신 날이다. 사회혁신가이며 사상가로 살다 간 그분을 지면상 다 돌아볼 수는 없지만 그분의 삶의 흔적과 어록은 언제나 일침과 마음의 구심점이 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무엇인가 시작을

1876년에 태어난 그녀는 43세의 나이에 세상의 아이들을 구호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착한 일과 좋은 일을 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옳은 일을 하려고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을 단지 보호할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아동권리선언문 초안은 1924년 아동 권리에 관한 제네바선언으로 채택되었으며, 오늘날 모든 아동의 인권 사상과 실천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분이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한 시간은 약 10년이다. 9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12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세이브더칠드런으로 성장했지만, 정신과 철학은 변함이 없다. 여기 몇 가지 어록과 생각을 소개해본다.

“나는 종종 세이브더칠드런의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고통받는 아이들은 언제나 있었으며, 앞으로도 있기 마련이며, 이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얘길 듣는다. 이 비참함에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돈과 지식, 그리고 선한 의지다. 사람들은 돈은 있지만 다른 곳에 쓰고, 지식이 있지만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의 아이들과 인류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돈과 지식을 단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한 의지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젭 여사의 질문에 대해, 선한 의지들이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행복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란 말도 남겼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리는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었다면, 태도도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그것이 행복해지기의 시작이 아닐까.

“유일한 세계 공용어는 아이의 울음소리다”라는 문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기도 하다. 이 울음소리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공용어다. 정치와 종교, 인종과 국적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도 없으며, 이리저리 달리 대응하는 방식도 옳지 않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인종과 종교, 국적을 초월해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은 비정하지 않다. 다만 상상력이 부족하고 매우 바쁠 뿐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이 말을 남긴 1920년대의 사람들도 다른 세계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기에 일상이 버거웠는지 모른다. 그로부터 거의 100년이 다 된 지금, 2012년 12월 우리는 더욱 바빠졌다. 수많은 신문과 방송, 인터넷과 e메일이 세계의 소식들을 날라다 주고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기에는 상상력이 잘 발휘되지 않을 때가 있다. 오히려 끝없는 세계의 분쟁과 기아, 기후변화와 경제 위기로 인해 피로감과 무력감이 증대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옳은 것이 있다. 세상은 비정하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체온과 인류애를 지니며, 한 해를 돌아볼 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작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대문을 나서며 인터넷을 열기도 한다.


우는 아이들 외면하지 않았으면…

2018년 세이브더칠드런이 100년이 되는 해에는, 울고 있는 아이들을 하나도 외면하지 않는 날이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새해 2013년에도 우리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위해,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 실천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새해 여러분의 일터와 가정에는 돈과 지식과 선한 의지가 넘치길!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장



http://news.donga.com/3/all/20121218/51677608/1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1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관광 대국인 태국의 경우 올해 2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2011년 홍수 사태에도 불구하고 1900만 명의 관광객이 태국을 찾았으며 올해는 10월까지 전년 대비 9.8% 증가한 1768만 명에 이르러 연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명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을 찾는 국가별 관광객도 다양한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29.1%, 중국 9.6%, 일본 6.1%, 한국 5.4%, 인도 4.9%, 유럽 국가 24.8%의 비중을 보인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태국이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친절, 음식, 치안, 숙박’이다.

태국에 도착하면 어디서나 태국인들이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와 함께하는 “싸왓디 캅(안녕하세요)”이라는 인사,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합장하는 태국식 인사인 ‘와이(Waai)’를 받게 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싸왓디 캅”, ‘와이’를 통해 미소의 나라 태국에 도착했음을 실감한다. 외국인이 태국 관광의 매력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친절함(friendliness)과 환대(welcoming)라는 것은 올해 초 태국관광청(TAT)이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태국 관광의 매력은 음식이다. 태국 방문 시 꼭 먹어 봐야 한다는 세계 3대 수프의 하나인 ‘똠얌꿍’, CNN 선정 세계 미식 50선에서 1위로 선정된 ‘맛사만 카레’ 등 다양한 진미를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유명하고 다양한 음식 때문에 외국인들이 쉽게 태국 음식을 접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확연히 차별화된 점이 있다. 바로 메뉴판이다. 어느 식당이든 메뉴판을 보면 음식에 들어간 재료가 설명돼 있어 내가 고른 음식의 맛과 향기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예 언어별(한국어, 영어, 일본어) 메뉴판을 구비한 곳도 많다. 

여기에다 외국인이 늦은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관광경찰의 역할이 크다. 태국 정부는 1982년부터 관광경찰청을 발족시켜 운영하고 있으며 왕궁, 룸피니 공원, 파타야, 치앙마이 등 주요 관광지에 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경찰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외국인 대상 길 안내 업무도 수행하는 등 관광산업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로 매년 4월 열리는 ‘송끄란 축제’, 11월에 열리는 ‘로이끄라통 축제’는 외국인 관광객 누구나 즐기는 축제로도 유명하다. 태국은 이런 축제들을 ‘태국적인 것(Thainess)’을 살리면서도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승화시켰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축제가 있지만 안방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적인 양념에 외국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재료를 잘 섞어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축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태국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이 곳곳에 퍼져 있다. 배낭 여행자의 거리로 유명한 방콕 ‘카오산’의 경우 우리 돈 1만∼2만 원으로도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푸껫, 꼬사무이 등으로 대표되는 휴양지의 경우 1박에 5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임에도 아시아 지역의 신혼부부와 유럽 중장년층의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 여행을 계획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저마다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다양한 호텔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도 관광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 개선 및 외국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 및 태도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달성은 요원한 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병희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장



http://news.donga.com/3/all/20121218/51677713/1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0

최근 한국은행은 ‘개인·문화·오락 서비스’ 분야의 국제수지가 올해 9월까지 373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분야에서 흑자가 난 것은 우리 국제수지 사상 처음이다. 이는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일이다. 우리도 문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흑자 전환은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트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문화 콘텐트 수입국에서 문화 수출국으로 위상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올여름부터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한국 문화가 미국·유럽 등 서구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가·인종·종교 등의 차별 없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생산자로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는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트가 서비스산업의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 무역 2조 달러 달성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콘텐트산업의 수출 규모는 2009년 26억 달러에서 2012년 45억3000만 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콘텐트 무역수지 흑자는 8억3000만 달러에서 28억7000만 달러로 커졌다. 앞으로 3년간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최근 한류의 확산 추세로 볼 때 콘텐트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한류와 콘텐트 수출이 관광과 소비재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와 K팝이 주도하는 새로운 한류의 바람으로 외국 관광객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또 콘텐트 수출은 화장품·의류·농식품·IT제품 등과 같은 소비재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해외 한류 팬들은 한국 화장품·의류·식품·IT제품·관광상품 등에 대해 높은 구매 의사를 갖고 있다고 나타났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5%가 ‘한류가 기업의 해외 경영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그동안 우리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는 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로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5위로 커졌다. 그럼에도 현재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실업 장기화’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필자는 콘텐트산업에 그 해결책이 있다고 본다. 콘텐트산업은 인간의 창의력을 원천으로 하는 21세기형 미래산업이다. 청년 세대가 가장 선호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뚜렷한 산업이다. 우리가 이 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콘텐트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콘텐트 창의인재 동반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9개월 일정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는 영화·방송·만화·스토리·음악 등 8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현장 중심의 실무형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콘텐트 분야의 인재 육성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다.

많은 미래학자의 예고처럼 미래는 창조사회이고 창조경제의 시대가 될 것이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산업사회를 거쳐 선진국이 된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콘텐트 분야를 대표적인 창조산업으로 보고 발전 전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왔다. 이미 우리 국민에게는 5000년 역사를 통해 축적해 온 문화적 자산과 창조적 역량이라는 DNA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적 관심과 지지 속에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콘텐트산업의 여건이 조성된다면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것이다.


