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주최하고 개발 원조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케이팝이나 한국어,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적 발전모델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꾸준히 투자하고 노력한 결과다. 원조 수혜국(受惠國)에서 공여국(供與國)으로 전환하게 만든 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등을 통해 원조를 하고 한국을 알리는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복 지원-고압적 자세 문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정부 부처 간 불필요한 경쟁과 업무 중복은 물론이고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원조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도 있다. 또 고압적 자세를 보여 수혜자들이 불쾌감을 갖기도 하고 국내 관료적 시각과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면서 개발외교와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나 군사력 등 하드 파워(Hard Power) 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문화적 파워나 국가브랜드 가치는 한참 못 미친다. 대표적 평가지수인 안홀트 국가브랜드지수(NBI)를 보면 한국은 현재 49위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출범하였던 2009년의 39위에서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21세기 외교는 정치 안보나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외교나 개발외교가 더욱 중시되는 것이 국제사회의 추세다. 공적개발원조(ODA)나 해외 한국학 진흥 사업 등도 외교 차원에서 추진되어야만 국력에 걸맞은 이미지와 역할, 그리고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선 여러 사업을 조정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공공외교의 경우 외교통상부 내에 이를 담당할 3차관직을 신설하거나 공공외교청을 설치하여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분산되어 있는 한류 확산, 한국학 진흥, 한식 세계화 등을 통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개발외교의 경우도 외교부 내에 개발협력 차관이나 본부장직을 설치하여 외교부 개발협력국, KOICA, 그리고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ODA 업무를 관장하여야 한다.
현재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이원화되어 있는 구조도 대다수 선진국처럼 하나로 통합하고 무상원조의 비율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불필요한 경쟁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분명한 업무 분담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학 진흥 사업의 경우 현재 국제교류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으나 재단은 원래의 역할인 해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학술회의 개최 등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연구원은 고유 기능인 연구와 학술활동에 집중하고 해외 지원 사업은 재단으로 이관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단순 원조보다 한국적 모델 개발을
아울러 공공외교와 개발외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저개발국 지원은 공공외교적 성격이 강하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실례로 해외 개발 원조의 경우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한국적 모델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나 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인 전문가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발외교나 공공외교를 할 때 수혜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료적 타성에 젖어 고자세를 보인다면 지원을 해주고도 마음의 상처를 남기거나 한국을 위해 뛰는 이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겸손과 나눔의 미덕을 발휘해 한국이 진정한 리더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
http://news.donga.com/3/all/20130114/52276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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