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14:25

핀란드 북쪽 끝 라플란드주의 수도인 로바니에미(Rovaniemi)에는 연중 많은 인파가 몰려들지만 크리스마스철이면 더욱 붐빈다. 헬싱키에서 열차로 10시간이나 걸리는 먼 여정에도 사람들이 이 도시를 찾는 이유는 살아 있는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산타가 이곳을 자신의 거처라고 선언한 스토리텔링에 따라 도심에서 8㎞쯤 떨어진 한적한 숲 속에 '산타클로스 빌리지'가 조성되었다.

이 마을의 중심에 있는 크리스마스 하우스는 이국적으로 디자인되어 방문객들이 정말 산타의 고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지붕을 뾰족하게 만든 3층 규모의 하우스에는 산타 집무실, 산타 우체국, 크리스마스 전시장은 물론 식당·기념품점 등 부대 시설들을 입주시켜 방문객들이 의미 있는 경험을 하도록 디자인되었다. 산타 할아버지는 매일 집무실에 출근하여 방문객들을 맞아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195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산타 우체국에서는 산타가 한 해에 받는 700만통의 우편물 중 약 2%를 골라 답장을 보내는데, 특별히 디자인된 소인을 사용하여 인기가 높다.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마을' - 눈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첨탑형으로 디자인한 크리스마스 하우스. 위 사진은 타파니 타랄리가 1950년 디자인한 산타 우체국의 소인.
해마다 2월에는 로바니에미 지역개발청과 라플란드대학교가 북극의 생활을 주제로 '디자인 위크'를 개최하여 디자인 세미나, 워크숍, 전시회 등을 갖는다. 북극권 지역이라 한겨울이면 영하 38도의 한파가 몰아치지만 밤이면 신비로운 오로라가 나타나는 산타 빌리지는 '경험 디자인'의 명소(名所)가 되고 있다. 경험 디자인이란 장소나 시설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지난해 33만명이 방문했는데, 그중 85%가 외국 관광객이었다. 인구 6만여명의 이 작은 도시에서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이 40%나 된다.

정경원 카이스트대 교수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