홍 상 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199599&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0

지지율 1% 내외의 여성 후보가 잘못 만들어진 공직선거법 때문에 대선 후보 TV토론에 끼어들어 지지율 50%에 육박하는 여성 후보에게 “나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반드시 떨어뜨리고 말겠습니다”라며 오만불손하게 대드는 장면을 보고 정말 놀랐다. 한국 정치판이 어쩌다 이 정도로 살벌해졌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투표일을 10여 일 앞두고 NBC TV 심야 토크 쇼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인 커미디언 제일 레노는 그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부동산 재벌 다널드 트럼프가 오바마의 대학입학지원서와 성적표, 그리고 여권발급신청서를 공개하면 오바마가 지정하는 자선단체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었다. 오바마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트럼프와 나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린 어릴 때부터 자주 다투곤 했답니다”라는 조크로 트럼프의 제안을 일소에 부쳤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정치에는 유머가 있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했을 때 나이가 73세였다.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상대 후보 먼데일 전 부통령은 TV토론에서 레이건의 고령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레이건은 “나는 후보의 나이를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먼데일 후보의 ‘젊음’과 ‘무경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조크로 역공했다. 정책 대신 대통령의 나이를 걸고 넘어진 먼데일은 자기 출신 주를 제외한 나머지 49개 주에서 완패하는 치욕을 당했다.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링컨은 가장 유머가 있는 대통령이기도 했다. 링컨은 정적을 공격할 때도 조크를 했다. 젊은 변호사 링컨이 하원의원으로 출마했을 때였다. 정견발표회에서 상대 후보는 링컨이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청중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보세요”라고 소리쳤다. 물론 모두들 높이 손을 들었으나 링컨만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그 후보는 “미스터 링컨, 당신은 손을 들지 않았는데, 그럼 지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이오?”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링컨은 빙긋이 웃으며 “천만에요.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나는 국회로 가고 싶소!”라고 응수해서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자기 연설 차례가 되었을 때 링컨은 “나의 상대 후보는 피뢰침까지 달린 호화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벼락을 무서워할 정도로 죄를 많이 짓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조크를 해서 또 청중을 웃겼다. 물론 링컨은 당선되었다.

유머 감각이 없는 정치인은 매력이 없다. 그래서 미국 정계에서 출세를 하려면 조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96년 1월 23일 클린턴 대통령이 국회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할 때였다. 클린턴은 연설을 하기 위해 상원-하원 합동회의 의장단석 밑에 마련된 연단에 오르자마자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뒤에 앉아 있는 깅그리치 하원의장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본 깅그리치는 웃음을 터뜨리며 뭔지 한마디 했고, 클린턴 대통령도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국정연설을 시작했다.

클린턴이 준 종이에는 ‘State of the Union. Thank you and good night(국정연설문.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한다. 바로 전날 깅그리치 하원의장(공화당 소속으로 클린턴의 최대 정적이었다)은 한 기자로부터 “클린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무슨 말을 듣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고 “연설은 그만두고 인사만 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었다. 이것을 클린턴이 전해 듣고 깅그리치의 말을 그대로 쓴 가짜 연설문 원고를 그에게 주었고 깅그리치는 웃으며 “이것을 액자에 넣어 걸어놓겠습니다”라고 대꾸했던 것이다. 얼마나 멋있는가!

한국에서는 언제나 이런 유머 있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 한국 정치가 살벌하고 잘 풀리지 않는 건 유머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영어속담에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웃음이 최고의 약이다).’이라는 게 있다. 웃으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한국도 이제는 좀 웃으면서 정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 화 유 재미 칼럼니스트·소설가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19960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3:59

올 초에 번역된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라는 책에는 우리 인간이 고안해낸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 50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수천 명의 영국인들이 설문에 참여하여 작성된 이 목록에는 음악(4위), 불(5위), 민주주의(14위), 전기(22위), 자본주의(42위) 등 쟁쟁한 아이디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런데 피임은 당당히 3위에 올랐건만 결혼은 겨우 50위로 아슬아슬하게 턱걸이했다.

가장 큰 격세지감은 지상 최고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문자를 제치고 인터넷이 1위에 등극한 것이다. 문자가 없다면 인터넷은 소용이 없을 텐데.

십여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도쿄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제가끔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지하철이 점차 편리해지며 한때 제법 많은 사람이 책을 펼치기 시작했었다. 잠시 그러는가 싶더니 웬걸, 지하철 독서가 미처 뿌리를 내리기 전에 그만 스마트폰이 등장해버렸다. 요즘 지하철 안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열 명 중 족히 예닐곱은 모두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고 있다. 스마트폰은 황소개구리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우리나라 출판문화 생태계를 초토화시켰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미래학자들이 있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이른바 '지식 부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이롭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지식 빈자'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기 쉽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를 두고 '인터넷의 역설'이라 일컫는다. 세상은 점점 더 스마트해져 가는데 정작 사람들은 점점 덜 스마트해지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깜빡 집에 두고 나오면 자기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덧 내비게이션 없이는 여행을 떠날 엄두도 못 낸다. 필요한 정보를 찾는답시고 인터넷 바다에서 파도타기(internet surfing)를 하느라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보면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겠다면서 실제로는 직접 책을 쓰느라 생고생을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책이란 나름 검증된 전문가가 우리 대신 많은 시간을 들여 정보를 검색한 다음 유용한 지식들만 한데 묶어 놓은 것이다.

내일 우리 모두 투표 마치고 책방에 들러 책 한 권씩 삽시다. 책 읽는 사람이 성공하고 책 읽는 나라가 번영합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7/2012121702632.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3:58

뇌는 근육과 같은 속성 있어 머리 안 쓰면 금세 굳고 가늘어져
신체 활동 부족한 요즘 사람들 일부러 헬스클럽 가서 운동하듯
노년까지 싱싱한 머리 쓰려면 '브레인 피트니스' 꾸준히 해야

나이 쉰줄이 넘어가면 다들 "이제 내 머리가 굳었나 봐"라고 한탄하듯 말한다. 예전 같으면 뭔가를 떠올릴 때 0.5초도 안 걸려 나오던 것이 요즘은 머릿속에서만 맴돌 때가 잦다고 푸념한다. 애써 외웠던 것도 돌아서면 까먹고, 머리를 흔들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라고 씁쓸해한다. 기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외우는 암기력이나 알았던 것을 떠올리는 회상 능력은 감소하기 마련이다. 뇌는 시냅스라는 신경 줄기가 얽히고설킨 전자 네트워크를 통해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낸다. 전자 제품의 연식이 오래되면 구동 능력이 떨어지듯, 전자회로 덩어리인 우리의 뇌도 그렇게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노화 현상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믿었다. 어렸을 때라면 몰라도 성인의 뇌 기능이 쉽게 바뀌겠는가. 뇌 조직은 나이를 먹을수록 위축되어 줄어들 뿐 다시 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무지우개가 닳아 없어지듯 말이다. 하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뇌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 조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2004년 과학 잡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 결과는 이를 증명한다. 신경과학 연구진은 신체 건강한 20대 자원봉사자에게 양손으로 3개의 공을 순차적으로 잡아 돌리는 저글링(juggling) 훈련을 3개월 동안 시켰다. 그러고 나서 저글링 훈련 전에 찍은 뇌 MRI와 석 달 훈련 후에 찍은 MRI 사진을 비교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신경 줄기가 모여 있는 뇌 피질이 두꺼워진 것이다. 저글링 훈련을 통해 양손과 뇌의 조화 기능만 향상된 것이 아니라 뇌 구조가 바뀐 것이다. 뇌도 훈련하기에 따라서는 성형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가 그래도 뇌가 싱싱한 젊은 사람이니까 가능했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독일 함부르크 신경과학 연구진은 60세 이상의 나이 든 사람에게 저글링 훈련을 시키고 앞서 연구처럼 뇌 조직의 변화를 관찰했다. 물론 그들은 20대처럼 저글링을 능숙하게 잘 해내지 못했지만, 결과는 젊은 사람과 같았다. 기억을 관할하는 뇌 조직인 해마(海馬)의 두께가 커졌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저글링을 통해 뇌 조직이 두꺼워졌던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저글링 훈련을 3개월 동안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뇌 MRI를 찍었더니 커졌던 그 부위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뇌 훈련을 하면 뇌 조직이 커지고, 안 하면 다시 줄어든다는 얘기다.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수개월 하면 팔 근육이 커지고, 몇 달 쉬면 팔 근육은 다시 줄어든다. 뇌도 그런 골격근과 같은 속성을 가진 것이다(그래서 머리를 쓰면 진땀이 났나 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뇌 기능 연구의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뇌에 알통이 있다"고 표현한다.


