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14:06

올해 사상 첫 1000만 관광객 시대가 활짝 열렸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러시 배경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류’의 힘이 있다. ‘겨울연가’ ‘대장금’ 같은 드라마로 시작한 열풍이 영화,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등으로 확장되고, 아시아 지역에 머물던 한류가 이젠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얼마 전 가수 싸이가 미국의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NBC에 출연해 말춤을 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세계를 점령한 미국발 문화와 대등한 위상으로 평가받는 ‘한류’의 힘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21세기에 문화는 곧 국력이다.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경제 원동력이다. 한류를 통해 높아진 대한민국 브랜드는 자석처럼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외국인 관광객 10명이 한국을 방문하면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효과를 창출한다고 하니 그 위력은 상당하다.

그러나 관광객의 수가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한류로 끌어모은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다시금 한국을 방문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중 재방문율은 지난해 39.1%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또한 관광객 10명 중 9명이 서울을 경유하거나 서울만 방문하고 떠난다는 점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관광 한국의 매력이 서울로만 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이나 디즈니랜드, 파리는 에펠탑, 중국의 톈안먼 등 세계 여행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랜드마크가 우리에겐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광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시작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는 약 20년에 걸쳐 광주를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어울리고 창조되는 문화도시로 만들어가는 대규모 국가지원사업이다. 이는 단순한 특정 지역 발전에 그치지 않고, 40억 아시아인의 문화가 용광로처럼 융합되며 새롭게 태어나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 

주요 사업 내용 중 하나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미국의 링컨센터,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수의 문화 랜드마크와 견주어도 규모 면이나 콘텐츠 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시아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문화발전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광·항공업계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성공을 위해 각국의 수많은 관광객을 모셔올 항공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새삼 어깨가 무겁다. 항공사는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연결하는 메신저이자 문화교류 선봉자로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대에 부푼 외국인들의 표정을 보면 늘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가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채워야 할 것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의 지속적인 성공이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등은 세계 속의 아시아, 아시아 속의 한국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우리 항공사들도 문화의 힘을 나르는 빛나는 날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해외문화사업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http://news.donga.com/3/all/20121218/51703041/1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