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관광 대국인 태국의 경우 올해 2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2011년 홍수 사태에도 불구하고 1900만 명의 관광객이 태국을 찾았으며 올해는 10월까지 전년 대비 9.8% 증가한 1768만 명에 이르러 연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명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을 찾는 국가별 관광객도 다양한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29.1%, 중국 9.6%, 일본 6.1%, 한국 5.4%, 인도 4.9%, 유럽 국가 24.8%의 비중을 보인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태국이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친절, 음식, 치안, 숙박’이다.
태국에 도착하면 어디서나 태국인들이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와 함께하는 “싸왓디 캅(안녕하세요)”이라는 인사,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합장하는 태국식 인사인 ‘와이(Waai)’를 받게 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싸왓디 캅”, ‘와이’를 통해 미소의 나라 태국에 도착했음을 실감한다. 외국인이 태국 관광의 매력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친절함(friendliness)과 환대(welcoming)라는 것은 올해 초 태국관광청(TAT)이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태국 관광의 매력은 음식이다. 태국 방문 시 꼭 먹어 봐야 한다는 세계 3대 수프의 하나인 ‘똠얌꿍’, CNN 선정 세계 미식 50선에서 1위로 선정된 ‘맛사만 카레’ 등 다양한 진미를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유명하고 다양한 음식 때문에 외국인들이 쉽게 태국 음식을 접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확연히 차별화된 점이 있다. 바로 메뉴판이다. 어느 식당이든 메뉴판을 보면 음식에 들어간 재료가 설명돼 있어 내가 고른 음식의 맛과 향기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예 언어별(한국어, 영어, 일본어) 메뉴판을 구비한 곳도 많다.
여기에다 외국인이 늦은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관광경찰의 역할이 크다. 태국 정부는 1982년부터 관광경찰청을 발족시켜 운영하고 있으며 왕궁, 룸피니 공원, 파타야, 치앙마이 등 주요 관광지에 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경찰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외국인 대상 길 안내 업무도 수행하는 등 관광산업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로 매년 4월 열리는 ‘송끄란 축제’, 11월에 열리는 ‘로이끄라통 축제’는 외국인 관광객 누구나 즐기는 축제로도 유명하다. 태국은 이런 축제들을 ‘태국적인 것(Thainess)’을 살리면서도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승화시켰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축제가 있지만 안방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적인 양념에 외국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재료를 잘 섞어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축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태국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이 곳곳에 퍼져 있다. 배낭 여행자의 거리로 유명한 방콕 ‘카오산’의 경우 우리 돈 1만∼2만 원으로도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푸껫, 꼬사무이 등으로 대표되는 휴양지의 경우 1박에 5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임에도 아시아 지역의 신혼부부와 유럽 중장년층의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 여행을 계획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저마다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다양한 호텔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도 관광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 개선 및 외국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 및 태도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달성은 요원한 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병희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장
'교양있는삶 > 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38] 스토리텔링이 낳은 '북극의 산타 마을' (0) | 2013.04.04 |
---|---|
[기고/윤영두]한국 왔던 관광객, 다시 오게 하려면 (0) | 2013.04.04 |
[분수대] 타고르 ‘동방의 등불’ 우리 입맛대로 짜깁기했다니 입맛이 쓰다 (0) | 2013.04.03 |
[기고/이수택]선망받는 나라의 자격 (0) | 2013.04.03 |
[특파원 칼럼/이종훈]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 (0) | 2013.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