요즘 자동차로 낯선 길을 갈 때 흔히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그것이 안내하는 대로 기계적으로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와 있다. 길 찾기의 번거로움을 내비게이션이 덜어줬다. 하지만 나 교수가 머리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소개하는 연구를 보면 내비게이션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국에서의 실험이다. 런던에서 택시 운전사가 되려면 길 찾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수천개의 장소와 길목을 헤매지 않고 다닐 수 있어야 자격을 준다. 통상 2년의 훈련이 필요하다. 런던대 신경과학 연구팀이 택시 운전사들을 데려와 뇌 MRI를 찍어 봤더니 기억을 관할하는 해마가 일반인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그만큼 뇌 세포의 수가 늘었다. 경력이 오래된 운전기사일수록 그런 경향이 뚜렷했다. 머리를 쓰면 쓸수록 뇌기능도 좋아지고, 뇌도 커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암기와 연산 훈련, 새로운 학습과 배움을 끊임없이 실천한 사람일수록 치매에 적게 걸린다. 그들에게는 설사 치매가 오더라도 더디게 오고, 치매를 앓더라도 약하게 앓게 된다.

우리는 일상처럼 멍하니 TV를 지켜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즉시 인터넷을 돌리고, 스마트폰을 누른다. 생각이 사라졌다. 베개 벨 때와 모자 쓸 때 말고는 내 머리를 대신 해줄 것들이 많아졌다. 접하는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사고를 구체화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대인은 뇌를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요즘 헬스클럽처럼 기억 훈련을 시키고 연산 기능을 향상시키는 이른바 '브레인 피트니스 센터'가 속속 생기고 있다. 뇌를 자극하라는 뜻의 '바이브란트(vibrant) 브레인' 교육 센터들도 나온다.

인류가 농경 사회와 산업화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신체 활동은 급속히 줄었다. 이에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헬스클럽이 등장했다. 스마트한 문명 속에 머리 쓸 일이 줄어들면서 이제 억지로라도 브레인 헬스클럽에 다녀야 할 판이다.


의학전문기자·의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7/20121217026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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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3:56

정부가 지난 3월 공공기관 구내식당 급식 사업에 자산 5조원 넘는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에 밀려 중소 급식업체들이 벼랑에 섰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3위 급식업체인 프랑스 아라마크가 한국 법인을 내세워 서울시 다산콜센터,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 4곳의 운영권을 잇달아 따낸 것이다.

조달청이 작년 10월 문구 등 소모성 행정용품의 구매대행(MRO) 사업을 입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대기업 참여를 배제하자 세계적 사무용품업체인 미국계 오피스디포가 시장의 80%를 가져갔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작년 9월 재생타이어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고 나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위원회가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에 대해 사업 축소를 권고한 이후 세계 1·2위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과 미쉐린이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삼키고 있다.

과거에도 조명기구 산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참여를 막았더니 GE·오스람·필립스 등 외국 기업이 시장의 60~70%를 휩쓸어갔다.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으로 세계 톱 기업과 겨룬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대로 가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비롯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역시 외국 기업 배만 불려줄 공산이 크다.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을 위한 대기업 규제의 과실(果實)을 자기 몫으로 만들려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결국은 중소기업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보호·육성책만으론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것도 과거 경험에서 보듯 별무(別無) 효과다. 한국 풍토에 맞는 중소기업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대기업 참여를 막아서 외국기업만 득(得)을 본다면 공공조달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되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중소기업에 일정한 몫을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도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중소기업 육성이란 구호보다 '어떻게' 육성하느냐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6/20121216015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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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3:56

‘국가는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돼야 한다.’

이 말은 복지천국 스웨덴의 복지이념인 ‘국민의 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지난해 <한겨레>가 6차례의 현장취재를 통해 기획연재한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의료, 주거, 보육, 연금, 노동정책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마련된 사회안전망은 단 한명의 국민이라도 낙오돼 절망 끝에 내몰리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이 복지모델의 기틀을 닦았던 사회민주당이 2006년 정권을 내줬지만 이런 복지제도의 근간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스웨덴 국민들은 소득의 3분의 1을 꼬박꼬박 세금으로 낸다. 그러면서도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9%나 된다.

물론 스웨덴 사람들이 처음부터 복지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 집’이 탄생하고 완성되기까지는 엄청난 저항과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이런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가 있었다. 대화와 합의다. 그 한가운데 스웨덴의 ‘키다리 아저씨’ 타예 엘란데르가 있다.

사민당 소속의 그는 1946년 10월부터 1969년 10월까지 무려 23년이나 총리를 역임했다. 총리 재임 중 11번의 크고 작은 선거에서 그는 모두 승리했다. 그리고 아직 정정한 68살의 나이에 젊은 후계자 올로프 팔메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주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사민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대승을 거둔 바로 이듬해, 정치적으로 최정점에 있을 때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재임기간뿐 아니라 키(192㎝)도 커서 ‘가장 긴 총리’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2차 세계대전의 혼란이 끝나지 않은 1946년 그는 전임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45살로 젊은데다 지명도도 낮은 그가 23년이나 총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공공부문이 수많은 사회적 요구를 해결해주는 ‘강한 사회’를 꿈꿨다. 그 핵심은 복지정책의 확대였다. 당연히 세금 인상이 뒤따랐고 기업이나 이익집단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를 돌파한 엘란데르의 무기는 경청과 대화였다. 그는 매주 목요일 저녁 이른바 ‘목요일 클럽’(1948~1955)을 열어 기업과 노조 대표들을 초대했다. 참석자들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이해했다. 이런 대화의 정치는 총리의 여름휴가 별장인 하르프순드에서 매년 열린 ‘하르프순드 콘퍼런스’(1955~1964)로 이어졌다. 여기에서 경제, 노동, 환경, 복지 등 거의 모든 사안이 논의되고 또 합의됐다. 서로 죽일 듯 미워했던 사람들도 함께 밥을 먹고 호수에서 노를 저으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대화와 합의로 스웨덴을 이끄는 동안 스웨덴은 주요 10개국(G10)에 포함된 부자국가로, ‘함께 잘사는’ 복지국가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벼랑에 서 있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위기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서민의 삶은 경제집중화와 빈부격차 심화로 백척간두로 몰렸다. ‘자신들의 공을 인정해달라’는 기성세대와 ‘당신들이 만든 질서를 바꾸고 싶다’는 젊은 세대 간의 세대갈등도 심각하다. 성, 지역, 이민자 등 서로를 나누고 싸울 거리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마지막 역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 바로 19일 대선에서 행사할 ‘한 표’다. 누가 대화와 타협의 적임자인가. 누가 ‘국민의 집’을 만들 사람인가.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형섭 국제부 기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55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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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02:54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살았던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린의 거장 안토니오 비발디의 이야기다. 그가 세계 최고의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콘서트홀은 대만원을 이루었다. 연주가 시작되면서 청중들은 앞을 다투어 찬사를 내놓았다. '명품 악기니까 저렇게 기막힌 소리가 나는구나.' 늘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갑자기 비발디가 연주를 멈췄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들어 바닥에 내리쳤다. 악기는 산산조각이 나고 청중들은 놀라 기함을 했다.

그 경악과 동요가 가라앉기 전에 진행자가 앞으로 나왔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닙니다. 비발디 선생은 훌륭한 음악이란 악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드리려 한 것입니다." 청중들은 홀이 떠나갈 듯한 박수로 그 놀라운 사태에 응답했다. 가히 협주곡의 아버지 비발디였다. 사진기가 좋아서 사진이 훌륭하다면 사진작가는 어디로 갈까. 재료나 그릇이 좋아서 음식이 훌륭하다면 일류 셰프는 또 어디로 갈까.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속에 숨은 본질인 것이다. 

서양 미인의 대명사는 클레오파트라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그의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아졌더라면 지구의 표면이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쓴 것은, 이집트 제국의 마지막 여왕으로서 로마의 역사적 인물들에 미친 영향력을 말한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는 그렇게 대단한 미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2001년 런던 브리티시박물관에서 열린 '클레오파트라 특별전'의 기록을 보면, 150cm의 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와 매부리코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집트 고대사의 종막을 감당했던 이 여왕이 무슨 수로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자식을 생산했으며 후대에까지 미인의 이름을 떨치게 되었을까. 그 답은 외형의 용모보다 풍부한 교양과 뛰어난 화술, 곧 지성적 매력에 있었다. 거기에다가 음성이 무척 감미로웠고 외국어에도 능통했다고 전한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그리스어·라틴어·히브리어·아랍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학자의 수준에 도달했고, 어려서부터 이집트 왕실 도서관에서 책을 탐독하여 어떤 권력자와도 막힘없이 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여자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동양의 절세미인 양귀비의 경우에도 유사하다. 양귀비는 원래 당나라 현종의 아들 수왕의 비였으나 현종이 가로챘다. 얼마나 미모가 뛰어났으면 아들을 겁박하여 며느리를 취했을까. 초상화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양귀비는 풍성한 몸매의 소유자이나 키가 작고 쌍꺼풀 없는 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춤과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고 총명한 언행을 보였다고 하니, 역시 당대의 군주를 매혹한 힘은 따로 있었던 셈이다. 양귀비와 더불어 중국의 4대 미인으로 통하는 서시·초선·왕소군도 모두 자기만의 특별한 매력을 따로 가졌던 여인들이다. 

조선조 제21대 왕 영조의 계비였던 정순왕후 김씨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66세에 이른 왕의 배필로 간택되었다. 후궁 가운데 장희빈을 중전 자리에 앉혔다가 온갖 곡절을 다 치른 아버지 숙종의 유언을 따라, 영조는 후궁이 아닌 양반집 규수 가운데서 왕비를 직접 선발했다. 50세의 나이 차를 넘어 영조가 정순왕후를 선택한 것은, 지혜로운 답변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은 물이나 산이 아니라 인심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목화라고 대답하는 어린 처녀는, 할아버지 나이 뻘의 영조를 감탄하게 했다.

그렇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현상이 아니라 본질 가운데 숨어 있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세월이 가도 바뀌지 않는 근본적 가치를 가진 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우리는 이 본질이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야 한다. 각자가 바라보는 본질의 가치는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한 시각들이 올곧고 충실하게 모여 일정한 값을 형성한다면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본령에 해당한다.

강의실을 버리고 거리로 나선 교수, 창작실을 버리고 선동가가 된 작가는 여기에 자격 미달이다. 대선 후보들도 지금은 목전의 운명에 겨를이 없겠으나, 결정이 난 이후에는 자칫 선거판에 휩쓸렸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본질에 대해 다시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상식과 본질 위에 나라를 바로 세우는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 문학 평론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142101341217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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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02:25

문화대통령. 멋있는 말이다. 문화를 즐기고, 문화를 알고, 문화인과 소통할 줄 아는 대통령이란 얘기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후보시절부터 이를 자처했다. 선거유세 때면 무리들과 우르르 극장이나 무대로 몰려가서는 영화나 공연 한 편 관람하고는 제작자, 배우들에게 덕담 한마디하고 감동스런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니면 어린 아이를 안는 것이 국민 사랑의 대명사라도 되듯, 문화 사랑의 상징인 양 독서하는 모습을 선거홍보물에 자랑스럽게 담는다.

그것으로 문화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문화를 알고, 사랑하고,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책 읽고, 그림 감상하고, 공연 보고, 극장에 간다고 문화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문화인들에 둘러싸여 지키지도, 내용도 모르는 온갖 지원을 약속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을 흉내 내 작가나 감독, 배우를 장관에 앉힌다고 문화대통령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 역시 한 표라도 긁어 모으려는 선거운동이고, 정치쇼일 뿐이다.

이런 문화대통령에게는 '창의'도, '문화강국'도, '창조'도 오로지 자기 세력화의 수단이나 돈으로만 취급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고,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그들에 의해 문화는 순수성을 잃고 이념으로 덧칠 되었고, 문화까지도'돈이 최고'인 경제논리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복지가 세상의 화두가 된 지금, 말로는 문화가 미래, 기본권이라고 하면서 그 사은품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틀린 것은 아니다. 문화도 복지다. 그러나 물질적인 혜택에 의한 육체적 복지가 아니다. 문화는 우리의 정신적 삶의 복지다. 그것은 문화의 예술적 아름다움, 감동, 자부심, 보편적 가치와 현실의 확인,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다. 문화복지는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억만 금으로도 1,200만 국민의 마음을 울린 영화 <광해>의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영화가 준 무형의 복지인 감동과 깨달음의 재미를 무시하고 흥행수익으로만 <광해>의 가치를 평가하고 계산하는 것은 문화장사꾼들이나 하는 짓이다. 한글과 아리랑에 대한 자부심도 마찬가지다.

문화의 힘은 이런 것이다. 작품 하나로 수 백, 수천 만 국민을 웃게 하고, 위로하고, 소통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럼 점에서 프랑스의 문화정책을 분석한 장 미셀 지앙의 책 제목처럼 <문화는 정치다>. 좋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듯, 좋은 문화는 국민의 삶을 따듯하고 풍요롭게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릴 수만 있다면 문화만큼 보편적인 복지도 없을 것이다. 또 좋은 문화에는 돈도 절로 따라온다.

때문에 무엇보다 어떤 문화인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여전히 문화는 경제다. 문화가 아닌 문화예술인의 일자리와 생활에 대한 약속들이다. 예술인복지법을 손질하고, 창업과 고용을 지원하고,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문화상품 수출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박근혜 후보와 달리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는 수요자인 국민을 위한 문화접근성 확대방안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창작여건을 개선하고, 문화예술인의 생계를 보장하는 일도 물론 시급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해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복지'일 뿐이다. 결국은 돈으로 선거에서 그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다. 그보다는 먼저 "문화는 이래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그것을 위한 정책방향을 내놓아야 한다. 일본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고 했다. 적어도 문화대통령을 자임한다면 문화의 본질적 가치와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 문화예술인들 역시 어떤 길을 선택하듯 그곳으로 가야 할 책임이 있다.

먹고 사는데 힘들다 보니 문화는 늘 뒷전이다. 그러나 미래 세상과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문화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내일(16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누가 진짜 '문화대통령'인지 한번 확인해보자.



이대현 논설위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142108212438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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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02:23

베이징총국 사무실에서 차로 1~2분만 가면 사회주의 시절 베이징의 전형적인 주택가가 나온다. 주셴차오(酒仙橋)라고 서민들 동네다. 2차선 도로 양쪽엔 60년 넘은 밑동 굵은 가로수들이 마을의 연륜을 보여준다. 허름한 5층짜리 아파트들이지만 잘 가꾸고 살아 나름 운치도 있다. JTBC의 한족 카메라맨은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신기해한다. 좁아서 차가 다니기 어려운 길이 많아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느린 편이어서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다가오는 박물관 같은 동네다. 이런 곳을 고층의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재개발 광풍 앞에 삭제되고 있는 사회주의를 보는 느낌이다.

20년 가까이 베이징에서 활동한 798예술특구의 ‘포스 갤러리’ 이동임 대표는 80년대 처음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편하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고 아련한 기억을 더듬는다. 식용유표·쌀표·돼지고기표를 들고 서너 시간씩 줄을 서서 배급을 받았지만 없이 사는 것을 비교당하지 않는 균일한 사회였다. 이 대표는 사람들 표정에 넉넉한 인심이 흐르는 게 좋아 이곳이 낯선 땅 같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에 무릎을 쳤다. 94년 베이징에서 연수를 할 때만 해도 어쩐지 우리나라 70년대 느낌이 들어 푸근했던 기억이 새록했다. 하지만 개혁·개방 30년간 광속으로 변하는 사회, 부동산 폭등과 고물가에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의 충격으로 그런 표정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소득불평등 수준이 청조 말 태평천국의 난 때와 비슷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생이 팍팍해졌다.

지난 20년간 초고속 성장으로 중국에 돈벌이의 광풍이 일었다. 남다른 기회 포착 능력을 연줄과 엮어 부자가 된 사람들이 쏟아졌다. 느닷없는 경쟁 시스템에 낯설어하던 사람들은 ‘눈이 빨개지는 병(紅眼病)’에 걸려 질투심을 불태웠다. 국가와 인민공사가 책임지던 의료와 노후복지 등 사회 안전망이 급속히 해체됐다. 이젠 그 부담을 기업이 떠맡고 있다. 요즘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며 팔목 비틀듯이 외자기업들도 돈을 더 풀라고 볶아댄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CSR 담당자들은 연말이 다가오면 어떻게 표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포장할까 머리를 싸맨다고 한다.

민간 기업을 닦달한다고 구멍 난 복지시스템을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을 통한 복지를 하려면 몸통인 14만5000개 국유기업부터 손대야 한다. 저금리 대출과 세제·정책 지원 등 각종 특혜를 독식하면서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이 먼저다. 이를 통해 시장이 기업하기 좋은 생태계로 바뀌게 되면 고용을 통한 복지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국유기업 수술은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청신호다. 수술대 앞에선 시진핑(習近平)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179201&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02:21

중국 부자들 사이에 ‘회춘(回春) 이불’이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겉감에 금실로 수를 놓고 안에 남자에게 좋다는 온갖 약재들을 집어넣은 이불이다. 실제로 효험을 봤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중국 갑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富)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이불 한 채 값이 중국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인 100만 위안(1억8000만원)이나 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것이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녀들에게 페라리나 포르셰 승용차로도 모자라 자가용 비행기까지 사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녀에게 바나나를 사줄 능력이 안 되는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가 1988년 7.3배에서 지난해에는 23배로 확대됐다. 유엔에 따르면 하루 1.25달러(1300원)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 중국 전체 인구의 13%에 달한다.

이미 중국의 지니계수가 0.6을 넘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사회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0.4를 넘으면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상태, 0.5를 넘으면 사회 불안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분류된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시난(西南)재경대 연구팀은 최근 “2010년 중국 가계의 지니계수는 0.6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선진국 중 지니계수가 높은 미국은 0.46이고, 빈부격차로 악명 높은 브라질도 0.53 수준이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빈부격차가 세계 최대라는 것은 21세기의 아이러니다.

제대로 보도가 안 돼서 그렇지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민초들의 시위가 연간 2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새 지도자가 된 시진핑(習近平)은 취임 연설에서 향후 10년간 공산당과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빈부격차 해소를 꼽았다.

우젠민(吳建民) 전 중국외교학원 원장은 며칠 전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남긴 귀중한 유산”이라며 “조금도 망설이거나 동요하지 않고 이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횡포를 부리며 도처에 적(敵)을 만들 때가 아니라 아직은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할 때라는 것이다. 경제력과 군사력 좀 커졌다고 여기저기서 근육질 자랑할 생각 말고 내부 문제 해결에 더 주력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일치일란(一治一亂)’은 맹자의 역사관이다. 한번 태평성대가 있으면 다음에는 대혼란이 온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중국이 천하대란에 빠진다면 십중팔구 그것은 빈부격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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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3. 16:02

때로는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라도 그중에 부적절한 용어가 들어 있어 본래의 취지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빌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작고한 여류 작가가 20여 년 전에 쓴, 한 시인의 시구에서 빌려온 『나는 왜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작가는 사회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사소한 일상사에 매몰되는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책을 썼을 것이다. 아니 내용을 보면 작가의 진심이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목만 본다면 그러한 자신을 합리화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음 직도 하다. 그리하여 그 당시 나는 농 반 진 반으로 “나는 지금까지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였는데 이러한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분개하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겠다”로 제목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껄였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도 나는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명제 중에 비틀고 싶은 것이 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안 나는 세상’ 운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의 대물림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교육마저도 계층을 고착화하는 합법적인 수단이 되었다고 하는 한탄이다. 부모의 학력 수준, 소득 수준, 심지어는 아파트의 평수와 가격, 지역에 따라 대학 진학률(아니 90%에 이르므로 대학 진학률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이 아닌 ‘명문대’ 진학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도 많이 있다.

나 역시 이러한 한탄에 동조한다. 실증적인 자료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생활을 하면서 직감한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은 도시가 크게 양분화되어 있다. 이른바 신도시라고 하는 아파트촌과 ‘잡다한’ 개인주택, 상가주택, 상가 위주로 이루어진 구도시로 구분된다. 강의나 상담 등 이런저런 사유로 양 지역에 다니는 학생들을 가끔씩 만나게 되는데 학생들의 ‘분위기’와 ‘학구열’, 그리고 차림새에서도 차이가 난다. 물론 ‘명문대’ 진학률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도 개천이니 용이니 하는 말을 뒤틀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기본적으로 개천과 용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쓰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그다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위와 같은 용어 자체에 대하여는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장년 세대가 학생 시절을 보낼 때에는 우리 사회에 권력과 부, 명예 등 세속적인 의미에서 선호하는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식민지 통치와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사회의 모든 질서와 가치가 사실상 제로 상태로 평균화되어 있었으므로, 그리하여 선호하는 가치를 표상하는 지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었으므로 누구라도 약간의 ‘능력’만 있다면 선착의 효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능력’을 재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바로 교육이었다. 그리고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 부모 세대의 학력이나 소득 수준 등 자식 세대의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덜 ‘세팅’되어 있었으므로 자녀들은 부모들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교육을 통하여 ‘신분’의 이동을 활발하게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배분이 거의 완료됨으로써 새로운 참가자의 폭과 수준이 매우 제한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는 한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난 소수가 ‘용’이 되면 다수는 ‘지렁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용’과 ‘지렁이’ 그리고 ‘개천’과 그 무엇을 구분한다는 자체가 그 본래적인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정당화하는 데 한 줌을 보태는 것은 아닐까.

버젓이 펼쳐져 있는 현실에 눈감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거의 ‘세팅’이 완료된, 대다수가 선호한다는 지위가 있다는 것을 과연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여야 할까. 대신 그러한 지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 존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는 없을까. 이런 물음에 어떤 실천적인 의미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이영직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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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3. 16:01

‘바닷가의 밤이 밝고/핏빛 구름의 여명 속에/동방의 작은 새 목청 높여/명예로운 개선을 노래한다.’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1913년)한 인도 시인 타고르가 벵골어로 쓴 시다. 무엇을 노래한 걸까. 일본이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하는 시다. 인도가 오랜 영국 식민지 치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타고르는 당시 세계적인 강국으로 떠오른, 같은 아시아 국가 일본에 호감을 가졌다. 1916년을 시작으로 무려 5차례나 일본을 방문했다. 다도·꽃꽂이·하이쿠 등 일본 전통문화에 매료됐다며 “시심(詩心)을 자아내게 하는 나라”라고 높이 평가했다. 일본 체류 중 강연을 통해 “일본은 아시아에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이 해 뜨는 나라에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大)아시아주의를 외치던 일본 우익의 거물 도야마 미쓰루(頭山滿)와도 친분이 있었다.

 이쯤 되면 타고르의 시 ‘동방의 등불’을 기억하는 많은 한국인은 의아할 것이다. 교과서에도 실렸던 ‘동방의 등불’은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는 등촉의 하나인 조선’으로 시작해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로 끝난다. 일제 치하 조선을 위해 쓴 시라고 하니 한국인이라면 누가 봐도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라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읽힌다. 그런 타고르가 일본 편이었다고?

 영문학자 홍은택(대진대) 교수가 계간 시 전문지 ‘시평’ 겨울호에 기고한 ‘타고르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보면 궁금증이 상당부분 풀린다. 홍 교수는 고증을 통해 ‘동방의 등불’ 총 15행 중 처음 4행은 시라기보다 메모 형태로 1929년 조선에 전해진 것이며, 나머지 11행은 누군가가 타고르의 작품 ‘기탄잘리 35’를 덧붙여 짜깁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라는 마지막 구절은 누군가가 ‘기탄잘리’ 원문에도 없는 ‘코리아’를 넣어 각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권위에 기댄 엉뚱한 ‘짝사랑’이 일제 시절,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된 셈이다.

 사실 타고르가 일본을 흠모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인 대상의 강연에서 “이 나라(일본)는 물질적으로는 진보했지만 정신적으로는 퇴보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고, 군국주의화 경향도 우려했다. 그가 “일본이 인도에도 야심을 품고 있는 듯하다. 굶주린 그들은 지금 조선을 잠식하고 중국을 물어뜯고 있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한 측면만 볼 게 아닌 것이다.

 80년 넘게 지속된 타고르에 대한 짝사랑 혹은 오해는 우리의 필요·콤플렉스와 외국발(發) 권위에 대한 맹종이 버무려진 결과다. 엄혹한 일제시대엔 어쩔 수 없었다 치고, 요즘의 대한민국에선 이와 비슷한 촌극(寸劇)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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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3. 16:00

지난주 올해 들어 세 번째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봄 두 번에 걸쳐 동아프리카지역의 4개국을 다녀왔고, 이번에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두 나라를 다녀왔다. 올 한 해 세 번에 걸친 아프리카지역 방문을 통해 필자는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사업상 필요한 고위 인사와의 면담이 별 어려움 없이 이루어졌다. 사전에 약속이 안 된 상태에서도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로서 면담 신청을 하면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UNIDO가 개도국들의 산업발전을 위해 기여해 온 국제기구라는 점도 없지 않겠으나, 그것보다도 UNIDO의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가 왔다는 점이 이들에게 더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대한민국은 이들에게 산업발전, 경제발전, 사회발전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부흥의 살아 있는 꿈이기 때문이다. 

지난봄 방문했던 아프리카 한 국가의 산업경제부 차관은 필자와의 면담에서 뜬금없이 한국의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였는지를 물었다. 필자는 100달러도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차관은 그럼 지금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얼마인지를 다시 물었다. 필자는 2만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차관은 면담에 동석한 자기네 나라 산업부 해외투자유치담당 국장에게 1960년대 초 국민소득이 얼마인지를, 그리고 지금의 국민소득이 얼마인지를 물었다. 그 국장은 196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500달러라고 대답했다. 이 답변에 차관은 지난 50년 동안 한국은 200배의 성장을 했는데 어찌하여 자기네 나라는 그대로냐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답을 한국에서 찾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것은 그저 한 예에 불과하다. 한국에 대한 선망은 필자가 방문한 모든 개도국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앞으로 대한민국 외교의 길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는, 그래서 국제사회의 지도국으로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스스로 자신의 국격을 높이겠다고 부자연스럽게 애쓰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세계 만방이 한국의 국격을 스스럼없이 인정해 주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객관적 주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적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한민국 스스로가 이러한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와 객관적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제 얼마 있으면 새 정부가 탄생한다. 많은 언론이 대통령 후보들의 대외정책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소홀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새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개도국들의 꿈이라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국이 개도국들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함께, 관련 정책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비에 힘을 쏟아 줄 것을 기대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세계 속에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은 외교와 올바른 대외관계가 근간이 될 수밖에 없음을 국민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이수택 유엔산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http://news.donga.com/3/all/20121211/51484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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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3. 15:59

한글날이 22년 만에 다시 공휴일이 된다. 경제계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일하는 날이 하루 줄면 그만큼 경제가 나빠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눈앞의 손익 계산만 따질 일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말처럼 세계시장에서 문화가 만들어내는 마케팅 효과는 날로 커지고 있다. 한류가 그렇지 않은가? 한류의 뿌리인 한글과 한국말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지금,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힘을 우리 경제에 실어 줄 수 있다.

종교개혁부터 시작된 서구의 근대화 과정은 자국어 발전 및 문자 대중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중세 교회가 1000년 동안 유럽을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의 힘'보다는 '신을 독점하던 힘'에 있었다. 교회가 성서 해석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지술과 인쇄술이 발전하고 독일의 루터와 영국의 틴들 등이 라틴어 성서를 자국어로 번역하여 보급하자 교회 권력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들의 번역 작업은 종교개혁이라는 성과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까지 변두리 언어였던 영어·독일어 등이 정비되고 셰익스피어나 괴테 같은 대문호가 나타나 변두리 민족의 품격을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세속 학문의 성과가 자국어 문헌으로 보급되면서 유럽은 과학혁명을 거쳐 산업혁명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다 언어 교육을 중시했던 보통교육이 발전하면서 서양과 동양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근대 서구의 문자 교육은 시민의 지식을 키우는 동시에 생산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

6·25전쟁 뒤에야 보통교육이 자리 잡은 한국이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한 이유 중 하나도 한글이라는 문자였다. 어느 나라 글자보다 익히기 쉬운 한글이라는 축복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고, 양질의 노동력이 산업현장과 손쉽게 결합했다. 이런 점에서 한글은 분명 경제성장의 발판이었다.

이제 한류 시대가 오면서 한글의 지위가 달라지고 있다. 세계인에게 한글은 문맹 퇴치의 상징을 넘어서서 한류 문화를 대표하는 시각적 상징이 되고 있다. 세계인의 눈길은 그 존재조차 몰랐던 변두리 언어인 한글과 한국말에 쏠리기 시작했고 관심은 폭발적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세종학당은 2009년 6개국 17개소였던 것이 2012년에는 43개국에 90개소로 늘었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세종학당에 배우러 오는 외국인의 동기는 한류(34.3%)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27.2%)이 이전의 주요 동기였던 취업과 같은 경제적 요인(14.9%)보다 훨씬 높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한국학과를 설치한 외국 대학은 2010년 57개국 688개에서 1년 만에 81개국 810개로 크게 늘었다.

한글이 과학과 애민사상의 융합이고 한국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기린다는 사실은 외국인에게 분명 문화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 충격은 세계인이 구찌의 장인 정신에서 느끼는 신뢰나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신세계에 갖는 호기심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 즉 '사람 사랑'의 향기를 맡도록 자극할 것이다. 한글을 소중히 생각하고 발전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성공한다면 세계인은 한국 상품에서 가격이나 품질보다 품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제 효과는 기업이 붓는 마케팅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리라. 기업들도 자기 글자 만든 날을 공휴일로 기념하는 우리 민족의 문화 품격을 세계시장에서 경제 효과로 이어내길 바란다. 변두리 언어였던 영어와 독일어가 강대국을 만들었듯이 우리말과 글이 한국을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2/20121212027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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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3. 15:59

시중에 나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탈리아 유학 출신 음악가들은 피자나 스파게티 가게, 미국 유학 출신은 커피숍, 독일 유학 출신은 휴대전화 대리점을 한다는 이야기다. 팔자 좋은 사람들의 한가한 조크가 아니다. 외국 유학까지 한 고학력 전문 예술인들조차도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학력 예술가, 일자리 없어 방황

이탈리아나 독일의 경우 국립음악원에 입학하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 학생이 가장 많고 뉴욕의 음악, 미술 관련 학교가 한국 학생 덕분에 호황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콩쿠르도 한국 학생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이쯤 되면 해외 유수 기관에서 수학해 국제적 인증을 받은 전문예술가 수는 한국이 최고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다수의 고학력 예술가가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의 한 통계에 따르면 음악 분야 정규직은 교육직과 국공립 오케스트라 단원 정도다. 이 중 교육직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교수 13%, 정교사 4.5% 정도다. 강사도 16.5%를 차지하는데 그나마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 모 음대에서 계약직 강사를 8명 공모했는데 쟁쟁한 실력을 갖춘 후보자 130명이 몰려 화제가 됐다. 정규직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 레슨이나 전공과 상관없는 부업을 두세 가지 하면서 생계를 꾸린다.

예술 분야는 사교육 의존도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높다. 예술고에 진학 중인 학생 1만6000여 명을 제외한 10만 명이 훨씬 넘는 대학의 예술 관련 학과(정원 3만4000여 명) 입시준비생들은 학원이나 개인 레슨 같은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예술교육은 참고서나 문제집도 없고 인터넷 강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교육에 의존해 예술가가 되면 다시 개인 레슨이나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의존해 살아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다.

유럽은 대개 공공기관이 예술교육을 맡고 있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의 경우는 지역의 시, 구 단위의 국공립 음악원과 아카데미가 많아 실기교육을 담당한다. 10여 년간 음악교육 비용이 사교육 없이 연간 5만∼50만 원 정도여서 대학 졸업 때까지 600만∼700만 원 정도로 가능해 서민에게도 금전적인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학자금만 계산해도 대학 졸업 때까지 1억 원이 넘어 유럽의 15배 정도가 드는 셈이다. 서민층 지원자들은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보여 독지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진출이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문화원 적극 활용해 볼 만

몇 년 전부터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예술 실기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공인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시청이나 구청 단위에서 방과후 전문적인 실기교육을 전담할 시립·구립 예술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음악 미술 무용 같은 순수 예술의 경우 설비투자 비용보다는 교육공간 확보가 절실하다. 시, 군, 구 단위에서 이미 많은 비용을 투자해 설치한 400개가 넘는 문화원이나 문예회관을 활용하면 된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문화의집도 전국에 200개가 넘는다. 대부분의 문화시설이 성인들의 취미나 교양강좌에 제공되고 청소년 시설도 동아리 모임이나 음악·영화감상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니 오히려 문예회관의 설립 목적에 충실한 활용 방안일 수도 있다.

굳이 종합예술원이 아니라 지자체별로 특정 전공 분야를 선택하고 수요에 맞추어 규모를 정해도 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한 교수진의 확보인데 국가적으로 공인된 안정적인 교육직을 양산하는 셈이니 고학력 전문예술인들의 실업률이 높은 요즘에 실행을 검토해 볼 여지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도입만으로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지자체 문화시설의 실기교육에 국가의 인증 체제가 뒷받침되면 대학 예술교육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해본다. 요즘 대학생 중에는 자신의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예술 분야를 부전공으로 택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체능 전공이 있는 학교들조차 전공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어려운 사정이라 비전공자들을 위한 문턱은 높고도 좁다. 공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전공자들이 국가의 인증이 주어지는 실기교육을 저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면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술과 타 전공 간 융합 및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밑거름이 돼 우리 성장동력의 하나인 콘텐츠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안정된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고학력 예술가들과 척박한 예술교육 현장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묘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http://news.donga.com/3/all/20121213/515823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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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3. 15:12

어떤 전쟁은 이미지로 기억된다. 배 13척을 울돌목에 띄워놓고 수백 척 적군(敵軍)을 기다리는 이순신이나 코끼리 부대를 끌고 눈 덮인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의 비장함 앞에 말로 된 분석은 뭐든 사족(蛇足)이 되고 만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정반대이다. 27년간 지루하게 계속된 전쟁은 극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전 세계의 대학 초년생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느라 밤을 밝힌다. 2500년 전 역사책이 현재에 던지는 의미심장함 때문이다.

아테네의 장군이었던 저자 투키디데스는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가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불러일으킨 두려움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새로운 힘이 부상하고 기존 세력이 이를 두려워할 때 형성되는 소용돌이가 주변을 집어삼키는 '투키디데스의 덫(Thucydides's trap)'이다. 신흥 강국 독일의 호전성과 기존 강국 영국의 대응은 1914년과 1939년의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하버드대학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서기 1500년 이후 세계지도상 힘의 축(軸)이 이동했던 15번 중 11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

지금 투키디데스가 다시 회자한다. 올 초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미국은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는 기존 강국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이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신형 대국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이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기치 아래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추진하고, 중국은 미국을 배제한 '역내(域內)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진행하는 등 양국의 상호 견제는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이 오래된 덫을 슬기롭게 피해갈 수 있을지를 세계는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주변국들은 어느 한쪽에 붙을 것을 강요받았고 결국 살상(殺傷)과 파괴로 치달았다. 우리는 지금 미국에 이어 중국과 FTA를 협상하고 있다. 나라 크기와 교역 규모가 어지간한 국가 중 두 나라 모두와 FTA를 맺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체결이 안 될지도,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에게 우리가 중요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더구나 이제 우리는 강대국이 결정해주는 운명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나름의 영향력으로 공존의 길을 찾는 데 기여하겠다는 신호를 바깥 세계에 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신호가 과연 먹힐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가 내실을 가져야 한다. 우리 자신 잘 먹고 잘살아야 존중받는 것이다. 근래 우리가 제대로 대접받게 된 것은 지난 50년간 경제 발전의 결과이지만, 그 위상이 유지될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달렸다. 그리고 국가 위상의 기본 잣대는 경제가 가진 경쟁력이다. 지난 수백년간 인류 문명의 꽃이라 자부했던 유럽이 암울함에 빠진 것은 독일 등 일부를 제외한 주요국이 경쟁력을 상실한 데다 이를 재건하기 위한 구조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 나라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이 한국 역사의 꼭짓점이자 기나긴 쇠락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만연한 안이함이 성찰과 모색을 차단하고 있다. 고성장 시대의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고령화가 본격화하는데 정작 절실한 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대선 정국은 온통 표심(票心) 낚기로 채워졌다. 칼날 같은 경쟁 환경과 긴장이 고조되는 정치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떻게 단련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으니 대선 주자들이 유권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살갑게 굴수록 더 불안하다.

구조 개혁에 왕도(王道)는 없다. 노동시장과 상품·서비스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재능과 자본이 움직이는 걸 돕고 경쟁 장벽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음은 인적 자본과 기술 기반에 투자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경제의 적응력이 유연함에서 나오는 이상 복지와 경제정책은 약자를 보호하되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지라도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구조 개혁 구상이 없는 복지 확대 약속이나 고용 규제를 강화해 경직성을 심화시켜 잘살 수 있다는 공약은 무책임보다 무지에 가깝다. 나라는 변방을 벗어난 지 오래인데, 대선 후보들은 세계와 격리돼 있는 것이다.

오래도록 한반도는 대륙에 달린 작은 땅덩어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돌아서 눈을 들면 반도는 대양의 시작이며 대륙의 입구이다. 우리 국민은 이미 멀리 바라볼 능력을 갖추었으니 이에 걸맞은 지도자가 선출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혹여 그렇지 않다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지도자를 인도하는 국민이 되는 수밖에 없다.



윤희숙 KDI 연구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2/2012121200989.html

Posted by 겟업
2013. 4. 3. 14:58

쌍둥이 형제를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누가 형이니?”라고 묻는다. 불과 몇 분 차이인데도 대접은 형이 받는다. 그래서 동생이 의기소침해 한다는 이야기를, 앞으로는 꼭 “누가 동생이니?”라고 물어달라는 이야기를 쌍둥이 부모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일주일 뒤면 대선 승자와 패자가 드러난다. 당선과 낙선은 그 표차가 아무리 적다 한들 박근혜와 문재인, 문재인과 박근혜를 하늘과 땅으로 가른다. 승리를 거머쥔 자의 능력과 인품에 대한 찬사가 세상을 덮는다. 패자는 허탈함과 좌절감 속에서 뒤꼍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패배자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손쉬운 방법은 미련을 버리고 위안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래, 이런 어려운 시기에 내가 대통령이 됐다 해도 위기를 극복하고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이제 그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지 않게 됐네.’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이런 생각이 조그만 위안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가슴 한편의 진한 응어리를 다 풀어버릴 수 있을까.

대선 패배자가 더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역사가 주는, 역사로부터의 위안이다. 바로 모든 걸 훌훌 털고 정계은퇴 또는 향후 대선 불출마를 명백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생 동안 그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다. 2000년 미국 대선 때 엘 고어는 전체 득표수에서 조지 W 부시를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 밀려 분패했다. 플로리다주에선 법정까지 가는 재검표 소동이 있었다. 많은 미국인이 고어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런데도 고어는 2004년 대선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기후변화 등 환경분야에 몰두했다. 노벨평화상은 그에 따른 보상이었다.

사실 고어가 대단한 결정을 한 건 아니었다. 한 번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겸허한 마음, 그래야만 더욱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가 등장해 사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미국 정치의 전통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엘 고어 외에도 월터 먼데일, 마이클 듀커키스, 밥 돌, 존 케리, 존 매케인 등 1980년대 이래 그 어떤 패배자도 ‘대통령이여, 다시 한번’을 외친 사람은 없었다. 지난달 오바마에게 패한 밋 롬니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역대 한국 대선을 돌이켜보면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김대중은 4회, 이회창은 3회, 김영삼과 이인제는 2회 대선에 출마했다. 한 번 출마한 정동영은 아직 대권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을 똑같은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 과거 온전한 민주주의가 아니었던 한국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거대 선거를 치른 패배자의 경험과 조직이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막고 ‘재수’ ‘삼수’를 외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지를 곱씹어 본다면, 2012년도 결코 빠른 게 아니다. 한 번이라도 기회를 준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물러서는 새 전통을 세우게 될 첫 번째 패배자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역사가 소중하게 기억할 것이다.



김정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143583&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3. 14:54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진행한 ‘2012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에 당선된 조혜순씨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2011년 5월 다산콜센터에 입사해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외주업체에서 채용만 하는 줄 알았는데, 교육을 받고 나서야 각 업체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산콜센터를 구성하는 3개 업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시민들에게는 우리가 각 업체 소속임을 밝히면 안 된다.

6주간의 교육은 구청·보건소·시청의 업무 내용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나갔고, 그 밖에 수도·교통·일반 상담의 내용까지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육에 참가하는 공무원들은 다산콜센터가 생겨 피곤해졌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소연했다. 다산콜센터로 ‘편리하게’ 신고를 하는 덕에 할 일이 많아졌고, 상담원들의 잘못된 안내로 곤란했다는 것이다. 이는 상담원들이 전문 분야 없이 어떤 민원이든 모두 응대해야 하는데다, 업무에 익숙해질 만하면 퇴사하여 그 자리가 ‘신입’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마침 상담석이 비어 몇 사람은 일주일 빨리 투입이 되었으나, 업체에서 노동부에 이미 교육시간으로 신고를 했기 때문에 실제 계약일은 조기 투입과 상관없이 일주일 뒤부터란다. 그나마 다행인 건가. 상담석이 없는 일부 교육자들은 2개월간 가택 대기자라는 이름으로 교육만 받고, 대기 후에 입사하거나 다른 곳에 가기도 하고, 교육만 받고 잘리기도 한다.

우리들의 업무는 모두 점수로 평가받고, 그 점수에 따라 급여도 달라진다. 출근시간 20분 전 출석체크, 점심시간 5분~10분 단축, 한달에 한번 있는 업무 테스트를 위한 약 5일간의 업무시간 외 교육, 업체에 따라 한달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업무시간 30분 전 큐에이(QA)교육 등. 기본급 최저임금 수준에서 콜 수, 시험, QA, 그 밖의 가점과 감점에 따라 5만원씩 추가되어 차등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받는다. 명절 보너스는 3만원짜리 상품권. 업체 정직원인 나는 3만원짜리 상품권으로 구정과 추석을 보낸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5만원, 생일엔 3만원이나 5천원을 주는 업체도 있다. 육아수당도 보육시설도 없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모든 순간이
점수로 평가돼 급여에 반영된다
힘들어 울면 돌아오는건 조롱뿐

그러나 노동조합을 설립한 지 약 2개월 만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유로운 휴식 보장, 20분 전 출근 아닌 정시 출근, 업무시간 내 교육, 매달 하던 테스트도 분기별로 바뀌었다. 그래서 서울시와 업체에선 업무 여건이 개선되었으니, 화장실 못 간다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콜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내 급여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자유로운 연차와 병가, 보건휴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11월21일 목이 아파 12월 연차로 하루를 쉰 상담원이 다음날엔 아예 말이 안 나올 정도가 돼서 병가를 써야 한다고 하니, 병가는 병원 진단서가 있어야 쓸 수 있다고 한다. 온종일 목으로 일하는 상담원들인데, 목이 아파도 병가는 안 된다고 한다.

또 민원인에게 시달려 울고 있는 상담원한테 해당 팀장은 “울지 마, 왜 울어. 또 상담 중에 우는데 못 쉬게 한다고 신고할래?” 하고 지나간다. 울고 있는데, 힘이 든다는데…. 서울시는 자기들 소속이 아니니 업체와 협상하라고 하는데, 업체는 힘든 상담원을 이렇게 조롱한다.

11월22일 전국버스조합의 파업으로 21일 저녁 6시부터 일한 상담원들은 1시간에 30여콜을 받았다. 귀가 멍하고 머릿속이 윙윙거린다고 하는데도 업체에선 야간 상담원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서울시는 상담원들이 힘들다고 해서 다른 콜센터를 방문해 보았으나 모두 똑같은 상황이고 오히려 다산콜센터는 임금이 높아 이직률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렇다. 콜센터 노동자는 상황이 다 똑같다. 다들 힘들다. 통신사, 카드사, 보험사, 콜택시 콜센터를 거친 나는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 업무시간 5분 전 대기, 업무 외 교육이 모두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다. 이 모든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줄도 몰랐다. 콜이 많고, 다른 상담원들보다 더 많은 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바쁜 시간에는 가지 않아야 하는 걸로 알았다.

우리 콜센터 노동자들은 그렇게 바보였다. 아플 때 병가를 써도 되는 건지, 보건 휴가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외주업체 정직원이니 모두들 정직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힘이 들면 퇴직금이 나오는 1년이 지난 뒤에 퇴사하고 또 다른 콜센터로 이직한다. 이렇게 경력이 늘어도 그건 인정받을 수 없는 경력이다. 다시 신입으로 돌아가 교육받고, 수습 거치고, 다시 신입이 된다. 상담원에서 교육강사나 팀장이 되면 상담원보다 일찍 나오고 늦게 퇴근해야 한다. 콜을 안 받는 대신 그들은 상담원들을 관리하며 회사와 상담원들 사이에서 고통받는다. 그것이 상담원들의 미래다.

아파서는 안되고 병가도 못썼다
우린 그저 숨만 쉬는 앵무새였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여성 근로자인 콜센터 상담원들은 어머니이고 아내다. 팀장이나 교육 강사로 관리자가 되더라도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할 시간은 없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상담원들은 돌쟁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허겁지겁 출근하고, 또 허둥지둥 퇴근하여 아이를 찾아온다. 두 돌까지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 아이들은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불안해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아이들이 어머니를 제일 필요로 하는 시기인데도 어린이집은커녕 육아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것이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우리가 원래 그런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늘 이렇게 힘들고 바쁘게 일하는데도 서울시는 우리가 160만~180만원을 받기 때문에, 다른 콜센터보다 많은 임금이 주어지므로 이직률이 낮다고 한다. 연평균 4%의 이직률은, 그들이 보기에 당연한 수치인 듯하다. 보통은 세금 빼고 실수령액이 평균 150만원이다. 그러나 주말에 아이를 맡기며 추가 근무하고, 목이 터져라 남들보다 더 많은 콜을 받아야 실수령액이 160만~180만원 정도일 것이다. 내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내 목이 터져라 일한 대가다.

11월20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다산콜센터 상담원 직무스트레스와 정신 심리검사 결과를 한번 보자. 상담원들은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화(억압된 감정이 통증 등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 강박증, 우울, 적대감 등에서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 중 약 9.3%가 위험군에, 13.7%가 2가지 영역 이상에서 비정상으로 조사됐다. 고객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당했다고 답한 직원은 82.3%,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답한 직원도 71%에 달했다.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직원도 20%로 조사됐고, 업무와 관련해 신체적 폭력을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고 응답한 직원도 1.2%였다.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등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하고도 정작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다산콜센터 노동자의 강박증과 우울증은 일반인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 발표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이 나오자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 2주간 30분씩 주어졌던 형식적 심리 상담시간이 1시간으로 늘고, 횟수도 늘어난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업체당 약 150~180명인 우리 상담원들이 한번씩이나마 심리상담을 받으려면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다. 게다가 서울시는 실태 조사 자료를 감춰두고 있으니, 우린 누구를 믿고 일해야 하며,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업체를 위해 콜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인지,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정성껏 알아보고 도와줘야 하는 것인지.

“서울시에 관한 모든 것은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세요”라는 말은 결국 “서울시에 관한 모든 것은 위탁업체에 문의하세요”가 되고 만다. 그에 따른 어떤 책임도 서울시는 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구청 직원들이 민원인과 싸우다 지치면 서울시 120으로 전화하라고 했다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위탁업체 직원일 뿐 아무런 힘도 없는데, 도와주고 싶어서 공무원 연결해주면 욕먹고 무시해도 되는 민원을 떠넘긴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내가 공연히 추가 콜 수 희생해가며 오지랖 넓은 짓을 했구나 후회하는 일이 반복된다.

서울시와 2년에 한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는 업체들은 서울시의 눈치만 살피고, 우리의 점수를 더욱 높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공무원한테 욕먹고, 시민한테 욕먹고, 업체에서 욕먹고. 입사 후 몇 개월간 지켰던 시민을 위한 상담원이라는 내 자부심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보잘것없는, 아무것도 못하는, 말하는 앵무새가 되어 버린 나는, 그래도 노조를 설립하며 희망을 걸어 본다. 삶이 힘들어 허덕이는 시민들을 감싸주고,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그러한 마음의 여유를 우리 모두가 되찾게 되기를. 나 같은 바보 상담원들도 자기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조혜순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 지부 부지부장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650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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